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전 제가 마늘이나 양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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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전 제가 마늘이나 양파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윤하는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한다. 전석을 매진시키며 성황리에 마친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공연 전엔 어떤 스케줄도 잡지 않는다는 그를 예외적으로 만났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3.23
 
벨벳 원피스 채뉴욕. 레더 글로브 릭 오웬스.

벨벳 원피스 채뉴욕. 레더 글로브 릭 오웬스.

 
그동안 대중은 어쩌면 윤하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윤하는 방송이나 잡지 등의 매체보다 공연과 음악으로 팬들을 꾸준히 만나온 가수예요. 그렇게 해온 까닭이 있나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저의 쓸모가 있는 쪽으로 기운 거죠. 음악과 공연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계속 여기에만 매진하게 된 것 같아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멋있잖아요. 저도 그러려고요.
매년 꾸준히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고 있어요.  “내가 망한 적은 있어도 내 공연이 망한 적은 없다”는 어록이 있을 정도로요.
관객을 참 잘 만났어요. 사람들이 “윤하 콘서트는 혼자서도 간다”고 해요. 공연을 그날의 이벤트처럼 여기고 연인, 친구, 가족들과 즐기는 분이 많은데, 제 공연에 오는 분들은 오로지 음악을 탐닉하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아요. 집중도가 높은 만큼 저도 집중해야 하죠. 제가 앞구르기를 해도 공연을 망하지 않게 만들어주시는 분들이에요. 큰 힘이 됩니다.(웃음)
앙코르 콘서트 ‘END THEORY : Final Edition’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한창 준비 중이에요. 제가 좀 유난스러울 수도 있는데, 공연 연습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다른 스케줄을 못 해요. 공연을 보러 온 분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드리고 싶거든요. 사실 지금도 이러고 있을 땐가 싶었는데(웃음) 막상 촬영 나와 보니 기분 전환이 되네요. 오히려 즐겁게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말 발매한 정규 6집 〈END THEORY〉가 팬들과 평론가에게 명반이란 평가를 받았어요. 보컬 컨디션도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이고요. 기분이 어떻던가요?
너무 좋고요. 이 맛에 음악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웃음) 6집 앨범은 꼬박 1년이 걸렸어요. 매일매일 치열하게 작업해서 낸 결과물이죠. 만든 사람들끼리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 호평이 쏟아지니까 역시 이 맛에 하는구나 싶었죠. 내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보여요.
이런 일은 정말 드문데, 오늘 현장에 스태프들의 지인들 몇몇이 10년 차 팬이라고 사인을 받으러 왔어요. 왜 마니아들은 윤하의 음악에 열광할까요?
요즘 유행하는 음악과은 달라서?(웃음) 소비되는 음악이 절대 나쁜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트렌드에 부응하는 패셔너블하고 멋진 음악이죠. 반면 제 음악에는 그런 세련미는 없어요. 저는 그저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어떤 소재로 세계관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내듯 음악을 써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죠. 제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해석하는 재미를 즐기시는 것 같아요.
 
 레더 코트, 시스루 톱, 쇼츠, 부츠 모두 릭 오웬스.

레더 코트, 시스루 톱, 쇼츠, 부츠 모두 릭 오웬스.

 
윤하는 시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윤하의 음악을 해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뮤지션이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당신의 영혼은 록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록은 제 뿌리죠. 사람에겐 소울 푸드라는 게 있잖아요. 어릴 때 길거리에서 먹던 학교 앞 떡볶이가 제일 맛있는 법이거든요. 제게 소울 푸드가 록이기에 계속해서 공부하는 중이에요. 록을 완독하고 넘어간 분들이 EDM으로 행보를 이어가곤 하는데, 여전히 제 마음은 록에 있어요.
저희가 어릴 적엔 록이 해방 정신이었듯, 요즘엔 힙합이 Z세대에게 그런 장르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힙합 프로듀서들과 정규 5집 〈RescuE〉를 작업하기도 했는데, 6집 작업을 하면서 다시 제자리로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게 록은 모든 힘을 다 쏟아붓는 장르이고 힙합은 선택과 집중을 하는 장르로 느껴지거든요. 제게는 에너지를 요하는 장르가 더 구미에 당기고, 이걸 더 많은 사람이랑 나누고 싶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시대적인 것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단 말이죠. 그랬을 때 이걸 나눌 창구가 공연밖에 없더라고요. 큰 공간에서 스피커를 통해 진동을 느끼고, 맥박으로 받아들이면 그걸 안 좋아하기도 힘든 거예요. 왜 그런 트릭 있잖아요, 심장이 빨리 뛸 때 고백하면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웃음) 그거랑 비슷한 거예요.
과거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당신을 ‘저물어가는 아날로그의 맥을 잇는 아티스트’라고 칭하기도 했어요. 윤하의 앨범은 중고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어 ‘윤테크’라고도 불린다던데요?
지금은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시대지만 저희 어릴 때는 테이프 사고, CD로도 사고, 판으로도 사고, 정품과 해적판을 다 사고 그랬잖아요. 여러 디바이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운이 좋았던 세대죠. 저는 여전히 CD나 LP로 음악을 듣길 좋아해요. 제 팬들 중엔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앨범 재킷의 종이 재질, 크레디트까지도 하나하나 뜯어보시더라고요. 아날로그의 맥을 잇는 아티스트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실 제게 그런 사람이 되라고 팬들과 평론가들께서 키워준 느낌이 있어요.(웃음) “록 음악의 명맥을 이었으면 좋겠다”고 옛날 록 명반들을 엄청나게 선물해주신다니까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저도 더 좋아지게 된 것 같아요.
자질이 뛰어난 모범생을 발견한 것처럼 신나서 말이죠.
그런 셈이네요.(웃음)
에픽하이, 유희열, 나얼, 김범수, 임재범, 윤종신, BTS의 RM 등 협업한 뮤지션을 꼽자면 셀 수 없죠. 뮤지션들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가장 기본적인 저의 성질을 깨끗하게 드러내는 걸 좋아해요. 화학이나 요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 같은 거 있잖아요. 예로 들자면 마늘이나 양파 같은 건 어느 요리에나 넣을 수 있는 베이스가 되죠. 어디에 갖다 놔도 이질감이 없으니까 팍팍 넣는 게 아닐까요. 가성비가 좋아서.(웃음) 제가 어떤 특별한 보석 같은 것이라서가 아니라, 마늘이나 양파처럼 자주 쓰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윤하는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하는 보컬리스트인가 봐요. 연관검색어에 ‘라이브, 1시간 반복, MR, 노래방, 커버, 남자 키’ 등이 뜨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저를 찾는 분들은 정말 음악을 듣기 위해서, 혹은 따라 부르기 위해서 듣는 것 같던데. 누가 편지를 열심히 써서 보내면, 답장 쓰고 싶어지는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 아닐까요?
답가 같은 거군요. 스스로는 본인 목소리를 좋아해요?
예전엔 싫었어요. 정인 언니나 박정현 선배, 린 선배 같은 보컬리스트의 음색은 특이하잖아요. 딱 들으면 누군지 알겠고 모창도 할 수 있는 특별한 목소리. 그런데 누가 제 노래는 불러도 제 모창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내가 특색이 없나 싶어서 쓸쓸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프로듀서로 성장하면서 저라는 가수에게 조금씩 다르게 노래를 시켜보고 연구하고 녹음하면서 제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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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REELANCE EDITOR 이예지
    PHOTOGRAPHER 레스
    STYLIST 구원서
    HAIR 김성환
    MAKEUP 이나겸
    ART DESING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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