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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현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 part.1
김정현에게 철종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승준, 천수호, 강동구, 고만수에 대해서도. 그는 그 어디에도 미련이나 영광을 남겨두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 김정현에게는 오직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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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현의 잔상들
」<철인왕후> 촬영은 이제 다 끝난 거죠?
네. 끝난 지 좀 됐습니다.
아, 사전제작이었나요?
원래는 사전제작으로 시작했는데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면서 방영 시기와 좀 많이 겹쳤죠. 그래서 아예 끝난 지는… 번외인 <대나무숲>(<철인왕후>의 2부작 에필로그) 촬영까지 끝난 건 한 달? 한 달이 조금 안 된 것 같아요.
한 달이면 이제 숨 좀 돌리겠네요.
지금은 아직 <철인왕후>가 방영 중이기 때문에 만끽하고, 즐기고 있죠. 최종화까지 나가고 나면 그것도 떠나보내줘야 하는 거겠지만요.

재킷, 팬츠 모두 디올 맨.
어제 방영본(18화)은 봤어요?
네. 그런데 제가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작품 통틀어서 철종이 가장 적게 나온 회차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대신 다른 배우들 연기를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겠네요.
그렇죠. 작품을 다 보는 거니까 다른 분들 연기도 보죠. 제가 사실은 제 연기는 잘 못 봐요.
잘 못 봐요?
네. 보기 좀 민망스러워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는데요. 뭐,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그런 것도 알 수 있으니까 보려고 노력해야죠.
그럼 주로 혼자 보겠네요. 지인이나 가족이랑 함께 보기보다는.
가족이랑 같이 보기도 하는데. 더 민망하죠. 그럴 때는 TV를 안 봐요, 제가. 고개를 돌리고, 가족들 리액션으로 ‘아 그랬구나’ 하고 대충 파악해요.
그래도 가족들은 정현 씨와 함께 정현 씨가 나오는 작품을 보는 걸 딱히 어색해하지 않나 보네요.
네. 뭐 어디가 좋았다는 얘기도 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어머님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세요. 고생했다고, 고생했을 것 같다고.
저도 잡지 나오면 꼭 부모님께 보내드리거든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자꾸 다른 에디터 얘기만 하더라고요. 걔가 이번에 그거 잘 썼더라 하시면서.
저희 부모님은 저에 대한 얘기만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는 폭파 장면만 나가도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하시고요. “어떡하지. 어머니 그거 다 연기예요. 작품 속 철종이지 정현이가 아닙니다. 너무 이입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은 드리는데, 자식이니까 그렇겠죠. 어쩔 수 없겠죠. 아버지도 고생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형도 같이 못 볼 때는 문자로 ‘철종 살아 있네’ 이렇게 툭 보내기도 하고요. 여동생도 그렇고.
그럼 정현 씨는 어떤 배우를 제일 감명 깊게 보고 있어요?
저요? 일단은 파트너인 신혜선 배우도 너무 잘하고, 항상 너무 고맙고요. 그런데 감명 깊게 본 배우라고 한다면 김태우 선배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애티튜드가 너무 좋으시거든요. 카메라에 안 잡히는 신인데도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시선도 잡아주시고, 대사도 해주시고, 감정도 어느 정도 맞춰서 연기까지 해주세요. 존경스럽고, 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선배님은 데뷔한 지 수십 년이 되셨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어린 친구들을 위해 배려해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시는 게 저한테는 뭐랄까… ‘선배의 자리란 저런 거구나’ 배운 것 같아요. 새롭고 진한 느낌으로.
김좌근 대감은 김태우 씨의 지난 연기들에 비해 뭘 그리 많이 하지는 않는 역할이잖아요. 동작이나 표정도 거의 없고, 속내도 거의 드러나지 않고. 그런데도 인물에 그런 무게감을 더하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아요. 장악하는 능력도 대단하신 것 같고.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이 그냥 선배님이 아니구나. 나도 연차가 쌓인다고 그냥 선배가 되는 건 아니겠구나. 어떤 선배, 어떤 동료로 남을 것인가는 매 순간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려 있겠구나’ 그랬죠.
