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토그래퍼가 매해 동물 달력을 만드는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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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토그래퍼가 매해 동물 달력을 만드는 이유

꽥꽥 씨와 일하는 개들과 당신의 한 해.

오성윤 BY 오성윤 2022.01.26
 
 
Doggystyle(2022)

Doggystyle(2022)

다니엘 게브하르트 더 ‘쾍쾍’(Koekkoek)은 아주 담백한 사람이다. 지구 반대편 국가의 잡지 매체에서 보내온, 온갖 찬사와 미사여구를 곁들인 장문의 인터뷰 요청 메일에 단 다섯 단어로 답할 정도로. “고마워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Thank you, this sounds interesting).” ‘interesting’이라는 형용사 뒤에 느낌표를 붙이지 않는 유럽인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는데, 심지어 마침표도 찍혀 있지 않았다. 그 뒤에 인터뷰와 기사 내용을 조율하는 세심한 메일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자칫 그가 심드렁한 줄 오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가 이 대목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이렇듯 담백한 작자가 매해 기상천외한 동물 사진을 찍어 달력을 만든다는 게 꽤 재미있는 사실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고양이, 뉴욕 도심을 활보하는 알파카, 사람 옷을 입고 일을 하는 개의 달력을 그가 만들었다는 게. 게다가 이렇듯 아기자기하고 키치한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그는 굉장히 성공한 상업 사진가이기도 하다. 지금껏 애플, 아디다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삼성전자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했고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즈〉 〈월페이퍼〉 〈모노클〉 〈타임〉 〈배니티 페어〉 등 유수 매체에서 촬영 의뢰를 받고 있다. 물론 이런 시선에 대한 그의 반응 역시 담백하기 그지없었다. “글쎄요. 사실 저한테는 상업 사진과 제 개인 작업 사이에 큰 차이가 없거든요. 어느 쪽이든 저는 똑같은 시선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두 장르가 서로의 결실을 돕는 측면도 있고 말이죠.”
 
 
Pin-Up Guinea Pigs(2021)

Pin-Up Guinea Pigs(2021)

쾍쾍의 프로젝트(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작은 동물원 예술 컬렉션’)는 2017년 달력으로 시작됐다. 발단은 함께 달력 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오스트리아 빈 기반의 예술 서적 출판사 VFMK의 제안이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좋아요. 고양이 달력을 만들어보죠.” 순전히 농담이었지만 출판사가 그 생각을 진지하게 좋아하면서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는 고양이 사진의 역사를 다시 훑으며 뒤늦게 영감을 찾기 시작했고, ‘Dali Atomicus’를 비롯한 필립 할스만의 ‘Jump’ 연작에서 눈이 뜨였다. 점프하는 고양이를 순간 포착해 꼭 날아다니는 것처럼 찍는 ‘Jumping Cats’ 프로젝트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13장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30여 마리의 고양이를 섭외하고 각각의 고양이 집에 방문해 몇 주, 몇 달에 이르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점프를 보여줄 만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 기록에 따르면 ‘Dali Atomicus’ 촬영을 할 때 필립 할스만과 살바도르 달리는 그냥 카메라 앞에 고양이를 던져서 촬영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가 6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굳이 이렇게 힘든 방식으로 촬영한 이유는 뭘까? 사실 이 질문을 할 때 내심 동물 애호 정신이 듬뿍 밴 답이 돌아오겠거니 했는데, 그의 설명은 의외였다. “(던지는 건) 너무 쉽잖아요.” 아무튼 결과물의 측면에서 봐도, 그가 촬영한 고양이들의 점프는 ‘Dali Atomicus’와 달라 보이긴 한다.
 
Floating Afghans(2020)

Floating Afghans(2020)

 
Better Living with Alpacas(2019)

Better Living with Alpacas(2019)

‘Jumping Cats’가 나온 후 그는 달력 작업을 연작 형태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18년을 제외하고 지금껏 매해 달력을 발표해왔다. 뉴욕 여기저기를 누비는 알파카를 담은 ‘Better Living with Alpacas(2019)’, 휴양지 야외 풀장의 아프간하운드를 담은 ‘Floating Afghans(2020)’, 매혹적으로 치장한 기니피그들을 촬영한 ‘Pin-Up Guinea Pigs(2021)’, 사람 옷을 입고 일하는 개들을 담은 올해의 달력 ‘Doggystyle(2022)’까지. 출판사를 바꾸고 때로 자체 제작까지 하면서 달력 작업을 이어온 이유는, 물론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달력의 주제를 고르는 방식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완전히 무작위입니다. 예술 작업이기 때문에 어떤 규칙도 따를 필요가 없고 제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잖아요. 그게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한 해 동안 떠오른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다음 캘린더 프로젝트로 무엇을 찍을지 고민하는 거죠.” 물론 성공한 상업 사진가가 오직 재미 때문에 자체 제작까지 불사하며 개인 작업을 지속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팬데믹 영향도 컸다. 섭외와 촬영 과정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거니와, 그는 구매자들과 소통하기가 특히 힘들었다고 했다. “올해 달력 배송이 좀 지체되었는데, 그때 굉장히 공격적인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팬데믹이 사람들의 기분과 스트레스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었죠. 그 나쁜 기운들이 저에게 쏟아지는 것도 느꼈고요. 그런 걸 겪고 나니 달력 작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포기한 주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있다고. 하지만 그게 뭔지 말해줄 수는 없다고. 내년, 내후년에라도 꼭 달력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Better Living with Alpacas(2019)

Better Living with Alpacas(2019)

 
Jumping Cats(2017)

Jumping Cats(2017)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이것들이 결국 달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달력인 ‘Doggystyle’의 이미지들을 NFT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 부분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달력에서 날짜 정보를 빼기도 했다(대신 해당 월 정보 아래에 재미있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하지만 끝내 달력이라는 포맷을 놓지는 않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각예술은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그냥 달력으로 걸어두고 그걸 통해 작품과 일상이 연결된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요. 달력은 저렴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잖아요.” (쾍쾍의 지난해 달력들은 인터넷에서 150유로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차치하기로 하자.) 오락하는 래브라도리트리버, 당구 치는 불도그, 유화 그리는 시바견, 뉴스 캐스터로 일하는 치와와 같은 것들은 말로만 전해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이미지다. 하지만 쾍쾍은 이것들이 누군가가 매일 아침 마주하는 달력이라는 전제 안에서 어떤 주제로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 결정했으며, 그 결과물은 좀 더 미묘하다. 귀여움과 멀뚱멀뚱함이 어떤 균형을 이루는 이미지들. 대놓고 웃기고자 하는 사진이라기보다 속에서 활력 같은 웃음이 솟게 만드는 이미지들. 사실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이 이미지들 속에서 읽게 된 또 한 가지 결도 있다. 우리가 무엇이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믿음, 우리가 아직도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라는 용기 말이다. 벽에 새로운 달력을 걸어놓을 때, 모쪼록 당신도 그런 것을 얻을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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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DANIEL GEBHART DE KOEKKOEK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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