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다음 행보는 '아트'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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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다음 행보는 '아트'다

세상이 잠시 얼어붙은 시기에 하이메 아욘은 오히려 그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현대백화점 두 지점에 영 브이아이피만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라운지를 만든 하이메 아욘을 만났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1.11.30
 
요즘은 정말 모든 뉴스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Q. 〈오징어 게임〉 말인가요?
맞아요. 〈오징어 게임〉이 난리잖아요. 우리나라(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넷플릭스에 있는 〈Casa de Papel〉이라는 시리즈 알아요? 영어로는 ‘머니 하이스트(Money Heist)’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카사 드 파펠’을 직역하면 ‘하우스 오브 페이퍼’가 더 정확하죠.
 
Q. 알죠. 한국에선 넷플릭스가 〈종이의 집〉이라고 제목을 달았어요.
오! 그 드라마를 아는군요. 그 드라마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정말 미친 일들이 벌어졌죠. 거기 나오는 여자 배우 중 한 사람과 친분이 있는데, 그녀는 단 2주 만에 월드 스타가 됐어요. 믿을 수 있겠어요? 단 2주 만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요?
 
Q.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주연인 정호연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그녀(우르술라 코르베로) 역시 순식간에 팔로워가 2000만 명을 넘어섰어요. 그러나 그 인기를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에요. (우르술라 코르베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현재 2400만 명이다. 정호연의 팔로워 역시 우리가 인터뷰할 시점에 2300만 명을 넘어섰다.)
 
더현대 서울 YP HAUS 안쪽에 있는 하이메 아욘의 조각상 앞에서 하이메 아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촬영을 위해 양말부터 셔츠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 YP HAUS 안쪽에 있는 하이메 아욘의 조각상 앞에서 하이메 아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촬영을 위해 양말부터 셔츠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Q. 그나저나 하이메 씨는 정말 말투와 표정이 상냥하네요. 이곳을 만든 당신의 디자인이 그 성격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둥글고 모나지 않고 컬러풀하며 인상적이에요. 당신 에이전시의 표현처럼 ‘케어링’한 면이 잘 드러나 있어요.
그럼요. 전 항상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편이고, 우린 이런 얘기를 종종 하죠. “There’s no time to be an asshole”이라고요.(웃음) 제가 사는 발렌시아는 지중해 연안에 있어요.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편안하죠. 저 역시 그런 로컬 피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요. 아시잖아요. 창작물은 언제나 창작자를 반영하기 마련인 것을요. 뭔가를 디자인할 때 전 항상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liking it myself)에 대해 먼저 생각하죠. 장소를 디자인할 때면 내가 머물고 싶은 장소는 어떤 곳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거죠.
 
Q. 뭔가 BTS의 메시지인 ‘러브 유어셀프’가 떠오르네요.(웃음)
(웃음) 뭐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죠. 그런데 내가 좋아할 것을 만드는 건 정말 중요해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만약 당신이 당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을 사랑해주겠어요?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만들어봤자 남들도 좋아해주지 않아요.
 
Q. 이번 현대백화점의 영 브이아이피들을 위한 ‘YP HAUS’를 디자인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나요?
맞아요. 이번에 이 공간을 디자인할 때 역시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제 마음에 들도록 맞춰나갔죠. 부드러운 느낌, 차분하면서도 매우 혁신적인 컬러들을 고르기 위해 공들였어요. 또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죠. 예를 들어 이 공간에 설치된 거울이 그래요. 거울이 없었다면 아마 이 방은 전혀 다르게 보였을 거예요. 이건 마치 게임 같은 거죠.
 
Q. 더현대 서울의 YP HAUS의 인테리어는 하이메 씨가 도안을 보내면 그걸 바탕으로 한국의 기술자들이 시공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걸로 알고 있어요. 막상 와서 완성된 실제를 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요?
훌륭해요. 아마 보면 아시겠지만, 이 공간은 매우 복잡하게 디자인된 공간이에요. 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 닫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료는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디테일이 이 공간을 결정지었죠. 아침에 일어나면 제 팀원들이 계속해서 뭔가를 가져와서 물었어요. ‘이건 어떻게 할까요, 저건 어떻게 할까요’ 하며 말이죠. 제 팀원들은 디테일에서는 저보다 더 집요하게 확인하는 성격들이거든요.
 
