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초대형 럭셔리 SUV 2대

대한민국에 연착륙한 미국산 대형 SUV 2대가 맞붙었다. 오고 가는 헤비급 펀치가 매섭다.

BYESQUIRE2021.08.30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CADILLAC ESCALADE

더 커졌다. 이전 4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200mm, 15mm, 45mm 늘었다. 쇼트 보디 모델인데도 그렇다. 원래 큰 차가 더 커져 티가 잘 나진 않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준중형차가 중형차로 업그레이드된 수준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SUV’ 타이틀은 이제 에스컬레이드의 몫이다. 덩치만 키운 건 아니다. 에스컬레이드 최초로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델에 주로 적용하는 장치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댐퍼의 감쇄력을 조절하는 캐딜락의 전매특허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함께 말이다. 효과는 탁월했다. 네 바퀴는 차체를 편평하게 유지하기 위해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어지간한 충격으론 운전자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지 못한다. 부드럽게 출렁이며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물결 따라 흐르는 돛단배 같다.
 
인테리어는 젊어졌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던 캐딜락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일등 공신은 단연 ‘38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다. 투박했던 버튼들을 전부 디스플레이 안으로 몰아넣었다. 디스플레이가 운전석을 향해 살짝 구부러져 있어 운전자가 보기 편하다. 참고로 에스컬레이드에 들어간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작품이다. 운전대 옆에 붙어 있던 크고 우람한 칼럼식 기어 레버를 없앤 것도 세련된 멋을 내기 위한 노력이다. 바뀌지 않아 좋은 것도 있다. 엔진이다. 대배기량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힘을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게 특징이다. 스프린터 선수처럼 튀어나가는 맛은 없지만 RPM을 높일수록 탄력이 붙는다. RPM 바늘이 4000을 넘으면 특유의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한다. 그 소리에 취해 계속 가속하다가는 금세 시스템 제한 속도(시속 208km)에 도달해 있을지도 모른다. 차가 무겁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을 땐 충분히 여유를 두고 미리 조작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의 초기 반응이 조금 무디다. 분명하고 깊게 밟는 편이 좋다.
 
파워트레인 6162cc V8 가솔린 자연흡기, 10단
자동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m
가속력(0→100km/h) 5.7초
가격(VAT 포함) 1억5357만원
 

 

LINCOLN NAVIGATOR 

드디어 왔다. 23년 전 탄생한 내비게이터지만, 지난 3월 처음 국내 출시됐다. 링컨은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되는 ‘걸윙 도어(문을 위로 올려 여는 방식)’를 ‘내비게이터 콘셉트 카’에 적용해 이목을 끌었다. 양산 모델에 걸윙 도어가 채택되진 않았지만 그릴과 D필러를 어둡게 처리해 지붕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콘셉트 카와 꼭 닮았다. 이는 링컨의 다른 SUV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신형 내비게이터의 스펙을 살펴보던 중 서스펜션에 눈이 멈췄다. 에어 서스펜션이 아니었다. 한 체급 아래 모델인 에비에이터에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던 걸 생각하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2.8톤의 무게로 네 바퀴를 꾹꾹 누르며 묵직하게 달리는 맛이 일품이지만 요철 구간을 지날 땐 어쩔 수 없이 잔진동이 느껴진다.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세심함이 보인다. 차 하부에 숨어 있던 발판이 튀어나와 운전자의 탑승을 돕는다. A필러에 손잡이도 마련해놓았다. 키가 작아도 운전석에 올라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시트도 마찬가지다. 등받이와 헤드레스트뿐만 아니라 엉덩이 쿠션의 높이와 길이까지 좌우를 구분해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 높이를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게 한 점도 배려 깊다. 커다란 차는 다리가 긴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누구나 최적의 시트 포지션 설정이 가능하다. 도어 포켓을 2단으로 구성해 수납공간을 늘린 것 역시 소소한 배려다. 장점이자 단점은 파워트레인이다. 3496cc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457마력을 뿜어낸다. 경쟁 모델보다 높다. 이 차는 고속으로 항속 주행할 때 가장 빛나는데 제동이 약간 급하다. 노즈다이브(제동 시 차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도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차에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긴 하다. 제동력을 약하게 설정하면 노즈다이브를 줄일 수 있지만 그럼 제동거리가 늘어난다. 양자택일의 길에서 내비게이터는 안전을 택했다.
 
파워트레인 3496cc V6 가솔린 트윈터보, 10단
자동 최고 출력 457마력
최대 토크 71kg·m
가속력(0→100km/h) 5.9초
가격(VAT 포함) 1억18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