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더블브레스티드 재킷,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트위드 레이어 스팽글 팬츠, 카프스킨 홀스빗 슈즈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범죄도시2> 찍으면서는 제일 많이 한 생각이 뭐였어요?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제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감독님을 만족시키자’였어요. 이 작품은 이상용 감독님의 입봉작이고, 이 감독님 입장에서 본인의 입장에서 연출의 역량을 가장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강해상이었어요. 다른 캐릭터들은 전편에서 이어지는 인물들이라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거든요. 엄청난 애착을 가지실 수밖에 없죠. 그 애착에 합당한 연기로 그날그날 만족한 상태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자, 이게 제 목표였어요. 저는 강해상 캐릭터의 95%를 감독님이 만드셨다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제가 강해상 캐릭터를 나름대로 해석했어요. 다면적인 캐릭터로요. 그런데 아까 말했던 코믹과 스릴러를 극단적으로 나누는 방식 있잖아요. 감독님은 어떻게 보면 그 본질을 아셨던 거죠. 제가 한 ‘2, 3’ 정도의 맵기로 신을 해석하고 있으면 감독님은 늘 한 ‘8, 9, 10’ 정도의 텐션을 요구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적당히 ‘4, 5, 6’의 맵기로 조절하려 했는데, 나중에는 감독님의 열정에 제가 너무 반한 나머지 감독님이 원하는 하이 텐션 연기를 열심히 해내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범죄도시2>뿐만이 아니라 다른 촬영 현장에서도 깨달은 점이 있어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감을 못 잡겠으면 감독의 말투나 행동이 아니라 그 감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 레벨을 따라가줘야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어요. 우리 감독님은 정말 텐션이 높아요. 집중도가 어마어마해요. 옆에 가면 델 것 같아. 그런 분이니까 저도 감독님 맞춤형 연기를 하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셔츠, 블랙 르 스모킹 로우웨이스트 트라우저, 메탈 & 에나멜 브레이슬릿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벨벳 점프슈트, 메탈 버클 벨트, 벨벳 글리터 이브닝 프린지 스카프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대한민국 1호 입봉작 천만 관객 감독이 되겠죠? (인터뷰가 있었던 주의 주말에 <범죄도시2>는 천만 관객을 넘겼다.) 지금 인터뷰 요청이 막 쏟아지고 있다는데, <범죄도시3> 준비하느라 즐기지도 못하고 계셔요.
한편 저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서는 배우 자신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에 힐링을 받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드라마를 찍는 순간 순간 힐링받는 일이 많았어요. 산포 농촌 길을 걸어가면서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정말 많이 힘들 때 이 순간이 반드시 기억나겠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하늘을 보면서 걸어 다니는 이 순간이 생각나겠다. 비록 지금 나는 촬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하늘을 보며 앉아 있으니 생각이 나겠다. 그 순간이 다 힐링이었죠.
소주병 들고 참 많이 걸었죠. 이러다 어느 눈 오는 날 차 버리고 산포까지 가시겠어요. (웃음)
그러려나요? 당미역 외관을 찍은 실제 역이 있어요. 거기 식당이 정말 맛있었는데….
<나의 해방일지>를 더 잘 얘기하자면 <범죄도시2>랑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강해상은 이상용 감독님이 거의 창조해낸 거라면 구씨는 대본의 틀 안에서 김석윤 감독님의 믿음으로 제가 많은 부분 만들어낸 인물이죠. 촬영장에 가면 김석윤 감독님이 항상 이렇게 인사를 해주셨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라고요. 전 매번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 “오늘도 잘 볼게” 이런 식이에요. 거의 터치를 안 하세요. 제 해석으로 그냥 가겠다는 거죠. 사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신 엄청난 분이시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이 저를 믿으시니까, 전 뭐 따라 믿고 가는 거죠. 구씨를 연기할 때는 저 역시 구씨라는 사람을 알아가야 해요. 질문을 계속 던져요. 구씨야, 너는 어떤 사람이니? 구씨는 어떤 사람일까? 구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구씨를 연기할 때는 감독님하고 정말 인간적인 질문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구씨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구씨의 마음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구씨는 어쩌다 이런 마음 상태로 이곳에 다다랐고, 뭘 느끼고 있을까요? 반대로 강해상은 우리가 정하는 거죠. 그래, 강해상은 이런 사람으로 가자.
봉고차 안에서 어떻게 앉아 있을까, 이런 걸 그냥 정하는 거군요.
실제로 그랬어요. 그 첫 등장 신은 하나의 이미지거든요. 모든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죠. 팔을 올릴까 내릴까. 입을 벌릴까 말까. 눈은 렌즈를 볼까 말까. 어떻게 해야 가장 무서워 보일까. 그렇게 확정된 좌표를 찍고 이미지를 만들죠.
페이크 퍼 코트,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페이턴트 레더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나의 해방일지>에선 힐링뿐 아니라 영감도 받았을 것 같아요. 본인의 대사나 미정이가 해준 얘기 중에서도 분명히 가슴에 꽂힌 얘기가 있지요?
