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 19 바이 윈저는 19년 숙성한 프리미엄 스카치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었다. 알코올 도수 32.5도의 저도주로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 450ml. 저도주 더블유 바이 윈저(이하 ‘더블유’)와 함께하는 촬영이라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이라는 책을 골라봤어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떠난 ‘위스키 여행기’와 100% 스코틀랜드산 더블유가 더할 나위 없는 조합 같아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저 책 읽는 거 좋아해요. 특히 요새 많이 읽고 있어요.
즐겨 읽는 장르는 없어요. 특정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를 보려고 노력해요. 최근에는 질병,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등 정말 다양한 책을 읽었어요. 뭔가를 알게 됐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더라고요. 대화할 때도 아는 분야가 나오면 의견을 낼 수도 있고요. 군 복무 중에도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더 많이 읽었어요.
군 복무 때 더 많이 읽게 됐군요. 제대 후 바뀐 것들이 있나요?
제대한 지 100일이 넘었는데, 정말 정신없이 지났어요. 그리워하던 날들인데, 뭔가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금세 적응했어요. 마치 공백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에요. 뭔가 크게 바뀌었다기보다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듯해요. 예전보다는 모든 일을 여유롭게 대하고 싶어졌어요. 급하게, 힘들게, 치여서 하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고 싶다는 느낌? 그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좀 보이나 봐요.
맞아요. “준호는 성격이 급하다”는 2PM 멤버들의 언급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전 뭔가 한다고 했을 때, 바로 해버려요. 그런 성격 때문에 많이 이루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조금 더 생각해볼 걸 그랬나 싶을 때도 있어요.
‘군백기’에 ‘우리집 준호’라는 수식어를 얻었어요. 언제 그 반응을 알게 됐나요?
2019년 가을, 복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요.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다 보니, 2PM이나 제 개인 영상을 자주 찾아봤는데, ‘우리집 준호’ 동영상 조회 수가 조금씩 올라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냥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어요. 이벤트 정도로.
영상도 영상이지만, 댓글이 재미있었어요. 마치 놀이터 같은 느낌이었죠.
일종의 커뮤니티가 된 것 같아요. 거기에서 누가 더 재밌게 글을 쓰나 경쟁하듯 노는 느낌이요. 그런 게 신기했어요. 댓글 중 기억에 남는 말이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였어요. 슬픈데,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만큼 우리가 꽃 같았다는 뜻이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집’은 알고리즘이나 운이 아닌 팬들의 순수한 관심으로 사랑받았던 노래 같아요. 일단 공유하는 것 그리고 클릭해서 보는 것, 댓글을 남기는 것, 모두 팬들의 수고죠. 그런 게 재미가 되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죠. 너무 감사해요.
워낙 유명한 ‘노력의 아이콘’인데, 그게 빛을 본 것이기도 하죠.
목표한 건 어떻게든 이루려고 하는 성격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한때는 노력을 노력 그 자체로만 생각해서 힘들기만 했는데, 오랫동안 그렇게 살다 보니 익숙해져서 지금은 노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운동하고 식단 챙겨 먹는 것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것도 그냥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하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요.(웃음)
포기를 모르는 사람 같아요. 준호 씨가 연기했던 영화 ‘스물’의 동우는 꿈을 잠시 내려놓으며 “포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아?”라고 했어요.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 또 포기할 거면 그런 상황이 있었던 것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다 포기해요. 모 아니면 도, 극단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 포기 안 하는 것도 있어요. 포기하면 해왔던 모든 게 아예 다 없었던 일이 되잖아요.
