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손석구가 일부러 몸을 불리기 위해 초콜릿을 먹은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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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손석구가 일부러 몸을 불리기 위해 초콜릿을 먹은 이유

만약 농구선수였다면, 그는 NBA에 드래프트될 감정 조건을 갖췄다. 2m가 넘는다는 감정의 파고로 자신의 내면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배우 손석구를 만났다. 할 말이 많아 인사는 무척 짧게 끝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6.17
 
 
손석구 열기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개인적으로 누가 요즘 가장 핫한 배우인지를 감지하려고 여러 게시판,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항상 모니터링하거든요. 얼마 전부터 〈범죄도시2〉 무대 인사가 엄청나게 바이럴되더라고요. 오가닉으로요.
오가닉이 뭐죠?
아, 소속사, 바이럴 마케팅 업체나 거대 팬클럽에서 일부러 이슈를 확산시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농약 안 친 인기라는 뜻으로 오가닉, 혹은 유기농이라고 해요.
(웃음) 저희는 그런 거 모릅니다.
그 열기는 느끼죠?
조금씩 느리게 체감하는 것 같아요. 사실 비교군이 있어야 그 크기를 더 잘 알 것 같은데,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없거든요. (수백만 관객이 든 영화를 찍어봤어야) ‘아 이런 게 천만 영화구나’라고 생각할 텐데, 지금은 무대 인사 가서 ‘이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정도만 느껴요.
 
콤팩트 스트라이프 펠트 블루종,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콤팩트 스트라이프 펠트 블루종,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나의 해방일지〉가 처음에 2%로 시작했잖아요. 근데 ‘추앙’이란 단어가 등장하며 화제성을 타고 인기가 막 올라가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이 드라마에 심각하게 감정이입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할 때, 〈범죄도시2〉가 개봉했죠.
정말 그 타이밍이죠. 저는 지금 기자님이 그 과정을 설명해주는 걸 듣는 동안에도 전율이 돋았다고 할까요? 그런 감정을 좀 느꼈어요. 〈나의 해방일지〉가 어떻게 보면 미약하게 시작했거든요. 지금의 큰 관심을 받게 된 과정만 해도 제게는 매우 드라마틱했죠. 그런데 그 과정이 〈범죄도시2〉까지 이어졌으니 개인적으로 운이 정말 좋았던 셈이죠.
밤과 범죄의 영역에 속하는 구씨의 과거 캐릭터가 밝혀진 이후는 〈범죄도시2〉랑 캐릭터가 살짝 겹치기도 해요. 〈나의 해방일지〉에도 갑자기 〈범죄도시2〉의 장르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요. 마치 손석구를 위해 우주가 돌아가는 것처럼요.
(웃음) 맞아요, 맞아요. 〈나의 해방일지〉도 〈범죄도시2〉도 많이 미뤄졌던 작품이에요. 사실 그 기간 동안 제 매니저랑 그런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 배우로서의 제 커리어가 잠시 포즈된 것 같다는 느낌에 대해서요. 개인적으로 〈지정생존자〉 〈멜로가 체질〉 등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다음으로 그려뒀던 일종의 단계가 바로 그 두 작품이었거든요. 흐름이 끊겨버린 것만 같았죠. 식장에서 전채 요리를 먹고 나서 다음 코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 코스가 안 나올 때의 심정이랑 비슷했어요. 팬데믹 때문인데, 뭐 저뿐이었겠어요?
〈범죄도시2〉는 해외 촬영이 불가능해서 아예 세트를 짓느라 늘어졌어요. 크랭크업이 2021년 6월이었는데, 그 뒤로도 좀 밀렸고요.
제가 그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은 게 2019년이니까 정말 어마무시하게 늘어진 셈이죠. 다 찍고 나서도 팬데믹으로 개봉 시기가 계속 밀리면서 시간이 꽤 흘렀고요. 〈나의 해방일지〉의 경우도 박해영 작가님께서 좀 더 시간을 들이셨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한 2년 정도의 시간이 작품 없이 그냥 지나갔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이요.
 
