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이너웨어, 팬츠 모두 프라다. 검지에 낀 링 까롯. 중지에 낀 링 아르세닉스.
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전원우일기〉 콘텐츠가 화제예요. 갑자기 시골을 배경으로 콩트 연기를 펼치길래 의아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더라고요. 다들 연기도 능청스럽게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찍을 때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 오히려 ‘이게 재미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죠. 저는 다른 인물들을 관찰하기만 하면 되는 초보 다큐멘터리 감독 역을 맡아 괜찮았지만 멤버들은 촬영 전부터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다들 날아다녔어요.(웃음) 웃음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맞아요. 대본 없이 캐릭터와 상황만 설정되어 있는 정도였어요. 멤버들이 개그 욕심이 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몸 개그를 막 하더라고요. 다들 끼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관찰자 역할이라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구경할 수 있어서 촬영 내내 계속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2편까지 업로드되어 있던데 3편 계획은 없나요?
영상 속에서 감독 역할을 맡긴 했지만, 실제로 제가 기획한 건 아니라서요. 올 하반기엔 투어 일정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요. 근데 이렇게 말해놓고 어느 날 갑자기 시즌2로 돌아올지도 몰라요. 영상에 담기지 못한 웃긴 장면도 많고 미처 시도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남아 있거든요.
〈전원우일기〉에서 맡은 역할과 별개로 예전부터 영상 촬영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있어요. 코로나 전엔 월드 투어를 자주 다녔는데 바쁘게 도시를 옮겨가며 무대에 서다 보니 기억이 섞이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즐겁고 감동적인 순간이 많았는데, 그걸 다 잊어버리면 아쉽잖아요.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처음엔 개인 소장용으로 몇 번 찍었는데, 관심이 가니까 점점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엔 영상 감독님이 보일 때마다 틈틈이 편집 기술과 촬영 기법을 배웠어요.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었는데 코로나로 대외 활동이 대폭 축소되면서 어그러졌죠.
레더 재킷, 후디, 팬츠, 슈즈 모두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링 아르세닉스.
예산이나 스케줄을 생각하지 않고 내일 당장 영상을 찍는다면 뭘 찍고 싶어요?
뮤직비디오요. 스토리가 있는 짧은 영화 느낌으로 찍고 싶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리패키지 앨범 〈SECTOR 17〉에 수록된 ‘돌고 돌아’라는 곡 작업을 할 때 ‘이거 뮤직비디오로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민규도 저처럼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힙합팀 뮤직비디오 촬영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영상에 관심이 많으면 영화도 좋아할 것 같아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차분한 분위기에 풍경을 잘 담은 영화들을 특히 즐겨 봐요. 일렁이는 파도나 넓게 펼쳐진 숲과 같은 자연의 모습이 인물과 어우러진 것들이요. 최근에 본 영화는 〈헤어질 결심〉이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자연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시간이 있으면 한적한 곳에 가서 텐트 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고요.
잔잔한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져요. 열여섯 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다 보니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데뷔 초에도 그랬고 지금껏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도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래의 이미지 때문이에요. 압도적인 대자연이 주는 감동도 좋고 미스터리한 장소를 모험하는 것도 종종 꿈꾸죠. 예를 들면 심해에 가면 어떨까 상상하는 식이죠.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그런가 봐요.
재킷 기호. 이너웨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 김서룡.
하지만 바쁜 스케줄 중 매번 어디론가 떠나긴 어렵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래서 요샌 맛있는 음식 관련한 유튜브를 자주 봐요. 예를 들면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맛있게 구워 먹는 법’ 같은 것들이요. 먹방도 보긴 보는데 이왕이면 먹기만 하는 것보다는 요리하는 법도 같이 알려주는 영상이 더 끌리더라고요. 아직 따라서 만들어본 적은 없는데 조만간 시도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웃음) 아니면 직접 찾아가서 먹어볼지도 몰라요. 밥을 조금씩 떠서 먹는 탓에 소식한다고 잘못 알려졌는데 그렇진 않아요. 먹는 것 무척 좋아합니다.
이제 보니 손에 굳은살이 가득해요. 웨이트트레이닝 열심히 하나 봐요.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멋진 몸을 갖고 싶어 시작했던 건 아니고 체력이랑 컨디션 관리 차원이었죠. 한때 중량 욕심을 부린 적도 있지만 요즘은 안전한 무게로 다치지 않을 정도로만 해요. 무리하니까 팔꿈치 쪽이 아프더라고요. 멤버들도 전부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서로 운동하는 것 보조해주고 그래요. 개인적으로 벤치프레스를 제일 좋아해요.
멤버들과 항상 함께하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그런 생각이 당연히 들 수 있죠. 평생을 함께한 가족끼리도 사생활이 있는 것처럼요. 다행인 건, 저희는 초창기부터 사생활을 배려하자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배려하는 거죠. 7년 넘게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이젠 눈빛만 봐도 감이 오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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