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베놈> 주연이자 프로듀서인 톰 하디는 이미 시리즈 다음편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에 대해서. 캐릭터에 대해서. 동료, 가족, 사워도우 카페에 대해서. 베놈과 스파이더맨의 만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진짜 주연에 대해서.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

BYESQUIRE2021.10.04
 
 

톰 하디의 다섯 시퀀스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곳의 이야기

톰 하디의 트레일러는 웨일스 카디프 외곽에 세워져 있었다. 영화 스튜디오의 주차장에. 꽤나 고급인 그의 트레일러에는 작은 주방과 응접실이 있었고, 그리고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뒤편에 화장실, 침대, 등받이가 젖히는 커다란 의자 같은 것도 있었을 테다. 말끔한 응접실의 한쪽에는 천을 씌운 벤치(내가 주로 앉았던)가 있었고 반대편 구석에는 내가 이 공간에서 가장 언급하고 싶은, 다소 왕좌처럼 보이는 인조가죽 팔걸이 의자가 있었다. 양쪽에 작은 창문이 있는 벽 한쪽에는 평면 스크린 TV가 붙어 있었으며 천장에는 묘하게도 거울 패널이 깔려 있었다. 의자 옆 테이블에는 과자 봉지 하나와 커다란 추잉껌 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반려견 침대와 번쩍이는 구리 마감이 과히 시선을 잡아끄는 개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톰 하디는 올해 초 ‘쇼케이스 시네마’가 영국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1세기 영국의 최고의 남자 영화배우’로 뽑힌 남자. 과연 그런 남자의 트레일러, 의자, 개 밥그릇이라 할 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공간에 도드라지게 부족한 요소도 있었으니, 그건 바로 톰 하디 자신이었다.
 
그 대신 비서인 나탈리가 팔걸이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아한 금발인 그녀는 목걸이 형태 케이스로 걸어놓은 휴대폰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역으로 나를 마중 나온 사람도 나탈리와 톰 하디의 운전사 겸 경호원인 루크였다. 그는 꽤 젊고 수다스러운 편이지만 권투와 크라브마가를 수련했다. 누군가는 걱정하겠지만, 나탈리도 혼자서 스스로를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다. 하디의 비서가 되기 전, 그러니까 2015년작 영화인 〈레전드〉에서 톰 하디가 로니와 레지 크레이 형제를 연기했던 시기만 해도 나탈리는 이미 리암 갤러거와 10년 넘게 일한 상태였다. 전부 톰 하디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트레일러에서 나눈 아주 즐거운 잡담에서 얻은 정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이 기사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니까.
 
어쩌다 보니, 톰 하디의 연락을 몇 주 동안이나 기다리게 되었다. 그게 어디든 나는 그를 인터뷰하러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런던! 혹은 웨일스! 어쩌면, 제발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줌으로! 그러니 그의 공간까지 도달해 몇 시간 더 기다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전에 그와 몇 번의 인터뷰를 했던 바, 시간 엄수가 그의 장기가 아님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시간은 물론 인터뷰 환경을 예상하는 것도 포기하게 됐다. 첫 인터뷰 당시, 그러니까 하디가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과 〈레버넌트〉를 촬영하고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홍보하던 시절, 우리는 캘거리의 쇼핑몰에서 함께 도자기를 색칠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그러니까 그의 슈퍼 히어로물 데뷔작인 〈베놈〉의 개봉을 준비하던 중에는, 우리는 홈베이스(인테리어 자재 매장) 리치먼드 어폰 템스 지점 주변에서 노닥거렸다. 그는 늘 상대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오늘도 그랬다. 나를 태운 자동차가 낡아빠진 공장 건물과 놀랄 정도로 많은 말(루크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현지의 유랑민 공동체가 길가에 묶어둔 것이다)들을 지나칠 때에도,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하디가 〈해벅〉이라는 영화를 카디프 근처에서 찍고 있기에 이곳으로 오는 기차에 올라탔을 뿐이다. 영화는 정치인의 망나니 아들을 구출하려다 지하 세계에 휘말린 ‘상처투성이 형사’를 다룬 넷플릭스의 액션물이라고 했다. 사실 나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스튜디오로 나를 데려가는 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야외 주차장에 도착해 ‘워커’(영화 속 하디의 캐릭터)라는 팻말이 달린 트레일러의 계단을 오르면서 깨달았다. 이곳이 우리의 최종 목적지라는 걸. 놀랍게도. 그 깨달음은 아주 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그리 이색적인 곳도 아니고 주차장에 세워놓은 잘 꾸며진 선적 컨테이너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이 컨테이너를 보고 ‘호화롭다’고 하더군요.” 나탈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도 벌써 여러 번 했다. “톰은 지금 오는 중이에요.”
 
