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티워모 101 리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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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워모 101 리뷰

101번째 피티워모를 기록하는 4가지 키워드.

임일웅 BY 임일웅 2022.03.14
 
피티워모가 어김없이 개최됐다. 1월 11일부터 13일로 팬데믹 이전보다 하루 줄었고, 장소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포르테차 다 바소(Fortezza da Basso)로 전과 동일했다. 이른 아침 피티워모로 향하는 길, 15℃ 안팎의 따뜻한 겨울 날씨를 체감하고 나서야 피렌체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혹여나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백신 접종 인증과 PCR 테스트의 관문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전시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대한 건 각양각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패션 피플을 만나는 것. 캐주얼이 국제적 트렌드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테일러링의 본고장과 같은 이곳에서도 정직한 슈트 차림보다는 캐주얼한 스타일링이 주를 이뤘다. 이번 피티워모에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 브랜드는 총 548개. 그중 이탈리아 브랜드가 70% 이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빈티지 셀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앤티크와 빈티지 아이템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것. 이탈리아 전역의 유명 빈티지 숍들이 직접 셀러로 참여해 어떤 부스보다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전시장은 정통 클래식 테일러링 테마의 판타스틱 클래식, 캐주얼한 브랜드로 구성한 다이내믹 애티튜드,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슈퍼 스타일링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장르는 모두 달랐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한층 어려지고, 캐주얼해지는 분위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옷이 통용되는 시대를 반영해 적절히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관람객이 줄어 한산했지만, 덕분에 모든 브랜드를 하나하나 꼼꼼히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피티워모 101을 통해 새로운 남성복을 먼저 만난 신선한 감상을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테일러드 슈트를 표현하는 방식이 부드럽고 유연해졌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우람한 어깨와 드넓은 라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얇아진 라펠과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채웠다. 컬러 또한 담백하고 침착한 것들이 도드라졌는데, 아마도 이탈리안 테일러링의 전통적 취향보다는 팬데믹 이후의 경향성을 적절히 반영한 선택으로 보인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여가 시간을 보낼 때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슈트가 대거 등장했다.
〈LARDINI〉 라르디니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궁전 속 정원처럼 꾸민 전시장에서 2022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새로운 컬렉션 차림의 모델들이 한가로이 정원을 거닐며, 실루엣과 무드를 선보이는 식의 프레젠테이션. 브라운을 키 컬러로 활용해 온화하고 낭만적인 슈트를 완성했다.〈KNT〉 유서 깊은 이탈리안 테일러링 브랜드 키톤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만든 브랜드. 최고급 품질의 니트를 슈트, 카디건, 스웨트팬츠 형태로 능수능란하게 완성했다. 편안한 실루엣과 유연하게 흐르는 소재가 돋보인다.〈WALKER SLATER〉 트위드 소재를 주로 다루며 스코틀랜드의 전통 직조 방식으로 원단을 생산한다. 영국의 전통적인 슈트 스타일에 활동성을 더하기 위해 재킷과 팬츠 길이는 짧게 줄였다.〈SANTANIELLO〉 이탈리아 나폴리 외곽의 소도시 소렌토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산타니엘로의 목표는 이번 시즌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허무는 것.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슈트를 만들기 위해 구김이 적고, 물세탁이 가능한 특수 소재를 사용했다.
 
이번 시즌 역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엿보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장르에 국한될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앞다퉈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들었으니까.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작업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MARC O’POLO〉 스톡홀름 기반으로 캐주얼하고 단정한 옷을 만든다. 오가닉 코튼이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채취한 울과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며, 모든 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친환경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톡홀름에서 가져온 흙과 나무로 전시장을 꾸몄다.〈FOX UMBRELLAS〉 폭스 엄브렐라의 신제품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은은한 녹색빛이 도는 올리브나무 우산. 야생 올리브나무가 자라면서 휘어진 형태를 그대로 살려 우산으로 만들었다. 손잡이와 몸통 부분도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 폐기물도 줄였고 튼튼하기도 하다.〈ROLF EKROTH〉 롤프 에크로스는 핀란드 기반의 브랜드로 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지푸라기로 만든 원단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색을 거침없이 사용했다.〈REGENESI〉 가방, 다이어리, 지갑, 그릇까지 모든 제품에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 메인 아이템은 가방으로, 위에 적힌 문구 그대로 16개의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투박하고 수더분한 슈즈가 유독 많이 보였다. 어디서고 아무 때고 마음 놓고 신을 수 있을 것 같다.
〈PARABOOT〉 수더분한 인상의 미카엘에 도발적인 호랑이 프린트를 더해 오묘한 매력을 발산한다.〈KLEMAN〉 보디를 덮는 러버 솔을 적용해 돌밭이나 진흙에서도 걱정이 없을 만큼 단단한 내구성을 자랑한다.〈DOUCAL’S〉 왁스를 잔뜩 묻힌 듯한 디테일이 특징. 가죽을 관리하기 번거로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것 같다.
 
밀리터리, 모터사이클, 아웃도어… 철저히 기능을 위해 탄생했던 옷들이 패션이 됐고, 그렇게 수십 년간 쌓인 아카이브는 장르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번 시즌 각 장르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각자의 동시대적 해석을 가미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정통적이지만 전형적이지 않다.
〈FILSON〉 필슨이 새로워졌다. 필드 재킷이 아닌 하이테크의 고어텍스 브랜드에서 만들 법한 레인 재킷을 출시한 것. 기존보다 조금 더 젊은 느낌의 형태지만 고유의 투박한 멋을 그대로 살렸다.〈SHANGRI-LA HERITAGE〉 샹그릴라 헤리티지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기반의 브랜드로 바이크웨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가장 인상적인 아이템은 바이커 재킷. 정통적인 형태에 비대칭 포켓과 퍼 칼라 디테일을 위트 있게 더했다. 공방에서 직접 무두질한 고품질의 스티어 하이드 레더를 사용한다.〈BARACUTA〉 바라쿠타의 대표적인 아이템인 G9 재킷의 G가 골프(golf)를 뜻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이토록 아이코닉한 재킷을 스웨이드, 코듀로이 등 새로운 소재로, 또 색다른 컬러 구성으로 선보였다. 이젠 필드가 아닌 일상에서 찢어진 데님 팬츠와 함께 입는다.〈EAST HARBOUR SURPLUS〉 밀리터리 웨어를 일상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했다. 칼라를 심플하게 변형한 필드 재킷과 여유로운 실루엣의 퍼티그 팬츠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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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피티 이마지네 워모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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