루렉스 이브닝 스웨터, 스트라이프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루렉스 이브닝 스웨터, 스트라이프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런데 그사이에도 발표된 건 여럿 있잖아요.
보통 배우는 영화 제작에 들어가면 그 기간에 집중해서 찍고 빠지거든요. 그런데 〈범죄도시2〉를 찍으면서 잠시 멈춘 사이에 〈연애 빠진 로맨스〉도 찍고, 〈D.P.〉도 찍고, 〈지리산〉도 찍고 그랬던 거죠. 그땐 ‘뭐가 안 풀리려니까 이렇게 안 풀리나 보다’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네요.
3코스 런치인 줄 알고 메인 요리를 기다렸는데, 7코스 디너였다고 생각해도 되겠어요. 전 오히려 지금 완성된 흐름이 더 좋은 것 같거든요. 〈지정생존자〉에서 정치 보좌관으로 보여준 현업 캐릭터를 해석하는 감각,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의 귀여움, 〈D.P.〉에서의 코믹하고 순발력 넘치는 연기 등을 다 보여준 다음에 〈나의 해방일지〉에 나와서, 손석구라는 배우가 더 깊어 보였어요. 〈나의 해방일지〉 다음에 〈범죄도시2〉가 나온 것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네요. 전 사실 〈범죄도시2〉가 먼저 개봉하길 바랐어요. 〈범죄도시2〉가 나오고 〈나의 해방일지〉가 나오면 참 좋겠다. 〈나의 해방일지〉는 여러 분들이 언급했듯이 대중적으로 단번에 끓어오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좀 소수의 마니악한 팬층이 생길 드라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범죄도시2〉가 먼저 개봉하고, 〈나의 해방일지〉가 그 버프를 좀 받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나의 해방일지〉 김석윤 감독님이 다 만드시고 그러시더라고요. “석구야, 우리 작품이 먼저 나오는 게 낫겠다”라고요. 정말 딱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거 먼저 나오는 게 나아. 〈범죄도시2〉가 우리 버프 받으라 그래.” (웃음) 그게 다 혜안이 있으셔서 하신 말씀인가 봐요. 정말 그대로 됐잖아요.
 
울 터틀넥 스웨터,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카프스킨 홀스빗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울 터틀넥 스웨터,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카프스킨 홀스빗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같은 이유인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유도 있어요. 〈범죄도시2〉의 강해상은 사실 장르 안에 있는 캐릭터잖아요. 그 사람이 실제 일상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할 수 있게 그려지지는 않거든요.
그렇죠. 좀 더 1차원적이고, (극의 목적을 향해) 달리는 캐릭터죠.
반면에 구씨는 다면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구씨 다음에 강해상이 나와야 ‘박해영 작품으로 다면적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범죄도시2〉로 장르물의 대중성까지 잡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또 있어요. 어제 되게 오랜만에 차태현 형한테 전화가 왔어요. 예전에 드라마를 같이 했거든요.
〈최고의 이혼〉에 같이 나왔잖아요.
맞아요. 간만에 전화하셔서 그러더라고요. “석구야 〈범죄도시2〉 개봉 이렇게 오래 기다린 게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대중들이 좀 마니악하고 흥행성 떨어지는 작품만 선택하는 배우로 오해할 수 있었던 타이밍에 이렇게 엔터테인먼트와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같이 터뜨린 이 시너지는 정말 대단하다”라고요.  
 
