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아빠 필독, "그래서 제일 좋은 미니밴이 뭔데?"

거대한 미니밴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다둥이 아빠의 마음으로 꼼꼼하게 비교하며 살폈다.

BYESQUIRE2021.05.27
 
 

PEOPLE MOVERS

 

RUNNERS

미니밴은 가족을 위한 차다. 단순히 차가 크고 여러 명이 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디자인 혹은 성능 때문에 대형 SUV를 선택한 독신주의자는 있어도 1인 가구인데 미니밴을 끄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옆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도어, 운전석보다 넓고 편안한 2열 시트, 디럭스 유모차쯤 우습게 품는 트렁크 등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미니밴의 편리함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니밴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의 국내 미니밴 판매량을 보면 전년 대비 약 87% 늘었다. 판매를 주도한 건 단연 기아 카니발이다. 1/4분기에만 3만여 대를 팔아 치우며 국산차 전체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토요타와 혼다가 뒤따른다. 지난 2월엔 혼다 오딧세이, 4월엔 토요타 시에나가 출시됐다. 오딧세이는 부분 변경, 시에나는 세대 변경 모델이다.
 
비교하기 좋아하는 ‘차쟁이’라면 이쯤에서 자연스레 드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래서 셋 중 뭐가 제일 좋은데?” 글쎄, 판매량으로만 대답한다면 결론은 이미 명확하다. 카니발의 압승이다.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카니발의 점유율은 줄곧 95% 이상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국산차와 수입차를 판매량만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쏘나타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보다 많이 팔렸다고 해서 쏘나타를 중형 세단 중 가장 좋은 차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게다가 북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카니발 판매량 대비 오딧세이는 약 6.5배, 시에나는 약 3배 더 많이 팔린다.
 

 

SIENNA

PERFORMANCE
국내에 출시된 최초의 하이브리드 미니밴이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를 더했다. 이전 모델인 V6 가솔린 모델에 비해 출력은 약 50마력 낮아졌지만, 연비가 리터당 8km 수준에서 13km까지 대폭 향상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속일 땐 전기모터만으로 달리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어 매우 조용하다. 전기모터는 구조적 특성상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를 발휘하므로 덩치 큰 시에나가 부드럽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출퇴근길에서 유용하다.
 
무단 변속기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변속 충격이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가속이 더디다. 저속일 땐 그나마 전기모터가 더딘 가속을 보완해주지만, 고속에서 추월을 해야 할 땐 출력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다른 2대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다는 것도 염두에 둘 부분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자질구레한 단점은 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 하나만으로 전부 상쇄된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이 1순위라면 단연 시에나가 으뜸이다.
 
 
INTERIOR & TECH
이전 모델에 비하면 인테리어가 한결 산뜻해졌다. 앙상하던 플라스틱 기어 레버를 가죽을 씌운 두툼한 형태로 바꿨고, 센터페시아에 불필요한 버튼을 걷어내 간결한 디자인을 연출했다. 또한 매립되어 있던 디스플레이를 대시보드 위로 끄집어내는 트렌드도 충실히 따랐다. 가로로 배치됐던 컵 홀더를 기어 레버 옆에 세로로 배치한 것도 운전자를 위한 소소한 인체공학적 배려다. 에어백 개수가 안전을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시에나에는 에어백이 10개나 달려 있다.
 
여기까진 2WD와 AWD 모델에 공통 적용되는 사양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2, 3열 승객을 위한 11.6인치 LCD 패널, 회장님 의자가 부럽지 않은 오토만시트는 그렇지 않다. 전부 2WD 모델에만 탑재되어 있다. 굳이 네바퀴 굴림 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2WD 모델을 선택하는 편이 나은 이유다. 토요타 코리아는 편의 사양이 그득한 2WD 모델을 6400만원, AWD 모델은 6200만원에 내놓았다. 2WD 모델이 AWD 모델보다 비싼 경우는 이례적이다.
 
 
BENEFIT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 50만원이 2021년 1월 1일부로 폐지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환경부는 순수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뒤집어 말하면, 올해와 내년까진 최대 170만원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에나는 도시혼잡통행료도 공짜다.
 
