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점프슈트 로에베. 이어커프 르이에. 이어링 센티멍.
발레를 오래 했던 게 여태 몸에 남아 있는 것 같네요.
화보 찍을 때 보니까 뭐랄까, 자기만의 무브가 있어 보였어요.
제 바이브는 사실 ‘흥’이거든요. 저만의 무브가 있다면 사실 이런 정적이고 멋있는 느낌이 아니고 ‘둠칫타칫 둠칫타칫’ 이런 무브일 텐데.(몸을 흔들면서)
그쵸. 둠칫타칫 둠칫타칫.(웃음) 그건 이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 내면의 무브로도 만나뵈면 좋겠습니다.
아뇨. 혼자… 춤을 출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춤추세요, 혼자?
그냥 물 마시러 주방 갔다가 창에 비친 모습 보면서 저도 모르게 추는 그런 식인 거죠. 그런 적 없어요? 〈더 로맨스〉나 〈크로스 컨트리〉 같은 예능을 봐도 음악만 나오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 같던데.
없어요, 없어요. 아유. 혼자서 춤을 추지는 않아요.
화보 무드는 어땠어요? 오늘 시안이 웃음기를 쫙 뺀 느낌이었잖아요.
저는 다 좋아요. 사람마다 저에게서 원하는 모습이 다 다른 것 같거든요. 어떤 분은 되게 이지적이고 냉철한 느낌을 찾으시고, 또 어떤 분은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보조개가 있다 보니까 웃으면 인상이 바뀌어서 그런 부분을 인상 깊게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긴 한데요. 사실 저도 웃는 게 더 마음이 편안해요. 제가 대체로 그런 마음 상태로 살기 때문에.
‘보조개가 생길 정도의 웃음’ 상태로 사는군요. 굉장히 밝네요.
(웃음) 기본적으로는요. 그러다 보니까 우수에 젖거나 심오한 느낌, 어두운 느낌은 저한테 굉장히 많은 집중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에요.
사실 저도 시안을 이렇게 시크한 콘셉트로 확정해놓고 한 번 크게 후회하기도 했어요. ‘웃는 얼굴로 갔어야 했나’ 하고.
〈간 떨어지는 동거〉 보면서요. 왜 그런 장면이 있었잖아요. 양혜선이 춤추는 얘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장난치지 마’ 하니까 “장난 아닌데” 하고 웃으면서 어깨춤을 추는….
아, 기용이(배우 장기용)랑 찍었던 장면. 알아요.
아이, 그럼요.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던 작품이라서 〈간 떨어지는 동거〉는 제가 지금도 한 번씩 유튜브에서 찾아 보거든요. 힐링 영상처럼.(웃음) 사실 그 장면이 대본에는 그냥 “장난 아닌데” 하는 대사만 나와 있었어요. 어깨춤은 제가 넣어본 거였는데, 많은 분이 그 장면을 좋아해주셨더라고요. 감사했죠.
양혜선 관련 영상에는 ‘사랑스럽다’는 댓글이 정말 많죠.
양혜선이 워낙 그런 캐릭터였어요. 이 친구의 어떤 빈틈, 하지만 그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그 꼿꼿함, 그렇게 허세 부리는데 미워하기는 힘든 어떤 느낌, 그런데 또 자기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다 열어서 표현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 이런 게 다 합쳐져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었죠. 그래서 저도 막 ‘사랑스러워 보여야지’ 하기보다는 이 친구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다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봐주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저는 늘 그게 궁금했어요. ‘호감 가는 캐릭터를 정말 연기만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 원래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사람이 연기만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까요?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 사랑스럽지 않다면 어려운 일인 건 아닐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기본적으로 무뚝뚝하지 않아서.(웃음) 아, 그런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주변 배우들과 얘기하다 보면, 막 웃고 기분 좋고 그런 무드를 표현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는 사람도 있거든요. 반면에 무뚝뚝하고, 심각하고, 울고, 그런 걸 더 힘들어하는 배우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배우 스스로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성질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정반대의 캐릭터도 소화할 수는 있겠지만, 좀 더 힘든 부분이 있는 거죠. 제가 무뚝뚝하고 심오한 캐릭터를 표현하려면 좀 많은 힘이 필요하듯이.
〈바이트 시스터즈〉의 한이나 같은 경우가 정말 무뚝뚝하고 시크한 캐릭터였잖아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마치 그 작품 주연이 다른 배우였던 것처럼 남아 있어요.