기다리는 동안 톰 하디의 ‘팀’ 구성원들이 들락거렸다. 그가 어느 제작사와 일하건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그가 새로운 환경을 조금이나마 덜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데 그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트레일러 안에는 유쾌한 동지애를 공유하는 나탈리와 루크, 그리고 하디의 대역을 하는 엑스트라에게 가짜 흉터를 만들어주려고 작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드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어느 순간 마치 폭풍 전의 바람처럼, 혹은 기차가 오기 전에 터널의 입구에서 떨리는 잎사귀처럼, 거의 감지할 수는 없지만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 일었다. 아우디 에스테이트가 주차장에 들어왔고, 나탈리의 시선이 창문을 향했다.
 
톰 하디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딱 맞는 티셔츠에 야구 모자를 쓴, 내가 아는 여느 43세의 애 아빠들과는 전혀 다른 근육질의 남자. 프렌치 불도그의 느낌이 뚜렷한 부드러운 회색 잡종견, 늘 어리둥절한 표정인 그의 반려견 블루도 함께였다. 톰 하디는 나를 보자마자 안으며 반겨줬다. 고백하건대 지난 1년 반 동안 가족 외의 사람을 제대로 안아본 건 처음이었다. 나탈리는 팔걸이 의자를 비워주고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가져다 놓았다. 블루는 구릿빛 밥그릇 옆에 있는 반려견 바구니에 자리를 잡았다. 나탈리가 에비앙 병을 따서 블루의 밥그릇 중 하나에 따랐다. 추측이지만, 그녀는 누가 시켜서 블루를 챙긴다기보다 그냥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게 편하다는 걸 깨달아서 챙기는 듯했다.
 

 

신작 영화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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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영화 〈베놈〉에는 쿠키 영상(엔딩 크레딧 중에 나오는 보너스 영상)이 있다. 하디가 연기한 탐사 기자 에디 브록이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샌퀜틴 교도소에서 안내를 받아 보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쉰 목소리를 지닌 간수의 인도를 받으며 어두운 복도를 지나 구불거리는 적갈색 머리의 우디 해럴슨이 족쇄를 찬 채 기다리고 있는 커다란 철창 앞에 도달한다. 해럴슨이 연기하는 괴상한 연쇄 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는 에디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난 여기서 나갈 거고, 내가 나가면 대학살이 일어날 거야.”
 
그날 톰 하디와 마주 앉아 나누던 대화는 그 상황과 무척 비슷했을 뿐만 아니라(유치한 발상이라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톰 하디가 나를 알 수 없는 환경 속으로 불렀고! 그리고 여기에서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자 속에서!) 톰 하디 역시 예고를 하고 있었다. 개봉을 앞둔 속편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에 대해서. 앤디 서키스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에서 클리터스 캐서디는 정말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킬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톰 하디는 내 가족의 안부나 묻자고 나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훌륭하게도 그는 먼저 내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물론 나더러 그의 파트너인 샬럿 라일리와 그 사이에서 얻은 두 아이, 그리고 예전 관계에서 얻은 열세 살짜리 아들로 구성된 가족의 안부를 물으라고 부른 것도 아니다. 그는 홍보해야 할 영화, 그리고 뭔가 증명할 것이 있어 나를 불렀을 것이다.
 
〈베놈〉 1편은 여러 면에서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일단 소니 픽처스 유니버스의 산하에서 마블 캐릭터로 만든 첫 번째 영화였다. SPUMC라는 매력적으로 축약된 명칭의 이 세계관은 소니가 스파이더맨이 아닌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로 별개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허락된, 눈물 나게 복잡한 거래의 산물이다. 하디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기자인 에디 브록, 그리고 CG의 마법을 통해 뇌를 먹어 치우는 귀여운 에일리언 심비오트인 베놈을 연기했다. 베놈은 에디의 몸속에 존재하며 공교롭게도 스파이더맨의 대표적인 적수 중 하나다. 넓게 보자면 톰 하디의 작업은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그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연을 맡아(혹은 나중에 그가 주장한 대로 ‘공동 주연’을 맡아) 조지 밀러의 인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했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의 적수인 베인을 연기해 그가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를 혼자서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베놈〉에는 여러 목표들이 존재했죠. 하지만 그건 주된 목적, 다시 말해 ‘내가 에디 브록과 베놈을 확고한 마블 슈퍼히어로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비하면 다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톰 하디가 팔걸이가 있는 인조가죽으로 된 옥좌에 앉아 말했다.
 
