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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고 있는 '헬스'는 정말 '건강'한 운동일까?

‘헬스’라는 표현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건강’이라는 뜻의 영단어인데, 한국어의 범주에서는 좀 다른 의미도 품고 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1.12.13
 
‘헬스’라는 표현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건강’이라는 뜻의 영단어인데, 한국어의 범주에서는 좀 다른 의미도 품고 있다. ‘주로 헬스클럽에서 기구를 사용하여 하는 운동(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콩글리시지만 그 뿌리가 어찌나 깊은지 표준어로 등재까지 되었고, 웬만한 피트니스 마니아도 소통을 위해 한번씩 써야 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예시: “어떤 운동을 하느냐고요? 아, 헬스 하고 있습니다, 헬스”). 그리고 이번 기사는 그 두 의미 사이의 거리를 새삼 낯설게 읽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헬스’는 정말 ‘건강한’ 운동일까? 고립 운동 머신으로 가득한 헬스장에서 우리는 정말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보디빌딩 방식의 운동법에 근간을 둔 헬스라는 운동이 ‘보기 좋은 몸’을 담보로 건강을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보디 빌딩 운동’이라는 누명

이종석 원장은 과거 보디빌더이자 파워리프터였고, 뉴질랜드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한 후 축구, 야구, 배구, 스키 등 다양한 종목의 재활 트레이너로 일했으며, 현재 서울가든호텔 피트니스 센터 원장이자 운동처방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기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헬스는 죄가 없다”고 단언했다. “안 좋은 운동이라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겠어요?” 그는 헬스장에서 주로 하는 웨이트트레이닝, 그중에서도 특히 고립 운동(특정 부위의 근육만을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에 씌워진 오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것이 모든 종류의 체육 활동 전에 거쳐야 하는 ‘기초공사’에 가깝다고 믿는다. “웨이트트레이닝은 근육의 연결이 어떻게 이루어져서 몸이 움직이는지 배우고, 그 근육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운동이에요. 특히 고립 운동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한 근육만 써서 팽창시킨다’는 보디빌딩의 개념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특정 근육의 최대 활성화를 위해 몸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건지 배우는 과정이죠.” 그의 이력에서 ‘옹호’의 가능성을 읽어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첨언하자면, 이 설명은 정형외과의의 소견과도 일치한다.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금정섭 원장은 헬스의 의의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고(“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근력을 유지할 정도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별도 운동이 필요한 측면이 있죠. 헬스가 일반인에게 보편화되면서 건강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병원의 운동재활 스태프인 장원봉 실장은 고립 운동의 효용에 대한 설명에 동의했다(“머신 웨이트트레이닝은 가동 범위와 궤적, 각도 등의 측면에서 수동적으로 운동을 수행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서 운동 초심자들에게 효과적이죠. 그게 익숙해지면 움직임을 본인이 능동적으로 다뤄야 하는 운동이 다음 단계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두 사람 역시 “헬스는 죄가 없다”는 데에도 동의했고, 또 한번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이 기사를 위해 취재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의했다.
 

 

건강한 몸, 혹은 혹사된 몸

문제는 사람들이 실제로 헬스라는 운동을 앞선 설명의 영역에서만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금정섭 원장의 설명은 이렇게 이어졌다. “다만 개개인마다 그 수준을 조절해 운동하는 부분이 필요하겠죠. 모두가 김종국 씨 같은 운동량과 근육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시합에 나가는 전문가들이라면 특정 부위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기구 운동을 계속 반복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운동사슬(kinetic chain)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운동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근육량 증가만을 위한 운동을 하다가는 자칫 관절 건강까지 해칠 수 있으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보디 프로필’에 대한 장원봉 실장의 부연은 한층 더 살벌하다. 그는 자신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그러나 다음 생에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그 폐해에 대해 늘어놓을 때는 가차 없었다. “그런 건 오랜 시간 꾸준히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단기간의 갑작스러운 감량과 과도한 웨이트트레이닝이 불러오는 부작용이 크니까요. 생리불순, 탈모, 면역 기능 감소로 인한 체력 저하, 만성피로 같은 부작용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정도의 심리적 문제가 뒤따를 수 있거든요. 거식증, 폭식증, 운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몸무게에 대한 강박 같은 것들 말이죠.” 만약 그가 열거한 부작용이 극소수의 사례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보디 프로필이라는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
 
