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손석구는 2m짜리 감정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롭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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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손석구는 2m짜리 감정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롭다

만약 농구선수였다면, 그는 NBA에 드래프트될 감정 조건을 갖췄다. 2m가 넘는다는 감정의 파고로 자신의 내면에 원을 그리고, 그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배우 손석구를 만났다. 할 말이 많아 인사는 무척 짧게 끝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6.17
 
 
울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트위드 레이어 스팽글 팬츠, 카프스킨 홀스빗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울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트위드 레이어 스팽글 팬츠, 카프스킨 홀스빗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범죄도시2〉 찍으면서는 제일 많이 한 생각이 뭐였어요?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제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감독님을 만족시키자’였어요. 이 작품은 이상용 감독님의 입봉작이고, 이 감독님 입장에서 본인의 입장에서 연출의 역량을 가장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강해상이었어요. 다른 캐릭터들은 전편에서 이어지는 인물들이라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엄청난 애착을 가지실 수밖에 없죠. 그 애착에 합당한 연기로 그날그날 만족한 상태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자, 이게 제 목표였어요. 저는 강해상 캐릭터의 95%를 감독님이 만드셨다고 생각해요.
어떤 식의 주문을 만족시켰나요?
초반에는 제가 강해상 캐릭터를 나름대로 해석했어요. 다면적인 캐릭터로요. 그런데 아까 말했던 코믹과 스릴러를 극단적으로 나누는 방식 있잖아요. 감독님은 어떻게 보면 그 본질을 아셨던 거죠. 제가 한 ‘2, 3’ 정도의 맵기로 신을 해석하고 있으면 감독님은 늘 한 ‘8, 9, 10’ 정도의 텐션을 요구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적당히 ‘4, 5, 6’의 맵기로 조절하려 했는데, 나중에는 감독님의 열정에 제가 너무 반한 나머지 감독님이 원하는 하이 텐션 연기를 열심히 해내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범죄도시2〉뿐만이 아니라 다른 촬영 현장에서도 깨달은 점이 있어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감을 못 잡겠으면 감독의 말투나 행동이 아니라 그 감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 레벨을 따라가줘야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어요. 우리 감독님은 정말 텐션이 높아요. 집중도가 어마어마해요. 옆에 가면 델 것 같아. 그런 분이니까 저도 감독님 맞춤형 연기를 하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블랙 르 스모킹 로우웨이스트 트라우저,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블랙 르 스모킹 로우웨이스트 트라우저,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점프슈트, 메탈 버클 벨트, 벨벳 글리터 이브닝 프린지 스카프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점프슈트, 메탈 버클 벨트, 벨벳 글리터 이브닝 프린지 스카프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그나저나 엄청난 작품으로 데뷔군요.
대한민국 1호 입봉작 천만 관객 감독이 되겠죠? (인터뷰가 있었던 주의 주말에 〈범죄도시2〉는 천만 관객을 넘겼다.) 지금 인터뷰 요청이 막 쏟아지고 있다는데, 〈범죄도시3〉 준비하느라 즐기지도 못하고 계셔요.
한편 저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는 배우 자신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에 힐링을 받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드라마를 찍는 순간 순간 힐링받는 일이 많았어요. 산포 농촌 길을 걸어가면서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정말 많이 힘들 때 이 순간이 반드시 기억나겠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하늘을 보면서 걸어 다니는 이 순간이 생각나겠다. 비록 지금 나는 촬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하늘을 보며 앉아 있으니 생각이 나겠다. 그 순간이 다 힐링이었죠.
소주병 들고 참 많이 걸었죠. 이러다 어느 눈 오는 날 차 버리고 산포까지 가시겠어요. (웃음)
그러려나요? 당미역 외관을 찍은 실제 역이 있어요. 거기 식당이 정말 맛있었는데….
연기의 접근법도 두 캐릭터가 무척 달랐군요.
〈나의 해방일지〉를 더 잘 얘기하자면 〈범죄도시2〉랑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강해상은 이상용 감독님이 거의 창조해낸 거라면 구씨는 대본의 틀 안에서 김석윤 감독님의 믿음으로 제가 많은 부분 만들어낸 인물이죠. 촬영장에 가면 김석윤 감독님이 항상 이렇게 인사를 해주셨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라고요. 전 매번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 “오늘도 잘 볼게” 이런 식이에요. 거의 터치를 안 하세요. 제 해석으로 그냥 가겠다는 거죠. 사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신 엄청난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이 저를 믿으시니까, 전 뭐 따라 믿고 가는 거죠. 구씨를 연기할 때는 저 역시 구씨라는 사람을 알아가야 해요. 질문을 계속 던져요. 구씨야, 너는 어떤 사람이니? 구씨는 어떤 사람일까? 구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구씨를 연기할 때는 감독님하고 정말 인간적인 질문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구씨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구씨의 마음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구씨는 어쩌다 이런 마음 상태로 이곳에 다다랐고, 뭘 느끼고 있을까요? 반대로 강해상은 우리가 정하는 거죠. 그래, 강해상은 이런 사람으로 가자.
봉고차 안에서 어떻게 앉아 있을까, 이런 걸 그냥 정하는 거군요.
실제로 그랬어요. 그 첫 등장 신은 하나의 이미지거든요. 모든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죠. 팔을 올릴까 내릴까. 입을 벌릴까 말까. 눈은 렌즈를 볼까 말까. 어떻게 해야 가장 무서워 보일까. 그렇게 확정된 좌표를 찍고 이미지를 만들죠.
 