예전에는 이런 성격 때문에 정말 피곤했어요. 그만큼 주위 사람도 피곤할 테고요. 어느 순간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어요. 완벽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차피 모든 걸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부드럽고 깔끔하다. 더블유 19 바이 윈저는 말린 과일, 초콜릿, 바닐라의 맛이 어우러져 섬세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짐승돌’에서 만인의 ‘으른돌’이 되었어요. 어른 하면 또 술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운동과 식이로 몸 관리를 하다 보니, 자주 마시지는 못해요. 그런데 즐겨요. 요즘에는 밖에서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없으니, 집에서 홀짝거리는 정도로요. 위스키 한 잔을 조금씩 마시다 보면 기분 좋게 잠들죠. 그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고요. 예전에는 쓴 커피나 술에 대해 ‘왜 마실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거든요. 지금은 커피 맛도 알게 돼서 커피 머신도 샀고, 술 모으는 취미는 꽤 오래 됐고요. 병으로 사두고,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죠. 맥주는 콜라 마시듯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신다고 치면, 위스키는 이렇게 따라 놓고 음미하는 거죠. 맛이랑 향을 즐겨요. 예전에는 그 맛을 몰랐어요. 독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술이라고 생각했죠.
커피랑 술의 맛을 알게 됐다는 건 어른이 됐다는 상징 같아요. 특히 위스키는 성숙한 어른의 전유물 같죠. 사실 준호 씨가 술이 매우 약하다는 예전 기사를 보고, 좀 걱정했거든요. 더블유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고요.
맞아요. 제가 워낙 술에 대해 이야기를 잘 안 하기도 했고, “맥주 한 잔으로 버티더라”, “집에 금방 가더라” 등의 술자리 일화가 기사로 나왔죠. 아마 팬들도 제가 술이 매우 약하다고 알 것 같은데, 그렇게 귀엽게 생각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그런데 그렇게 미친 듯이 약하지는 않아요!(웃음)
그 와중에 “원래는 잘 마시는데, 어제 술자리에서 이 인터뷰 때문에 자제했다”는 인터뷰를 또 발견했어요. 그때 ‘술이 약하다는 것조차 자기 관리의 연장선에 있구나’ 생각했죠.
물론 스케줄이 있을 때는 참아야죠. 마셔도 기분 좋은 정도로만. 그런데 또 저는 술을 마시고 잠에 들어도 다음 날 상쾌해요. 아직 간이 멀쩡해서 그런지 숙취 때문에 고생한 적은 별로 없어요.
위스키가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덜하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저도주인 더블유가 준호씨처럼 술을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에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더블유는 더 산뜻한 것 같아요. 향이 좋고, 목 넘김이 부드럽죠. 위스키는 다른 술에 비해 진입 장벽이 좀 높은 것 같은데, 더블유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술이죠. 실제로 보통의 위스키보다 도수가 낮고요. 오늘 촬영하면서 계속 향을 맡고 아주 조금씩 입에 댔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 기분이 좋아요.(웃음)
시계 위블로, 니트 톱,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달콤한 버터 캔디, 열대 과일, 바닐라와 은은한 오크 향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더블유 아이스 바이 윈저. 알코올 도수는 35도. 450ml. 더블유와 같이 먹으면 좋을 만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요?
위스키는 견과류나 초콜릿을 많이 곁들이는데, 저는 떡볶이를 추천하고 싶어요. 매운 떡볶이 말고 소고기와 떡, 달착지근한 간장 소스가 잘 어우러진 궁중 떡볶이요. ‘위스키에 무슨 떡볶이 같은 소리야?’ 할 수도 있는데, 은근히 잘 어울려요.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편하게 마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빨리 잠들고 싶을 때는 작은 잔에 따른 다음 샷으로 탁 넘겨서 마시고, 영화를 보면서 즐기고 싶을 때는 얼음을 타서 차갑게 마시죠.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서 마시다 보니, 또 크고 동그란 얼음에 관심이 생겼어요. 유튜브에서 믹솔로지스트가 아이스 볼을 카빙하는 영상만 찾아보기도 했어요. 아이스 볼 메이커도 살까 했죠.
처음에는 전혀 몰랐던 커피도 호기심에서 시작해 원두를 사고, 그라인딩도 직접 하고, 그라인딩 할 때도 굵게 하니, 얇게 하니 공부하면 더 재밌어지더라고요. 위스키도 그냥 먹는 것과 얼음에 타 먹는 것의 차이를 다 경험해보면서 더 폭이 넓어지고요.
