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생태계 교란종 쌍용 토레스 4가지 키워드로 해부하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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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생태계 교란종 쌍용 토레스 4가지 키워드로 해부하기

잠잠하던 국산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동급의 경쟁자들보단 크고, 상위 체급보단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토레스가 배터 박스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염원의 9회말 홈런은 가능할 것인가?

박호준 BY 박호준 2022.07.28
K-Design
온갖 단어 앞에 K를 붙이는 유행을 따라 하고 싶진 않지만, 토레스에 녹아 있는 디자인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은근히 숨겨두는 수준이 아니라 이렇게 대놓고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차는 여태껏 없었다. 시작은 리어 램프다. 태극기에 쓰인 네 괘인 건곤감리 중 ‘리(離)’, 즉 이괘를 리어 램프 한가운데에 넣은 것이다. 팔괘 중 이괘는 태양을 상징한다. 다른 괘가 아닌 이괘를 토레스에 넣은 이유에 대해 ‘현재 어려운 상황인 쌍용자동차가 새롭게 떠오르기 위한 염원을 담았다’ ‘연봉 삭감과 주말 특근을 불사하며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임직원의 이글거리는 열정을 담았다’ 등 추측이 난무했지만, 쌍용은 “추후 출시되는 다른 쌍용 차에도 건곤감리 디자인을 차례로 적용할 예정입니다”라는 답만 내놓았다. 이괘는 인테리어에도 들어가 있다. 문 손잡이 옆 앰비언트 라이트가 이괘 모양이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영롱하게 빛난다. 시스템 설정을 통해 32가지 컬러 중 고를 수 있다. 끝이 아니다. 주간주행등을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북두칠성은 1만원권 지폐 뒷면 혼천의 옆에도 그려져 있는데 민간신앙에서 칠성신(七星神)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신성시했던 별자리다. 쌍용자동차가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이나 디자인을 펼친 예는 전에도 있었다. 국내 최초 SUV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코란도는 코리안 캔 두(Korean Can Do)의 줄임말이다. 사실 자동차 브랜드가 일명 ‘국뽕 디자인’을 사용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페라리는 엠블럼에 자국 국기와 같은 색깔인 흰색, 초록색, 빨간색을 사용하며, 미니(MINI)는 2019년 클럽맨을 출시하며 리어 램프를 유니언잭 모양으로 꾸몄다.  
Segment Strategy
언더독이 탑독을 이기려면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 정공법으로는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의미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보다 후발 주자인 국산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기술, 특히 엔진을 새로 개발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엔진을 한번 개발하면 최소 10년 이상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폭스바겐 그룹에 속한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는 하나의 엔진을 조금씩 다르게 개량해 사용하기도 한다. ‘빨리빨리의 민족’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느긋이 기다려줄 마음도 시간도 없었던 모양이다. 기술력 대신 다른 방법으로 탑독을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차체 크기다.  
자동차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기준 중 하나가 세그먼트(Segment)다. 우리말로 ‘차급’이라고도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밀며 2015년 등장한 제네시스는 같은 세그먼트에 존재하는 경쟁 모델보다 조금 더 큰 차체 크기를 무기로 삼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국내에선 준대형, 유럽에선 E세그먼트에 속하는 차는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가 있다. 각각 차체 길이가 4965mm, 4936mm, 4950mm다. 같은 급에 속하는 제네시스 G80은 4995mm다. 5000mm까지를 E세그먼트로 구분하는 유럽의 기준을 꽉 채우는 크기다. 한 체급 위인 F세그먼트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 G90이 동급인 S클래스보다 65mm 더 길다. BMW 7시리즈나 아우디 A8, 렉서스 LS와 비교해도 결과는 같다. 실제로 차를 나란히 놓고 보면 30~50mm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차이지만, 제원표를 참고해 차를 비교하는 소비자에게 ‘제네시스가 동급 모델 중 가장 공간이 넉넉하다’는 인식을 심기 충분하다.
비슷한 전략을 쌍용이 사용했다. 토레스의 크기를 정확히 현대의 투싼과 싼타페 사이에 위치하도록 만든 것이다. 투싼이 4630mm, 싼타페가 4785mm인데 토레스는 4700mm다. 기아와 비교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스포티지가 4660mm, 쏘렌토가 4810mm다. 쌍용은 토레스 출시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경쟁 모델을 언급하며 준중형 SUV보단 크고 중형 SUV보단 저렴하다는 비교 우위를 누차 강조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는 3만 대가 넘는 사전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이는 경쟁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의 사전 계약 대수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Original SUV
1983년 쌍용이 처음으로 코란도를 만들었을 때 SUV가 세단보다 많이 팔리는 날이 올 줄 알았을까? 지난해 SUV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겼지만 세단은 겨우 40%를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 원인은 간단하다. 경형 SUV부터 초대형 SUV까지 다양한 신차가 등장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힌 덕이다. 고성능 SUV, 도심형 SUV, 크로스오버(CUV)  등 같은 SUV라도 종류가 제각각이다. 그러나 SUV의 원형은 사냥, 여행,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길이 험한 곳에 많은 짐을 싣고 가기 위해 해치백 또는 왜건의 차고를 높인 것이 SUV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쌍용이 ‘The Real is Back’을 토레스의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한 이유다. 일단 트렁크가 넓다. 2열을 접지 않고도 확보되는 839L의 적재 용량은 동급 최대다. 오죽하면 토레스의 트렁크를 본 몇몇 기자들이 “3열을 장착한 7인승 토레스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을 정도다. 2열을 접으면 키 180cm인 성인 남성이 반듯하게 누워도 공간이 남는다. 보닛과 루프 라인을 날렵하게 디자인하는 요즘 SUV와 달리 토레스는 지붕이 높아 헤드룸 공간이 넉넉하다. 차박을 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고 트렁크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 있어 편하다.
