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로고 프린트 후디 왓더프로그. 데님 팬츠 언어펙티드 by 이스트로그. 티셔츠 에디터 소장품.
이거 이거… 딱 보니 록저씨들의 마음을 흔들겠는데요? 예를 들면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들이 아주 좋아하겠어요.
어, 맞아요.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저도 들으면서 ‘한대음 스타일이다’라는 생각을 살짝 했거든요.
옛날 록밴드 같아요. 원테이크 녹음을 하기 위한 공간을 찾으려 춘천에 간 것도 스토리가 좋아요. 아케이드 파이어가 녹음하려고 교회를 사버렸던 게 생각나네요.
아케이드 파이어가 꽤 오래전에 그래미 탄 밴드잖아요. 저도 그 밴드 되게 좋게 들었거든요. 교회를 산 정도는 아니지만, 녹음하러 춘천으로 간 게 좀 컸어요. 녹음하러 가기 전에 가이드로 녹음해둔 버전이 있거든요. 그런데 춘천 가서 녹음한 본편 버전과 달라요. 그냥 새 노래가 됐어요. 환경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스튜디오 앞에는 호수가 쫙 펼쳐져 있고, 그 반대편에는 아직 개장 전인 레고랜드가 있는 풍경이었거든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놀러 와서 개를 산책시키는 풍경 속에서 리프레시가 됐던 것 같아요.
합주를 계속하고 있는데 일단 제가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사실 힙합 무대에 섰을 때는 DJ가 리믹스나 메들리를 틀 순 있지만, 곡 안의 요소들을 아예 새로 편곡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밴드의 라이브는 계속 뭔가가 달라요. 느낌이 계속 다르고, 새로워져요. 에너지도 매번 다르고요.
라이브를 하며 기존 곡도 편곡할 텐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넉살 씨의 랩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래서 방식을 아예 바꿀까도 생각 중이에요. 까데호가 연주하고 싶은 걸 연주하면 그 느낌에 맞는 제 벌스를 그냥 붙이는 거죠. 원래 있던 힙합 비트를 밴드 버전으로 똑같이 할 이유는 없죠.
이게 말은 그럴듯한데, 사실 막 하겠다는 거거든요.(웃음) 아무 비트나 연주하고,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랩을 하겠다는 얘기거든요.
로고 프린트 후디 왓더프로그. 체크 팬츠 자라. 보트 슈즈 파라부트 by 유니페어. 링 불레또. 티셔츠 에디터 소장품.
저는 그게 정말 좋아요. 제가 답습하는 걸 아주 싫어해요. 뭔가 항상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데, 까데호랑 하는 협업도 그런 카드 중 하나죠. 이 협업은 넉살과 까데호가 같이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사를 쓰고 랩을 하긴 했지만, 사실 까데호라는 밴드에 보컬이라는 악기 하나를 담당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었거든요.
멋지다. 닐 영 앤 크레이지 홀스(Neil Young & Crazy Horse)처럼 프런트맨과 밴드가 동등한 관계군요. 더 좋은 예도 있네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요. 그런데 지난번에 배성재 씨가 하는 라디오에 나갔다가 다음 앨범에 관한 스포일러를 많이 남겼죠. 임희정 이사에게 혼났어요?
임희정 이사 VMC 서열이 어떻게 되세요? 팬들이 궁금해해요.
서열 1위죠. 제가 보기엔 딥플로우보다는 확실히 위거든요. 저희가 VMC의 소속 뮤지션이지만, 임희정 이사님이 청소 안 하냐고 하면 다들 빗자루 들고 청소 시작해요. 말 안 들으면 회초리를 꺼내는….(웃음)
그 정도시군요. 저한테는 상냥하고 친절하시던데요.
근데 매니지먼트도 대단하네요. 얼마 전에 잔나비의 최정훈 씨랑 그런 얘기 했거든요. 요새는 밴드도 사운드 스케이프가 제일 중요하다고. 그런데 이번 넉살과 까데호의 프로젝트는 예쁘고 귀에 쏙쏙 꽂히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내다 버린 결정이거든요. 그걸 매니지먼트 측에서 밀어줬다는 거잖아요.