"슈퍼히어로를 아는 사람들에게 베놈과 에디 브록은 널리 알려진 역사의 일부예요. 나는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았죠. 그런 역사의 일부가 되고 싶었지. 역사를 욕되게 하지 말자. 하! 당신도 〈블랙팬서〉, 〈토르〉, 〈원더우먼〉, 〈베놈〉을 봤겠죠. 그중에 이렇게 말할 만한 작품은 없을 거예요. ‘오 세상에, 그 영화 봤어? 빌어먹을 정도로 끔찍했어! 절대 보지 마!’ 사람들이 〈베놈〉 1편을 싫어할 수도 있고, 정말로 좋아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냥 잊힐 영화는 아니에요."
 
사실 하디의 요약은 베놈에 대한 반응을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했다. 어떤 사람은 싫어했고(주로 비평가들),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좋아했다(주로 관객들). 하지만 1억 달러의 예산으로 8억5600만 달러의 최종 박스 오피스 성적을 거둔 영화를 두고 ‘잊혔다’고 말하기는 힘든 게 맞다. 심지어 그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베놈과 에디를 맡은 톰 하디의 연기에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톰 하디는 에디와 베놈이 에디의 몸에서 우선권을 차지하려 다투는 모습을 스크루볼 코미디와 기묘한 관계로 전개시킨다. (소니는 〈베놈〉을 안방극장용으로 출시하며 로맨틱 코미디로 재설정하는 패러디 예고편을 선보이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했다. “나는 베놈이고 당신은 나의 것” 하는 식으로.)
 
어떤 면에서 그 배역은 하디를 위해 만들어졌거나, 혹은 하디가 그 배역에 맞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각각 광고 회사 임원과 화가인 칩스 하디와 앤 하디의 외아들인 그에게는 런던 남서부의 이스트 쉰에서 보낸 10대 시절부터 마약과 알코올 남용을 심하게 반복했던 과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악습관은 드라마 센터 런던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리들리 스콧의 〈블랙호크 다운〉과 같은 대작에서 단역을 맡았던 연기 경력 초기까지도 이어졌다. 결국 2003년에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몸을 차지하겠다고 위협하는 파괴적인 충동과의 ‘밀당’을 가장 잘 아는 배우가 있다면 그건 바로 톰 하디인 것이다. 그게 술이든 에일리언 심비오트든 간에. “그냥 일이 그렇게 되는 거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오, 내가 그 역할에 뭔가를 반영할 수 있어’, 혹은 누군가가 내게 ‘오, 당신에겐 정신 건강 문제가 있었군요. 이 역을 해보는 게 어때요!”라고 말했을 거라고.” 그는 가르랑거리며 웃는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잘 맞아떨어졌어요.”
 
사실 그는 〈베놈〉 1편에서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줄거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톰 하디는 오랜 친구이자 영국 출신 작가인 켈리 마르셀과 함께 각본을 썼다. 이번에 그는 크레딧의 ‘각본’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구분이 별달리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내가 그저 연기를 잘 하면 어떻게든 제작자로서 일을 하게 되는 거라고 봐요. 그것에 대해 스튜디오와 말싸움이나 하면 되는 거고요.”
 
분명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특히나 톰 하디 같은 배우에게는 규정 준수가 추가된다. “저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로 맘에 든다고요.” 새 영화에서 베놈과 에디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물었을 때, 이 정도 대답이 그가 언급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제가 말하는 방식에 조심스러워졌어요. 저는 스튜디오 사람이니까요. 저는 경영진이에요! 믿거나 말거나.”
 
