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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베르사유 궁 내부에 호텔이 생긴 이유는?

400년 된 왕궁 한편을 호텔로 운영해도 되는 걸까? 프랑스 최고의 문화재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일까? 아니, 그보다 베르사유 성에서 자고 깨어나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호텔 그랑 콩트롤의 오픈 소식을 두고 떠오르는 여러 의문들. 미술사학자 이지은은 직접 물었다고 했다. 베르사유 성과 그랑 콩트롤 호텔의 책임자들에게.

BY오성윤2021.09.25
 
 

베르사유 성에서 눈을 뜬다는 것은 

 
인디언 서머가 찾아온 9월의 베르사유는 아름다웠다. 루이 14세의 천재적인 조경사 앙드레 르 노트르(Andre Le Notre)와 왕실 전속 아티스트였던 샤를 불(Andre Charles Boulle), 건축가 루이 르 보(Louis Le Vau). 17세기 유럽 조경 분야의 황금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이 트리오의 작품인 베르사유 정원은 5세기가 지난 2021년에도 여전히 눈부시다. 앙드레 르 노트르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베르사유 성 조경사들이 가을마다 심는 달리아, 오로지 베르사유 정원에서만 볼 수 있는 품종의 장미, 그것들이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휴대폰을 꺼내 들게 된다. 베르사유 정원의 심장인 대운하로 눈을 돌리면 햇빛이 만드는 촘촘한 그물망 사이를 노니는 백조와 오리도 보인다. 이 풍경이 주는 위안이란 18세기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랑 콩트롤 객실에서 내려다본 베르사유 성 풍경. 투숙객은 24시간 호텔 앞의 오랑주리 정원을 거닐 수 있다.

그랑 콩트롤 객실에서 내려다본 베르사유 성 풍경. 투숙객은 24시간 호텔 앞의 오랑주리 정원을 거닐 수 있다.

베르사유 성의 남동쪽, 17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오렌지와 레몬, 석류와 월계수를 위해 설계된 오랑주리 정원에서는 오늘도 향기로운 오렌지 향이 풍긴다. 위도가 높고 음습하기로는 런던 못지않은 파리 근교에서 이렇게 잘 가꿔진 여름 나무들을 볼 수 있다니. 물류 시스템이 오늘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던 17세기에 배와 마차로 실어 날라 조성한 공원이기에 더 놀랍다. “당신은 아시나요. 오렌지 꽃이 피는 나라를. 거리에는 황금빛 과일들, 호수에는 새들이 날고, 건물들은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어요.” 토마의 오페라 〈미뇽〉에서 떠돌이 소녀 미뇽이 노래했던 ‘오렌지 꽃이 피는 나라’는 당시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 나라의 이국적인 나무들로 정원을 채운 ‘17세기식 럭셔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흑차와 홍차, 녹차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하시겠어요?
 
오랑주리 정원의 정취에 푹 빠져 있을 때 한 남자가 묻는다. 그는 17세기 시종장 복장을 완벽하게 복각한 유니폼 차림이고, 마찬가지 복장의 직원들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특별히 리모주에서 제작한 루이 필립 시대의 찻잔과 식기 세트를 대운하 위의 백조처럼 우아하게 서빙하고 있다. 오랑주리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테라스는 문을 연 지 이제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호텔, 그랑 콩트롤(Le Grand Controle)의 메인 테라스다.
 
총면적 2800m²에 펼쳐진 14개의 객실, 발몽 스파, 스무 개가 넘는 미쉐린 스타를 거머쥔 요리계의 록 스타 알랭 뒤카스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까지, 이 모든 게 그랑 콩트롤의 이름을 달고 베르사유 성 안에 존재한다. 그랑 콩트롤은 에렐 호텔 컬렉션(Collection Airelles)의 여섯 번째 호텔이다. 작가 피터 메일(무려 27개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프로방스 열풍을 일으켰던)이 격찬했던 프로방스의 보석 구르드, 여름이면 젯셋족이 몰려드는 생트로페즈, 프랑스 상류층의 겨울 스키 휴양지인 쿠르슈발과 발디제르…. 에렐 호텔 컬렉션에서 지금껏 호텔을 세운 지역만 훑어봐도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랑 콩트롤 메인 테라스.

