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감독들이 배우 노상현에게 말해준 그를 발탁한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파친코> 감독들이 배우 노상현에게 말해준 그를 발탁한 이유

노상현은 <파친코>라는 기회를 잡았음에도 들뜨지 않는다. 대신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파친코>의 올곧은 이삭을 닮은 노상현과 나눈 한낮의 대화.

오성윤 BY 오성윤 2022.05.25
 
코트 버버리.

코트 버버리.

 
요즘 〈파친코〉의 이삭 때문에 난리예요. 체감하나요?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그래요. 덕택에 이렇게 촬영도 하고요.
저음의 목소리가 멋지네요.
그래요? 저는 잘 몰랐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을 것 같은데요?
제가 칭찬을 잘 못 받아요. 칭찬받으면 고장 납니다. 낯을 가리는 편인 데다, 제가 워낙 진지하게 말하는 편이라 ‘맞아요’ 하고 맞장구치면 건방져 보일 것 같기도 하고요.
아까 디지털 콘텐츠를 촬영할 때 실제로는 프로필상의 키보다 더 작다고 정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굳이 왜 그랬어요?
그게 항상 걸렸거든요. 저는 사소한 거라도 저 자신에게 정직하고 남들에게 당당한 게 좋아요. 뭐가 어떻게 잘못될까 봐 불안에 떨기보단 있는 그대로 하는 게 낫잖아요? 물론 용기가 조금 필요하지만, 하고 나면 편안해지고 그 편안함에서 오는 자신감도 있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공된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두르고 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저는 키 외에도 많이 포장되어 있습니다. 주시는 관심에 감사하지만, 지금도 사실 저의 좋은 면만 선택적으로 보이고 있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이런저런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포장지가 나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인지하려고 해요. 그게 나라고 믿어버리면, 거기서부터 제 마음이 오만해질 것 같거든요.
어떻게 〈파친코〉의 이삭으로 발탁될 수 있었는지 오디션 과정이 궁금해요.
(오디션 과정이) 아주 길었어요.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됐죠. 셀프테이프 먼저 보내고, 줌 미팅하고, 수차례 오디션의 반복이었어요. 주어진 신은 선자와 우동 가게에서 우동을 먹으며 대화하는 신, 그리고 양장점에서 한수와 부딪히는 신이었어요. 원래 버전에선 일본어 대사가 많아 고생 꽤나 했죠. 제가 거의 마지막에 캐스팅된 걸로 알아요.
코고나다 감독이나 저스틴 전 감독이 왜 당신을 뽑았는지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던가요?
제게 사람이 참 ‘휴메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인간적이고 인정 있는 느낌이라는 거죠. 칭찬이 많이 필요하던 때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 게 큰 위안이 되었어요.
이삭은 인간됨과 선한 마음, 긍지를 품고 있는 고결한 캐릭터죠. 어려운 시절 속에서도 그걸 지키려 하고요. 이 올곧은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갔나요?
처음부터 어떤 사람인지 감이 왔어요. 그런데 내가 이 사람이 되는 건 많은 고민과 생각이 필요했죠. 무엇보다 세상 물정 모르던 선한 인물이 변화를 맞닥뜨리며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려 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셔츠, 팬츠 모두 발렌티노.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팬츠 모두 발렌티노. 벨트 발렌티노 가라바니.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는 내 자식이 자기 몸의 윤곽을 똑바로 알고 당당하게 재량껏 살았으면 좋겠어.” 저는 이 대사가 참 좋았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몸의 윤곽’이라는 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나의 뿌리, 나의 바탕을 알고 나의 정신, 지향하고자 하는 신념을 잃지 않는 것. 두려움이 많으면 내가 믿는 바대로 못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하죠. 나의 신념을 또렷이 하고 당당히 살아가자는 태도로 저는 해석했어요.
노상현은 자기 몸의 윤곽을 알고 있어요?
알아가는 중이에요. 배워나가고, 만들어나가고, 지켜나가는 중이죠. 지금 제가 삶에서 겪고 있는 이 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고, 어떤 입장으로,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할지. 잃을 건 잃지 않으면서 살을 붙여나가고 싶어요.
여성 시청자들에게 선자와 이삭의 로맨스가 굉장히 인기인 거 알죠? 왜 시청자들이 이삭에게 열광하는 것 같나요?
한수와 선자는 육체적인 끌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삭과는 정신적인 연대에서 시작해 감정이 피어오르고 마지막에 육체가 따라오죠. 그렇게 스며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삭은 말을 아주 예쁘게 해요. 제가 배워야 할 점이죠. 저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거든요.
이삭에게 선자란 어떤 존재일까요?
이 사람과 있으면 내 인생이 커질 것 같다, 그 대사 있잖아요. 그 말이 곧 선자의 의미죠. 이삭이란 친구는 항상 병실에서만 살았고, 책만 많이 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나와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을 거예요. 그런데 세상과 계속해서 맞닥뜨리면서, 부딪히면서 살아온 이 어린 여성을 만나요. 엄청나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단단함과 강인함, 열정을 잃지 않는 선자를요. 세상 경험이 부족하고 유약했던 이삭이 선자를 보면서 그녀와 함께하면 배울 수 있겠다, 존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실제로도 선자 같은 여성상을 좋아하나요?
맞아요. 저는 제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여성을 좋아해요.
 
톱 지방시. 팬츠, 슈즈, 벨트, 삭스 모두 프라다.

톱 지방시. 팬츠, 슈즈, 벨트, 삭스 모두 프라다.

 
선자 역의 배우 김민하, 한수 역의 배우 이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민하는 정말 재능 있는 친구라 많이 배웠어요. 제가 많이 의지했고, 대화도 많이 했죠. 호흡도 정말 좋았고요. 이민호 배우와는 양장점에서 마주치고 서로 견제하는 신이 첫 만남이었어요. 감독님이 긴장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좀 떼어놓으려고 하셨죠. 촬영 전까지 한 번도 못 뵀어요. 그래서 그냥 첫 만남에 (연기를) 열심히 했습니다.
이삭과 노상현 사이에는 어떤 닮은 점이 있나요? 일단은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투가 비슷한데요.
생각이 많은 점. 저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고, 고민 많고,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파친코〉라는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하면서 이삭의 차분함이 좀 더 녹아든 것 같기도 하고요. 실제 저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동시에 외향적인 모습도 있긴 해요. 정말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땐 까불기도 하죠. 제가 이전에 출연했던 코믹한 분위기의 웹드라마 〈오늘도 형제는 평화롭다〉 같은 그런 코드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네, 결국 저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에 가깝긴 해요.(웃음)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해요?
내가 가는 길은 어디고, 내 목적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것들에 임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마음이 더 편해질까. 생각할 게 너무 많아요. 가끔 과부하가 걸리는데 그럴 때 두서 없이 일기를 써 내려가면서 배출을 해요. 그럼 좀 편해지더라고요.
최근 쓴 일기 중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얘기해줄 수 있어요?
없어요. 제가 보기에도 부끄러워서 쓰고 구겨서 버리는걸요.
 
[관련기사]
〈파친코〉의 목사 남편 노상현이 이기자 부대를 나온 이유 
 

Keyword

Credit

    FREELANCE EDITOR 이예지
    PHOTOGRAPHER 김신애
    STYLIST 이민규
    HAIR & MAKEUP 장해인
    ART DESIGNER 김동희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