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을 4가지 키워드로 해부하기 | 에스콰이어코리아
CAR&TECH

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을 4가지 키워드로 해부하기

모험, 도전, 극복 같은 단어에 피가 들끓는다고? 정해진 길을 가는 건 재미없다고? 개척자에게 어울리는 그랜드 체로키 L을 네 가지 키워드로 살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1.30
 

AIR SUSPENSION

“남자는 하체지.”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겨 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다. 실제로 허벅지 둘레가 60cm를 넘는 사람은 당뇨병과 심장질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근육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람처럼 자동차도 하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서스펜션 이야기다.
 
자동차 세계엔 수십 가지의 서스펜션 구성이 존재한다. 크게는 구조에 따라 맥퍼슨 스트럿, 토션빔, 더블 위시본, 멀티링크로 나뉘며, 작게는 같은 구조라도 어떤 부품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또 나뉜다. 복잡한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결론만 말하면 서스펜션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다. 충격을 흡수하되 흔들리지 않게 할 것. 이게 왜 어려운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노면에서 올라온 충격이 서스펜션에 전해지면 서스펜션의 스프링이 줄어들며 그 힘을 흡수한다.
 
문제는 흡수한 힘을 방출하기 위해 스프링이 늘어날 때 발생한다. 운전자 입장에선 스프링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차가 출렁이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프링을 크게 만들거나 길이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장치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댐퍼(쇼크업소버)다. 댐퍼가 불필요한 스프링 운동을 줄여 2차, 3차 충격을 막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스프링과 댐퍼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프로드에서 태어나 온로드를 달리는 그랜드 체로키 L은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했다. 금속 스프링 대신 공기압을 이용해 차의 흔들림을 조절한다.
 
처음 승용차에 쓰인 건 1950년대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널리 쓰이진 못했다. 현재도 에어 서스펜션은 고가의 수입차 위주로 적용된다.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둘째, 차고를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 L에 적용된 ‘쿼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은 5단계로 차체 높이를 설정 가능한데 제일 낮을 때와 높을 때의 차이가 106mm다. 이전 세대 모델에도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됐지만, 신형 모델의 에어 서스펜션은 에어 체임버(공기주머니)가 2개로 늘었다. 더 많은 양의 공기를 더 빠르게 에어 서스펜션에 밀어 넣을 수 있어 작동 범위가 25mm 늘고 높이 조절 속도도 2배 빨라졌다. 달리는 중에도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전방에 장애물이 보이면 미리 차체를 더 높이 들어 올려 큰 충격에 대비할 수 있다.
 
 
브랜드 이름만 빌려주는 수준의 협업이 아니다. 매킨토시는 그랜드 체로키 L을 위해 ‘MX950’이라는 새로운 카오디오 시스템을 고안했다.

브랜드 이름만 빌려주는 수준의 협업이 아니다. 매킨토시는 그랜드 체로키 L을 위해 ‘MX950’이라는 새로운 카오디오 시스템을 고안했다.

4WD LOW

로(LOW) 기어는 엔진이 뿜어낸 힘을 수십 배 강력하게 바꿔주는 장치다. 커다란 바위를 넘거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때 주로 사용한다. 로 기어 유무로 정통 오프로드 SUV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하다. ‘내 차의 기어레버에도 L이 있던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지금 말하려는 로 기어와 다르다. 일반 승용차에 있는 L 기어는 자동변속기의 기어 단수를 강제로 1단 혹은 2단으로 묶어두는 장치다.
 