그랑 콩트롤 메인 테라스.

물론 특별한 장소와 격조 높은 공간, 정중한 서비스에는 그만한 가격이 따른다.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지향하는 에렐 호텔 컬렉션 중에서도 그랑 콩트롤은 가격대가 높은 축에 속한다. 튀르고(Turgot), 마담 드 푸케(Madame de Fouqet), 로즈 베르탱(Rose Bertin) 등 베르사유 성에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름을 붙인 14개의 객실 중 절반이 넘는 8개가 스위트룸이며, 서재와 전용 공간, 거실을 갖춘 최고급 스위트룸은 전용 공간만 300m²이다. 하지만 그랑 콩트롤이 제아무리 5성급 럭셔리 호텔이라 해도 전 세계에 이 정도 수준의 호텔은 차고 넘친다. 이 호텔의 매력이 그저 좋은 입지와 멋진 시설, 서비스에 그쳤다면 굳이 이런 리포트 칼럼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랑 콩트롤의 아이덴티티는 그랑 콩트롤이 베르사유 성의 일부라는 거죠.
 
꼭 호텔리어 교본에 등장할 법한 이미지의 그랑 콩트롤 총 지배인 줄리앙 헤바(Julien Revah)는 테라스에 드나드는 고객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눈인사를 나누면서도 힘주어 말했다. 그랑 콩트롤은 1623년부터 시작된 베르사유 성의 긴 역사상 최초로 궁내에 자리 잡은 호텔이다. 그랑 콩트롤이 쓰고 있는 세 채의 건물, 그랑 콩트롤(Grand Controle), 프티 콩트롤(Petit Controle), 파비용 오 피에 데 상 마르셰(Pavillon au Pied des cent Marches)는 모두 1681년 루이 14세의 총괄 비서이자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생에낭 공작(duc de Saint Aignan)이 베르사유 성 건축 담당자였던 줄 아르두앵 망사르(Jules Hardouin-Mansart)에게 의뢰해 지은 저택이다. 수만 명의 대귀족과 궁정인이 베르사유 성에 방 한 칸이라도 얻어보려고 치열한 암투를 벌였던 루이 14세 시대에 베르사유 성 내 오랑주리 정원 바로 옆에 저택을 지었다니. 당시 생에낭 공작의 권력은 그 유명한 문고리 삼인방을 능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최초의 건축주이자 주인이었던 생에낭 공작이 세상을 떠나자 저택은 앙투안 쇼몽 후작(Marquise Antoine Chaumont de la Galaziere)을 거쳐 루이 15세에게 넘어갔다. 루이 15세는 유행에 뒤처진 이 17세기 건물을 1723년 왕실 재정경제부에 할당했고, 그때 왕실 재정경제부 대표의 직책명인 콩트롤 제네랄 드 피낭스(Controle Generale de Finance)의 이름을 따서 그랑 콩트롤로 통용되었다. 그랑 콩트롤은 혁신적인 파리 도시계획을 입안했던 튀르고(Turgot), 거물 정치인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네케르(Neker) 등 역대 왕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했던 걸출한 인물들의 사무실로 쓰였다. 프랑스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진 이후에는 상업재판소, 사무실, 직원 숙소 등으로 운용되었고, 1857년부터는 국방부의 군사 도서관 겸 장교 클럽으로 쓰였다. 지난 2006년까지.
 
투숙객 전용 살롱 내부.

투숙객 전용 살롱 내부.

베르사유 성 안의 한편을 호텔로 내놓았다는데에 놀란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 이유는 놀랍도록 간단하다. 베르사유 성 관장 카트린 페가르(Catherine Pegard)는 그랑 콩트롤이 호텔로 변신하게 된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복원과 보존을 진행할 자금이 없어서였죠.
 