미정의 대사는 드라마 보면서 대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극 초반에 나오는 “나는 이걸 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라고 미정이 회사 동료에게 하는 그 대사가 너무 멋있었어요. 미정이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잖아요. 드라마 보면서 시청자들도 한 번쯤은 ‘구씨가 미정이를 괴롭히는 미정이네 팀장을 어떻게든 손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근데 그런 거 전혀 없잖아요. 미정이는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다 혼자 알아서 하죠. 오히려 미정이 클럽 생활로 돌아간 구씨에게 ‘하루에 한 번씩 설레는 시간을 가져봐, 사람들도 환대해주고’라며 조언을 던지죠. 왜냐하면 미정은 그 어두운 터널을 혼자의 힘으로 다 뚫고 지나왔거든요.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그 모든 걸 이겨낸 다음에 구씨에게 알려주는 게 전 너무 멋있었어요.
생각해보면, 미정이는 자기 돈 빌려서 떼어먹은 전 남친 결혼식에서 깽판도 못 치잖아요. 구씨의 전화가 와서기는 하지만요.
이 드라마가 계속 그래요. 구조적으로 보면, 사실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뭔가 행동을 취했을 때 상황이 벌어지고 그런 상황들의 연속으로 긴장감이 지속되는 장르잖아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 상황이 잘 안 벌어져요. 내적 갈등에서 다 끝나버려. 그런데 그것만으로 16부작을 채웠다는 거죠. 전 그 점이 박해영 작가님의 어마어마한 능력이라고 봐요.
얼마 전까지 필리핀에서 찍다 온 작품인 <카지노>가 디즈니플러스에서 11월쯤에 공개될 거예요.
아까 잠깐 촬영장에서 누군가를 ‘우리 소대장’이라고 지칭하던데요.
아! 모레부터 <D.P.> 시즌 2 촬영에 들어가요.
원래 연기할 때 사전 취재를 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강해상 역을 맡았다고 해서 범죄자를 취재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D.P.>는 해요. 실제 제가 군 생활할 때 저희 소대장님을 만나서 하나하나 신 바이 신을 다 물어보면서, 아이디어도 얻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저도 <D.P.>가 정말 기대돼요. 제가 성균이 형(김성균)하고 연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교환이 형(구교환)도, 해인이(정해인)도 그대로 다 나와요. 심지어 촬영, 분장, 제작부, 연출부 다 같은 팀으로 그대로 같이 해요. 이런 일이 거의 없잖아요. <범죄도시2>도 시즌1 때의 멤버가 거의 그대로였어요. 다들 믿고 가도 되는 팀이라는 의미죠.
제가 샛별당(소속사인 ‘샛별당엔터테인먼트’)에 얘기한 게 있어요. 나는 금년에는 다작을 하겠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드라마, 영화, OTT, 웹드라마 등 여러 플랫폼이 경쟁하는 시대잖아요. 전 지금이 개인적으로는 실험 단계라고 생각해요. 얘기 중인 작품이 더 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벨벳 점프슈트, 드롭 참 네크리스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개인적으로는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우리 같은 역할을 한 번 더 해주면 좋겠어요. 엄청 귀여웠어요.
전 그 연기를 할 때 ‘나이 들면 이런 캐릭터는 못 하겠다. 이런 순박한 캐릭터 연기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해보나’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애교가 대단했는데, 실제로도 그런 귀여운 행동을 해요?
연인하고 있을 때는 그래요. 거기 나오는 행동들이 그냥 제 평소 말투와 행동이에요. 특히 <연애 빠진 로맨스>는 프로듀서, 감독, 스태프가 거의 여자였어요. 왜 남자가 청일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있잖아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자를 대하는 게 어색하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군요?
(웃음) 거짓말이었나 보다. 제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요? 그런데 확실히 그런 면이 있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여자 남자가 없고 그냥 다 사람으로 대해요.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누는 게 빠르죠.
램 스킨 시어링 코쿤 케이프, 실크 클래식 이브 칼라 스트라이프 셔츠, 그레인 드 푸드레 하이웨이스트 팬츠, 카프스킨 하이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예전 인터뷰에서 ‘내 감정의 파고는 2m’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다운과 업의 폭이 커서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였죠. 혹시 큰 감정의 폭이 피곤하진 않나요?
전 오히려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게 막으면 피곤할 것 같아요. 슬픈 감정은 나쁜 것, 기쁜 감정은 좋은 것. 이렇게 감정에 가치를 매기고 조절하려 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죠. 들어오고 생겨나는 감정을 그대로 두는 게 나아요. 그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치고 나가며 제 안에서 큰 원이 되거든요. 전 오히려 그 안에서 자유롭죠. 물론 그런 감정을 그대로 다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건 부담일 수 있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럼요. 배우는 돈 받고 그런 감정을 표출하라는 공인된 직업이니까요. 연기로 심리 치료를 하는 게 그래서일 거예요. 역할을 주고 연기해보게 하는 치료 과정이 있어요. 사실은 내 안에 있던 감정인데, 한 번도 마음껏 표출해보지 못한 감정을 연기로 표출하면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거죠.
오늘 대화를 하면서, 계속 ‘I’m Ready’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이 말에도 딱 들어맞네요.
‘I’ve been ready’는 어때요? 전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오래 걸렸잖아요.
그리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더 비싼 정찬이 배우 손석구의 앞에 차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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