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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현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이유 part.1

김정현에게 철종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승준, 천수호, 강동구, 고만수에 대해서도. 그는 그 어디에도 미련이나 영광을 남겨두고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 김정현에게는 오직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며.

BYESQUIRE2021.02.25
 
 

김정현의 잔상들

 
〈철인왕후〉 촬영은 이제 다 끝난 거죠?
네. 끝난 지 좀 됐습니다.
아, 사전제작이었나요?
원래는 사전제작으로 시작했는데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면서 방영 시기와 좀 많이 겹쳤죠. 그래서 아예 끝난 지는… 번외인 〈대나무숲〉(〈철인왕후〉의 2부작 에필로그) 촬영까지 끝난 건 한 달? 한 달이 조금 안 된 것 같아요.
한 달이면 이제 숨 좀 돌리겠네요.
지금은 아직 〈철인왕후〉가 방영 중이기 때문에 만끽하고, 즐기고 있죠. 최종화까지 나가고 나면 그것도 떠나보내줘야 하는 거겠지만요.
 
재킷, 팬츠 모두 디올 맨.

재킷, 팬츠 모두 디올 맨.

어제 방영본(18화)은 봤어요?
네. 그런데 제가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작품 통틀어서 철종이 가장 적게 나온 회차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대신 다른 배우들 연기를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겠네요.
그렇죠. 작품을 다 보는 거니까 다른 분들 연기도 보죠. 제가 사실은 제 연기는 잘 못 봐요.
잘 못 봐요?
네. 보기 좀 민망스러워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는데요. 뭐,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그런 것도 알 수 있으니까 보려고 노력해야죠.
그럼 주로 혼자 보겠네요. 지인이나 가족이랑 함께 보기보다는.
가족이랑 같이 보기도 하는데. 더 민망하죠. 그럴 때는 TV를 안 봐요, 제가. 고개를 돌리고, 가족들 리액션으로 ‘아 그랬구나’ 하고 대충 파악해요.
그래도 가족들은 정현 씨와 함께 정현 씨가 나오는 작품을 보는 걸 딱히 어색해하지 않나 보네요.
네. 뭐 어디가 좋았다는 얘기도 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어머님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세요. 고생했다고, 고생했을 것 같다고.
저도 잡지 나오면 꼭 부모님께 보내드리거든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자꾸 다른 에디터 얘기만 하더라고요. 걔가 이번에 그거 잘 썼더라 하시면서.
저희 부모님은 저에 대한 얘기만 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어머니는 폭파 장면만 나가도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하시고요. “어떡하지. 어머니 그거 다 연기예요. 작품 속 철종이지 정현이가 아닙니다. 너무 이입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은 드리는데, 자식이니까 그렇겠죠. 어쩔 수 없겠죠. 아버지도 고생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형도 같이 못 볼 때는 문자로 ‘철종 살아 있네’ 이렇게 툭 보내기도 하고요. 여동생도 그렇고.
그럼 정현 씨는 어떤 배우를 제일 감명 깊게 보고 있어요?
저요? 일단은 파트너인 신혜선 배우도 너무 잘하고, 항상 너무 고맙고요. 그런데 감명 깊게 본 배우라고 한다면 김태우 선배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애티튜드가 너무 좋으시거든요. 카메라에 안 잡히는 신인데도 항상 그 자리에 서서 시선도 잡아주시고, 대사도 해주시고, 감정도 어느 정도 맞춰서 연기까지 해주세요. 존경스럽고, 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선배님은 데뷔한 지 수십 년이 되셨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어린 친구들을 위해 배려해주시고 같이 호흡해주시는 게 저한테는 뭐랄까… ‘선배의 자리란 저런 거구나’ 배운 것 같아요. 새롭고 진한 느낌으로.
김좌근 대감은 김태우 씨의 지난 연기들에 비해 뭘 그리 많이 하지는 않는 역할이잖아요. 동작이나 표정도 거의 없고, 속내도 거의 드러나지 않고. 그런데도 인물에 그런 무게감을 더하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아요. 장악하는 능력도 대단하신 것 같고.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이 그냥 선배님이 아니구나. 나도 연차가 쌓인다고 그냥 선배가 되는 건 아니겠구나. 어떤 선배, 어떤 동료로 남을 것인가는 매 순간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려 있겠구나’ 그랬죠.