오토캠핑을 염두에 두고 SUV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은 더 있다. 토레스에는 소소하지만 유용한 아이템이 그득하다. 제일 유용해 보이는 건 이머전시 이스케이프 키트다. 차가 물에 빠지거나 전복됐을 때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 더러 발생하는데 그때 창문을 깨고 탈출하도록 마련해놓은 망치다. 망치 기능 외에도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벨트 커터’와 어두운 밤 위치를 알릴 수 있는 비상등 기능까지 함께 들어가 있다. C필러에 부착된 스토리지 박스 또한 토레스의 필살 아이템이다.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차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는 스토리지 박스는 적재 용량이 크진 않지만,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다. SUV는 세단과 달리 트렁크와 캐빈룸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트렁크에 냄새 나는 물건을 싣기 까다롭다. 예를 들면, 아이가 사용한 기저귀나 운동한 후의 신발 같은 것들 말이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배설물 봉투를 트렁크 대신 스토리지 박스에 넣으면 된다. 덮개가 위로 열리는 랜드로버 디펜더의 스토리지 박스와 달리 토레스의 스토리지 박스는 덮개가 아래로 열리므로 열린 덮개 위에 캠핑 중 사용하는 랜턴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텀블러 등을 올려놓는 것도 가능하다. 그 밖에 도심형 SUV에는 없는 앞 범퍼 하단의 견인 고리, 보닛 위에 액션캠 혹은 보조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후드 가니시, 토레스에 최적화된 에어 매트도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테일이다. 쌍용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레트로한 디자인과 오프로드 성격을 강화한 토레스 TX(Tough eXperience) 에디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운동화 한 켤레 넣기 알맞은 크기다. 은색과 검은색 중 고를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할 일이 많진 않겠지만, 이런 작은 디테일이 모여 토레스의 오프로드 스타일을 완성한다. 탈출용 망치를 기본 제공하는 국산차는 토레스가 처음이다.
Choose and Focus
앞서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개발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쌍용의 경영진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단 성능이 검증된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터이다. 토레스의 파워트레인 이야기다. 1497cc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아이신 6단 변속기의 조합은 기존의 코란도에 쓰인 것과 동일하다. 쌍용이 자체 개발한 1.5L 엔진은 개발 단계부터 SUV를 타깃으로 삼았다. 비교적 차체가 크고 무거우며 험로를 달릴 가능성이 높은 SUV에는 낮은 rpm에서부터 최대 토크가 터져 나오는 게 유리하다. 토레스는 1500rpm부터 28.6kg·m의 최대 토크를 뿜어내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았을 때 답답하다는 인상이 없다. 쌍용이 토레스를 출시하며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의 개선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10%의 초반 가속 성능 향샹을 달성했습니다”라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아이신 6단 변속기는 무난하다는 게 장점이다. 아이신은 토요타 그룹에 속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ZF와 더불어 전 세계 변속기 시장의 1, 2위를 다투는 ‘변속기 맛집’이다. 토요타와 쌍용은 물론 BMW, 볼보, 폭스바겐, GM 등 잘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이 아이신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 세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아이신 변속기는 잔고장이 적고 변속 충격이 부드러운 편이다. 저단과 고단에서 모두 안정적이고 고르게 출력을 변환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 자동 7단 또는 8단을 사용하는 경쟁 모델에 비해 기어 단수가 적어 연료 효율 측면에선 손해를 볼 수 있다. 서스펜션 세팅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높은 차고와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차의 특성을 고려해 단단하기보단 푹신한 쪽에 가깝다. 쌍용 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다고 느낄 만하다. 굳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정숙성이다. 동급에서 이 정도로 조용했던 모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들이치는 소음을 막기 위해 천장에까지 방음재를 넣은 덕이다. 차창에도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했으면 더 조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랬다면 2000만원대의 가격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SSANGYONG TORRES
파워트레인 1497cc I4 가솔린 터보, 6단 자동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28.6kg·m
가속력(0→100km/h) N/A
가격(VAT 포함) 30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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