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스 여인택 대표가 꿈꾸는 자동차 세상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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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스 여인택 대표가 꿈꾸는 자동차 세상

2억원짜리 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한사랑산악회를 초대 가수로 불렀다. 이런 작은 일에 놀라지 마시라. ‘피치스 도원’을 라이프스타일 신의 무릉도원으로 만들기 위한 여인택 대표의 파격은 이제 막 시작이니까.

박호준 BY 박호준 2021.11.29
 
Q. 피치스가 어떤 일을 하는 브랜드인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의도한 것인가?  
특정 카테고리로 한정 짓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정의를 내리는 순간 그 틀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치스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에 따라 아이덴티티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 영상 콘텐츠를 통해 피치스를 알게 됐다면 그에게 우린 ‘미디어 프로덕션’이고, 옷을 통해 알게 됐다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셈이다. 그동안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 피치스라는 브랜드를 정의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Q. 시작은 영상 콘텐츠였다.
맞다. 일본에 ‘RWB’라는 브랜드가 있다. 포르쉐 911을 베이스로 튜닝 및 패션 사업을 전개하는 곳이다. 다짜고짜 그곳에 갔다. 풍만한 볼륨을 자랑하는 형형색색의 911과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만들어 올린 영상이 대박을 쳤고 RWB와 연이 닿는 계기가 됐다. 2018년엔 〈에스콰이어〉와 함께 BMW 모델을 가지고 영상을 찍었다. 그땐 심지어 피치스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이었다.(웃음)
 
Q. 개인적으로 N 브랜드 글로벌 홍보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 영상미는 기본이고 스토리텔링이 들어 있어 놀라웠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는구나’라고 적힌 댓글을 볼 때 신이 난다. 슈트 입은 중년 남성 모델이 나와서 ‘차원이 다른 승차감’ 같은 식상한 멘트만 내뱉는 광고만 보던 사람들에게 드리프트와 특수효과가 가득한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제공한 게 먹혔던 것 같다.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제네시스 영상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 N 브랜드 영상을 찍었을 때보다 더 기대된다. 한 가지만 스포하자면, 제네시스 광고 영상이지만 제네시스 모델이 아닌 피치스가 튜닝한 자동차도 등장한다.
 
 
‘가짜 문화(fake)’를 경계한다는 뜻을 담았다. 브랜드 협업 영상 촬영을 위해 실제 자동차를 건물 위에서 떨어뜨렸던 것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독특한 생김새 덕에 피치스 도원을 상징하는 ‘성지순례’ 장소가 됐다.

‘가짜 문화(fake)’를 경계한다는 뜻을 담았다. 브랜드 협업 영상 촬영을 위해 실제 자동차를 건물 위에서 떨어뜨렸던 것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독특한 생김새 덕에 피치스 도원을 상징하는 ‘성지순례’ 장소가 됐다.

Q. 오프라인 자동차 문화공간인 피치스 도원이 문을 연 지 8개월이 지났고, 그 인기는 여전하다. 피치스에게 도원은 어떤 의미인가?
실체가 필요했다. 피치스는 2018년 온라인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높은 퀄리티의 자동차 영상을 연달아 업로드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N 브랜드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것도 피치스 도원이 생기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일을 벌이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했다. 현대카드가 현대 콘서트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문화산업에 입성한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영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곳에 오면 한눈에 피치스가 어떤 일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예전에 F&B 사업 경험이 있었던 게 도움이 됐다.
 
Q. 도원이라는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도원결의에서 따왔다. 온라인에만 존재하던 우리가 처음 오프라인 세계로 확장하는 뜻깊은 순간을 기념한 이름이다. 청담이나 압구정 대신 성수를 선택한 건 오래전부터 자동차 공업단지와 피혁 관련 업체가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SM엔터테인먼트와 무신사, 아더에러 같은 패션 브랜드도 성수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는 피치스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차를 여러 대 들여놓기 위해서 넓은 부지가 필요했던 것도 이곳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Q. 비즈니스 코어로 자동차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원까지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자꾸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들을 어떻게 사회와 연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지인들과 함께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아우어 베이커리’와 ‘나이스 웨더’를 만든 ‘CNP 푸드’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요식업만으로는 문화 전반을 선도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당시 나는 1년에 7~8번 차를 바꿨다. 단순히 새로운 차를 타는 게 아니라 매번 나만의 차로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취미였다. 그때 재미로 피치스 차랑용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주위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구매를 원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 이게 돈이 되네?’라는 걸 깨달았다. 블루오션을 발견한 순간인 셈이다.
 