페이크 퍼 코트,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페이턴트 레더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페이크 퍼 코트,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페이턴트 레더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나의 해방일지〉에선 힐링뿐 아니라 영감도 받았을 것 같아요. 본인의 대사나 미정이가 해준 얘기 중에서도 분명히 가슴에 꽂힌 얘기가 있지요?
미정의 대사는 드라마 보면서 대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극 초반에 나오는 “나는 이걸 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라고 미정이 회사 동료에게 하는 그 대사가 너무 멋있었어요. 미정이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잖아요. 드라마 보면서 시청자들도 한 번쯤은 ‘구씨가 미정이를 괴롭히는 미정이네 팀장을 어떻게든 손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근데 그런 거 전혀 없잖아요. 미정이는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다 혼자 알아서 하죠. 오히려 미정이 클럽 생활로 돌아간 구씨에게 ‘하루에 한 번씩 설레는 시간을 가져봐, 사람들도 환대해주고’라며 조언을 던지죠. 왜냐하면 미정은 그 어두운 터널을 혼자의 힘으로 다 뚫고 지나왔거든요.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그 모든 걸 이겨낸 다음에 구씨에게 알려주는 게 전 너무 멋있었어요.
생각해보면, 미정이는 자기 돈 빌려서 떼어먹은 전 남친 결혼식에서 깽판도 못 치잖아요. 구씨의 전화가 와서기는 하지만요.
이 드라마가 계속 그래요. 구조적으로 보면, 사실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뭔가 행동을 취했을 때 상황이 벌어지고 그런 상황들의 연속으로 긴장감이 지속되는 장르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상황이 잘 안 벌어져요. 내적 갈등에서 다 끝나버려. 그런데 그것만으로 16부작을 채웠다는 거죠. 전 그 점이 박해영 작가님의 어마어마한 능력이라고 봐요.
 
 
차기작은 뭔가요?
얼마 전까지 필리핀에서 찍다 온 작품인 〈카지노〉가 디즈니플러스에서 11월쯤에 공개될 거예요.
아까 잠깐 촬영장에서 누군가를 ‘우리 소대장’이라고 지칭하던데요.
아! 모레부터 〈D.P.〉 시즌 2 촬영에 들어가요.
제가 기다리던 소식 중 하나입니다.
원래 연기할 때 사전 취재를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강해상 역을 맡았다고 해서 범죄자를 취재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D.P.〉는 해요. 실제 제가 군 생활할 때 저희 소대장님을 만나서 하나하나 신 바이 신을 다 물어보면서, 아이디어도 얻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저도 〈D.P.〉가 정말 기대돼요. 제가 성균이 형(김성균)하고 연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교환이 형(구교환)도, 해인이(정해인)도 그대로 다 나와요. 심지어 촬영, 분장, 제작부, 연출부 다 같은 팀으로 그대로 같이 해요. 이런 일이 거의 없잖아요. 〈범죄도시2〉도 시즌1 때의 멤버가 거의 그대로였어요. 다들 믿고 가도 되는 팀이라는 의미죠.
계획이 다 있으시네요.
제가 샛별당(소속사인 ‘샛별당엔터테인먼트’)에 얘기한 게 있어요. 나는 금년에는 다작을 하겠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드라마, 영화, OTT, 웹드라마 등 여러 플랫폼이 경쟁하는 시대잖아요. 전 지금이 개인적으로는 실험 단계라고 생각해요. 얘기 중인 작품이 더 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벨벳 점프슈트, 드롭 참 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점프슈트, 드롭 참 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개인적으로는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우리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해주면 좋겠어요. 엄청 귀여웠어요.
전 그 연기를 할 때 ‘나이 들면 이런 캐릭터는 못 하겠다. 이런 순박한 캐릭터 연기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해보나’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애교가 대단했는데, 실제로도 그런 귀여운 행동을 해요?
연인하고 있을 때는 그래요. 거기 나오는 행동들이 그냥 제 평소 말투와 행동이에요. 특히 〈연애 빠진 로맨스〉는 프로듀서, 감독, 스태프가 거의 여자였어요. 왜 남자가 청일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있잖아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자를 대하는 게 어색하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군요?
(웃음) 거짓말이었나 보다. 제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요? 그런데 확실히 그런 면이 있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여자 남자가 없고 그냥 다 사람으로 대해요.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빠르죠.
 
램 스킨 시어링 코쿤 케이프,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카프스킨 하이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램 스킨 시어링 코쿤 케이프,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카프스킨 하이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예전 인터뷰에서 ‘내 감정의 파고는 2m’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다운과 업의 폭이 커서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였죠. 혹시 큰 감정의 폭이 피곤하진 않나요?
전 오히려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게 막으면 피곤할 것 같아요. 슬픈 감정은 나쁜 것, 기쁜 감정은 좋은 것. 이렇게 감정에 가치를 매기고 조절하려 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죠. 들어오고 생겨나는 감정을 그대로 두는 게 나아요. 그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치고 나가며 제 안에서 큰 원이 되거든요. 전 오히려 그 안에서 자유롭죠. 물론 그런 감정을 그대로 다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부담일 수 있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배우가 천직이군요.
그럼요. 배우는 돈 받고 그런 감정을 표출하라는 공인된 직업이니까요. 연기로 심리 치료를 하는 게 그래서일 거예요. 역할을 주고 연기해보게 하는 치료 과정이 있어요. 사실은 내 안에 있던 감정인데, 한 번도 마음껏 표출해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로 표출하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거죠.
오늘 대화를 하면서, 계속 ‘I’m Ready’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이 말에도 딱 들어맞네요.
‘I’ve been ready’는 어때요? 전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오래 걸렸잖아요.
그리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더 비싼 정찬이 배우 손석구의 앞에 차려졌죠.
(웃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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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윤웅희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박종하
    STYLIST 이영표
    HAIR 공탄
    MAKEUP 설희
    ASSISTANT 이하민/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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