그랑 콩트롤은 베르사유 성의 일부이자 문화재이지만, 외관이나 내부 장식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이름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나듯 루이 15세 시대부터 관공서였으니까. 금도금에 대리석, 값비싸고 예술적인 벽 장식을 추종했던 18세기 궁정인들도 공공기관의 사무실에는 딱히 돈을 들이지 않는 실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주인이 바뀌면서 여러 차례 내부를 개조했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지붕과 벽체를 손봤을 뿐 제대로 된 보존과 복원을 하지는 못했다. 벽에는 금이 가고 천장에서는 물이 새는, 그야말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태였다.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고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으니 베르사유 성 측에서는 앓는 이에 가까운 건물이었을 것이다. 비용을 들여 치료를 하자니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고, 그렇다고 내버려두자니 점점 악화될 것이 뻔한 충치.
 
‘베르사유 성’ 하면 누구나 세계적 관광지라는 명성, 화려하기로 정평이 난 거울의 방, 사치스러운 여왕의 대명사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린다. 그랑 콩트롤에 소요될 복원과 보존 자금을 이유로 그 자리에 호텔을 유치했다는 사실은 그런 이미지의 맥락에서 한층 더 생경하게 들릴 테다. 하지만 베르사유 성의 연간 예산 집행서와 활동 보고서를 대충 쓱 훑어보기만 해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베르사유 성의 한 해 운영 예산 규모는 대략 1억 3000만 유로다. 한화로 1700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 사실 방대한 크기와 컬렉션 규모에 비하면 극히 검소한 수준인데, 심지어 우리나라의 중앙박물관보다 적다. 베르사유 성에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는 소속 직원의 급여를 나라에서 보장하며, 행정적 측면에서 프랑스 문화부의 지휘 아래 있기 때문이다. 즉 베르사유 성의 직원들은 모두 문화부 소속 공무원이다. 그러나 직원 급여와 특별 보존 공사에 필요한 자금 등 공공자금 지원은 베르사유 성 총예산의 30%도 되지 않는다. 즉 베르사유 성은 ‘국립’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운영 자금의 70%가량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던 셈이다. 더구나 박물관에 대한 공공자금 지원은 해마다 대폭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베르사유 성의 가장 큰 수입원은 역시 입장료다. 하지만 입장료 역시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다. 현재 베르사유 성 입장료는 18유로(약 2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26세 이하 유럽연합 거주자, 프랑스 내 아트 스쿨 학생, 저소득층, 실업급여 대상자 등등은 무료다. 박물관의 가치를 규모로 따질 수는 없지만 일단 규모만 따져봐도 800ha의 정원과 6만3154m² 규모의 궁전, 6만여 점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가격으로는 저렴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작품 몇 십 점을 걸어놓고 더 비싼 입장료를 받는 전시가 차고 넘치니까. 베르사유 성과 성격이 비슷한 영국의 윈저성 입장료는 22.5파운드(약 3만6000원), 베르사유 성만큼이나 외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26유로(약 3만6000원)다. 구겐하임이나 테이트 모던 같은 지명도 높은 사립 박물관들은 굳이 언급할 것도 없다.
 
마담 드 푸케(madame de Fouquet) 객실 전경.

마담 드 푸케(madame de Fouquet) 객실 전경.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문화’를 지향하는 프랑스의 공화국 정신 안에서는 베르사유 성은 입장료 인상을 비롯한 소위 ‘돈벌이’에 다소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해마다 유명인들을 초청하는 갈라 파티를 벌여 하룻밤에 수십만 파운드를 모금하는 테이트 모던이나 기업 행사를 비롯해 후원금을 받고 홍보성 전시를 주최하는 구겐하임 박물관의 적극적인 세일즈가 프랑스 문화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해마다 정원을 가꾸는 데에만 45만 유로가 드는 베르사유 성 측에서 딱히 운영상 쓸 데가 없는 그랑 콩트롤을 복원하기 위해 비용을 들이기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랑 콩트롤을 민간에 양도해 호텔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전 베르사유 성 관장인 장 자크 엘라공(Jean Jacques Aillagon)이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시적인 계약 기간 내에 점유권과 사업권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계약 방식은 전형적인 프랑스 문화재 개발 방식 중 하나다. 파리의 옛 상업거래소에 문을 연 피노 컬렉션이나 콩코드 광장의 호텔 드 라 마린(Hotel de la Marine) 역시 마찬가지다. 호텔 드 라 마린은 오랫동안 프랑스 해군성 소속으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사업권을 민간에 양도하는 문제를 두고 당시에도 문화계 내에서 ‘문화재 바겐세일’이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문화재 사업에서 점유권이란 말은 정말로 ‘점유권’일 뿐이다. 해당 문화재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는 프랑스 문화부의 승인과 관리 감독이 있어야만 시행이 가능하다. 즉 창문의 재질 하나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반면 계약 기간 내 해당 문화재의 복원과 보수에 드는 비용은 전적으로 민간 사업주의 책임이다.
 