그는 그 외에도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새로운 빌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고편에서는 클리터스 캐서디(다행히도 전편의 추가 영상과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다)와 그의 심비오트인 카니지 외에도 슈릭(나오미 해리스가 연기했다)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했고, 코믹스 애호가들은 톡신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할 거라는 단서를 포착했다. 그 주제에 대해 하디는 해석이 불가능한 정신없는 손짓으로 답했지만 내 생각에 그건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뜻 같았다. 그는 〈베놈〉 3편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 내가 3편의 각본도 마르셀과 둘이서 함께 쓰게 될지를 물었을 때는 말수가 적어졌다. “이번 영화가 성공하기 전까지 다음 시리즈에 대한 그린라이트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스튜디오 측은 이번 영화에 정말 만족했어요.”
 
그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인터뷰 기사를 써야 하는 나는 정말로 난처해진 셈이었다. 아직 〈베놈: 렛 데어비 카니지〉를 미리 볼 수 있는 허가도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하지만 나는 마블 팬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또 다른 질문을 마지막 일격으로 지니고 있었다. 만약 골치 아픈 사업 거래가 원만히 성사된다면 베놈과 스파이더맨이 같은 영화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도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톰 하디가 관심을 갖게 될 만한 일일까?
 
“모든 가능성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제가 게으른 것이겠죠.” 그는 전자담배를 한 모금 빨며 말했다. “저는 어떤 기회라거나 만일의 경우가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즐겁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 성사가 되기까지는 분명히 큰 장애물이 있죠. 한 사람의 힘으로는 연결시키기 힘든 일이에요. 그런 무대를 맡게 되려면 훨씬 더 높은 차원의 협상과 정보가 필요할 거고요.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야죠.” 그는 베놈과 스파이더맨의 합작이 양쪽에게 다 이익이 될 일이며, 양쪽 다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를 모르겠어요. 적어도 저는 강하게 원하는 프로젝트고, 가능성이 높다면 제 손으로 밀어붙일 거예요. 그리고 사업적으로 올바른 한도 내에서 그게 현실화되도록 뭐든지 할 거예요. 당신이 100m 달리기 선수인데, 올림픽 대회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멍청한 일이겠죠. 저는 그런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그의 답은 아마도 ‘그렇다’인 것 같았다.
 


‘톰 하들리’가 잠깐 들렀던 이야기

인터뷰를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톰 하디의 키와 나이 정도 되는 갈색 머리의 남자가 트레일러로 들어왔다. “제이키!” 톰 하디는 소리쳤고, 남자는 내게 인사조로 (악수 대신) 팔꿈치를 내밀었다. “제이크는 매일 검사를 받아요.” 하디가 말했다. “PCR 말이죠.” 제이키도 동의했다. “매일 검사를 받죠.” 그리고 톰 하디는 본격적으로 그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와 제이키는 〈매드맥스〉 시절부터 같은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모든 걸 함께하죠. 그는 베놈이고, 에디 브록이고, 크레이고, 매드맥스죠. 우리는 쌍둥이예요. 그는 어딘가에 얼굴을 처박는 사람이고 나는 얼굴을 들어 올리는 사람이죠. 얼굴부터 바닥에 떨어져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제이키의 몫이에요.” 아마도 내 얼굴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기색이 돌았을 테고, 톰 하디는 이렇게 덧붙였다. “실은 내가 제이키에게 당신을 보러 오라고 부탁했어요. 딱히 재미있는 일도 없는데 마침 제이키는 정말 웃기거든요. 이제 난 병원에 갈 테니 인터뷰를 완전히 나의 스턴트맨에게 넘겨봅시다! 당신은 요가를 하게 될 거예요. 핫 요가를! 그것도 강아지랑!” 블루는 물그릇을 찰랑이느라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뒤늦게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제이키의 본명은 제이콥 토무리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때부터 톰 하디의 스턴트 대역을 맡아 왔다. 토무리의 설명에 따르면 샬리즈 세런의 대역을 맡은 한 친구가 둘의 유사성을 알아채고 그를 이 일에 추천했다. 토무리는 영국이나 미국의 성질 급한 멍청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 같은 아주 편안한 태도를 지녔고, 톰 하디의 호출이 있을 때 외에는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실제로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나중에야, 톰 하디가 예전에도 그를 인터뷰에 끌어들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좀 더 즐겁기 때문에, 그에게 색다르고 유쾌한 기록을 남길 기회가 되기 때문일까? 에디와 베놈처럼 두 개의 머리가 하나보다 낫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둘 사이에 서서 아직도 질문의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토무리에게 오클랜드의 집에 있는 동안 둘의 몸을 비슷한 형태로 유지하기 위해 하디의 몸을 체크하는지 물었다.
 