저희랑 까데호 쪽 매니지먼트 관련자들이 춘천으로 저희 녹음하는 걸 보러 온 적이 있어요. 딱 보니, 까데호랑 저를 못 믿는 눈치더라고요. ‘이것들 요령 피우는 것 같다. 곡도 준비 안 됐는데, 춘천에 그냥 놀러 온 것 같다’고 의심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전 매니지먼트 편이에요. 의심할 만하고, 의심해야 마땅합니다. (〈에스콰이어〉의 요청으로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임희정 이사는 손사레를 치며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해낼 거라고 믿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저희가 이틀을 쭉 녹음했거든요. 첫날 와서 반나절 정도 우리가 녹음하는 걸 지켜보더니 임희정 이사님이 박수를 치시면서 “완벽하다”라고 하시고는 나가셨어요. 제가 농담을 조금 섞어 말한 거고, 저희 회사도 까데호의 매니지먼트도 확실한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있으면 무조건 다 밀어줘요.
이번 작업은 시대를 역행하네요. 요새는 음악이 우연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완벽한 박자에 완벽한 음정, 완벽한 믹싱을 선호하죠. 그러다 보니 아날로그 악기 소리를 많이 줄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그렇게 해놓고 사람이 연주한 것처럼 들리게 살짝살짝 박자와 음정을 틀리게 하는 비율까지도 조정하지요.
모든 걸 완벽하게 컨트롤하죠. 사실 저도 까데호 형들한테 약간 세뇌당한 느낌이에요.(웃음) 가끔 생각해요. 나 다시 힙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제 가사들이 까데호와 잘 어울린다고 보는 이유는 확실하거든요. 저는 불안한 감정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애매한 감정, 결론이 없는 것들, 마치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들을 표현하기를 좋아하죠. 그래서 그런 가사를 많이 써요. 지금 좋다고 너무 웃지 말고, 지금 슬프다고 너무 울지 말자. 이런 식이죠. 까데호의 음악 역시 뭔가 확실한 게 아니라 중간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심지어 까데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인생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하는 줄타기다’라는 말소리가요.
이제 한 2년 있으면 까데호 보컬로 노래 부르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머리 길이도 밴드 보컬을 하기에 딱이죠.
레터링 프린트 후디 왓더프로그. 스웨트 쇼츠 자라. 스니커즈 나이키. 체인 네크리스, 링 모두 불레또. 티셔츠, 삭스 모두 에디터 소장품.
오늘은 실물 스트리트 패션과 NFT를 접목한 브랜드 ‘왓더프로그(What The Frog)’를 입었어요. 핏이 어떻든가요?
패션에 대해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제가 후디는 잘 알거든요. 워낙 자주 입어서요. 왓더프로그 후디가 핏이 엄청 잘 나오더라고요. 후디는 길이가 정말 중요한데, 기장이 아주 절묘했어요. 딱 적당한 길이로 떨어지더라고요.
왓더프로그의 카드 형태로 된 NFT를 사면 이 후디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대요. 물론 받지 않을 수도 있어요.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NFT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이기에 후디를 받든 안 받든 계속 마켓플레이스에서 사고 팔 수 있죠. 총 6종류의 왓더프로그 후디를 모으면 오늘 가장 먼저 입었던 레전드 후디를 모을 수 있어요.
재밌네요. 뭔가를 모으게 한 발상이 재밌어요. 처음에 입은 개구리 후디는 정말 저랑 똑 닮아서 정이 가더라고요. 오늘 입은 모든 후디가 다 데일리로 입고 싶은 디자인이었어요. 제일 화려한 레전드 후디만 빼고요. 앞으로 개구리 후디의 디자인은 계속 나오는 건가요?
그렇다고 합니다. 첫 번째 시즌 1의 NFT는 이미 완판되었고, 이제 시즌 2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해요.
컬렉터블한 아이템을 NFT와 엮은 아이디어가 좋네요.
좀 뜬금없는 얘기인데,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넉살의 좌표는 어디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사에도 많이 쓰는 내용인데요, 여전히 제겐 지도가 없어요. 지도가 없으니 좌표도 모르겠고, 그냥 흘러가듯 부유하며 살고 있어요. 다만 하고 싶었던 일들을 꽤 많이 이루며 살았죠. EBS 〈공감〉에 출연도 해보고,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도 되어보고, 심지어 예능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됐죠. 해달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며 배고프면 조개를 까먹고, 잠수하고 싶으면 잠수하고,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살아요.
사실 방송으로 넘어가면 본업은 개점 휴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방송 출연료만으로도 생활이 완전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런 하드코어한 작업으로 돌아온 넉살 씨가 대단하네요.
까데호와 이번에 함께 한 작업들이 제 창작욕에 불을 지폈어요. 요새 힙합을 들으면서 뭔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 귀가 무뎌진 탓도 있겠지만, 다양성이 없더라고요. 까데호랑 작업하면서 내 자신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 형들이랑 작업하고 나서 힙합 비트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새로운 게 나올 것 같다는 확신도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