유럽에서 이런 문제를 가장 빠르고 시원하게 해결한 선구자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1928년 알폰스 13세가 제정한 법령에 따라, 문화재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서 오래된 저택을 활용한 파라도레(Paradore)라는 고급 호텔을 볼 수 있는데, 파라도레의 수익은 문화재에 대한 공적 지원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게 어느 나라에나 적용 가능한 정답인 건 아니다. 해당 국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화재에 대한 인식,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주인이 아랍 왕자이든 돈 많은 중국 부자이든 간에 문화재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게 스페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문화재를 여전히 공적 영역에서 다룬다. 문화재의 사적 소유권이나 활용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에 걸려 있는 수많은 그림도 제각각 그 역사만큼이나 긴 옛 소장자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모나리자〉는 프랑수아 1세의 소유였을 때도, 루브르박물관 소유인 지금도 여전히 〈모나리자〉다. 그럼에도 모두가 향유해야 하는 문화재를 민간 업체에 넘긴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랑 콩트롤의 계획 앞에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당 문화재를 복원, 보존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를 죽어버린 과거의 유물로 남겨두지 않고 오늘의 문화 중심지로 활용하는 방안이라는 시각으로, 이점을 따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스위스의 럭셔리 스파 브랜드 발몽 스파와 협업해 만든 실내 풀장. 풀장 외에도 사우나, 하맘, 마사지 룸, 네일 서비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의 럭셔리 스파 브랜드 발몽 스파와 협업해 만든 실내 풀장. 풀장 외에도 사우나, 하맘, 마사지 룸, 네일 서비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야심 차게 출발한 그랑 콩트롤 개발 계획은 연이어 좌초되었다. 분분한 여론 때문만은 아니었다. 호텔로 리노베이션해야 했으나 문화재이기에 외관은 손도 댈 수 없었고, 지붕과 벽체 복원 공사에만 700만 유로를 들여야 하는 만만찮은 조건 때문이었다. 지지부진하던 개발 계획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에는 베르사유 성의 현 관장, 카트린 페가르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관장이라는 자리는 베르사유 성과 정원을 비롯한 ‘베르사유 성’이라는 이 거대한 권역을 보존하는 문화재 수호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빈틈없는 경영자적 자질도 요구한다. 실제로 베르사유 성은 정원에서 채취한 꿀에서부터 베르사유라는 브랜드 라이선스까지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주차장과 주유소도 소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파리지앵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은 유기농 채소 생산 농장인 갈리 농장을 산하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알랭 뒤카스, 앙젤리나, 라뒤레 등을 파트너로 두고 베르사유 성 경내에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카트린 페가르는 공적자금 원조가 점차 줄어드는 지난 10년간의 살벌한 현장을 견뎌내고 베르사유 성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무기는 문화 사업과 적극적인 메세나 유치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베르사유〉를 비롯해 베르사유 웹 시리즈 프로그램인 〈베르사유, 코테 자르댕(Versailles, cote jardin)〉, 베르사유 역사 사이트인 카르네 드 베르사유(Carnets de Versailles), 틱톡과 인스타그램 운영은 곧 기업들의 메세나로 이어진다. 롤렉스, 디올, 악사, 쇼메, 미슐랭 등의 기업이 베르사유 성의 복원 사업에 돈을 대는 이유는 문화재 수호라는 고결한 목적에 더해 자사 홍보라는 이득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업의 목표는 간명하다. 베르사유 성의 공영과 존속이다.
 