토무리 서로 문자를 주고받아요. 저는 이렇게 묻죠. ‘이번 역할에 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하디 그럼 난 거짓말을 해요! “지금 90kg이야.” 하지만 사실은 75kg이죠.
토무리 정말 그래요. “난 지금 80kg 정도야.” 그런데 도착해서 보면 그는 85kg 정도거든요. 그러니 난 작은 톰, 그러니까 그 시점에서 ‘톰 하들리’가 되는 거죠.”
하디 “한번은 트랩 슈트 때문에 엄청 웃었는데….”
토무리 “정말로 그런 이야기까지 하려고?”
 
알고 보니 그들이 말한 ‘트랩 슈트’란 〈레전드〉에서 하디와 어깨 모양이 다른 토무리가 재킷 속에 입어야 했던 보조 속옷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짜 승모근이다.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그들에게 큰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토무리 뽕이 든 베이지색 쫄쫄이!
하디 (웃으면서) 그건 정말 구렸어.
토무리 맞아! 내가 너한테 사진도 보냈잖아. ‘고맙네 친구’라는 느낌으로.
하디 별말씀을.
 
〈레버넌트〉 촬영 당시 캐나다에서 폭설로 갇혔을 때 함께 만들었던 립싱크 영상(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영상 모음집에서 둘은 즐겁게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를 부른다), 브라질리언 주짓수에 대한 두 사람의 공통적인 애호(하디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걸음마 단계예요. 시작한 지 고작 3년밖에 안 되었거든요.”), 하디의 다리가 토무리보다 더 가느다란 편이라는 사실 등은 꽤 즐거운 이야깃거리였다. (그래서 하디가 촬영장에 반바지를 입고 오면 토무리는 이렇게 묻곤 한다. “톰이 왜 에뮤(타조를 닮은 큰 새)에 올라타 있죠?”) 뉴질랜드에서 청소년용 판타지 시리즈에 출연했던 토무리의 초기 연기 경험담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그 영화에서 그는 파란색 헤어스타일을 뽐냈다고 한다. 그러나 토무리도 놀림을 받으며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토무리 네가 나왔던 그 영화가 뭐였지?
하디 〈미노타우르스〉.
토무리 〈미노타우르스〉!
하디 언젠가 스스로가 너무 연기를 못했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부디 그 영화를 보고 기억해줘.
토무리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
하디 그건 내 첫 영화가 아냐! 그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경력을 잘 쌓고 있었어! 한창 잘하던 중이었지! 그러니까 만약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지 말라는 거야. 일당 벌이를 한다고 해서 무시하지 말라고. 그 속에 든 것은 누군가의 진심과 영혼이며…
토무리 맞아.
하디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걸 제대로 화면에 보여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하! 그러니 스스로의 연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부디 편하게 그 영화를 보고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줘. 네가 어떤 연기를 했는지 아무도 안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하디와 토무리는 웃다가 거의 넘어갈 참이다. 톰 하디가 내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그를 부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톰 하디의 주변에 아직도 그를 놀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고, 그 효과는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결국 〈미노타우르스〉도 보게 됐다. 그건 정말 특별한 영화다. 미궁에 갇힌 열정적인 10대들이 나오는 짜릿하고 어설픈 신화적 판타지 드라마로, “바라건대 내 후손을 잉태해주시오” 같은 대사가 나온다.
토무리와 그의 빈약한 승모근은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에도 호출되었다. 그 영화는 왓포드 인근의 리브스덴 스튜디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촬영되었다. 그래서 나는 토무리에게 완성본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물론 그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디 그걸 보고 싶어요?
우리가 그래도 되나요?
하디 아뇨. 물론 그러면 안 되죠. 하지만 내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 저는 시청 허가를 받았어요. 그러니 당신이 트레일러 밖에 서서 열린 창문 사이로 훔쳐보는 걸 막을 수는 없죠. 하지만 내가 당신을 발견하면, 당신에게 꺼지라고 말할 거예요.
 
결국 여기서 우리가 톰 하디의 트레일러의 열린 창문을 통해 〈베놈: 렛 데어비 카니지〉를 훔쳐봤는지 아닌지는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
 

 

영화 촬영장 주변을 걸으며 했던 이야기

그레이 울 더블브레스트 코트 1195파운드 리처드 제임스.