시에나는 JBL 오디오가 기본 사양이다. 12개의 스피커에서 뿜어내는 소리가 운전석부터 3열까지 고르게 울려 퍼진다.

시에나는 JBL 오디오가 기본 사양이다. 12개의 스피커에서 뿜어내는 소리가 운전석부터 3열까지 고르게 울려 퍼진다.

TOYOTA SIENNA HYBRID AWD
파워트레인 2487cc I4 가솔린+전기모터, 무단 변속기
길이×너비×높이 5175×1995×1775mm
최고 출력 246마력
최대 토크 24.1kg·m
가격(VAT 포함) 6200만원
 

 

CARNIVAL

PERFORMANCE
지난해 8월, 4세대 모델로 돌아온 카니발은 세대 변경 모델답게 파워트레인은 물론 뼈대까지 전부 새롭게 바꿨다. 엔진은 2.2 디젤 모델과 3.5 가솔린 모델이 있는데 2.2 디젤의 인기가 더 높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NVH(Noise, Vibration, Harshness)’의 감소다. 지긋지긋한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공명음’ 문제도 대폭 개선됐다. 현대자동차는 “차체 앞부분의 설계를 대폭 수정해 진동과 소음을 줄였다”고 밝혔다.
 
물론 태생적 한계는 존재한다. “이 차가 디젤 엔진인 줄 전혀 몰랐어요”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분명 잔 진동과 소음이 있다. 그 정도가 이전 세대 모델보다 나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고 출력인 202마력은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답답한 기색 없이 차를 곧잘 밀어낸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일정한 편이어서 현대자동차 세단이나 SUV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INTERIOR & TECH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2.3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다. 계기반부터 센터페시아까지 가로로 길게 이어진 디스플레이는 보기도, 사용하기도 쉽다. 시에나와 오딧세이도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하긴 했지만, 12.3인치 디스플레이에 비하면 초라하다. 3세대 카니발에 적용되지 않았던 차로 이탈 방지(LKA)가 신형 카니발에는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로 중앙으로 똑똑하게 달린다. 덕분에 장거리 운전을 하더라도 피로도가 적다. 카메라 화질도 훌륭하다. 노이즈가 가득해 세기말 감성을 풍기는 어느 미니밴의 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카니발을 가장 호화롭게(?) 타는 방법은 2열에 앉는 것이다. 기아가 ‘릴랙션 시트’라고 부르는 2열 시트에 앉으면 거의 누운 것 같은 자세가 된다. 등받이가 한껏 젖혀지는 건 기본이고 레그 서포트가 종아리와 발까지 부드럽게 떠받친다. 제원표를 확인했을 땐 카니발의 휠베이스가 가장 긴 데다 앞바퀴 굴림이기 때문에(뒷바퀴 굴림 혹은 네바퀴 굴림은 구조적으로 뒷부분 공간이 좁다) 실내 공간 역시 가장 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BENEFIT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7인승, 9인승, 11인승이 있고 취향에 따라 넣고 뺄 수 있는 ‘옵션 경우의 수’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전 모델 대비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경쟁 모델에 비해 1000만~1500만원 저렴하다. 또한 버스전용차로 주행이 불가능한 다른 미니밴과 달리, 카니발은 9인승 모델에 6인 이상 탑승했을 경우에 한해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
 
C필러에 독특한 입체 패턴의 크롬 장식을 넣었다. A필러와 대칭을 이루며 카니발의 디자인 콘셉트인 ‘웅장한 볼륨감’을 강조한다.

C필러에 독특한 입체 패턴의 크롬 장식을 넣었다. A필러와 대칭을 이루며 카니발의 디자인 콘셉트인 ‘웅장한 볼륨감’을 강조한다.

