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가 베니스 비엔날레에 간 까닭
제 61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참가한 한국관과 일본관은 올해 두 파빌리온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공동 만찬을 개최했다. 이 화합의 순간에 우리 술 화요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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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본섬, 그러니까 산 마르코 광장이 있는 곳에서 라구나(석호) 쪽을 바라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외딴섬에 우뚝 솟은 바실리카의 종탑이 보인다. 베니스를 찾은 수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으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이 종탑이 있는 섬이 바로 산 조르지오 마조레다.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하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8일, 이 섬의 끝자락에 있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콤파니아 델라 벨라 요트 클럽에서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과 일본관이 사상 최초로 함께 개막 만찬을 열었다. 마치 이 역대 최초의 조인트 리셉션을 상징하듯 파티장 입구 정면에 있는 테이블에서 두 국가를 대표하는 술이 서브되었는데, 한국 쪽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가 놓여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895년 시작된 세계적인 국제 미술 행사로, 세상의 모든 미술전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영향력이 큰 국제 미술 무대다. 단정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 축제’라고 말해도 딴지 걸 사람은 없고,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 올림픽’이라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각국은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동시대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꾸민 파빌리온을 준비하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평론가들과 기자들 그리고 대중들 앞에 동시에 공개한다. 올해 61회를 맞은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열리며, 한국관에서는 최빛나 예술감독이 이끌고 노혜리, 최고은 작가가 준비한 전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선보였다.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는 경계와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 대한 전시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관과 일본관의 공동 만찬은 이를 실연한 사건이었다. 두 나라의 예술가와 큐레이터, 미술계 인사들이 산 조르지오 마조레에서 함께 앉았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그 자체로 요새의 언어로 쓰여왔다. 점령과 저항, 배상과 부인, 좁혀지지 않는 역사 해석의 간극. 그 시간이 만들어온 벽은 두껍고 오래됐다. 한국관과 일본관의 사상 최초 공동 만찬은 그 벽을 허무는 행사였다.
이 뜻깊은 행사에 화요가 함께한 이유는 그동안 화요가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K-Spirit’ 메시지의 연장선에서 해석해야 한다. 화요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서, 단순한 음용을 넘어 한국 고유의 정서와 미감, 그리고 사람을 맞이하는 환대의 문화를 함께 전하는 브랜드 경험을 지향해 왔다. 화요는 이러한 국제 교류의 장면 속에서 오프닝 만찬주로 함께하며, 예술과 대화, 교류와 환대가 만나는 순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 잔의 경험을 더했다. 화요는 그동안 문화예술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오며, 한국 문화를 매개하는 문화기업으로서의 지향을 이어왔다. 국내외 아트 행사와 도시·건축 분야의 문화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한국의 술과 미감을 함께 소개해 왔으며, 이번 협찬 역시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예술이 조명되는 순간에 발맞춰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다 풍부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화요 관계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오프닝은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와 만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번 화요의 만찬주 참여가 한국의 미감과 환대, 그리고 K-Spirit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 술의 역사에서 화요는 단순한 소주가 아니다. 화요는 희석식 소주가 한국 술 시장을 점령한 시대에 잊혀가던 전통 소주를 한국인의 미각에 다시 입력한 술이다. 한국인의 거의 대부분은 2000년대 초반까지 ‘소주’라고 하면 초록색 병에 담긴 알싸한 화학약품 같은 맛만을 떠올렸다. 그 망각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면, 화요 한 잔의 무게가 달리 느껴진다.
한국에서 증류식 소주가 사라진 건 자연스러운 소멸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주세령을 앞세워 가정과 마을 단위의 전통 양조를 금지했다. 표면적 이유는 세금이었지만, 본질은 쌀의 수탈이었다. 증류주를 빚으려면 쌀이 필요하다. 조선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인이 쌀로 술을 빚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 증류 소주의 맥은 그렇게 강제로 끊겼고, 해방 이후에는 군사 정권 아래 보릿고개의 식량난 속에서 쌀 사용이 제한되며 복원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희석식 소주는 전통 소주의 빈자리를 채웠다. 값싸고 빠르게, 쌀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술로.
화요는 그 단절된 계보를 잇겠다는 선언으로 2005년 등장했다. 100% 국산 쌀을 원료로 쓰고, 전통 방식의 증류를 거친 뒤 옹기 항아리에서 숙성한다. 옹기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 술은 그 안에서 천천히 숨을 쉰다. 이 과정에서 이취들이 날아가고, 거친 맛이 정제되며 부드러워진다. 현대식 설비와 전통 주조 방식, 그리고 옹기 숙성의 결합. 이것이 화요의 아이덴티티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일 공동 만찬의 테이블에 화요가 놓인 장면은 단순한 협찬 이상의 장면이다. 한때 수탈로 인해 모자란 쌀 때문에 빚을 수 없었던 술이, 그 역사의 상대편에 있는 나라와 함께 여는 자리에서 잔을 채웠다. 요새였던 것이 둥지가 되는 것처럼, 수탈의 기억이 깃든 술이 환대의 언어가 됐다. 요트 클럽 테라스에서는 아드리아해가 보였다. <에스콰이어> 커버에 실린 이 컷은 만찬이 열린 바로 그날, 만찬장 앞에 펼쳐진 아드리아해를 면해 찍은 사진이다. 만찬이 있던 날의 하늘은 궂었고 많은 비가 내렸지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사진이다.
Credit
- PHOTOGRAPHER 김동환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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