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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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현장인 미국과 자국만의 아카데미를 따로 시상하는 영국에서 윤여정만큼 눈길을 끈 건 영화 〈노매드 랜드〉의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였다. 양국의 아카데미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는 〈노매드 랜드〉에서 개인적인 문제에서 회복 중인 60대 여성 페언으로 분했다.
광활한 미국의 풍경을 담은 이 영화는 2011년을 배경 삼아 시작된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엠파이어에 위치한 석고 공장이 폐쇄되며 페언의 고향은 유령 마을로 변한다. 페언은 자신의 집을 잃고 남편마저 암으로 잃게 된다. 관객들은 남편의 모습을 손때 묻은 사진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놓칠 것도 없게 됐을 때, 삶이 산산조각 났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페언은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페언은 밴을 타고 고향을 떠난다. 영화는 페언의 이런 모습을 뒤쫓는다. 페언은 미국 서부의 네바다, 네브래스카, 애리조나, 사우스다코타, 캘리포니아를 떠돌며 다른 떠돌이들과 친분을 맺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떠돌이의 다수는 실명을 사용하는 일반인으로, 이들은 현대적인 방랑 생활의 미덕을 찬양한다. 페언은 매 계절별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 비트 뿌리를 수확하고, 트레일러 파크에서 일하며, 아마존에서 상자를 포장하기도 한다. 동시에 그녀는 살아간다. 웅덩이에서 벌거벗은 채 목욕을 하고, 산 위를 쏘다니며, 모든 순간을 흡수한다. 혼자 있을 때 그녀의 모습은 가장 행복해 보인다.
〈노매드 랜드〉는 엄청난 수상 기록을 남겼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물론, 작품상과 감독상도 수상했다. 지난 2월 골든 글로브에서는 극영화 작품상을 받았다.
그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영화는 우리가 생산적인 용도를 다했을 때 존재의 이유를 찾는 방법을 아름답고 나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맥도먼드의 연기 역시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훌륭하다.
좀 더 전반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세상의 거대함과 인간의 왜소함을 다룬다. 페언 주변의 모든 것은 이 세상의 규모를 상징한다.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세콰이어, 사우스다코타의 월 드러그스토어 밖에 있는 25m 수준의 공룡 모형, 그리고 아마존의 창고와 사막의 지평선 너머 드넓게 펼쳐진 로키산맥까지. 페언은 자신을 의미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자유를 느꼈을까? 그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할까?
혹시 그런 철학적인 질문에 관심이 없더라도 〈노매드 랜드〉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광활한 하늘 때문에라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굉장한 구름들이 나온다. 〈노매드 랜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드넓은 세상을 동경하게 하는 영화다. 해외 여행길이 요원해진 지금, 언젠가 다시 만날 광활한 하늘과 땅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