저는 또 개인적으로는 차청화(최상궁) 씨도 대단한 것 같고, 이재원(홍별감) 씨 연기는 좀 신기해하면서 봤어요. 저런 재간둥이 연기를 하는데 대체 이 묘한 안정감은 뭘까 하고요.
재원이 형은 저도 초반에 현장에서 보면서 그랬거든요. 너무 차분하게 하는 거 아닌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늘 조곤조곤, 나긋나긋하니까요. 그런데 화면에서 보니까 그게 확장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되게 신비롭다, 연기가 참 좋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코트, 니트 베스트 모두 펜디. 팬츠 무홍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 플러스. 스니커즈 벨루티.
철종은 어떨까요? 철종의 신 중에 제일 좋았던 건 뭐예요?
아… 제 연기요.(웃음) 제가 한 연기들은 다 별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수릿날 연회 장면을 촬영한 날 감독님이 문자를 보내셨어요. “연기 너무 좋았어. 오늘 압권이었다.” 이렇게요. 평소에 그런 문자를 안 보내시는데 그날 처음 보내신 거라서, ‘어 그날 연기가 좋았나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시청자들의 경우에는 또 철종이 물에 빠진 중전을 구한 장면을 많이 기억할 것 같아요. 유튜브 클립 조회수만 봐도 그렇고.
그 장면이 큰 변환점이긴 했죠. 철종이 자기 안에 싹트고 있던 소용이에 대한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이기도 했고. 그리고 17부에 다다라서 ‘모든 걸 안고 간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중전을 두 번 죽이는 거다’ 하는 어떤 죄책감이 있었으니까. 저도 아마 그 장면을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역시 본인 연기에 대해서는 말씀 안 하시네요. (웃음) 저는 그 장면에서 ‘아 이래서 김정현 배우가 철종 역할을 해야 했구나’ 하고 감탄했거든요. 되게 묘한 감정을 이끌어냈잖아요. ‘노타치합시다’ 라는 대사는 웃긴데 동시에 그 안에 격정적 멜로가 있고, 비장미가 있고.
감사합니다. 기준은 항상 밖에 있는 거죠. 제가 그 장면의 연기를 뭐…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어제는 문득 생각나서 <철인왕후>를 1화부터 다시 한번 봤어요. 그게 또다시 보니까 새롭더라고요. 철종의 ‘연기를 하는’ 연기가.
아유,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칭찬만 쏟아놓고 있나요?
아뇨, 칭찬 많이 해주셔도 됩니다. 쑥스러워하지만 또 안으로는 아주 좋아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대놓고 할게요. 좋은 책은 다 읽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 들잖아요. <철인왕후> 초반의 연기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저한테.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남으면 좋겠네요. 지금 상황이 많이 제한적이잖아요.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답답하실 테고. ‘그때 <철인왕후> 보면서 울고 웃고 했었지’ 하는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또 꺼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주연을 맡았던 웹드라마 <빙구> 마지막 화에 그런 댓글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은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난다고.
그게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는 말인 것 같아요. 어쩌면 한 번 보고 잊힐 수 있었던 작품이 어떤 시기에, 어떤 감정과 맞물려서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정말 큰 영광이죠.
정현 씨에게는 그런 작품이 있을까요? 본인의 출연작 중에?
아….
없으면 없다고 말씀해주셔도 돼요.(웃음)
제가 나온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팍팍해져요. 저는 제 연기를 여러 번 보고 그러는 게 어렵거든요. 늘 좀 박한 기준으로 보게 되는데, 어쨌든 이제 바꿀 수 없는 결과물로 나온 거잖아요. 그걸 음미한다든가 그런 정도는 아직 못 되는 것 같아요. 모르죠. 좀 더 지나면 가능해질지도.
*김정현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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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오성윤
- FASHION EDITOR 고동휘
- PHOTOGRAPHER 김참
- PRODUCTION 장재영(그림공작소)
- STYLIST 이민형
- HAIR 문현철
- MAKEUP 오은주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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