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저한테 희극과 비극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나누기가 어려운 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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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저한테 희극과 비극은 늘 공존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나누기가 어려운 거."

엉뚱한 답을 내놓을지언정 상투어로 답하거나 얼버무리는 법은 알지 못한다. 그 자신의 연기처럼. 그 자신의 영화처럼. 그렇게 구교환은 굳이 다르고자 하는 노력 없이, 지금 한국 영화계의 가장 새로운 한 축이 되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20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1847 MC 칼리버를 탑재한 미디엄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모두 까르띠에. 레더 재킷 벨루티. 팬츠 파브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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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에서 정기훈의 첫 등장도 인상 깊었어요. 학교에 와서 학생들한테 찌라시 같은 걸 파는 웃긴 사람인데, 오랜 지인인 선배가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니까 갑자기 엄청 슬픈 눈으로 “형, 나 죽었어” 이렇게 답하죠. 희극을 보여주다가 돌연 비극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방정을 떨어도 다 말이 되게 하는 배우. 그런 배우가 얼마나 될까 생각했어요, 보면서.
저에게… 희극과 비극은 계속 같이 있는 것 같아요. 공존하는 거죠. 오히려 나누기가 어려운 거.
희극과 비극은 늘 공존한다. 곱씹게 되는 말이네요.
실제로 사람이 그렇게 단편적이지가 않잖아요.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늘 엉엉 울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종류의 슬픔이 있고 여러 종류의 기쁨이 있겠죠. 그걸 일련의 양식으로 나눈다는 게 오히려 저한테는 좀 어려워요. 그게 어려워서 그냥 그 순간에 느끼는 것, 지금의 모습을 더 연기하는 것 같고요.
〈아득히 먼 춤〉의 신파랑도 그랬죠. 유서 한 장 없이 자살한 연극 연출가였잖아요. 그런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각본가를 만나러 온 회상 신에서도 비탄에 빠진 사람처럼 표현하지 않아서, 그게 인상 깊었어요.
준비 동작을 보여주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감상은 시청자나 관객의 것이잖아요. 제가 먼저 그것에 젖어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작품을 본 후에도 오래도록 신파랑의 말들이 생각이 났어요. 거절의 말들 앞에서도 실실 거리면서 답하는 다정한 말투나 그 안의 절박함이 너무 서러워서, 그냥 슬픈 드라마를 본 게 아니라 정말 슬픈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잔상이 깊게 남았나 봐요.
(오래 생각하다가) 저는 장르나 어떤 연기술의 측면보다, 인간에게 관심이 있어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관심은 연출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번에 공개한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만 봐도….
아, 보셨구나. 감사합니다.
그거 완전 재미있던데요. 저 막 추천하고 다녔어요.
어이구, 감사합니다. 아까 했던 인터뷰 영상에 2X9 HD(감독 이옥섭과 구교환의 작업물이 올라오는 유튜브 계정) 링크도 달면 좋을 것 같네요.
(웃음) 아무튼 그 영화가 막냇동생의 내연남을 언니들이 대리운전 호출인 척 불러내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대사 대부분이 애드리브인 듯한 분위기고, 그러다가 중간에 웃음이 터진 것까지 다 넣었더라고요.
아, 그건 저는 웃음이 터진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배우들이 웃음이 터진 게 아니라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세계관 속의 인물들인 명신, 재화, 교환이 얘기를 나누던 중에 웃은 거죠. 실제로 사람이 누군가와 다투다가 웃기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배우들도 그런 의도로 연기를 한 건데, 저도 하면서 되게 신기했어요.
 
18K 옐로 골드 케이스의 라지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18K 옐로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네크리스 모두 까르띠에. 티셔츠 렉토. 데님 팬츠 로에베.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8K 옐로 골드 케이스의 라지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18K 옐로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네크리스 모두 까르띠에. 티셔츠 렉토. 데님 팬츠 로에베.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러네요. 사실 연인 사이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싸우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지는 게.
모르는 사람이라도, 예를 들어 주차 문제로 막 싸우고 있다고 쳐요. 그런데 저 사람 남방 사이로 리버풀 유니폼이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 어 혹시 리버풀 팬이세요, 네 저 리버풀 팬입니다 하면서 주차의 벽을 넘어 갑자기 친밀감을 느낄 수도 있는 거고. 그럼 나중에 맥주 한잔하면서 경기 같이 보시죠, 갑자기 그럴 수도 있는 거고.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특정한 귀결을 단정짓지 않으려 하는 거고, 그런 부분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지난 작품들도 그런 ‘반응’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한 측면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한층 특이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 서로 오디오가 계속 물리고, 반대로 살짝 마가 뜨는 순간도 있었고요.
사실 그게 카메라 여러 대로 한 번에 찍은 게 아니에요. 이쪽에서 명신, 재화를 찍고 그 테이크가 끝난 다음에 이쪽의 교환을 찍는 식으로 한 거예요. 그러면 그건 짐작하신 것처럼 중계하듯이 찍은 게 아니라 미리 약속된 거죠. 다만 제가 그런 사적인 호흡을 좋아해서 의도한 측면인 거예요. ‘세 사람의 사적인 순간을 보여주자.’ 그게 연출 의도 중 하나였어요. ‘상대방의 말이, 어미가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가자.’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 아무 설명도 안 하셨죠. 영상 설명에 ‘냉무’라고 되어 있어요.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영상을 만든 거니까요. 말을 잘했으면 글로 옮겼겠죠. 그래서 ‘냉무’만큼 좋은 부연 설명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보시라. 보고 얘기 나눕시다.’
‘냉무’가 뭔지 모르는 세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 그럴 수 있죠. 그래도 제가 아니까요. 제가 알려드리면 되죠. (녹음기에 대고) ‘냉무’는 ‘내용 없음’입니다.
(웃음) 영화 호흡이 계속 변하는 것도 좋았어요. 초반에는 온갖 무드의 장면과 장면, 음악과 음악이 서로 계속 충돌하다가, 중반에는 자유 연기를 하는 듯하다가, 마지막은 왕가위 영화 같은 미감의 영상으로 끝나고. ‘아, 구교환은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연출자구나’ 하고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계속 놀이였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저에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18K 화이트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 레더 재킷 벨루티.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링, 18K 화이트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 레더 재킷 벨루티.