베르사유 성이 모든 이를 위해 열린 문화재가 되어야 한다는 이상에 동의합니다. 입장료는 아마 쉽게 오르지 않을 거예요.
 
이런 철학을 갖고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선장 카트린 페가르에게 그랑 콩트롤 프로젝트는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모두를 위한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데 있어서. 결국 그랑 콩트롤은 그의 지지 아래 2015년 8월 양도 공시를 시작으로 입찰이 진행되었고 에렐 호텔 컬렉션을 소유하고 있는 루브 그룹(Groupe Luv)의 품으로 안착했다. 40년간의 임대 형식으로, 임대액은 물론 해마다 수입의 일정 부분을 베르사유 성에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그랑 콩트롤 투숙객에게는 트리아농궁이 일반 개장을 하기 전에 먼저 둘러보는 트리아농궁 투어, 베르사유궁전이 문을 닫은 이후의 궁전 투어 특전이 제공된다. 궁전 투어에는 거울의 방, 스테이트 아파트먼트, 마리 앙투아네트의 개인 공간 등의 명소가 포함되며 기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곳도 둘러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랑 콩트롤 투숙객에게는 트리아농궁이 일반 개장을 하기 전에 먼저 둘러보는 트리아농궁 투어, 베르사유궁전이 문을 닫은 이후의 궁전 투어 특전이 제공된다. 궁전 투어에는 거울의 방, 스테이트 아파트먼트, 마리 앙투아네트의 개인 공간 등의 명소가 포함되며 기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곳도 둘러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17세기에 지어진 문화재를 호텔로 개조하는 공사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루브 그룹은 2016년부터 4년간 이어진 공사에 40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재단장은 에렐 호텔 컬렉션의 지명 건축가인 크리스토프 톨르메(Christophe Tollemer)와 베르사유 성 소속의 문화재 전문 건축가인 피에르 보르톨루시(Pierre Bortolussi)의 합작으로 진행되었다.
 
냉난방 문제가 가장 난제였죠.
 
공사 과정을 함께했던 총 지배인 줄리앙 헤바는 아찔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떠오르는지 연신 눈을 치켜떴다. 에렐 호텔 컬렉션의 5성급 호텔인 만큼 쾌적하고 완벽한 냉난방 시스템이 갖춰져야 했다. 제아무리 문화재라고 해도 하룻밤에 2000유로 이상을 지불한 호텔 방에 냉난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걸 납득할 투숙객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오랑주리 공원을 바로 옆에 둔 데다 문화재인 건물 외부도 손상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실외기를 비롯한 냉난방 장비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했다. 결국 그랑 콩트롤은 호텔로서는 아주 드물게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사용한다. “전선을 비롯한 모든 시설 장치를 벽난로 굴뚝 안에 집어넣는 게 어떤 공사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전선뿐만이 아니다. 18세기의 오리지널 조명을 사용하기 위해 조명 하나하나를 개조하고 당시 촛불의 조도에 맞추기 위해 특수 전구를 사용하는 등 여느 호화 호텔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세세히 고민해야 했다.
  

레스토랑 그랑 캐비닛.

레스토랑 그랑 캐비닛.

재미있는 점은, 문화재를 호텔로 리노베이션하는 데 있어서의 난제들이 결국 그랑 콩트롤의 강한 개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공간 구획을 고스란히 보존한 그랑 콩트롤은 여느 호텔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전형적인 17세기 귀족 주택 구조 그대로 살롱과 알랭 뒤카스의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식당, 바, 테라스가 일렬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그 안을 걷다 보면 호텔이 아니라 마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 등장하는 대귀족 게르망트 집안에라도 방문한 듯 착각이 드는 건 그런 이유다.
 