Q. 팀원은 몇 명인가요?
두 개의 오피스가 있고 12명이 일해요. 그런데 이 12명은 정말 훌륭해요. 예를 들어 오로지 테크니컬 드로잉만 전담하는 두 명의 여자 크루가 있는데, 그 친구들은 거의 마술사에 가까워요. 3D만 담당하는 크루도 있고, 비디오 그래퍼도 있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도 있고요. 그러나 이런 훌륭한 크루들이 백업해준다고 해도 물론 정확하게 디렉션을 내리는 게 중요하죠. 예를 들어 저 뒤에 있는 조각상을 보면 정확한 설계도, 프러포션, 정확한 재질에 대한 디렉션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Q. 조각상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캐릭터(YP HAUS 끝방 중앙에 있는 거대한 알루미늄 상)의 이름은 있나요?
뭐랄까, ‘펑크 도그’라고나 할까요?
 
Q. 예전에 ‘연인들’과 ‘손님들’이라는 피겨 시리즈를 발표한 적도 있죠.
그것들은 자기(포슬린)로 만든 일종의 상품인 반면에 이건 순수한 의미의 조각상이에요.
 
Q. 그러니까 이건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라는 뜻이죠?
맞아요. 이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 아트 피스예요.
 
Q. 작품이면 작품명이 적힌 명패를 붙여줘야죠. 여기 이 발 아래에 작품명과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있게요.
그렇네요. 당장 붙여놔야겠네요.
 
더현대 서울에 있는 YP HAUS의 내부 모습. 20~30대 VIP(‘YP’)만을 위한 전용 라운지로 40대 이상은 YP와 동반 입장만 가능하다.

더현대 서울에 있는 YP HAUS의 내부 모습. 20~30대 VIP(‘YP’)만을 위한 전용 라운지로 40대 이상은 YP와 동반 입장만 가능하다.

Q. 이 공간에 와보니 당신이 오래전에 〈월스트리트 저널〉과 했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기억나요. ‘전 조용하게 비싸요’(자주 쓰는 ‘quite expensive’라는 표현을 ‘I am quietly expensive’로 재밌게 바꾸어 말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제 기억에 아마 ‘당신의 작품은 비싸다’라는 질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답했죠. “맞아요. 제가 만든 건 전부는 아니지만 보통 비싸죠. 왜냐하면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건 요즘 같은 시대에 싸지 않거든요”라고 답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조심스럽게 작업하는 ‘아티장’이 잘 없잖아요. 제가 만들어내는 것들을 만들려면 장인들과 함께 해야 하거든요. 저와 같은 스타일은 만듦새가 정말 완벽하지 않으면 싸구려처럼 보이기 쉽거든요. 저 조각상을 봐요. 저렇게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별로였을 거예요.
 
Q. 맞아요. 많은 사람이 당신의 디자인을 ‘긍정주의적’이라고 말하지만, 전 항상 ‘완벽주의적’이라는 말이 당신을 더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내 작품이 가진 진지한 면을 생각하게 될 겁니다. 정말 많은 디테일이 들어가 있거든요. 전 그래서 ‘진지한 재미’(serious fun)라는 말을 사용하죠. 어렵고 재밌으면 완벽한 거죠.
 
Q. 당신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무게’라고도 생각해요. 예전에 헤이에서 나온 귀여운 테이블을 하나 산 적이 있는데, 가벼운 줄 알고 들었다가 너무 무거워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이 의자, 의자 옆에 있는 사이드 테이블을 봐요. 가볍게 생겼는데, 너무 무거워서 한 손으로는 못 들 만큼 무거워요.
앞서 얘기와 비슷한 관점입니다. 제프 쿤스의 ‘발룬’ 시리즈를 생각해봐요. 풍선을 떠올리면 그냥 재밌잖아요. 그런데 독일 장인이 직접 탄소강을 수작업으로 연성하고 연마해 만들어낸 거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또 제 작품들 역시 항상 ‘유머’를 담고 있지만, 그 유머는 그냥 가볍기만 해선 안 돼요. 매우 ‘서틀’(미묘)해야 하고 완벽해야 합니다. 무겁게 해야 할 경우도 있는 거죠. 이 공간은 제가 디자인한 가구들로 가득 차 있는데, 단순해 보이는 이 가구들의 이면에는 그런 면을 고려한 복잡한 레어어가 쌓여 있습니다.
 
Q. 아까 잠시 얘기했던 ‘케어링’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설명해주세요.
곡선은 당신을 어딘가로 이끌어요. 반면 모서리는 당신을 거부하는 듯한 인상을 주죠. 어디론가 들어서는 입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곡선으로 된 입구라면 그 길을 계속 따라가게 되지만, 만약 입구가 시야의 끝에서 직각으로 꺾이는 모서리 길이라면? 당신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곡선과 직선은 ‘환영’과 ‘거부’의 이미지인 거죠.
 
