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더 재킷, 후디 모두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오늘처럼 단독 스케줄을 진행할 땐 느낌이 좀 다른가요?
작년 〈에스콰이어〉 11월호에 버논, 민규, 에스쿱스와 같이 나왔을 땐 아마 제가 말이 별로 없었을 거예요. 다른 멤버들이 워낙 말을 잘해서 굳이 제가 대답하지 않아도 오디오가 빌 틈이 없거든요. 그럴 땐 내심 편해요.(웃음) 하지만 오늘은 저밖에 없으니까 책임감이 드네요. 모두가 저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죠.
유튜브 영상이나 예능을 보면 워낙 조용해서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13명이나 되다 보니 한 마디씩만 거들어도 오디오가 겹치기 일쑤거든요. 기껏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잘 들리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만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웃음)
오랜만에 단독 화보 촬영인데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던데요?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단체 촬영을 할 땐 제가 시간을 많이 쓰면 다른 사람은 기다려야 하잖아요. 근데 오늘은 저밖에 없으니까 걱정 없이 마음껏 하고 싶었던 것,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펼쳐 보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평소에도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잘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원우만의 비결이 있나요?
비결까진 아닌데 주위에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많은 게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아요. 멤버들은 물론 댄서 형들이나 소속사 사람들 중 어두운 사람이 거의 없어요. 다들 잘 웃고 상냥해요. 힘든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그러니까 제가 막 긍정적이려고 노력한다기보단 주변 환경 덕에 그렇게 됐다고 보는 게 맞는 말 같아요.
화보를 흑백사진으로 찍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니면 옷 때문이거나. 평소에도 무채색 계열의 옷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보려 노력은 하는데 결국 다시 심플한 룩으로 돌아오더라고요.(웃음) 주변에서 ‘멋있다’ ‘강렬하다’ ‘섹시하다’ 등의 말을 해줄 땐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실감이 안 나요. 마음은 여전히 처음 연습생을 시작하던 열여섯 살 같거든요.
2년 8개월 만에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Face the Sun〉에서도 이젠 태양이 되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어요. 세븐틴이 말하는 태양의 의미는 뭔가요?
크고 강한 영향력을 뜻해요. 단지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고 덕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저희는 지금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고 싶거든요.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많고요. 그런 열망과 패기, 욕심을 태양에 비유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웃음) 에이, 아닙니다. 지금은 달 정도예요. 보름달도 아니고 반달이요.
주변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거요. 맨날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세븐틴이 태양이 되기로 했다면 그에 걸맞게 저도 더 빛날 수 있도록 발을 맞추는 게 맞는 거죠.
앨범이 나오기 전 공개된 13개의 트레일러 영상이 인상 깊었어요. 각각의 영상엔 멤버들의 두려움이나 힘듦이 담겼죠.
꼭 필요했던 작업이라고 봐요. 진정한 태양이 되기 위해선 그림자도 짊어질 줄 알아야 하니까요. 앨범 콘셉트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 멤버들 각자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 털어놓는 시간이 있었어요. 예상외로 다들 자신만의 고충이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죠.
원우의 영상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World’s End.. And’라는 영상 타이틀도 의미심장하고요.
자세히 보면 13개의 영상에도 순서가 있어요. 저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상이라 앞서 공개된 12개의 영상보단 조금 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죠. 영상은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에 곧게 뻗은 길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해요. 순항하는 것 같던 차는 이윽고 길이 없다는 표지판 앞에 멈추죠. 높은 방지턱 표시 역시 ‘더 이상 갈 수 없어. 여기까지야’라고 말하는 것 같고요. 그 표시들을 보고 영상 속의 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지만, 곧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울타리를 넘어 뚜벅뚜벅 황무지를 걸어가요. 1분 남짓한 짧은 영상이지만 앨범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물론 세븐틴이 나아가려는 모습까지 함축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끝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우린 다시 시작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5초 동안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목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어요.
눈빛 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 장면을 찍을 때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었어요. 멤버들의 그림자를 토대로 영상을 만들긴 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힘듦이 있잖아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멈추고 싶고 포기하고 싶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걸어나가보자는 희망을 표현하고자 했죠.
쇼트 코트, 스웨터,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중지와 약지에 낀 링 모두 코디시아르. 검지에 낀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계약 이후 첫 정규 앨범이기도 했죠. 우여곡절은 없었나요?
재계약 관련해서 이미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방송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려다 보니 와전된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 13명 모두 재계약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어요. 재계약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고 단지 멤버 수가 다른 그룹에 비해 많다 보니 각자의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죠. 저는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이었어요. 최대한 중립을 지키면서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했죠. 딱히 회사에 바라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조율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돌 7년 차 징크스라는 말도 있는데 저희는 결과적으로 그 고비를 잘 넘긴 셈이에요. 기반을 다졌으니 다시 뛰어오를 일만 남았죠.
앞서 설명한 영상과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끝날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높이 올라가겠다는 맥락이요.
세븐틴은 항상 계획이 다 있습니다.(웃음)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세븐틴 내에도 여러 유닛이 있는데 그중 힙합팀 소속이죠. 앞으로 힙합팀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어떤 걸까요?
힙합팀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특히 버논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는 편이죠. 서로 콘셉트나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빠르진 않지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힙합도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면 낭패를 볼 수 있거든요. 물론 저희가 힙합을 전문으로 하는 여느 래퍼처럼 될 순 없어요. 그분들과 저희는 걸어온 길도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달라요. 다만, 힙합이라는 장르를 매개로 보컬팀이나 퍼포먼스팀에선 보여줄 수 없는 멋을 만들어내려고 해요. 다른 팀에 비해 프리한 분위기로 소문이 났던데 알고 보면 메신저 대화방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랩 가사를 자주 썼어요. 본인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곡에 담긴 의미를 잘 전달하는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해요. 우지가 곡 작업을 해서 들려주면 소설이나 동화를 쓰는 것처럼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붙여나가요. 쭉쭉 뻗어나간 후에 가다듬는 쪽이죠. 다들 그렇겠지만 직접 쓴 가사에 애착이 커요. ‘TRAUMA’라는 곡의 가사를 쓸 때 가사에 제 모습을 많이 투영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세븐틴 힙합팀 원우 말고 사람 전원우가 그리는 미래가 궁금해요.
세븐틴과 저를 떼어놓고 말하기 어려워요. 열여섯 살때부터 이 길만 바라보고 왔으니까요. 올해 초 재계약 과정을 거치면서 ‘오래가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재미있게 음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상적일 것 같아요. 되도록이면 혼자가 아니라 함께요.
맞아요. 팬데믹 기간 동안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었잖아요. 캐럿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라 기대가 많이 돼요. 투어를 갔다 오면 경험치가 많이 쌓여요. 아마 한결 더 멋있어진 무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투어 이후에 콘서트로도 찾아 뵀으면 좋겠어요.
오버셔츠, 티셔츠, 팬츠, 슈즈 모두 지방시.
[관련기사]
세븐틴 원우가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