그레이 울 더블브레스트 코트 1195파운드 리처드 제임스.

톰 하디의 트레일러는 어느새 습기로 가득 찼다. 방금 일어났는지 아닌지 모를 일로 다들 흥분한 탓일 수도 있고, 작은 창문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보였다. 토무리는 자리를 떴고, 톰 하디는 내게 〈해벅〉의 촬영장 주위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촬영장은 트레일러 바로 뒤 동굴 같은 건물 안에 지어져 있었다. 촬영은 몇 주 내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해벅〉의 배경은 디트로이트다. 개러스 에번스 감독의 전작인 〈더 레이드〉(자카르타의 봉쇄된 건물을 무대로 한다)처럼 대사보다는 거침없이 연출된 격투 장면, 혹은 하디의 표현을 빌리자면 ‘근사한 고품격 얼굴 걷어차기’에 비중을 둔 영화일 것으로 보인다. 격납고 크기의 스튜디오 안은 커다란 합판 상자로 가득하고, 아마 그중 대부분이 좁은 복도, 더러운 골목, 또는 어둡고 유혹적인 나이트클럽처럼 보이도록 꾸며질 것이다. 지금 이곳에는 마스크를 쓴 채로 뭔가에 못을 박거나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밖에 없지만. 톰 하디가 “별일 없죠 친구?”라고 인사하면 그들은 인사를 건넨 사람이 스스로가 지금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답했다. 거의 모두가.
 
그중 한 공간은 소품으로 가득했다. ‘건너지 마시오’라고 쓰인 표지판과 공중전화박스, 기타 잡동사니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디는 그 물건들을 감탄의 눈길로 바라봤다. 아마도 그가 벼룩시장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튜디오의 한편은 칸막이로 더 작게 분할되어 있고, 그곳에는 ‘무기 사격 및 시험’이라는 문구를 써놓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하디는 한 구획의 문을 열고 그 안의 종이 상자 더미나 바닥 위의 테이프 표시 같은 걸 보여주었다. 그 안에 있던 친절한 사람들은 나를 마치 민정시찰을 나온 공주라도 되는 양 대하며 그 표시들이 스턴트를 연기할 때 자동차와 벽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디가 들어간 또 다른 구획에는 토무리와 이름 모를 한 남자가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서 둘 다 양말을 신은 채 서로 붙잡고 있었다. 토무리는 움켜쥔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예정된 훈련을 다 마친 훈련 파트너 중 한 명이 퇴근해야 한다고 하디에게 말했다. “그 친구 오늘 몸이 좀 안 좋았어?” 하디는 이렇게 대꾸했다.
 
하디는 〈해벅〉이 요구하는 육체적인 수고를 꽤나 즐기는 듯 보인다. 그는 벌써부터 몸을 상당히 단련해놓았고, 화면 안에서 되도록 많은 격투를 하기를 원한다. “제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도 말이죠.” 토무리는 그가 현재 하루에 2~3회의 크로스핏 운동, 1시간 정도의 브라질리언 주짓수, 그리고 영화를 위한 스턴트 구성을 포함한 훈련을 받고 있다고 했다. 〈베놈〉 1편의 촬영 사고 이후 그는 양쪽 무릎에 수술을 받아야 했다. “내 무릎은 엉망이었죠.” 그는 차기작 때문에 회복에 고작 8주만을 할애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이제 전보다 훨씬 가뿐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의 몸이 매우 보기 좋아 보인다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부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는 역시나 그렇게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진지한 어투로 덧붙이기도 했다. “고마워요.”
 
〈해벅〉은 뻔뻔스러울 정도의 액션 영화다. 하디의 표현에 따르면, 해벅은 진짜 ‘장르 영화’다. “만약 당신이 무술을 할 예정이라면, 개러스 에번스 감독의 영화부터 봐야 해요.” 에번스도 찬란한 흥행 기록(영화 〈더 레이드〉와 스카이 TV 드라마 시리즈인 〈갱스 오브 런던〉은 별점이 가득한 리뷰를 받았다)을 갖고 있지만 〈해벅〉은 오스카상 후보의 영광을 안겨준 〈레버넌트〉처럼 톰 하디에게 고상한 주목을 받게 만들 프로젝트는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엄청나게 운동을 하고, 주말이면 런던으로 퇴근해서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그에게 돈을 벌게 해줄 프로젝트이긴 하다. 한 배우의 일에 대한 보상으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괜찮아 보인다. “자랑하려는 건 아닌데요.” 그가 운을 뗐다. “웃긴 억양을 쓰면서 영화 촬영을 몇 시간 하고, 샌드위치를 하나 먹은 후에 집에 가요.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아, 톰 하디가 이 영화에 갖는 의미가 하나 더 있다. 그가 이 영화와 계약한 것은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재난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느낄 이유겠지만) 감금된 생활로 미쳐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도 중 하나였다고 한다.
 

