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배우 이재욱이 긴 질주와 첫 휴식을 통해 얻은 것

지금 배우 이재욱이 도달한 어느 지점. 소년과 남자 사이에서, 배역과 배역 사이에서, 열망과 여유 사이에서.

BYESQUIRE2021.07.23
 

Somewhere in Between

 
본인 옷으로 갈아입으니 또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요.
아유, 감사합니다.
영상이나 사진들 보니까 평소에는 이런 스트리트 패션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엄청 좋아하죠. 저는 갖춰 입는 것보다 편한 게 더 좋더라고요. 이렇게 입으면 보는 사람한테도 편안함을 좀 주는 것 같고요. 편하면서 독특하고 예쁜 옷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전체적인 콘셉트랑 맞지 않아 화보에서는 안 쓴 프라다 보머 재킷도 계속 입고 돌아다녔잖아요. 그러다 결국 영상 인터뷰도 그걸 입고 촬영하게 됐고.
(웃음) 제가 프라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라프 시몬스를 굉장히 좋아해요. 저 보머 재킷은 지금은 아예 구할 수가 없고 프리 오더만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한번 입어보라고 가져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입어봤다가, 네. 어쩌다 그대로 인터뷰까지 하게 됐습니다.
 
블랙 오버사이즈 재킷 준지. 블랙 셔츠, 화이트 타이 모두 프라다.

블랙 오버사이즈 재킷 준지. 블랙 셔츠, 화이트 타이 모두 프라다.

여전히 옷을 좋아하는군요. 예전에 그런 말도 한 적이 있잖아요. 본인이 번 돈을 다 옷에 쓸까 봐 걱정이라고.
그건 늘 걱정이죠. 어머니도 항상 걱정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하나의 낙이 된 것 같아요. 옛날처럼 집요하게 컬렉션을 다 모으겠다는 느낌은 아니고, 사고 싶은 옷이 생기면 기분 전환하는 느낌으로 하나씩 사는 거예요. 여전히 옷을 좋아하지만 집착은 없어진 거죠.
예쁜 옷을 입는 게 좋은 걸까요? 아니면 예쁜 옷이라는 매혹적인 물건을 소장하고 모으는 데에 포만감이 드는 걸까요?
사실 가장 좋은 건 택배에 대한 설렘인 것 같아요.(웃음) 문 앞에 배송 완료됐다고 문자 알림 왔을 때. 그러면 정말 ‘와’ 하고 신나서 얼른 택배 박스를 개봉하고. 그렇게 보니까 하나하나가 다 재미인 것 같네요. 택배 받고, 박스 열고, 신발 신어보고, 신고 나가고, 지인들이 새 신발 알아봐주고.
이렇게 슈트 계열 의상들 입고 촬영하면 느낌이 새롭겠어요. 평소에 안 입는 스타일이니까.
그렇죠. 생각해보면 제가 패션 화보에서밖에 이런 걸 입을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너무 재미있는, 일종의 놀이 같아요 일단은. 꼭 슈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화보 촬영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하잖아요. 또 오늘 다들 좋은 분들이랑 좋은 작업을 한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인터뷰이라고 상상하면 화보 촬영이 마냥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업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스무 명, 서른 명이 모여 있고, 다들 내가 즉석에서 뭔가를 해내기를 바라는 분위기고.
맞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 걸 굉장히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다들 저를 위해서 준비해주시는 분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스태프들의 시선이 자신감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피부 상태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은 날은 위축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만 아니면 시선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아까 현장 세팅하고 있을 때 스태프가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재욱 씨가 1년 반 전과 좀 달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으냐고. (이재욱은 〈에스콰이어〉 2020년 4월호에 인터뷰와 화보를 진행한 적 있다) 그때는 그냥 좀 더 남성적인 느낌이 생긴 것 같다고 답하고 말았는데, 화보 첫 컷 테스트 보면서 확 느꼈어요. 어떤… 오라라고 할까요? 카리스마? 그런 게 생긴 것 같다고요.
오라요? 와, 그런 게 조금이라도 생겼다면 저도 좋겠네요.
배우 특유의 압도감이랄까… 죄송해요. 민망하게 왜 자꾸 진부한 표현만 나오지?(웃음) 그런데 정말 분위기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거든요.
그렇게 봐주시면 저는 너무 감사하고요. 그냥 그때에 비하면 제가 모든 상황을 좀 더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태도에서 나오는 모습일지도 모르죠. 지나고 보니까 부담 때문에 긴장해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그러는 게 되게 바보 같은 짓이더라고요. 그걸 승화시켜서 더 좋은 작업물로 만들어내야지.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긴장감, 시선, 이런 것들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좀 더 즐기려고 하는 방향으로.
 
블랙 재킷, 블랙 팬츠, 옐로 패턴 롱존 모두 프라다.

블랙 재킷, 블랙 팬츠, 옐로 패턴 롱존 모두 프라다.

저번 인터뷰는 한창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촬영하고 계실 때였죠.
제가 딱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까지 안 쉬고 계속 달렸던 것 같아요. 동시에 여러 작품 촬영하면서 정신도 좀 없었고, 급급하기만 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고요. 이번에 제가 6개월 정도를 쉬었는데요. 쉬면서 뭔가 다듬어지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더라고요. 딱 잘라서 말할 순 없지만… 뭐랄까, 좀 더 여유로워졌달까요.
그때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그전에 했던 작품들과 다른 결이 있다고 했었어요. “우뚝 선 나무가 되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가 잘 섞인 숲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죠.
맞아요. 되게 즐겁게 촬영했어요, 처음으로. 잘 섞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고, 애드리브도 흔쾌히 수용해주는 분위기였고요. 그런 현장에서 나오는 장우의 모습들은 제가 스스로 뭘 만들지 않아도 나오는 측면이 있었죠. 장우라는 분위기 그 자체가 곧 저였던 거예요. 그냥 현장에서의 제 모습.
저는 이장우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능청스러우면서도 멋쩍어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몇몇 순간에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굉장히 새로운 캐릭터 같다고 느꼈어요.
그냥 저를 잘 펼쳤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했다기보다 환경이 좋았던 거죠. 장우라는 캐릭터가 선택의 폭이 넓기도 했고요. 이걸 선택해도 정답이고 저걸 선택해도 정답인데, 조금 더 재미있고 ‘이재욱스럽게’ 표현한 게 지금의 장우인 거죠.
지금껏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장우는 아쉬움 없는 캐릭터로 남았을까요?
글쎄요. 어쩌면 그런 환경에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러 선택적인 측면에서요. 어떻게 해도 모니터링을 해보면 아쉬운 부분은 나오는 것 같아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가 다 그럴 거고요. 다만 ‘아쉽다’는 말이 곧 실패를 말하는 건 아닌 거죠. 어쨌든 조금이나마 부족하다는 마음이 있고, 다음번엔 더 잘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게 되는 거고.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 조금 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거고요.
 
*이재욱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배우 이재욱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보인 반응 보러가기



Keyword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희준
  • STYLIST 남주희
  • HAIR 백흥권
  • MAKEUP 최시노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