오프로드에서 쓰이는 로 기어는 변속기의 저단 기어와 별개다. 로 기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AWD(All Wheel Drive)와 4WD(Four Wheel Drive)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는 게 먼저다. AWD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에 입력된 세팅값을 바탕으로 주행 상황과 노면 상태에 따라 유기적으로 네 바퀴에 동력을 배분한다. 운전자가 조작해야 할 부분은 전혀 없다. 차가 알아서 네 바퀴에 각자 다른 회전력을 분배해 적절한 접지력을 확보한다. 반면 4WD는 운전자가 직접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구동 방식을 조절한다. 모델마다 다르지만, 보통 ‘2H-4H-4L’로 구분되어 있다. 아스팔트 위에선 두 바퀴 굴림(2High)으로 달리다가 오프로드에 진입했을 때 네 바퀴 굴림(4High)으로 운전자가 직접 바꾸는 식이다. 4H조차 극복하지 못할 만큼 험한 길에 봉착했을 때 비로소 로 기어 세팅(4WD Low)이 빛을 발한다.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선 엔진에서 나온 힘이 바퀴로 전달되기 전 변속기를 거친다. 그런데 로 기어는 변속기와 바퀴 사이에서 한 번 더 힘을 증폭한다. 이러면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 대신 바퀴에 걸리는 힘은 배가된다. 그랜드 체로키 L의 경우  1단 기어와 로 기어를 맞물렸을 때 엔진 회전수와 바퀴 회전수의 비가 약 44 대 1이다. 엔진 크랭크 축이 44번 돌아야 바퀴를 한 바퀴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진흙탕 길을 헤쳐 나오거나, 급격한 경사로에 정차했다 재출발 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엔진 회전수와 바퀴 회전의 비율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조정해 얻는 장점은 하나 더 있다. 엔진브레이크다. 자갈이나 흙 때문에 미끄러운 오프로드에선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바퀴가 잠겨 조향이 어렵다. 게다가 브레이크에 열이 쏠리면 제동 성능도 떨어진다. 이럴 때 로 기어를 사용하면 걸어 내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경사로에서도 시속 10km 이내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재밌는 건, 그랜드 체로키 L은 AWD와 4WD 시스템 모두를 가췄다는 점이다. ‘쿼드라 트랙 Ⅱ 4×4’ 구동 시스템은 아스팔트에서 AWD로 달리다가 험난한 오프로드를 만났을 때 ‘4WD LOW’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단박에 로 기어를 바꾸어 문다. 다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기억하자. 로 기어는 험로 탈출을 위해 순간적으로 힘을 증폭하는 용도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하면 구동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5m가 넘는 덩치에 비해 운전대는 가벼운 편이다. 이전 모델보다 운전대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늘었다. 한껏 멋부린 우드 패널과 스티치는 덤이다.

5m가 넘는 덩치에 비해 운전대는 가벼운 편이다. 이전 모델보다 운전대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늘었다. 한껏 멋부린 우드 패널과 스티치는 덤이다.

SELEC-TERRAIN

오프로드 주행 제1법칙은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아야 할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가 진창에 빠졌을 때 당황해서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차는 돌아올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오지에서 차가 옴짝달싹 못 한다는 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2010년 지프의 험로 주행 모드인 ‘셀렉 터레인(Selec-Terrain)’이 탄생한 이유다. 이것저것 잴 필요 없이 노면에 맞추어 주행 모드를 설정하면 운전자가 당황해서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더라도 차가 알아서 오프로드에 적합한 양의 힘만 바퀴에 전달하도록 돕는다. 지금은 험로 주행 모드가 모든 SUV에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경형 SUV인 현대 캐스퍼에도 있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총 세 가지의 험로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스노(Snow), 샌드&머드(Sand&Mud) 그리고 록(Rock)이다. 스노 모드는 헛바퀴(슬립)가 돌지 않도록 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는다. 되도록 조심스럽게 바퀴를 굴려 접지력을 얻는다. 빙판길을 벗어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그런 이유로 스노 모드로 설정하면 차가 1단이 아닌 2단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잦다. 반대로 샌드&머드 모드는 의도적으로 슬립을 허용한다. 눈보다는 진흙이 덜 미끄럽기 때문에 바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굴려 자세를 가다듬는 전략이다.
 
