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2월의 책 4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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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2월의 책 4

중쇄를 거듭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골랐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1.12.01
 

비슷한 곳조차 없는

린지 밀러ㅣ인간희극
특유의 폐쇄성으로 악명 높은 북한이지만, 지구 반대편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에 속을 완전히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SNS가 등장한 이래, 북한 전문가라는 수많은 외국인들은 쉼 없이 북한에서의 일상을 공개해왔다. 굳게 닫혔던 내부는 처음엔 신기했지만 점차 식상해졌다. 거리 곳곳에 세워진 김일성, 김정일의 동상과 거대하고 촌스러운 건물들, 반복된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민들. 그래서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평양에 거주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도 처음에는 다소 진부해 보였다.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고, 여전히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알 수조차 없었다는 그녀의 고백을 보기 전까지는. 책은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담는 동시에 저자가 북한에서 느낀 복잡한 감정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어느 순간 체제 선전에 솔깃하게 된 스스로의 모습과 별것도 아닌 정보를 눈치 보며 숨기는 ‘평양 효과’에 젖어든 외국인들, 친밀한 사이라고 생각했던 북한 주민에게 절대 물어볼 수 없던 질문과 북한 체제를 향한 분노 등. 책을 덮을 무렵이면, 체제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북한 사회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현유
 

어른의 조건

이시이 요지로ㅣ글항아리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건 목차 때문이었다. 12개의 의문문으로 구성된 목차. ‘예술 작품에 객관적 가치가 존재하는가?’ ‘국민은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는가?’ ‘절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단단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어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각 장을 읽어 내려가는 과정에서 그 믿음은 조금씩 형태를 바꿨다. 단일한 결론보다 개개인의 생각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을 쫓는 사람, 젊은이의 객기 어린 주장에서도 의미 있는 논점을 찾아내는 사람, 세태에 혀만 차는 대신 지금 필요한 교육 형태를 고민하는 사람. 우리가 좋은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어른의 조건 리버럴 아츠〉(원제)는 도쿄대에서 후기 교양 교육, 즉 이미 자기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쌓은 인재들이 교양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연구하며 신설했던 ‘타 분야 교류 · 다분야 협력론’의 강의록을 옮긴 책이다. 문과 교수인 이시이 요지로가 이과 교수 후지가키 유코와 함께 화두와 논점을 만든 방식도 흥미롭거니와 저마다의 전공 분야를 가진 학생들의 폭넓은 견해, 그 하나하나를 세심히 전하면서도 체계성을 잃지 않는 책의 구성까지 모두 새로운 영감이 되어준다. 오성윤
 

바퀴의 이동

존 로산트, 스티븐 베이커ㅣ소소의책
출퇴근을 위해 매일 2시간씩 운전하는 사람은 365일 중 약 22일을 도로 위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는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비효율적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지만 교통체증 해소는 요원하다. 도로를 넓히면 그만큼 차도 늘어나 결국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제본스의 역설’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대도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저자는 명쾌한 답을 제안하는 대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인 LA, 두바이, 헬싱키, 상하이의 상황을 보여준다. 카 셰어링, 자율주행, 대중교통의 확대, AI 기반 운송 플랫폼 등이 그 예다. 물론 최신 모빌리티 수단인 플라잉카와 하이퍼루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테슬라 주식을 사라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모터쇼가 왜 16년 만에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는지, 투자와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환멸의 계곡’은 무엇인지,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적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 안에 답이 있다. 박호준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ㅣ문학동네
단편소설은 작은 사건 혹은 작은 심상의 알맹이 하나만 있어도 눈밭이 풍성하기만 하면 열심히 굴려서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다. 장편은 좀 다르다. 거대한 비밀, 극 중 여러 캐릭터의 변화를 만들어낼 만한 덩치의 사건, 구상화해낼 수 있는 확연한 주제가 없이는 축조해내기가 무척 힘들지 않을까, 라고 난 항상 생각해왔다. 두 권의 단편집을 낸 박상영의 장편은 구도가 조금 다르다. 사건이나 비밀, 주제보다 다른 것들이 두드러진다. 숨기려는 화자와 알고 싶은 독자, 그러나 그 비밀을 쉽게 알려주지는 않겠다고 작정했지만, 말해주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운명에 놓인 작가 사이에 오가는 긴장감으로 책 한 권을 가득 채웠다. 만약 당신이 세기말의 분위기를 똑똑히 기억할 나이라면,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휴대전화를 가져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한동안 추억에 가득 젖어 마룬 파이브나 스미스를 꺼내 들을지도 모르겠다. 싸이월드 시대에 사춘기를 통과한 대한민국 밀레니얼 게이의 고백은 박상영 특유의 수다를 만나 찬란하다. 박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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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유
    PHOTOGRAPHER 정우영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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