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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음악을 듣기 위해 ‘mp3’를 찾고 있다

스마트폰의 시대, mp3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BY김현유2021.01.11
“언니, mp3리가 뭐예요? 8ㅇ8”

 
저 진심 어린 순수한 질문은 지난 2020년 4월, 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신비가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린 게시물에 달린 것이다. 당시 신비는 애플 아이팟 – 에어팟이 아닌 – 클래식 모델의 사진을 게시하며 “다들 어렸을 때 mp3 뭐 썼어요?”라고 물었다. 대부분의 댓글은 ‘mp3리’(오타 아님)를 언급한 댓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게 뭐예요?’ ‘저희 엄마가 그러는데 음악 듣는 거래요!’)
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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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아 트위터에서는 mp3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한 10대 팬이 2PM 멤버 민준이 아이팟 클래식을 들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며 “이 기계가 뭐냐”고 물어봤다. 순식간에 트위터는 mp3와의 추억을 갖고 있는2030들의 성토의 장이 됐고, 한 트위터리안은 이에 대해 “Z세대 2PM 팬이 mp3라는 기계가 뭔지 몰라 ‘mp3’가 실시간 트렌드 1위를 달성했다. 기록의 가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제가 된 트윗

화제가 된 트윗

복고, 레트로, 뉴트로가 대세라고들 하는데, mp3는 아직까지 그 열풍에 탑승하지 못했다. “LP는 예쁜 카페 같은 데서 실제로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mp3는 실제로 못 본 것 같아요.” 고등학생 허두연(18)군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mp3는 ‘뉴트로는 아닌 옛날 물건’으로 여겨진다. 급속도로 사라졌지만, 사라진 시기가 비교적 최근이다. 게다가 ‘아날로그’도 아니다. 실물이 존재해 오프라인에 나만의 컬렉션을 마련할 수 있는 바이닐 레코드나 카세트 테이프와 달리 mp3는 애매한 디지털의 산물이라, 파일이나 기기를 굳이 여러 개 모을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 연결해서나 확인할 수 있는 .mp3 확장자 파일을 폴더에 정리할 수 있을 뿐이다.
 
딱히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아닌데, 스마트폰보다 불편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mp3를 쓰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고, 늘어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아이팟이 갖고 싶었거든요. 그 당시 아이팟은 학생이 쓰기에는 너무 고가였고, 부모님께 선뜻 사 달라고 하기 어려웠죠.” 대학 선배가 쓰던 ‘아이팟 나노 3세대’를 얼마 전 구매했다는 김지현(30)씨가 〈에스콰이어〉에 한 말이다.
 
김씨는 주로 유튜브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당연히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무선 이어폰은 필수다. 이미 연식이 상당해 무선 이어폰 연결은커녕 배터리 충전도 잘 되지 않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mp3를 굳이 중고로까지 구매한 이유가 뭘까. “받아보는 순간 뭔가, 학창시절 소원성취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예쁘잖아요. 학교 다닐 때 mp3 듣던 추억도 생각나고요.” 김씨가 웃으면서 전한 말이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 종종 이를 활용한 ‘감성샷’을 올린다. 담긴 음악은 주로 학창시절 듣던 것들이다.
김씨처럼 ‘추억팔이’ 때문에 mp3를 구매한 사람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직장인 나효진(34)씨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mp3로만 음악을 듣는다. “CD나 바이닐을 수집하는 것처럼, 음원을 ‘소유’한다는 그 느낌이 좋아요.” 나씨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트리밍은 IP 계약 기간이 있으니까, 언젠가 이 음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mp3 파일을 갖고 있는 한은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잖아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까지는 아니지만, 그 나름의 ‘애매한 디지털 감성’인 것이다.
 
실제로 mp3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형 아이팟의 부품을 사용해 리폼한 아이팟 클래식 모델들을 판매하는 아이팟샵에 따르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아이팟 비디오 제품의 경우 주문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제품 리뷰에는 스스로를 ‘감성충’이라고 칭하는 구매자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어릴 때 사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비싸다고 거부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어른이 돼서 샀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mp3에 대한 추억을 가진 세대가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쓰는 ‘추억팔이’에 나선 셈이다.
 
지난 1년여 사이, 유튜브에도 mp3와 관련된 콘텐츠가 다수 게시됐다. ‘2000년대 인싸템’, ‘2020년에 느끼는 2000년대 감성’, ‘스마트폰 시대의 24비트 재생 mp3 플레이어 사용기’ 등의 제목이다. 반응들은 뜨겁다. 자신이 썼던 mp3의 모델명을 열거하며 “당장 사고 싶다”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mp3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는 이런 영상들의 여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닐 레코드와 카세트 테이프를 지나, mp3는 새로운 뉴트로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허군이 말했듯,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mp3는 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봤는데, 에어팟은 실제로 처음 봐요”라고 말하는 고등학생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그 때는 또 어떤 ‘추억팔이’가 흥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