이때 자세 제어장치(ESC)가 실력을 발휘한다. 네 바퀴 중 헛도는 바퀴와 그렇지 않은 바퀴를 빠르게 판단한 후 한쪽으로 동력을 몰아주는 역할이다. 록 모드는 말 그대로 바위를 타고 넘을 때 쓴다. 바위를 넘는 도중 힘이 부족하면 차가 오도 가도 못 하게 되므로 강력한 힘을 꾸준히 내는 방향으로 세팅이 바뀐다. 록 모드를 앞서 설명한 4WD LOW에서만 활성화할 수 있는 이유다. 오디오 이퀄라이저를 떠올려보자. 베이스, 미드, 하이 등 여러 음역대의 강약 조절을 통해 원하는 세팅을 찾는 것처럼 셀렉-터레인 역시 기어 단수, 변속 타이밍, 구동 방식, 출력 등을 차가 알아서 조율해준다. 수많은 브랜드가 각자의 험로 주행 모드 세팅을 할 수 있다. 결국 얼마나 섬세하고 능동적으로 세팅값을 조율했는지가 관건이다. 셀렉-터레인에는 80년 ‘오프로드 외길’을 걸어온 지프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둥근 바퀴와 달리 마름모꼴로 각진 휠 아치는 그랜드 체로키 L이 오프로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다. 차체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에어 서스펜션 역시 휠 아치 뒤에 숨어 있다.

둥근 바퀴와 달리 마름모꼴로 각진 휠 아치는 그랜드 체로키 L이 오프로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디자인 요소다. 차체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에어 서스펜션 역시 휠 아치 뒤에 숨어 있다.

MCINTOSH

자동차 브랜드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가 힘을 합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볼보와 B&W, 랜드로버와 메리디안, 푸조와 포칼 등 선례가 많다. 그런데도 지프와 매킨토시가 손을 잡았다는 말을 들었을 땐 입 밖으로 두 음절이 튀어나왔다. ‘오!’와 ‘왜?’였다. 놀란 이유는 물론 매킨토시의 명성 때문이다. 그만큼 매킨토시가 오디오 세계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브랜드라는 의미다. 게다가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 역시 놀라움에 한 몫 보탰다.
 
포드 GT 10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에 깜짝 등장한 적이 있지만, 끼워 넣기 수준의 단발성 이벤트였다. 매킨토시와 지프의 만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프는 신형 그랜드 왜고니어에 하이엔드 오디오를 넣고 싶었다. 참고로 왜고니어는 국내에 수입되진 않지만, 지프 라인업 꼭대기에 있는 플래그십 SUV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당하는 모델이다. 오디오파일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마니악한 이미지를 벗고 대중적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매킨토시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보였다. 매킨토시의 음향 엔지니어들은 그랜드 체로키를 구매한 후 카오디오 시스템을 자사 제품으로 몽땅 바꿨다. 그러고는 지프 임원들을 모아 청음회를 열었다. 이런 열정(?) 덕에 두 브랜드의 협업은 2020년 9월, 그랜드 왜고니어 콘셉트카를 통해 현실화됐다. “매킨토시와 지프는 각각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상징적인 미국 브랜드입니다.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지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매킨토시 그룹 CEO 찰리 랜들(Charlie Randall)의 말이다.
 
콘셉트카에 이어 지난해 출시된 양산 모델에도 매킨토시가 들어갔다. 그랜드 체로키 L에 들어간 매킨토시 카오디오 시스템은 ‘MX950’이다. MC, MA를 붙여 이름을 짓는 매킨토시의 방식을 따른 것으로 숫자 ‘950’은 950W의 스피커 출력을 의미한다.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진 않았으나 브랜드 특유의 푸른빛을 띠는 형광 패널과 미니멀한 레벨 미터의 디자인만으로도 오디오 마니아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기엔 충분하다.
 
트위터, 우퍼, 서브우퍼 등 총 19개의 스피커가 쏟아내는 음을 운전자에게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지프는 그랜드 체로키 L 앞뒤 창문을 전부 소음 차단력이 뛰어난 이중 접합 유리로 마감했다. 문에 흡음재를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시속 100km로 달리면서도 음악을 또렷이 즐길 수 있다. 매킨토시는 ‘On the Venue’라는 취지 아래, 운전석이 아닌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누릴 수 있는 걸 목표로 했으며 이를 위해 스피커의 위치는 물론 스피커 그릴의 형태와 소재까지 일일이 지프와 상의했다.
 
 

JEEP GRAND CHEROKEE L

파워트레인 3604cc V6 가솔린 자연흡기, 8단 자동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35.1kg·m
가속력(0→100km/h) 8.5초
가격(VAT 포함) 89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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