 
소코 바(Soko bar)에선 다양한 술과 후카 그리고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즐길 수 있다. 무알코올 칵테일도 있으니 차를 가지고 왔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소코 바(Soko bar)에선 다양한 술과 후카 그리고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즐길 수 있다. 무알코올 칵테일도 있으니 차를 가지고 왔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Q. ‘우아, 이게 진짜 되네?’라는 말이 피치스의 행보를 설명한다.
피치스를 통해 좋은 비즈니스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 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나중에 할 거 없으면, 자동차 카페나 차려야지”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국내엔 성공한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피치스는 다르다.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나아가고 있고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줬다. 작년에 성수동에서 새벽 2시에 행사를 열었는데 무려 400여 대가 모였다. 너무 많이 모인 차들 때문에 경찰이 출동할 정도였다. 그다음 날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해명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피치스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최근엔 스타필드 주차장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250대만 참가할 수 있는 행사에 12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행사를 열면 최소 수백 대는 모을 수 있다는 점은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Q. 후발 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오히려 환영한다. 독주 체제를 원하지 않는다. 슈프림과 팔라스만 보더라도 서로 싸우면서 경쟁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과정들이 모여 팬덤을 형성하고 이슈를 만든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면 자동차 크루끼리 배틀을 벌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물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브랜드는 그런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피치스의 라이벌이 탄생해 서로 실력을 겨루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Q. 얼마 전 패션 플랫폼 ‘크림(KREAM)’과 협업해 후디를 출시했는데 AMG GT S를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다. 그전엔 AOMG와 협업하기도 했다. 2021년은 ‘협업의 해’인가?
(웃음) 협업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굉장히 많다. 전부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재밌고 커다란 규모의 협업이 예정되어 있다. 어떤 브랜드랑 함께 일하더라도 젊고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피치스만의 매력 덕분이라고 본다. 몇 가지만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1월 20일부터 열흘간 LG 노트북 gram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노트북을 들고 오면 SSD를 최신 사양으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Approved by Peaches’라는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게 자동차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우리는 ‘튜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SSD를 교체하며 얻은 성능 향상과 즐거움이 자동차 튜닝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튜닝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사실 튜닝이란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건설적인 과정이다. 그 밖에도 주유소나 지하 주차장을 ‘피치스스러운’ 장소로 꾸밀 예정이다. 주유소는 기름을 충전하는 곳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으로, 지하 주차장은 ‘언더그라운드’에 초점을 맞추어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피치스라는 이름은 뒤태가 예쁜 차를 두고 ‘복숭아 같다’고 말하는 영어 표현에서 비롯했다. 피치스를 대표하는 캐릭터 ‘바토(Batto)’ 역시 반은 인간, 반은 복숭아라는 설정이다. 참고로 슈퍼레이스 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아틀라스BX의 김종겸 드라이버가 타는 경주용 차에도 바토가 래핑되어 있다.

피치스라는 이름은 뒤태가 예쁜 차를 두고 ‘복숭아 같다’고 말하는 영어 표현에서 비롯했다. 피치스를 대표하는 캐릭터 ‘바토(Batto)’ 역시 반은 인간, 반은 복숭아라는 설정이다. 참고로 슈퍼레이스 6000 클래스에 출전하는 아틀라스BX의 김종겸 드라이버가 타는 경주용 차에도 바토가 래핑되어 있다.