아이 좋네요. 제가 그 캐릭터에서 그런 이질감을 주고 싶었거든요. 일부러 외형도 다르게 하고, 시청자들이 보기에 좀 낯설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되게 재미있었고요.
화이트 재킷 스포트막스. 화이트 원피스 렉토. 이어링, 링 모두 포트레이트 리포트.
〈바이트 시스터즈〉도 다시 찾아본 적 있어요?
아유, 보죠. 유튜브에 보면 ‘강한나 모음집’이라고 편집해놓은 영상이 있거든요.
그게 또 편집자의 관점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어떤 부분을 좋다고 느껴서 이걸 합쳐놓으셨을까’ 저절로 그런 걸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렇죠. 막 연기하다가 갑자기 잘리고 넘어가면 ‘아 사실 이 장면 뒷부분이 좋은데’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저는 다 좋아요.
지금 방영 중인 〈붉은 단심〉의 유정은 한이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멋있는 캐릭터죠.
라디오 ‘신예은의 볼륨을 높여요’에서는 한나 씨가 유정을 이렇게 소개했었어요. “마음이 따뜻하고 자기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타고난 영민함과 지혜로움을 가진 친구.” 그러니까 예은 씨가 “그건 강한나 씨 자기소개 아닌가요?” 반문했고요.
그러면 좋을 텐데. 사실 저는 유정이를 연기하면서 감탄할 때가 많아요. ‘아, 사람 그릇이 이 정도까지 넓고 깊을 수가 있구나.’ 그녀가 품을 수 있는 마음에는 도무지 한계가 없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제가 그런 면모를 표현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사람들을 아끼고 백성들을 위하고, 그런 깊고 넓은 마음을 내가 잘 담아내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촬영에 임했죠.
극 초반에 우는 신이 정말 많더라고요. 〈붉은 단심〉 이전에는 우는 연기를 좀 어려워했다고 했어요.
맞아요. 꼭 눈물을 흘려야 하는 신들이 있는데, 사실 그 신의 촬영 현장에는 저 혼자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바로 앞에 조명도 있고, 반사판도 바로 앞에 대주시고, 촬영 카메라도 몇 대나 있고, 스태프도 많고. 그런 상황에서 내 감정에 오롯이 집중해서 짧은 순간에 눈물을 흘린다는 게 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시간은 제한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계속 있고. 그런데 이번 작품 하면서 그런 게 많이 사라졌어요.
그건 성장이라고 봐야 할까요, 그만큼 배역에 몰입한 거라고 봐야 할까요?
둘 다인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그렇게 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특히 유영은 감독님이 배우와 배역의 진실된 감정이 나오는 순간을 믿고 기다려주는 분이셨죠. 그래서 저도 쫓겨서 연기하는 느낌이 아니라, 충분히 내 시간을 갖고 그 인물로서 감정이 딱 닿는 순간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건 시청자 입장에서도 느껴질 정도인 것 같아요. 11회에서 대비마마가 광기에 사로잡히기 시작하고, 그저께 방영한 12회에서는 똥금이가 울다가 실성한 듯이 웃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촬영 방식이 캐릭터의 감정이나 느낌을 굉장히 잘 포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 명 한 명의 연기를 어쩜 이렇게 잘 담았을까 놀라게 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정말 모두가 한마음으로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 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촬영, 조명팀, 배우들… 이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 사실적이고 깊은 감정선을 담아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모두가 공유한 거죠. 제 경우에도 그전에는 배역을 만나면 제가 가진 것 중에서 많이 꺼내 쓴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촬영에서는 현장에서 얻은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많이 얻었죠. 감사한 작품이에요.
권력 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걸 보는 재미의 작품이잖아요. 사실 이런 장르에서는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일관성을 지켜내고 개연성을 설득하기가 한층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 저는 또 배우들의 연기를 집요하게 담은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꼈어요.
맞아요.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유정이의 본질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궁 안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를 만나지만, 그래도 유정이답지 않은 반응이나 표현법은 안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건 계속 더 깊어지는 수밖에 없겠다.’ 그게 저의 가장 큰 과제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대사를 어떤 느낌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재미를 느꼈다면 이번에는 ‘이 대사 이면에 흐르고 있는 감정선은 뭘까’ ‘이 사람이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이 사람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한 거죠. 그냥 그때그때 표현해버리면 정말 인물이 중심을 잡고 갈 수가 없는 그런 성격의 극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또 일관성을 가져가려고 모든 반응을 똑같이 해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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