요는 우리의 눈이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피트니스 대회에서 볼 수 있는 근육질의 몸이 전부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전직 트레이너인 한 지인은 체지방률을 10%대로 떨어트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전부 입안이 엉망이라며 탄식하기도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구내염 같은 잔병을 꼭 몇 개씩 달고 산다는 것이다. 파워존HJ 최현진 대표도 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사실 그런 극단적인 체지방률로 드러나는 복근은 반쯤 기아 상태라고 볼 수 있잖아요. 건강상의 문제가 따를 수 있죠.” 물론 선명도 높은 근육질 몸이 모두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능적인 몸과 아름다운 몸 사이에는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아주 두껍게. 하지만 그 교집합에 속하는 몸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빠른 성과를 얻고 싶어 하잖아요.” 파워존HJ는 앞서 언급된 보디 프로필 찍기 트렌드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할 만한 피트니스 센터다. 스스로의 몸을 미적으로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을 표방하니까. 운동을 하는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몸이 건강한 느낌이나 기능을 다하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제가 추구하는 운동의 목표를 표현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어요. ‘Sweet & Strong’이라고. 다정해질 수 있는 체력을 갖자는 거예요. 아무리 보기 좋은 몸을 갖고 있고 아무리 무게를 많이 든다 해도 기본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면 일상에서 짜증이 많이 날 수밖에 없거든요.” 실제로 파워존HJ의 ‘스트롱 퍼스트’ 시스템은 케틀벨, 바벨, 보디웨이트 등의 운동으로 스트렝스, 즉 힘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에 주목한다.
 

 