 

사워도우를 비롯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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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하디의 팬데믹도 여느 런던 사람의 경험이나 마찬가지였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촬영은 영국이 1차 록다운 조치에 돌입했을 당시에 거의 종료되었다. 그리고 누구나처럼 그도 겁을 먹었다. “다들 휴지를 모으고 가게의 진열대를 비워버리기 시작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죠. 가만있자, 우리가 무장을 해야 하나? 이건 좀비 아포칼립스일까?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려나? 초반에는 그런 생각을 한 때도 있었죠.” 하디는 가족을 위해 소박하게 물자를 비축했다. 비타민 D, 비타민 K, 기저귀. 하지만 결국 그도 많은 사람이 그 이상하고 정체된 몇 개월 동안 완전히 돌아버리지 않도록 했던 일을 하게 되었다. “정원에서 하루 15분 운동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사워도우를 만들었죠.”
 
그의 말에 따르면, 홈스쿨링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사워도우 만들기는 꽤 즐거웠다. “아직도 효모를 갖고 있어요. 매일 양분을 공급해야 해요. 헌신적으로 돌봐야 하죠. 간신히 여분을 만드는 데 성공해서 이제 두 개가 있어요. 누가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항아리가 폭발해서 ‘그건 1년 반을 공들인 건데!’라고 소리 지르게 될 때를 대비한 거죠.” 그는 우리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록다운 몽상’도 즐겼다. “사워도우 카페를 열면 어떨까 생각도 했어요. 커피와 사워도우와 주짓수와 자동차 협회 모임. 물론 개를 데려와도 되는 곳이죠.”(개에 대한 애정을 빼놓고는 톰 하디라는 사람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트레일러로 돌아왔고, 하디는 내 옆의 소파에 앉아 긴 의자의 끝에 팔꿈치를 기댔다. 그리고 곧 차분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기 집에 갇혀서 2세와 5세 아이들에게 좌우되는 라이프스타일에 빠지게 된 이야기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방식이 자신에게 딱 맞는다는 걸 알게 된 과정을 들려줬다. “애송이 시절에는 체계와 규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게 없다면 아버지로서는 낙제감이죠.”
 
봉쇄로 인해 그는 생각할 기회, 또는 달리 말해 심연을 바라볼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세상, 나 자신의 행동, 내가 살아온 방식, 그리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죠.” 그래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그 대목에서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나는 ‘어른’이라는 개념과 싸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동안 내가 보여준 모든 악당, 혹은 으르렁거리는 인물들은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연기는 일종의 공작새 같은 과장된 형태이고, 제 진짜 모습과는 상반되죠. 기억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것은 충격적이고 무서운 경험이라 그걸 흉내 내는 일은 아주 쉬워요. 부드럽고 상냥하고 친밀한 모습은 그렇지 않죠. 그런 식으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흉내 내기가 정말 어려우니까요. 이제 나이를 더 먹으면서 그런 것을 덜 무서워하게 됐어요. 그래서 타인의 생각에 그리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요.”
 
이런 생각이 그가 앞으로 맡을 배역의 종류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을 때, 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블루가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외쳤다. “블루에게 리처드가 필요할 거 같아요!”(“리처드 3세 말이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친절하게도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답을 내놓았는데, 그건 내 질문과는 좀 다른 방향이었다. “결국, 일에 매달릴 이유가 적은 것 같아요. 삶의 동기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몸을 다듬고 건강해지고 잘 먹는 것이기 때문이죠.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내 밑에 침대가 있고 냉장고 속에 먹을 것이 있어요. 얼마나 충분해요? 그건 무대 연습이 아니라 삶이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삶을 즐기는 거예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요.”
 
