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식의 세계에서 언제나 조져지는 것은 나였다

하지만 언제나 조져지는 것은 나였다.

BYESQUIRE2021.03.12
 
 

하지만 언제나 조져지는 것은 나였다

 
바야흐로 ‘대주식 시대’다. 수많은 사람이 주식시장 어딘가에 숨겨진 비보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곳곳에서 심 봤다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누군가 주식시장에서 찾아낸 ‘심’은 인터넷 세상 어딘가에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명예의 전당을 이룬다. 사람들은 이를 둘러보며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과감하게 “주식 조지고 올게!”를 외치던 친구 A의 모험담이다.
 
A는 원래 주식에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어느 날 단톡방에서 주식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 친구가 ‘곱버스’라는 것을 활용하여 수익이 쏠쏠했다는 것이다. 원래 뜻은 ‘곱하기’와 기초지수(KOSPI 200지수) 종목의 반대로 추정하도록 설계된 상품인 ‘인버스(inverse)’를 합성한 것으로, 그에 따르면 곱버스란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었다. A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식이 떨어지면 돈을 잃기 마련인데, 주식이 떨어지는데 돈을 번다니 이게 대관절 무슨 소리인가 싶었던 것이다.
 
A가 곱버스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식시장이 무려 30% 폭락하며 시장의 하락에 돈을 걸었다던 A의 친구는 어느새 중형차 한 대를 구매할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A는 친구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난 돈으로 그렇게 투자를 한 거냐고. 친구는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다고 했다. 다음 날 A의 손에는 신용대출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 코로나 대유행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주식시장은 더더욱 떨어질 것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는 딱히 없었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시장이 휘청거렸고, 아마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A는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친구가 추천한 ‘곱버스’ ETF의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날 이후 A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매 시각 주식 시세의 변화를 관찰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첫 며칠은 즐거웠다. 주가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A도 약간의 수익을 거두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이 상승했고 수익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초조해진 A는 인터넷의 각종 주식 정보 포털과 커뮤니티를 찾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노 젓는 소리를 내고 있었으나 딱히 건질 만한 정보는 없어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주식거래 앱의 잔고 화면에 뜬 숫자가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수익이 손실로 전환되는 구간이었다.
 
처음 맛보는 손실에 어쩔 줄 몰라 하던 A는 정보를 찾아 헤매다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물을 타니, 불을 타니 하면서 계속 무언가를 타고 있었다. 듣자 하니 물타기는 손실을 보았을 경우 처음 매수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추가로 매수하여 소위 ‘평균단가’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A는 신용대출에서 돈을 더 덜어내어 ‘곱버스’를 추가로 매수했다. 사람들이 이야기한 대로 평균단가가 낮아져서인지 손실률이 어쩐지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주식시장은 다시 하락했다. 2020년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날은 A가 붉은색 숫자를 다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그 이후 한국의 주가지수는 정확히 10개월간 약 두 배가 올랐다. 그 말인즉 A의 손실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곱버스’ ETF의 손실은 60%가 넘었고 A에게 남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마이너스 통장 잔고와 도무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식 잔고뿐이었다. “주식 조지고 온다”며 과감하게 은행으로 향하던 그는 1년 만에 결국 본인이 조져지고 만 것이다.
 
사실 A는 나의 실제 친구가 아니다. 다만 각종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막대한 손해를 입은 수많은 주식 초보들의 스토리를 재구성한 것이다. 한 번이라도 투자를 해본 사람은 초보 시절에 A가 겪은 일들 중 하나 정도는 경험하고 지나갈 것이다. 당연하다. A가 한 행동들은 대표적인 ‘나쁜 투자 습관’들을 하나하나 열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0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이 가장 큰 폭의 주가지수 상승세를 기록한 해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돈뭉치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것과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되며 삼성전자 등 시장 대형주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사실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언제나 상승하지 않는다. 특히 주식시장의 하락은 그 특성상 상승할 때보다 그 폭이 훨씬 더 크고 급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에게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만약 자신이 ‘주린이’라면, 많은 수익을 올릴 생각보다는 내 돈을 지키는 방법부터 가장 먼저 궁리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절대로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A는 자신의 돈을 지키는 첫 번째 관문에서 탈락했다. ‘빚’을 내어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진 돈이 적더라도 주식은 여윳돈으로 사야 한다. 빚을 내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이자가 사람을 성급하게 만들고, 이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이런 ‘몰빵 투자’를 주식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경우 투자의 3대 나쁜 습관이 완벽하게 완성된다. 근본적으로 주식시장 하락에 돈을 거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모임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이 구성하는 ‘경제’가 성장하는 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시장은 가끔 단기적으로 하락하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회복하지 못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상승의 확률이 더욱 높은 시장에서, 잠깐 동안의 하락 구간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곱버스’ 투자를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명궁이라도 달 표면 위에 있는 동전은 맞추지 못하는 것처럼.
 
“열심히 주식 공부해 매매한 나보다 냉장고가 예쁘다며 삼성전자를 산 와이프가 더 많이 벌었다”는 우스갯소리가 한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런데 사실 맞는 말이다.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심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에는 어느 정도 운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잃지 않는 것은 철저히 각자가 ‘얼마나 올바른 투자 습관을 갖고 있느냐’라는 단 한 가지 변수로 결정된다. 주식시장에서 많은 부를 쌓은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모습은 결국 나쁜 투자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Who's the writer?
힝고는 펀드 매니저다.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가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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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WRITER 힝고
  • illustrator 이은호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