Q. 이 공간도 마찬가지죠. 모서리가 없이 다 유연하게 휘어 있어요.
맞아요. 사람의 몸과 자연처럼 유기적인 모양이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요. 제가 만약 모서리를 디자인에 쓴다면 그건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서일 겁니다.
 
Q. 여기에 20년 후에 다시 와보고 싶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오토 바그너의 ‘칼스플라츠’ 역처럼 세월의 더께를 입어야 더 멋지게 보일 것 같아요.
(웃음) (바그너가 활동했던) 19세기 초 비엔나에서 벌어진 비엔나 분리파 운동(전통적 미양식의 단절을 주창한 미술 사조로 구스타프 클림트 등으로 대표된다)에 관심이 많아요.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 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보면 정말 흥미롭죠. 부다페스트, 런던, 파리, 아시아 모든 지역이 난리였어요. 뭔가가 변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믿거나 말거나 우리 역시 지금 비슷한 시기를 거치고 있어요. 세기가 바뀔 때 엄청난 변화가 몰아치는데, 지금은 21세기가 시작된 지 21년이 지나지 않았잖아요.
 
더현대 서울에 있는 YP HAUS의 내부 모습. 모난 곳 없이 곡선으로 마감된 집기들이 포근한 인상을 준다.

더현대 서울에 있는 YP HAUS의 내부 모습. 모난 곳 없이 곡선으로 마감된 집기들이 포근한 인상을 준다.

Q. 게다가 많은 사람이 이번 팬데믹이 큰 전환점이 될 거라고 얘기하잖아요.
맞아요. 아까 우리가 얘기한 비엔나 분리파 운동을 생각해보면, 20세기 초에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등의 큰 지각변동이 있었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에 영향을 받고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21세기 초인 지금도 이번 팬데믹 등의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인드세트가 움직이고 있어요. 이걸 디자인, 건축, 아트의 영역으로 확장해 생각해보자면 너무 엄청난 변화가 이미 일어난 후라 오히려 앞서갔죠.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요. 지금 봐도 오토 바그너, 요제프 호프만, 아돌프 로스 등이 완벽하게 현대적인 이유죠.
 
Q. 그래서 최근에 뭔가 눈에 띄는 디자인의 트렌드가 있나요?
그건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트렌드가 뭔지 알아요? 트렌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게 트렌드예요. 트렌드를 생각하지 않으면 트렌디해져요.
 
Q. ‘(힙스터가 되고 싶다면) 힙스터가 되지 말라’라는 말과 비슷하군요.
그렇죠. 사실 트렌드는 없고, 그저 업과 다운이 있을 뿐인이에요. 예를 들면 〈에스콰이어〉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문화, 사회 등을 다루는 매체니까 이렇게 얘기해볼 수도 있겠네요. 정말 패셔너블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옷장 문을 잠그고 10년 뒤에 열어보세요. 엄청 트렌디해 보일걸요? 얼마 전에 1980년대가 유행이었고 또 1990년대의 유행이 돌아왔죠.
 
Q.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이메 씨는 벌써 한 20년째 트렌드의 정상에 있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야말로 ‘톱 오브 더 쿨’인데요.
(웃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지만, 전 정말로 트렌드를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단지 ‘모던’하려고 해요. 현재를 살려고 하죠. 쿨하다고 하니 기분이 좋군요.
 
Q. 한국과 유달리 인연이 많은 것 같은데,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일하는 게 정말 좋아요. 제겐 정말 특별한 곳이니까요. 최근 몇 년간은 더욱 그래요. 클라이언트들이 “당신 작품을 어디서 볼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런던, 이탈리아, 마드리드 등을 얘기했지만, 요즘은 “서울에 가보세요”라고 하죠. 이곳에 제 이름을 딴 공원도 있고, 제 가구를 파는 숍도 있고, 제 전시가 열리기도 했으니까요. 한국 사람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일본과도 여러 번 일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꽤나 힘들었어요. 그들은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보다 좀 느리고, 너무 많은 걸 생각하죠. 한국의 문화는 매우 다이내믹해요.
 
