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월의 책 4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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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월의 책 4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월의 책 4

박호준 BY 박호준 2022.01.03
 

① 윤형근의 기록

윤형근 / PKM BOOKS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제적당했다. 학창 시절 시위 전력 때문에 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가까스로 빠져나왔고, 한국전쟁 중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는 이유로 형무소에서 6개월을 복역했으며, 숙명여고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 중에는 당시 중앙정보부장인 이후락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한 학생의 비리를 따져 물었다가 엉뚱한 이유로 구속됐다. 이 모든 사건을 한 몸으로 겪은 화가가 김환기의 딸 김영숙의 남편 윤형근이다. 〈윤형근의 기록〉은 1974년부터 2004년까지 그가 남긴 글과 1960년대 이후의 드로잉을 모아 편집했다. ‘미국 아버지’ ‘아버지는 볼 수 없고 아버지의 예술만 보니 허망하다’ ‘넓은 산야에 불러봐도 아버지는 아무 대답 없다’에서 아버지는 1974년 7월 25일에 작고한 장인 김환기를 말한다. ‘침묵의 화가’의 내면을 슬쩍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윤형근 화백의 유족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는 PKM 갤러리 산하 ‘PKM BOOKS’의 첫 출간물이기도 하다. 박세회
 
 

② 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 판미동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제기됐던 이야기다. 멸종된 동식물에 이어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수없이 나왔다.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의 규모나 수치를 확인한 통계가 가슴에 와닿는 일은 드물다. 매년 환경문제가 대두됨에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새소리가 사라져 고요한 일상의 이면에 자리잡은 상실감이나 개발업자에게 팔려버린 초원 아래 숨어 있는 씨앗의 의미에 대해 전해 듣는 건 마냥 숫자로 가득 찬 통계를 들여다보는 것과 사뭇 다른 깨달음을 준다. 과학자이자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저자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멸종의 시기’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 담긴 41개의 에세이가 전부 진지한 환경문제만 다루는 건 아니다. 표지에 그려진 칼새부터 편두통이나 브렉시트까지, 무관해 보이는 주제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이룬다. 책장을 덮고 나면 불쾌하게만 보이던 도심 속 비둘기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김현유
 
 

③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파리 리뷰 / 다른
〈파리 리뷰〉는 ‘잘 쓰기만 했다면 무엇이든 싣겠다’는 기조를 가진 문예지다. 사뭇 간단하게 들리겠지만 이 원칙으로 쌓은 70여 년의 성취는 꽤 창대하다. 〈타임〉은 이 매체가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라고 했고 소설가 정지돈은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소설이 이 잡지에 실리기를 꿈꿀 것이라 했다. 이 책은 〈파리 리뷰〉가 자사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중 15개만을 추린 선집이다. ‘장르의 대가’라 생각되는 15인의 작가에게 가장 좋았던 소설을 한 편씩 꼽아달라고 부탁한 후, 그 결과로 보르헤스, 레이먼드 카버, 제임스 설터 같은 거장부터 생소한 작가들의 단편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데 엮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사 제쳐놓고 추천할 만하다. 다채롭고도 견고한 15개의 세계를 두루 겪어볼 수 있는 건 물론 ‘이야기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문학의 놀라운 가능성을 명징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다만 또 하나의 매력, 선정을 맡은 작가들이 각 소설의 뒤에 달아놓은 해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예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결국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게 된다고 하던가? 이야기의 이면에 담긴 지향점부터 하나의 문장, 심지어 문단과 문단 사이 띄워진 공란 한 줄을 예찬하는 글을 읽고 있으면 문학과 감상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도리 없이 다시 한번 설레게 된다. 오성윤
 
 

④ 디자인 너머

게슈탈텐 / 윌북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차가 한 대 있다. 기아 K5다. 2010년, 호랑이 코에서 영감을 받은 ‘타이거 노즈 그릴’을 달고 등장한 K5는 각종 자동차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건 물론이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피터 슈라이어가 만든 작품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일하던 그는 현대차그룹으로 이직한 후 디자인 총괄사장까지 오르며 지금의 현대차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책에는 유년 시절 좋아했던 자동차와 비행기부터 디자이너로서 쏟아냈던 수많은 콘셉트카와 스케치, 한국에서 느꼈던 감흥들이 일기처럼 차곡차곡 담겨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그가 40년 가까이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며 수립한 5가지 디자인 원칙을 곱씹어볼 만하다. 자서전이지만 글보다 사진이 더 많아 화보집을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기기 좋다. 여담이지만, 그는 2021년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 박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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