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이정재의 첫 감독작 <헌트> 캐스팅을 네 번이나 고사했던 진짜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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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 이정재의 첫 감독작 <헌트> 캐스팅을 네 번이나 고사했던 진짜 이유

ESQUIRE BY ESQUIRE 2022.07.20
 
트렌치코트, 셔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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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화보 촬영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다들 수고가 많네요. 일요일 아침부터.
그래도 우성 씨는 즐겁게 임하는 것 같던데요. 메이크업룸 들어올 때부터 촬영 끝날 때까지 계속 노래도 불렀고.
그냥 기분 가는 대로 불러본 거죠.
(웃음) 그랬군요. 바리톤 창법으로도 부르시길래 혹시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 중이신 걸까 싶기도 했는데.
전혀 아닙니다.(웃음)
어쩐지 멜로디 전개 방식이 좀 낯설다 했어요. 〈헌트〉는 이정재 감독과 함께 칸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보셨죠. 어떤 영화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그냥 재미있는 첩보물이라고 생각하고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가 저와 정재 씨(이정재 감독)의 조우라는 측면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런데 그건 굉장히 사적인 의미인 거잖아요. 영화 팬들이나 영화 업계에서는 공유할 수 있는 의미가 크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과 나눌 수 있는 건 아닌 거죠. 그 의미가 영화 전체를 좌우해서도 안 되는 거고요. 프로젝트 내내 그런 부분이 도치되어서 우리끼리 작품을 즐기거나, 그 의미가 완성됐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출연을 네 번이나 고사하셨다고도 했어요. 그것도 같은 맥락이었을까요?
저희에게는 자연스러운 도전이지만 사실 배우가 감독에 도전할 때 넘어야 하는 시선의 무게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배우가 감독을 했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보자’ 하는 시선.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부담인데, ‘이정재와 정우성의 조우’라는 요소가 또 하나의 짐이 될 것 같았던 거죠.
프로페셔널리즘에 더해서, 이정재 감독의 상황을 염려하는 마음이기도 했군요.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까지 그저 지켜봐주고 함께해줄 수 있는 존재로 옆에 있고 싶었죠. 여유를 갖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존재로. 그 두 가지 무게를 모두 짊어지고 잘 해내기는 굉장히 버거운 일이니까요. 〈헌트〉는 특히 예산이 적은 영화도 아니잖아요. 무수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고, 결정을 했다면 그것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고…. 그런 생각으로 초반에 좀 고사 아닌 고사를 한 거죠.
출연을 결정하고부터는 ‘이정재 감독의 숨 돌릴 곳’과는 다른 역할을 하기로 하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정재 감독과 대화도 잘 안 했다고 들었어요. 
일단은, 우리가 현장에서 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정재 씨 스스로가 감독으로서 짊어진 짐의 무게를 온전히 다 느끼고, 그랬을 때 나오는 치열함이 영화의 완성도를 만들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극 중 박평호와 김정도의 치열한 대립도 잘 살 수 있을 테고. 감독의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까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조금 챙기고 팀워크를 북돋아주고, 그런 것들만 제가 조금씩 챙기는 정도로 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블루종, 팬츠 모두 에르메스. 슈즈 살바토레 페라가모.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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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를 한 작품에서 보는 건 〈태양은 없다〉 이후로 23년 만이죠. 사실 그간 두 분을 필두로 한 프로젝트 제의가 한두 건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기획도 다양하게 나오고 제안도 많이 들어왔죠. 그런데 두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고 관객에게서 뭔가를 일으켜내는 시나리오가 있어서 그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는 것과 두 배우를 놓고 기획을 해보자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잖아요. 출발점 자체를 두 사람을 출연시키는 데에 두고 구상을 하다 보니 계속 부자연스러운 거죠. 〈태양은 없다〉 자체도 특정한 스토리가 두드러지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정서가 주로 담긴 영화였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 작품으로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도 어려웠고요. 그래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함께 작업을 하지는 않았어도 각자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서로 의지를 해온 것 같아요. 우성 씨가 제작자로 참여한 〈고요의 바다〉에서도 엔딩 크레딧 ‘Special thanks to’에 이정재 씨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기도 했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계속 시나리오를 먼저 보여주고 리뷰를 잘 귀담아듣고, 그런 게 서로에게 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무엇보다 제일 많이 한 건 격려예요. 각자의 작업 방식이 있잖아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작품에 대한 취향이나 결과에 대한 이해가 서로에게 다 좋지는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잘했어요’ ‘수고하셨어요’ 하는 말이 다음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거죠.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조언을 하기보다 온전히 각자의 스타일로 할 수 있게 두고 그냥 옆에 있는 것 같아요. 옆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니까요.
두 분은 특히나 큰 힘이 되겠네요. 배우가 제작자, 감독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에 넘어야 할 산과 무거운 짐이 있다고 느낀다고 하셨는데, 아주 가까이에 비슷한 생각과 도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니까요.
그럼요. 맞아요. 
 슈트, 셔츠, 타이, 슈즈 모두 루이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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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감독의 첫 영화 〈헌트〉 촬영 과정은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보셨을 텐데요. 배우 정우성이 이정재라는 감독에게서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뭘 말하고 싶나요?
끝없는 자기 의심이요. 판단에 있어서 ‘내가 지금 최선의 선택을 했나?’ 하는 의심을 끝내 놓지 않는 감독입니다.
사실 첫 장편영화 감독작은 우성 씨가 먼저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보호자〉(정우성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를 먼저 촬영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공개가 좀 미뤄졌죠. 이제는 상황이 풀렸지만 또 그러면서 그동안 시기를 기다려왔던 큰 작품들이 개봉하고 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편꼴로 이렇게 커다란 영화들이 개봉하는 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개봉에 적합한 시기를 살피고 있습니다.
다 만들어져 있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되네요. 어떤 영화를 기대하면 될까요?
글쎄요.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잘 모르겠네요.
아직은 본인 작품을 홍보하는 게 좀 멋쩍은 걸까요?
아뇨. 그것보다 사실 저는 영화의 가장 큰 적은 기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들 각자의 삶 속 경험과 관계 안에서 축적된 감정들이 영화가 제시하는 영상 속에서 뭔가를 발견했을 때 단순히 재미있다 슬프다 하는 감정 이상의 감동을 받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무엇 무엇을 기대하고 봐달라고 규정하는 게 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창작자로서 작품에 대한 어떤 전제도 제시하고 싶지 않은 거군요.
네. 제가 이 영화에 어떤 걸 넣었다고 해서 그걸 강요할 수는 없죠. 저조차도 마무리를 짓고서야 ‘과연 내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걸 넣었나’ 찾아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확실한 건 〈보호자〉는 제가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를 다 한 작품이라는 거예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크고요.
영화인 정우성은 주로 주목이 부족한 좋은 콘텐츠에 조명을 비춰주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느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간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들이나 연극계의 일화들을 보면.
머무르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인 것 같아요. 청춘의 아이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배우, 스타라는 타이틀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런 시간 동안에 이 업계에서 뭔가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찾다 보면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거든요. 물론 무엇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죠. 하지만 ‘이 도전은 바람직하다’는 확신이 들면 도전을 해보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도전 과정 속에서 저라는 사람의 색깔이 더 진해지기도 했을 것 같네요. 
"〈에스콰이어〉 8월호에서 영화 〈헌트〉 스페셜 인터뷰 북인북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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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김장군
    FEATURES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안주영
    STYLIST 김혜정
    HAIR 임해경
    MAKEUP 배경란
    ASSISTANT 신유림/권혜진/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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