Q. 한국인의 모토죠. 빠른 것보다 더 빠르게.
빠르기만 한 건 아니고 수행을 잘하니까요.
 
Q. 제 모토이기도 한데, 저 역시 100%를 해내려고 마감을 어기기보단 시간 안에 90%의 퍼포먼스를 내라고 말하곤 해요.
여러 나라와 일하다 보면 그런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저는 프랑스에서도 여러 번 일해봤고, 이탈리아에서도 일해봤는데 괜찮았어요. 그런데 영국은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Q. 하이메 씨 성격이 한국 사람의 성격이랑 잘 맞나 봐요.
그런가 봐요. 성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Q. 혹시 지난해에 나온 영화 〈소울〉을 봤나요? 픽사의 명작이죠.
봤어요. 음악가가 주인공인 영화잖아요.
 
Q. 거기에 나온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보면서 당신이 직접 이름을 붙여줬다는 캐릭터들을 떠올렸어요. 마틴, 로저, 리버티, 유리 등이죠. 〈소울〉에 나온 캐릭터와 당신의 캐릭터 모두 후안 미로의 자식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저 역시 미로의 팬이에요. 그러나 어쩌면 후안 미로든 저든 픽사 작품의 창작자든 그 바탕은 스페인이 아닐까요? 언젠가 마요르카에 있는 미로의 아틀리에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제가 살아가는 삶, 태양, 지중해, 지중해 인근의 음식과 같은 것들이 미로의 삶과 매우 비슷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는 제 드로잉을 보기만 해도 제가 스페인 사람인 걸 알 수 있죠. 스페인의 소울이 드러나거든요. 저는 피카소, 달리, 미로의 스피릿이 마치 공기처럼 떠도는 그 안에서 자랐어요. 박물관에 가면 그 사람들 그림이 걸려 있으니까요.
 
하이메 아욘은 “요새는 정말 페인팅에 미쳐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페인팅은 디자인과 호환될 수 없는 아트 고유의 영역이다.

하이메 아욘은 “요새는 정말 페인팅에 미쳐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페인팅은 디자인과 호환될 수 없는 아트 고유의 영역이다.

Q. 요새는 페인팅도 한다면서요.
저는 요즘 페인팅에 미쳐 있어요. 정말 많이 그리고 있어요. 그 시간은 내가 나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고, 페인팅은 작가로서의 하이메 아욘을 온전히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린 그림들을 제 인스타그램에 올려뒀어요.
 
Q. 아트의 영역에 들어섰군요. 전 가끔 아트와 디자인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녜요. 어디서나 그래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거 정말 잘못 생각하는 거거든요.
 
Q. 벽을 깨버리고 싶은 건가요?
아뇨. 저는 벽을 깨버리고 싶지 않아요. 벽이 이미 부서져 있거든요. 사람들이 그런 경계를 나누는 건 두렵기 때문이에요. 미켈란젤로를 생각해봐요. 페인터였으면서 조각가였고 책도 썼고 또 건축가였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마찬가지죠. 엔지니어였으며, 건축가였고,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 즉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였죠. 전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가구도 만들 수 있고, 공간도 디자인할 수 있죠. 문제 될 게 뭔가요? 애틀랜타에 가면 제 작품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작품과 함께 걸려 있어요.
 
Q. 그럼 아트와 디자인의 차이는 뭘까요?
유일하게 아트와 디자인 영역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저는 ‘페인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트의 영역에서 조각을 만드는 과정은 디자인과 거의 비슷해요. 저 뒤에 있는 제 조각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라카미 다카시는 아티스트지만, 그의 작업 방식을 보면 디자이너와 다르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디자인과 아트의 많은 영역이 겹치는데, 그중 의심의 여지 없이 유일하게 다른 게 바로 ‘페인팅’이죠.
 
Q. 스페인에서는 이미 전시 활동을 시작했잖아요.
맞아요. 올여름에 그린 작품들을 얼마 전에 마요르카에 있는 갤러리에 전시했었죠. 이걸 봐요.(그는 아이패드를 꺼내 자신의 아틀리에의 전경과 자신이 그린 그림 그리고 그 안에 쌓여 있는 레이어에 관해 설명했다.)
 
Q. 요새 한국 아트 신이 정말 미친 듯이 팽창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전시를 열 생각은 없어요?
해야죠. 세계 여러 갤러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지금 얘기했듯 현재 한국의 아트 신은 세계적이죠. 제 개인전을 한국에서 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논의 중이기도 하고요. 아마 조만간 한국에 제 그림을 선보일 수 있을 거예요.
 
Q. 그때는 꼭 저를 먼저 초대해주셔야 해요. VVIP로요.
그럼요.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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