저는 또 개인적으로는 차청화(최상궁) 씨도 대단한 것 같고, 이재원(홍별감) 씨 연기는 좀 신기해하면서 봤어요. 저런 재간둥이 연기를 하는데 대체 이 묘한 안정감은 뭘까 하고요.  
재원이 형은 저도 초반에 현장에서 보면서 그랬거든요. 너무 차분하게 하는 거 아닌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늘 조곤조곤, 나긋나긋하니까요. 그런데 화면에서 보니까 그게 확장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되게 신비롭다, 연기가 참 좋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코트, 니트 베스트 모두 펜디. 팬츠 무홍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 플러스. 스니커즈 벨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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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종은 어떨까요? 철종의 신 중에 제일 좋았던 건 뭐예요?
아… 제 연기요.(웃음) 제가 한 연기들은 다 별로인 것 같아요. 그래도 수릿날 연회 장면을 촬영한 날 감독님이 문자를 보내셨어요. “연기 너무 좋았어. 오늘 압권이었다.” 이렇게요. 평소에 그런 문자를 안 보내시는데 그날 처음 보내신 거라서, ‘어 그날 연기가 좋았나 보다’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시청자들의 경우에는 또 철종이 물에 빠진 중전을 구한 장면을 많이 기억할 것 같아요. 유튜브 클립 조회수만 봐도 그렇고.
그 장면이 큰 변환점이긴 했죠. 철종이 자기 안에 싹트고 있던 소용이에 대한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이기도 했고. 그리고 17부에 다다라서 ‘모든 걸 안고 간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중전을 두 번 죽이는 거다’ 하는 어떤 죄책감이 있었으니까. 저도 아마 그 장면을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역시 본인 연기에 대해서는 말씀 안 하시네요. (웃음) 저는 그 장면에서 ‘아 이래서 김정현 배우가 철종 역할을 해야 했구나’ 하고 감탄했거든요. 되게 묘한 감정을 이끌어냈잖아요. ‘노타치합시다’ 라는 대사는 웃긴데 동시에 그 안에 격정적 멜로가 있고, 비장미가 있고.
감사합니다. 기준은 항상 밖에 있는 거죠. 제가 그 장면의 연기를 뭐…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어제는 문득 생각나서 〈철인왕후〉를 1화부터 다시 한번 봤어요. 그게 또다시 보니까 새롭더라고요. 철종의 ‘연기를 하는’ 연기가.
아유,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칭찬만 쏟아놓고 있나요?
아뇨, 칭찬 많이 해주셔도 됩니다. 쑥스러워하지만 또 안으로는 아주 좋아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대놓고 할게요. 좋은 책은 다 읽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 들잖아요. 〈철인왕후〉 초반의 연기가 그렇게 느껴졌어요, 저한테.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남으면 좋겠네요. 지금 상황이 많이 제한적이잖아요.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답답하실 테고. ‘그때 〈철인왕후〉 보면서 울고 웃고 했었지’ 하는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또 꺼내볼 수 있는 작품으로.
주연을 맡았던 웹드라마 〈빙구〉 마지막 화에 그런 댓글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은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난다고.
그게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는 말인 것 같아요. 어쩌면 한 번 보고 잊힐 수 있었던 작품이 어떤 시기에, 어떤 감정과 맞물려서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정말 큰 영광이죠.
정현 씨에게는 그런 작품이 있을까요? 본인의 출연작 중에?
아….
없으면 없다고 말씀해주셔도 돼요.(웃음)
제가 나온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팍팍해져요. 저는 제 연기를 여러 번 보고 그러는 게 어렵거든요. 늘 좀 박한 기준으로 보게 되는데, 어쨌든 이제 바꿀 수 없는 결과물로 나온 거잖아요. 그걸 음미한다든가 그런 정도는 아직 못 되는 것 같아요. 모르죠. 좀 더 지나면 가능해질지도.
 
*김정현의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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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오성윤
  • FASHION EDITOR 고동휘
  • PHOTOGRAPHER 김참
  • PRODUCTION 장재영(그림공작소)
  • STYLIST 이민형
  • HAIR 문현철
  • MAKEUP 오은주
  • ASSISTANT 이하민/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