 
2년 전에 뵀을 때와는 활동 범주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지금은 교환 씨에게 어떤 시기일까요?
그런가요?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사실 저는 바뀐 게 없어요. 정말 그래요. 저는 늘 똑같이 하고 있었어요. 〈꿈의 제인〉을 찍으면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연출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영화에 출연하면서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를 연출하고 있고. 저는 계속 뭔가를 찍고 찍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말하자면 스케일이 큰 작품에 좀 더 많이 참여하게 됐잖아요. 유명 감독들의 러브콜도 많이 받고. ‘그때 구교환과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워하고 있을 독립영화 감독이 많지 않을까요?
아뇨. 그것도 똑같아요. 더 어려워졌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 그래서 그때 수락했던 것들을 지금도 수락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겠네요. 너무 유명해졌다고 괜히 어려워하지 말고, 구교환과 작업을 하고 싶다면 일단 도전해보라는….
하지만 그때 거절했던 건 지금도 거절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제가 잘은 몰라도, 구교환이라는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그대로인 것 같아요. 쏟아지는 관심에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능숙하게 올라타지도 않고.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고요.
그건 노력이 필요한 일일까요?
여전한 거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저한테 집중을 해야 하죠. 계속 제 취향을 존중해야 하고요. 다행히 저는 제 취향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질투도 나지 않고 부러움의 대상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제가 재미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찾아보다 보니까 최근에 이런 표현을 많이 쓰셨더라고요. ‘관객들에게 좀 더 다가간다.’ 지난 2년간 그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있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그렇다고 또 제가 그런 부분만 염두에 두는 건 아니고요. 그냥 각자의 매력이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예술영화관 극장에서 만나는 재미도 있고, OTT에서 만나는 재미도 있고. 질문에 맞는 답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저한테는 그런 부분도 그냥 영화의 다양한 형태예요.
좀 더 넓은 범주에서 편해진 부분도 있어 보여요. 예를 들어 그때는 화보 촬영을 좋아하지만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는데, 오늘 촬영에서는 확실히 그런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고요.
그것도 그날그날 다른데요. 사실 화보 촬영도 일종의 창작 작업이잖아요. 재미있는 게 당연한 일인 거죠. 조명, 촬영, 의상, 헤어, 메이크업 관련 스태프들이 다 함께 하는 작업인데, 제가 점점 더 그분들을 믿고 더욱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오늘만 해도 화보 스태프들과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게 좀 신기하네요. 그건 저한테도 신기한 일이에요.
촬영 중에 농담도 많이 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촬영하느라 피곤할 텐데, 또 현장 분위기를 신경 쓰기도 하고.
그건 사실 제가 재밌어서 한 건데요.(웃음) 제가 응원단장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냥 농담을 못 참은 거죠. 재미있지 않았어요? 오늘 제 농담들?
재미있었어요.
저는 늘 그런 식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남들도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런 걸 좋아하겠지’ 하고 제가 억지로 뭘 하는 게 더 효과가 좋다고 해도,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죠. 그래서 오늘 인터뷰도 재미있었잖아요.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의 한 모먼트를 보시고 그것에 대해 감상을 얘기해주시고. 그러면 저는 이런 부분은 이런 거고 저런 부분은 저런 의도였다, 답을 하고요. 그렇게 딱 말하는 순간 우리는 얘기를 한 거예요. ‘그게 제가 좋아하는 겁니다’ 하고요.
 
18K 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 스틸 케이스의 라지 탱크 머스트 워치, 18K 화이트 골드 러브 링, 18K 화이트 골드 러브 웨딩 밴드 모두 까르띠에. 셔츠 벨루티. 슈즈 손신발. 베스트, 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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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윤웅희
    FEATURES EDITOR 오성윤
    PHOTOGRAPER 김신애
    STYLIST 박선용
    HAIR 홍준성
    MAKEUP 한마음
    NAIL 최지숙
    SET STYLIST 최서윤
    ASSISTANT 이하민/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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