크로스피터가 말하는 헬스

이런 철학을 가진 파워존HJ의 운동 프로그램이 기존 헬스 스타일의 운동보다는 펑셔널 트레이닝, 특히 크로스핏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크로스핏은 기존 피트니스가 한쪽으로 치우친 신체 발달을 야기한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신체 능력을 골고루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펑셔널 트레이닝, 즉 기능성 운동을 극도로 추구하고 대중화한 최초이자 최고의 성공 사례였던 것이다. 이렇듯 대안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기존 피트니스의 특징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크로스핏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예요. 펑셔널 무브먼트, 고강도, 그리고 끊임 없는 변화.” 국내 1세대 크로스피터인 크로스핏투혼 이근형 대표의 설명이다. 펑셔널 무브먼트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몸동작을 연구하고 운동에 적용한다는 뜻이다. 크로스핏의 팔굽혀펴기나 턱걸이가 몸의 반동을 이용하는 독특한 움직임을 띠는 건 이런 이유다. 고립 운동의 의미보다, 실제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거나 어딘가를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니까. 그런데 재미난 점은, 바로 그런 이유로 이근형 대표가 고립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푸시업 준비 자세를 시켜보면 잘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한쪽 전거근만 솟아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러면 저는 운동 전에 다 함께 전거근 고립 운동을 하도록 시키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운동하는 과정에서 다칠 확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그는 현대인들의 신체가 몸을 일으키거나 기어오르는 ‘자연스러운’ 동작도 잘 해내지 못할 만큼 망가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란 게 있어요. 의사 선생님들도 많이 쓰는 표현인데, 너무 오랜 시간 앉아서 지내다 보니 엉덩이 근육이 퇴화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중둔근을 쓸 줄 모르면 운동 과정에서 허리와 햄스트링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죠.” 그는 대뜸 요즘 헬스장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엉덩이를 예쁘게 만드는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비판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는데 뒤따른 건 의외의 결론이었다. “미용 목적이라고 해도 어쨌든 그런 흐름이 큰 도움이 돼요. 그렇게 고립 운동으로 중둔근 쓰는 법을 배우고 단련하게 되는 거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이근형 대표가 헬스 문화를 전적으로 긍정하는 건 아니다. 헬스라는 운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여지 역시 그의 설명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보기에 좋은 몸을 목표로 하면 많은 게 바뀝니다.” 그는 한 예로 승모근을 들었다. 많은 헬스 트레이너가 바벨 로(barbell row) 같은 운동을 할 때 승모근에 힘을 빼라고 가르친다. 승모근이 발달하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지만 그가 보기에 견갑 사이의 늘어진 중부 승모근은 현대인의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히 단련해야 할 부위 중 하나다. 반대로 특정 부위를 비대하게 만드는 데에만 효과적인 운동도 문제가 있다. “어느 날 한 회원이 듣도 보도 못 한 희한한 후면 삼각근 운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유튜브에서 봤다고. 보디빌더라면 그런 운동을 할 수도 있겠죠. 피지크 부문에서는 삼각근이 크면 점수를 높게 받으니까. 하지만 몸의 기능과 균형 측면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운 크기거든요. 물론 몸이 예쁘면 좋은 인상을 주는 시대니까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굳이 일반인이 그렇게 따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그 역시 과거에는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곤 했던 트레이너였기에 더 신랄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인 듯했다. 그는 또 한때 지점이 수십 개인 거대 피트니스 프랜차이즈에서 트레이너들의 크로스핏 교육을 맡기도 했는데, 그때 가장 극단적인 예들을 봤다고도 했다. “몸이 정말 멋진 여자 트레이너가 있었는데, 제가 깜짝 놀랐던 게 그분이 코어 운동이 아예 안 되더라고요. 일반인보다 못하는 수준이었어요. 피트니스 대회에서 요구하는 몸과 포즈를 단련하다 보니 허리는 과신전(몸의 펼쳐지는 범위가 정상치를 벗어난 상태)되어 있고, 앞쪽은 근육이 다 늘어나서 닫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오로지 보디빌딩 영역만 계속 운동해온 친구들 중에 그렇게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죠.”
 
 

건강의 조건: 항상성, 신진대사, 그리고 안전

여기서 한 가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건강하다’는 건 대체 뭘까? 우리가 헬스 같은 운동을 통해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종석 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주기적으로 하면 피로를 해소하는 능력이 개선될 수 있겠죠. 자주 하면 신체의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질 테니까요. 이렇게 힘든 육체노동을 통해 항상성(외부와 체내의 변화에 대응해 생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레벨이 높아지면 일상생활, 근무가 몸에 끼치는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기도 할 테고요. 그걸 ‘체력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근육의 크기보다는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그는 근육량이 활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근육이 대사량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거든요. 메타볼릭 트레이닝이 수반되지 않은 웨이트트레이닝만으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근형 대표도 이종석 원장의 말에 동의했다. “근육 사이즈와 에너지 시스템은 별개라고 봐야 해요. 근육을 계속 움직이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산소와 혈액을 보내줘야 하거든요. 이 과정을 메타볼릭, 즉 신진대사라고 하죠. 그리고 흔히 말하는 컨디셔닝 트레이닝은 이 신진대사 능력을 높이는 운동을 말하고요. ‘메타볼릭 컨디셔닝 트레이닝’을 줄인 거예요.” 그가 열거한 크로스핏의 특징 중 하나인 ‘고강도’는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유산소와 무산소가 섞인 복합적 성격의 운동을 한계까지 반복하며 ‘엔진을 키우는’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서 크로스핏이 더 진일보한 운동이라는 뜻은 아니다. 겨냥점이 다른 것이며,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크로스핏은 이 ‘고강도’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고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킨다는 질타를 받기도 하니까.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금정섭 원장도 크로스핏의 이런 특징에 대해서는 양가적 입장을 취했다. 컨디셔닝 트레이닝을 일반인에게 적용하고 개별적으로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유용한 면이 있겠지만, 또 한편 매번 한계를 넘기며 체력을 키운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계치도 사람마다 다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니 더 위험하죠. 누군가는 한계를 넘어서 한다는데 그게 평이한 수준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정말 신체에 무리가 될 정도일 수도 있잖아요.” 금정섭 원장은 그렇기에 크로스핏 같은 운동 분야에 특히 뛰어난 트레이너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유용한 대신 위험한 운동이기에, 개개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게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콰이어 코리아〉 피처 디렉터는 크로스핏을 하다가 병원에 간 적까지 있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과 함께 악을 질러가며 와드(WOD; workout of the day)를 소화할 때면 몸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열정이 몸속에서 솟아오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두통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내과에 갔더니 진찰 결과가, 너무 무리한 운동으로 혈압이 높아지면서 생긴 두통이라는 거예요.” 물론 이건 어떤 일반론도 도출할 수 없는 개인의 경험이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선다’는 상투적 표현이 실제 세계에서는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좀 더 선명히 상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긴 하다.
 