KIA CARNIVAL SIGNATURE
파워트레인 2199cc I4 디젤, 8단 자동
길이×넓이×높이 5155×1995×1740mm
최고 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 45kg·m
가격(VAT 포함) 4435만원
 

 

ODYSSEY

▶PERFORMANCE
자꾸 속도를 높이고 싶다. 머리로는 ‘미니밴은 이렇게 타는 차가 아니야’라고 알고 있지만, 가슴은 자꾸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라고 재촉한다. V6 자연흡기 엔진이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속도도 함께 차곡차곡 쌓인다. 여기에 ‘스포티 한스푼’을 더하고 싶다면 패들 시프트를 적극 사용해도 좋다. 패들 시프트는 수동 변속기처럼 운전자가 주행 중 임의로 기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제대로 사용하면 촘촘하게 구성된 오딧세이의 자동 10단 변속기의 성능을 120% 끌어낼 수 있다.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고속으로 달릴 때 들리는 풍절음도 비교적 적다.
 
V6 자연흡기 엔진으로 펑펑 기름을 뿌리고 다녔으니 평균 연비가 좋을 리 없다고? 반만 맞는 말이다. 갑자기 큰 힘을 끌어내는 상황만 제외하면 오딧세이의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은 6개의 엔진 실린더 중 3개를 가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속 주행을 할 땐 6기통이 아닌 3기통이 되는 셈이다. 당연히 운전자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INTERIOR & TECH
오딧세이 인테리어의 핵심은 둘째 열이다. 자녀가 있는 운전자에겐 ‘매직 슬라이드 2열 시트’가 특히 중요하다. 보통 자동차 시트를 수식할 때 ‘컴포트’나 ‘럭셔리’ 같은 표현을 자주 쓰는데 ‘매직’은 오딧세이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 시트는 정말 마법 같다.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찔끔도 아니고 무려 두 뼘 이상 움직인다. 혹시 ‘그게 왜 마법이지?’라고 눈만 끔뻑이고 있다면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보자. 2열 카시트에 어린아이를 앉힌 후 운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애착 인형을 떨어뜨리더니 안아달라고 보채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라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당신의 팔이 농구선수만큼 길지 않다면 인형을 주워줄 수도, 아이를 달래줄 수도 없다. 이때 미리 시트를 운전석 쪽으로 끌어당겨 놓았다면 한 손으론 운전대를, 다른 한 손으론 아이의 몸을 토닥거리는 게 가능하다. 굳이 어린 자녀를 위하지 않더라도 매직 슬라이드 시트를 좌우로 움직이면 3열로 진입하기 수월하다.
 
 
▶BENEFIT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진공청소기가 없다. 예전 모델은 트렁크 벽면에 작지만 강력한 성능의 진공청소기가 부착되어 “차에서 과자 흘리지 마!”라고 꾸짖지 않는 자상한 아빠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해당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에 문제가 생겨 2021년형부터는 모든 오딧세이에서 청소기가 빠졌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 더. 오딧세이는 운전석 시트 바로 아래에 스페어타이어가 있다. 시트와 발판을 걷어내면 작은 공간이 드러나는데 그 안에 스페어타이어가 숨겨진 보물상자인 양 들어가 있다. 참고로 스페어타이어가 딸린 미니밴은 오딧세이밖에 없다.
 
오딧세이의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이는 건 기본, 좌우로도 시트를 움직일 수 있다. 패밀리 카답다.

오딧세이의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이는 건 기본, 좌우로도 시트를 움직일 수 있다. 패밀리 카답다.

HONDA ODYSSEY ELITE
파워트레인 3471cc V6 자연흡기 가솔린, 10단 자동
길이×넓이×높이 5235×1995×1765mm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6.2kg·m
가격(VAT 포함) 5790만원
 

 

ROUND-UP

정리할 시간이다. 일단 가격표는 잠시 구석으로 미루어두겠다. “그 돈이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운전석에서 내려다보이는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 장비는 카니발의 압승이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승차감이 개선된 것도 긍정적이다. 시에나는 하이브리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연비, 출력, 정숙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덩달아 높아진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오딧세이는 미니밴계의 조상답게 탄탄한 주행 실력과 차별화된 시트 구성이 돋보인다. 뒷자리에 가족이 없을 땐 짧게나마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미니밴이 어차피 거기서 거기지’라고 뭉뚱그리기엔 각 차가 지닌 매력이 분명히 다르다. 어느 부분에 가산점을 주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정도로 치열하다. 그러니 미니밴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카탈로그보다 자신의 운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들여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