내부 장식 역시 18세기 관공서 건물이라는 역사에 충실했다. 통상 이 정도 가격대의 팰리스급 호텔에서 볼 수 있는 19세기식 화려한 실내 장식이나 금도금, 요란한 조각 장식, 벽화나 천장화는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팰리스급 호텔의 주요 고객인 러시아인이나 미국인, 아랍인들이 얼마나 ‘블링블링’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가를 생각해보면 호텔 입장에서는 꽤나 모험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카트린 페가르 관장과 책임 학예사가 참여한 위원회의 재가를 거쳐 오리지널 18세기 가구와 장식품, 그림과 조각으로 실내를 채웠다. 즉 베르사유궁전 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가구와 집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셈이다.
 
그랑 콩트롤에 없는 것은 화려한 장식뿐만이 아니다. 그랑 콩트롤의 모든 객실에는 TV와 스피커가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에 대해 불평하신 분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배인 줄리앙 헤바는 벽이 변형될 우려가 있어 TV와 스피커를 설치하지 못했노라고 모든 투숙객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투숙객들은 TV와 스피커가 없는 방에서 18세기식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 베르사유 정원에서 펼쳐지는 행사인 그랑 도 뮤지컬의 소음도 너그러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네케르(Necker) 스위트의 욕실.

네케르(Necker) 스위트의 욕실.

베르사유 성이라는 호텔의 아이덴티티는 공간뿐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랑 콩트롤의 모든 객실에는 전용 집사가 배정되며, 모든 직원이 고문서의 18세기 복장을 바탕으로 특수 제작된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매혹적인 서비스는 투숙객들에게만 제공되는 베르사유 성 입장 특전이다. 투숙객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거처였던 트리아농궁이 일반 개장을 하기 전에 먼저 둘러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베르사유궁전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궁내를 구경할 수 있으며 바로 앞의 오랑주리 정원은 24시간 내내 자기 집 정원처럼 거닐 수 있다. 모든 관광객이 사라진 일몰 이후 텅 빈 베르사유궁전의 복도를 거닐 수 있다는 건 단순히 박물관으로서 내부를 둘러보는 것을 뛰어넘어 역사에 성큼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무엇도 공짜로 주어지는 건 아니죠.
 
베르사유 성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총지배인 줄리앙 헤바는 그랑 콩트롤의 투숙객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특전’이라고 부르기를 꺼렸다. 베르사유 성의 개장 시간을 피해 투숙객이 성 안을 누빌 수 있도록 그 시간대에 해당하는 입장 및 임대 비용을 호텔 측에서 지불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간대에 통째로 성을 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인데, 혹여 특전으로 비칠까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그 역시 문화재의 사적인 이용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강한 프랑스 문화에서 비롯된 태도일 것이다. 카트린 페가르 역시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투숙객들은 개장 시간 이외에 베르사유궁전을 방문할 때 베르사유 성 소속 가이드를 반드시 동반해야 합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한정된 시간 내에만 관람이 가능하죠.
 
그랑 콩트롤의 메인 홀 계단.

그랑 콩트롤의 메인 홀 계단.

2020년 코로나라는 역대급 재난 아래 베르사유 성의 관람객은 예년의 4분의 1로 줄었다. 입장 수입은 전년도의 10분의 1로 급감했고, 7000만 유로의 손실이 생겼다. 긴급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의 손실을 메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람객의 80%가 해외에서 오는 베르사유 성으로서는 정말로 어려운 시절인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르사유 성은 3년이 넘는 공사를 거쳐 왕실 예배당 복원을 마쳤고, 정원 내 여왕의 숲을 재정비했으며, 60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새로 심었다. 역시 복원 작업을 마쳤으며 설립 250주년을 목전에 둔 베르사유 왕실 오페라 하우스는 올해도 1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릴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베르사유 성이 이토록 긴 역사에서도 갖은 재난에 굴하지 않고 여전히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시설만 잘 보존된 게 아니라 400년이 지난 지금도 아름답고 도도한 기품까지 보여준다는 것. 그것이 21세기판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호텔이든, 17세기 문화재든 말이다.
 

 
Who's the writer?
이지은은 장식미술 감정사이자 미술사학자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 중이며, 저서로 〈오브제 문화사〉와 〈사물들의 미술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