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휴대폰 속 ‘투고(To-go) 리스트’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의 검증을 거친 시오는 각자 다른 취향을 가진 미식가들조차 공통적으로 메모장에 적어 두곤 하는 연희동 대표 맛집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는 내부, 귀여운 고양이들이 참견이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등장하는 메뉴판 등 이곳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손님들은 일찌감치 카메라를 켜고 연신 찰칵찰칵 사진부터 찍기 바쁘다. 반달 모양 쟁반에 가지런히 놓여나오는삼색 야키토리는 부드러운 닭다리살과 감칠맛 도는 간장소스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시오의 시그너처 메뉴다. 더운 여름에는 일본식 냉면이라 불리는 히야시추카가 인기인데,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육수에 담긴 쫄깃한 면발을 후루룩 먹으면 분주하게 사진을 찍던 손님들도 냉큼 카메라 대신 수저를 손에 든다.
언뜻 이름만 들어서는 환상적 배경의 어느 소설책 제목 같다. 그 느낌 그대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촌의 좁은 골목길 어귀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누하의 숲은, 발견하는 순간 일본의 작은 시골집을 찾은 듯 정겨운 장면이 펼쳐져 미소를 짓게 한다. 분홍색 벚꽃이 반겨주는 입구를 지나 가정집을 개조한 내부에는 흘러간 세월의 조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덕수궁과 경복궁 인근을 한참 산책하다 자연스레 소문을 듣고 문득 들른 경우가 대다수다. 오랜 시간 걷고 난 뒤 맛보는 촉촉한 식감의 치킨 남방정식과 시원한 하이볼 한 잔은 그야말로 숲속에 온 것 같은 평온한 기분을 선사한다. 한옥들 사이 둘러싸인 일식당 풍경만큼 재미있는 누하의 숲의 비밀 아닌 비밀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함께 운영한다는 사실. 소박한 한 끼 식사로 힐링을 얻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누하의 숲은 남녀노소 모두를 포근하게 어루만지며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독립소반의 이름은 ‘동사무소’였다. 소보로동, 바삭치킨동 등 먹음직스러운 갖가지 ‘동’ 메뉴를 선보이던 이곳은,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청년 키움 식당’ 중 하나로 올해 5월 처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약 한 달 전 지금의 독립소반으로 새롭게 재탄생해 소반 위 변함없이 정성이 담긴 음식을 제공해왔다. 그릇 가득 소담스럽게 내어주는 독립소반의 각 돈부리에는 저마다 다른 특제 간장 소스가 곁들여져 더욱 특별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자 공들인 두 셰프의 노력은 후쿠오카 미트 파스타, 파스타 치킨 탁! 같은 파스타 메뉴에도 온통 배여 있다. 퓨전 방식으로 조합한 파스타 메뉴 속 여러 재료들은 입 안에 색다른 즐거움을 불어넣고, 그들의 목표이자 슬로건인 ‘자그마한 밥상에 큼지막한 밥심을’을 구현하며 온몸에 따뜻한 에너지를 전한다.
일본 가정식의 매력 중 하나는 알록달록한 색이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온기정 역시 노랗게 물든 건물 외관부터 괜스레 호감을 느끼게 하는 귀여운 매력을 지녔다. 누군가를 꼭 끌어안는 듯한 두 팔 그림의 간판 너머 가게 안에는 연둣빛 소파들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메뉴판의 사진 속 형형색색 메뉴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주문한 다음 기다리면, 그릇을 도화지 삼아 물감처럼 다채로운 빛깔로 꾸며진 음식들이 하나 둘 나온다. 초록색 채소와 붉은 고기, 연한 주황색을 띠는 연어, 샛노란 달걀말이 등 오색찬란한 하카타 벤또 정식은 특히나 풍성한 색이 담겨 먹는 맛은 물론 보는 맛까지 더한다. 하얀 밥 위에 새우와 고추, 단호박 등을 노릇노릇 튀겨 푸짐하게 쌓아 올린 텐동도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만 같다. 예쁘고 맛있기까지 한 온기정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난 이들은 다들 문을 나서며 근사한 대접이라도 받은 듯 흡족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곤 한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