물론 그건 ‘으르렁거리는’ 배역을 줄이는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그때 수많은 머리를 걷어차는 영화의 촬영을 2주 앞두고 있었고, 몇 달 뒤면 온 정신을 뒤흔드는 대작 영화도 개봉할 예정이었다. 더구나 후자는 잘 된다면 그에게 다음 편을 제안하게 될 터였다. 아버지인 칩스, 각본가인 스티븐 나이트와 공동 집필한 유쾌하고 괴상한 시대극 〈타부〉의 두 번째 시리즈, 그리고 자신의 제작사 ‘하디 선 앤드 베이커’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종군기자인 돈 매컬린의 전기영화나 팀 오브라이언 작가의 베트남전에 대한 단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의 각색 등) 역시 일시적으로 보류된 시점에서, 그는 〈베놈〉 시리즈에 당연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매드맥스〉의 다음 기획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2015년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그는 멜 깁슨으로부터 엄청나게 혹사당하는 사막의 경찰 역할을 이어받았는데, 다만 그는 그 영화의 영광을 샬리즈 세런이 연기한 난폭한 전사 임페라토르 퓨리오사에게 넘겨주었다. “그건 결국 퓨리오사의 영화였어요. 아주 훌륭했죠. 퓨리 로드(Fury Road), 퓨리오사. 이름부터가 그렇잖아요.” 제목에는 매드맥스도 있다고 내가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맞아요. 하지만 그래서 그 영화가 전개되는 방식이 흥미로운 거죠. 지금 보면 그건 어떤 면에서는 권력의 전환이었던 거예요. 〈매드맥스〉에서 퓨리오사로 말이죠. 그게 바로 지금 〈퓨리오사〉를 촬영하고 있는 이유예요. (해당 영화는 퓨리오사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로 아냐 테일러-조이가 출연하며 2023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아주 훌륭하게 이뤄진 주역의 교체죠. 밀러는 여전히 〈매드맥스〉라는 시리즈를 붙잡고 있지만 자신의 역량을 두 인물에게 나눠줬어요. 그리고 저는 그 점이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하디는 대신 바로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고.” 그는 말한다. “아이들과 상속세에 대해 생각하는 시절이에요. 아직 두 팔이 멀쩡하고 몸이 움직인다면 계속 열심히 일해야죠.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날 때까지. 그때가 되면 내 보수는 상당히 낮아질 거예요. 하지만 아마 그때까지 연기를 계속할 것 같아요. 그러니 누가 알겠어요? 내가 끔찍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에 나오는 걸 보게 될 수도 있죠. 물론 다시는 저를 보지 못할 수도 있고요. 하하! 내가 결정한 일이니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아, 결국 그가 결정을 내렸구나.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 그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했고, 그리고 떠나버렸어.’”
 
그리고 그는 이제 잊히는 것이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어떻게든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일단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면 전처럼 요란을 떨 필요가 없어요.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느 정도면 충분한지, 내게 필요한 것과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하죠. 이런 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해요. 누구나 각자 자기만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짓수와 사워도우를 좋아하는 사람이죠. 그게 제게 성취감을 줘요.”
 
이후 어느 시점에서, 분위기가 다시 변했고 약간은 가라앉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우리의 인터뷰가 끝났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몇 번의 포옹이 이어졌고, 서로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고, 그리고 나는 트레일러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나를 차에 태워 산업단지와 길가의 말 떼를 지나 역으로 데려다줄 나탈리와 루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톰 하디는 잠시 우리를 내려다보며 현관에 서 있었다. 눈이 부셨다. 그는 곧 또 다른 운동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하다고 말했고,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운동을 너무 많이 했거나, 혹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럴 것이다. 그는 운동을 하는 대신 휴식을 취해야 할지 고민했고, 나탈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이 아니더라도 그는 또 짬을 내서 운동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그는 21세기 영국 최고의 남자 영화 스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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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MIRANDA COLLINGE
  • PHOTOGRAPHER GREG WILLIAMS
  • STYLIST Nicole Schneider
  • PRODUCTION Bob Ford/ Cordelia Macdonald
  • HAIR Nathaniel Bury
  • MAKEUP Audrey Doyle
  • PHOTOGRAPHER’S ASSISTANT Luke Beresford
  • HOTOGRAPHER’S ASSISTANT Mark Hilton
  • FASHION ASSISTANT Chloe Adele
  • TRANSLATOR 오태경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