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국내 조명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대표작 네 개
특별한 조명에 특별한 여름밤이 깃들지니.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조명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대표작 네 개.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
LET THERE BE LIGHT
」GHOST CASPER

GHOST CASPER/ 35만원.
우선 기본적으로 주문 생산 방식을 따른다. 그런데 카탈로그가 없다. 유리 작업의 특성상 완전히 같은 모양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과감히 없앤 것이다. 노동량과 긴 공정을 감안하면 가격도 그리 전략적으로 산정됐다고 보기는 힘들며, 유리 속에 필름, 깃털, 비닐 같은 재료를 넣어 전구를 만들고 비정형으로 빚어내는 미감 역시 대중성보다는 작가의 취향에 골몰한 결과일 테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특성들이 글로리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노동량에 비해 저렴하다고 하셨지만 사실 이 가격이면 유명한 수입 조명도 살 수 있거든요. 글로리홀을 구매하는 분들은 이 공정의 가치를 생각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가치를요. 다른 것, 이상한 것, 거기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녀가 ‘여름밤을 위한 조명’으로 꼽는 작품은 펜던트 조명인 고스트 캐스퍼다. 어두운 실내에서 마주치면 정말 둥둥 떠 있는 귀신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름에는 빛도 서늘한 게 좋잖아요. 귀여운 서늘함이 있을 거예요.”
gloryholelightsales.com
LF03

LF03/ 300만원.
그의 작품들 역시 대체로 한지의 특성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레이어스(Layers) 시리즈는 겹친 정도와 접는 방식에 따라 투과성은 물론 빛의 색온도, 질감까지 달라지는 성격에 착안한 것이다. 하나의 한지 안에서도 폭넓은 음영이 표현된다는 것. 어떤 한지장이 어떤 방식으로 만든 한지인가의 범주까지 넘어가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진다. 물론 사용자가 그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작품들의 과묵한 이름에서 드러나듯 (예를 들어 이 페이지에 소개된 LF03은 ‘레이어스 시리즈 플로어 램프 3번’을 표현한 것이다) 권중모 작가는 표방이나 강요를 무엇보다 싫어하는 작가이며, 그의 집요한 탐색은 오직 감각을 위한 것이다.
“조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빛마다의 느낌이 있잖아요. 바람의 느낌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한밤에 한지를 통해 비치는 조명은, 바람에 비유하자면, 쳐놓은 발 아래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같아요. 에어컨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질리지 않게 은근히 공간을 채우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껴요.”
@jungmo_kwon
BLANKWIND

BLANKWIND / 미디엄 150만원, 스몰 70만원.
다양한 재료의 실험을 거쳐 도달한 답은 아크릴이었다. 빛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소재. 즉 조명이라는 결과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영감에 부응하는 형상을 만들고 나중에야 조명 기능을 더한 것인데, 이런 작업 과정이야말로 쉘위댄스의 미적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아슬아슬하고 미약한 사용성을 가진 물건이 선사하는 공허한 아름다움.’ 그리고 이렇듯 미술품 오브제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기에, 작업의 해석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굉장히 열린 자세를 취한다.
“블랭크윈드에 여름밤 불빛이 반사되면 청량하게 부딪히는 파도가 연상되기도 해요. 표면의 잔잔한 웨이브를 보며 서핑하는 상상을 해보면 시원함이 밀려드는 여름밤의 무드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했듯 블랭크윈드는 공기의 움직임과 일렁이는 호수에 착안한 제품. 하지만 파도가 되거나 유령이 되거나, 결국 그건 사용자의 마음이 조응하는 바에 달렸다는 뜻이다.
@shall.we.dan.ce
CIRKUS

CIRKUS / 95만8000원.
국산 조명 브랜드 아고라이팅은 그런 배경 속에 탄생했다. 모든 조명은 국내 제조업체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며,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국산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보다는 국내외 독립 디자이너와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는 운영 방식도 국내 시장에서는 새로운 시도. 하지만 첫선을 보인 8종 중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은 컬렉션은 단연 브랜드 디렉터인 유화성 작가의 조명 서커스였다.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U자 모듈이 벽등, 트랙형 조명, 샹들리에 형태로 변용되는 콘셉트로 조형성은 물론 기능성과 확장성까지 잡았기 때문이다.
“바이마스에서는 일체의 클라이언트 없이 제 디자인 실험을 개진했다면 아고라이팅의 서커스나 모찌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더 많은 요인을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공을 덜 들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도전적인 측면도 있었거든요. 특히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이는 제품은 프로세스에서 여러 결정과 판단이 필요한, 외부에서 보기에도 진행이 어려워 보이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간명하면서도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조명, 서커스는 이 다양한 요소들이 융합된 결과라는 뜻이다. 스톡홀름과 을지로, 디자인 실험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효율성과 복잡성, 그 모든 것이.
agolighting.com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신선혜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
JEWELLERY
#부쉐론, #다미아니, #티파니, #타사키, #프레드, #그라프, #발렌티노가라바니, #까르띠에, #쇼파드, #루이비통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