그레인 드 푸드레 재킷, 하이웨이스트 팬츠, 바게트 라인스톤 브레이슬릿, 라인스톤 미니 브로치, 코튼 SL 포켓 스카프, 메탈 버클 벨트, 페이턴트 레더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레인 드 푸드레 재킷, 하이웨이스트 팬츠, 바게트 라인스톤 브레이슬릿, 라인스톤 미니 브로치, 코튼 SL 포켓 스카프, 메탈 버클 벨트, 페이턴트 레더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마석도(마동석 분)와 강해상의 세계를 확연히 나눈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지요. 마석도와 전일만 반장(최귀화 분)이 속한 경찰 쪽의 세계는 희극적 요소가 많고, 강해상이 지배하는 범죄자의 세계는 웃음기 하나 없는 스릴러의 세계죠. 보통은 좀 섞거든요.
지금까지 이렇게 두 세계를 확실하게 나눈 작품은 잘 못 본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범죄도시〉 전편도 수많은 편집을 거치면서 피드백을 받고 블라인드 시사회를 거치면서 반응을 보며 그렇게 이원화한 걸로 알아요. 〈범죄도시2〉는 그걸 완전 브랜드화한 거죠. 더 극단적으로 나눠서요. 웃긴 장면 나왔다가 바로 또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이 마석도 뒤에 숨어서 영화를 보는 듯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이 영화의 엔딩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걸 알고도 재밌게 만드는 명쾌함이 이 시리즈의 힘인 것 같아요.
상품을 만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라는 얘기군요.
맞아요. 상품은 이렇게. 진짜 〈범죄도시2〉가 가장 잘 해낸 게 그거고,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한 것도 그거예요. 내가 〈범죄도시〉라는 (프랜차이즈를) 상품화하는 데 일조했구나. 그게 저는 정말 뿌듯해요.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블랙 르 스모킹 로우웨이스트 트라우저,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블랙 르 스모킹 로우웨이스트 트라우저,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범죄도시〉는 쭉 시리즈로 간다면서요?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리썰 웨폰〉처럼 되는 거죠.
〈범죄도시2〉는 마동석과 손석구라는 두 배우의 시너지도 확실한 것 같아요. 한쪽은 귀엽고 한쪽은 섹시하죠. 제가 관람하러 갔을 때는 특히 여자들끼리 보러 온 관객들이 정말 많았어요. 한국 범죄물, 피가 많이 등장하는 영화에선 흔치 않은 경우거든요.
저도 그게 참 신기했어요. 물론 무대 인사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성 관객들이 거의 다인 게 신기했어요. 전 그건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님과 제작자인 동석이 형의 혜안이었던 것 같아요. 제 신을 촬영할 때 동석이 형이 온 적이 있는데, 그때 형이 “강해상 캐릭터 좀 섹시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감독님이 이걸 캐치하셔서 “너무 우악스럽지 않게, 좀 섹시한 콘셉트로 만들어보자”고 하셨거든요.
〈범죄도시2〉에서 상의 탈의할 때, 남자인 저도 약간 섹시하다고 느꼈어요.
그 신이 대표적인 예죠. 감독님이 참 순박하셔서 저한테 직접 요구는 안 하시고 먼저 주변 여자 스태프들한테 다 물어보며 설문조사를 하시더라고요. “강해상이 벗는 게 나을 것 같아 안 벗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요. 그래서 일단 벗은 버전과 안 벗은 버전을 다 찍었어요.
그 마체테 장면은 약간 무섭기도 했어요. 보여주려고 만든 몸이 아니라는 느낌이었거든요. 정말 힘쓰는 몸이었죠.
그때 벗은 장면을 찍는다길래 저도 잠깐 생각했거든요. 급하게 운동을 하고, 근육도 좀 펌핑해서 찍을까? 그러다가 일부러 초콜릿이랑 젤리 같은 걸 먹고 찍었어요. 그런 당이 든 걸 먹으면 몸이 순간적으로 살짝 불거든요. 일부러 더 두툼하게 나오도록 한 거죠. 너무 얄쌍하지 않게 우락부락하게, 몸 관리 잘 안 하고 잘 먹은 느낌을 내려고 한 거죠.
그게 맞죠. 마석도랑 주먹다짐하는 캐릭터인데, 말라깽이여선 안 되죠.
격투기만 봐도 헤비급들은 그렇게 몸의 근육이 다 보이도록 체지방률이 낮지 않아요. 또 우리가 헬스 열심히 하고 체지방률이 엄청 낮은 예쁜 몸을 봤을 때 ‘와 싸움 잘하겠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콤팩트 스트라이프 펠트 블루종,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카프스킨 하이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콤팩트 스트라이프 펠트 블루종, 테일러드 하이라이즈 팬츠, 카프스킨 하이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배우에게 이 영화는 순수한 노동이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액션이 워낙 많아요.
진짜 엄청난 노동이었어요. 게다가 저희 무술감독님께서 한 번에 찍는 걸 좋아하세요. 액션 장면 중에 50합이 넘어가는 신도 있었던 것 같아요.
노하우도 생겼겠어요.
리허설을 할 때 처음에는 힘이 들어가니까 좀 투닥거리는 느낌이 나요. 저도 이번에 처음 배운 건데요, 스텝을 춤추듯이 정해진 위치에 맞게 거리를 맞추면서 설렁설렁 합을 맞춰야 다치지도 않고, 최종 결과물에서 더 세게 나오더라고요. 그 반대로 하면 나는 엄청 힘줘서 빠르게 했다고 느꼈어도 결과물은 오히려 힘이 빠지게 나와요. 액션 장면의 박진감은 어차피 사운드와 편집으로 만들어내거든요. 또 그렇게 해야 애드리브를 할 여유도 생기고요.
액션에도 애드리브가 있어요?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 강해상이 처음 베트남 은신처에서 한국에서 온 킬러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싱크대 위에 있는 칼을 더듬어서 찾는 장면 등이 애드리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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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윤웅희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박종하
    STYLIST 이영표
    HAIR 공탄
    MAKEUP 설희
    ASSISTANT 이하민/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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