 

인더스트리 매터스

이 기사를 준비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자 했던 건 헬스를 바라보는 다각적 시선을 얻기 위해서였다. 다만 흥미로운 건 실제로 취재하다 보니 그들 사이에 꽤 비슷한 견해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나쁜 운동이란 없다.” 헬스가 됐든 뭐가 됐든, 운동은 각자의 목표에 따라 효용이 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보디빌딩 스타일의 과한 운동이나 보디 프로필 같은 유행도 단순히 건강 문제를 떠나서 보면, 이를테면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개인적 프로젝트의 측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타고난 DNA에서 최선의 형질을 만들고자 하는 과정의 측면으로 보자면 좀 더 긍정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이들 전문가의 문제의식 역시도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동일한 맥락을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쁜 운동은 없지만, 나쁜 트레이너는 존재한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라면 어떨까? 그걸 뒷받침해줄 분위기, 그 목표를 이해하고 도와줄 트레이너는 충분히 존재할까? 인터뷰했던 모든 트레이너의 소견은, 빠르게 성장하는 대중의 눈높이를 업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사람을 붙잡고 어디를 어떻게 키워야 예쁜 몸이 된다는 식의 수업을 하거나, 동기부여라는 명목으로 보디 셰이밍(몸매 지적 및 비하 행위)을 하는 트레이너는 여전히 존재하니까. 그것도 너무나 많이. “콘텐츠가 없는 트레이너는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죠. 살 빼고 몸 만드는 걸 넘어서서 제공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본인의 노하우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려는 트레이너, 아무렇지 않게 ‘날개뼈 내리세요’ ‘쇄골 펴세요’ 주문하는 트레이너도 문제고요. PT를 받으려는 사람은 보통 그런 게 안 돼서 온 거잖아요. 왜 이런 잘못된 자세가 나오는지를 파악해서 날개뼈를 내리고 쇄골을 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거죠.” 이종석 원장의 설명이다. 한국은 운동 불모지에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과도기적 현 상황에서는 무엇도 비판하고 싶지 않다던, 보디 프로필의 위험성 앞에서도 ‘젊을 때는 괜찮아요’ ‘끝나고 잘 먹으면 되죠’라며 유한 태도를 보이던 그는 1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 말미에야 문제의식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이 기사의 마지막 질문으로 잘 어울려 보였다. 지금 이 시대의 헬스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우리는 우리의 몸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며, 그래서 어떤 방식의 운동을 추구해야 할까? “만약 어느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를 할 때 체중을 좀 더 자기 마음대로 싣고 싶어 한다고 쳐요. 헬스장에 가서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트레이너가 뭐라고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거기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까요? 그런데 사실 저는 트레이너라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봐요. 그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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