Q. 튜닝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나?
직접 튜닝숍을 운영하는 건 아니다. 직원 중 머캐닉(자동차 엔지니어)은 없다. 자사 개라지에서는 자동차 래핑 디자인만 가능하다. 튜닝을 해야 할 땐 전문 업체에 맡긴다. 자동차 튜닝은 높은 숙련도와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섣불리 진입하기 어렵다. 대신 범퍼나 리어 스포일러를 구매할 수 있는 ‘보디 키트(body kits)’ 사업을 준비 중이다.
 
Q. 위드 코로나로 바뀌는 추세다. 어떤 오프라인 활동을 계획 중인가?
도쿄에 가면 카트를 타고 시부야 시내를 달릴 수 있다. ‘마리오 카트’라고 부르는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인기를 끄는 관광 코스 중 하나다. 성동구청과 협의해 ‘피치스 카트’를 선보이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막 달리는 건 아니다. 특정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후 시간 안에 안전하게 달리며 성동구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방식이 될 것 같다. 내년 4~5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함께 일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브랜드는 아니고 운전면허학원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의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더라도 피치스 스티커를 붙인 차들이 도로 위에서 비신사적인 운전을 한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잘나가다가도 작은 사건 하나 때문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게 브랜드의 속성이다. 속된 말로 ‘양카’라고 부르는 도로 위의 무법자를 줄이기 위해선 처음 운전대를 잡을 때부터 제대로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능 조작이나 주행시험을 넘어 자동차라는 물건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운전 매너를 체득할 수 있는 ‘피치스 운전면허학원’을 만들고 싶은 이유다. 피치스 로고가 박힌 운전면허증이 나온다면 자동차 문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웃음) 멋있어 보이는 건 덤이다.
 
 
루프톱은 스케이트보드를 테마로 꾸몄다. 어릴 때 스케이트보드에 자신만의 스티커를 붙여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동차 스타일링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루프톱은 스케이트보드를 테마로 꾸몄다. 어릴 때 스케이트보드에 자신만의 스티커를 붙여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동차 스타일링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Q. 스토리텔링이나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멋이다.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나 인물이라도 멋이 없다면 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물이 공개됐을 때 내부적으로 ‘이건 진짜 멋있다’고 평가한다면 성공이다. 대다수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직원 개개인의 능력과 관심 분야를 적극 수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바토(Batto)’가 그렇다. 복숭아를 모티브로 한 피치스 캐릭터 바토는 한때 만화가를 꿈꿨던 직원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바토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토의 인기가 높아지면 IP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Q. 자리를 잡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취미가 업이 된 케이스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대신 성향이 많이 변했다. 처음 피치스를 만들었을 땐 20대였다. 내가 보는 세상이 무조건 옳다고 믿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한국타이어나 현대자동차에 쓴소리도 자주 했다. ‘싸가지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웃음) 일을 거듭하면서 유해진 편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현재 25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전부 가족같이 지낸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힘들다고 느낀다. 멤버끼리 하는 말로 ‘피치스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 피치스를 떠나더라도 여기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회사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Q. 조금 더 먼 미래의 피치스는 어떤 모습일까?
해외 진출과 NFT 그리고 메타버스 진입이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피치스의 첫 번째 플레이스는 성수동이 아닌 LA였을 것이다. 처음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1월 2일부터 사흘간 열린 ‘2021 SEMA Show’에 참가한 것도 그래서다. 2022년은 이미 정해진 일정만으로도 빠듯해서 빨라도 2023년은 되어야 LA에서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NFT는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어, 피치스의 차량용 데칼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NFT를 함께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가품 논란을 없앨 수 있고 투자 가치가 생긴다. 창의적인 협업이나 굿즈를 자주 만들어내는 피치스에게 중요한 도구다. 메타버스는 진입하지 않을 수 없는 ‘하이프(Hype)’한 시장이다. 하지만 제페토 같은 모습은 아니다. 현실과 완벽히 다른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에 위치하는 모호한 영역을 노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탄생해 오프라인으로 왔다가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가는 순환이다. 온라인의 파급력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할 때 더욱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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