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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올림픽 스타(3) - "21세기 스나이퍼 권은지"

이번 도쿄 올림픽에는 큰 별이 탄생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이 6명의 숨겨진 스타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BYESQUIRE2021.07.27
 
 

Hidden stars 

 

21세기형 스나이퍼

Kwon Eunji

공기소총 권은지
총만 안 들면 딱 그 나이의 학생이다. 넷플릭스와 웹 소설을 즐겨 보고, 가수 아이유를 좋아한다. 충북 보은여중 1학년 수행평가 때 우연히 총을 잡았다가 아빠가 “금메달 따면 치킨 사준다”고 해서 계속 총을 쐈다고 한다. ‘혹시 부모님이 사격선수 출신이거나 군인인가’라고 기자들이 물으면 “아빠는 한국전력공사, 엄마는 한국도로공사 다니는데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사격계는 들떠 있다. “권총 황제 진종오만큼 금빛 총성이 기대되는 유망주”, “비밀 병기니 감춰야 한다” 등 기대가 쏟아진다. 사격 대표팀 막내인 2002년생 권은지(19·울진군청)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사대에 서면 눈빛이 180도 달라진다. 4월에 열린 10m 공기 소총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위에 올랐다. 비공인 세계기록(635.3점)을 세웠으며, 8개 대회 연속으로 630점을 넘겼다. 10m 공기 소총은 샤프심 굵기인 0.5㎜ 표적을 조준하는 종목이다. 본선에서 모두 60발을 쏜다. 60발 전부를 만점(10.9점)에 꽂으면 654점이다. 630점을 넘겼다는 건 평균 10.5점을 쐈다는 거다. 본선 상위 8명이 결선에 오르는데, 이 정도면 당연히 금메달 페이스다. 더 놀라운 건 권은지의 시력이 0.1에 불과하다는 거다. 게다가 안경 없이 사대에 선다. 왼쪽 눈은 안대로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 총 가늠자 앞의 렌즈를 보며 정조준한다. 권은지는 “눈이 나빠서 총에 달린 렌즈 없이는 전광판도 안 보인다. 몇 등인지도 모른 채 무념무상으로 쏜다”며 웃는다.
 
권은지는 고3 때 슬럼프에 빠졌다. 이효철 울진군청 감독이 작년에 스카우트했다. 이 감독은 “소총을 독일제 파인베르크바우 스페셜(400만원대)로 바꿨다. 코로나19 여파로 체코의 실탄 공장이 문을 닫아 탄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은지 이력서까지 보내 공수했다”고 말했다. 권은지는 총 색깔도 검정에서 갈색으로 바꾸고 영문 이니셜(KEJ)도 새겼다. 키 156cm인 그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무게 5kg인 소총의 총구를 세우는 훈련을 반복했다.
 
권은지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세계 랭킹은 58위에 불과하다. 국제 경험도 부족하다. ‘월드컵 우승자’인 인도의 엘라베닐 발라리반(22) 같은 명사수들과 겨뤄야 한다. 도쿄 날씨가 습한데 권은지가 아토피로 고생 중인 점도 고민이다. 1차 목표는 본선 상위 8명이 출전하는 결선 진출이다. 결선에 나선다면 누구나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현실적인 목표는 은메달 정도다. 하지만 권은지는 “저만 긴장하는 거 아니다. 저를 믿고 과감히 당기겠다”고 말했다.
 
권은지는 충남 보은군 장한면에서 1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권은지가 태극 마크를 달자 보은군 장한면에는 ‘장하다. 보은의 딸’이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권은지는 “올림픽을 통해 보은과 소속팀이 있는 울진을 알리고 싶다. 21년 만에 노메달을 깬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고생 여갑순이 여자 10m 공기 소총에서 금메달을 딴 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같은 종목에선 강초현이 마지막 한 발 때문에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소총 21년의 염원이 권은지를 애타게 부르고 있다. - 박린(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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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박세회
  • PHOTO 대한사격연맹/ 대한양궁협회/ 대한산악연맹/ 올댓스포츠/ 연합뉴스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