JTBC 〈아는 형님〉에서 우영 씨가 ‘우리집 준호’ 역주행에 대해 “모든 게 준호가 덕을 쌓아서 그렇다. 준호는 멤버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스럽다. 팀을 위해 희생한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을지 궁금해요.
전 2PM과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니, 모든 스케줄이 조화롭게 뭉쳐져야 해요. 어떤 작품이 들어왔을 때 2PM 활동으로 고사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고 있을 때도 다른 일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처럼요. 그리고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더라도 사실 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까, 잠을 아무리 못 자도 피곤한 티 안 내고 싶고, 늘 기분 좋게 하고 싶더라고요.
2PM의 매력은 ‘멤버들 간의 끈끈함’과 ‘한결같음’인 것 같아요. 둘 다 얼핏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덕목이죠.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나요?
배려가 가장 중요하고 절대 독단적으로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14년을 함께해왔으니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그랬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도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늘 대화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취향, 성격, 하고 싶은 게 다 달라요. 당연히 몇 명은 양보하게 되고 배려하게 되거든요. 그걸 이 친구가 호의를 베푼다, 배려한다는 걸 눈치껏 아는 거죠. 우영이가 이야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더블유 아이스 바이 윈저는 스카치위스키 원액에 부드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하 6℃의 냉각 여과 공법으로 제조했다. 탄산수를 더해 하이볼로 즐기기도 좋다. 연차가 쌓이면서 각자 넓힌 분야들이 많은데, 함께 뭉쳐서 가수 활동을 꾸준히 하는 부분에 있어 좋은 예인 것 같아요. 요즘 ‘부캐’가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흠, 우리나 잘하자?(웃음) 좋은 예와 나쁜 예는 한 끗 차이거든요. 항상 말 조심하고, 행동 조심하고. 후배들도 행복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일상력’이라는 말이 있어요. 일상 속 작은 변화를 통해 일상을 가꾸는 힘이죠. 혹시 준호 씨의 일상력을 강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스케줄을 시작하기 전 일찍 일어나는 것이요.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정리되더라고요.
맞아요. 하루를 좀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죠.
그리고 웬만해선 스케줄 중에는 너무 피곤하지 않은 이상 잠을 안 자려고 해요. 맑은 정신으로 모든 걸 소화하고 싶어요. 잠에서 깨면 정신이 없잖아요. 진짜 스케줄을 하루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다니고, 방송 프로그램을 몇 개씩 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연말 시상식 준비할 때는 2주 정도를 침대에서 잠을 못 잔 적도 있어요. 차에서 이동하면서 자곤 했죠. 돌이켜 보니 참 재밌는 추억이었지만, 너무 정신없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를 때가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게 참 아쉬운 거예요. 최대한 잊지 않고 싶어요. 그래서 기록하고 싶어서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생기고, 카메라랑 캠코더를 샀던 것 같아요.
열일곱 살 때부터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혹시 사춘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당연히 있었겠죠?(웃음) 다른 이야기지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부모님의 소중함을 좀 일찍 깨달았어요. 아버지가 항해사로 일하셔서 6개월에서 1년을 못 보니, 더 그리웠어요. 초등학교 때 엄마 일터로 찾아가고, 엄마가 받을 때까지 전화해 “보고 싶다”며 울고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바쁘셨을까 싶어요.
몰두하고 노력하는 과정은 아름답죠. 그로 인한 결과는 당연히 훌륭한 경우가 많고요. 더블유도 스코틀랜드에서 숙성된 스카치위스키 원액만을 엄선하는 등 브랜드의 확고한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준호 씨는 자신만의 색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해요.
전 자연스럽고 담백한 게 좋아요. 튀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도화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성격이 급하고 불 같은 면이 있어 마냥 담백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계속 절 중화시켜주는 느낌이에요.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것처럼 목탁을 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죠. 진짜 편안하고, 차분해지거든요.
* 준호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