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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아>의 주연 심달기에게 당신은 빠질 것이다

표독스럽거나 뻔뻔하거나 악에 받쳐 있거나. 세상에 등을 돌린 외톨이 심달기를 우리는 봐왔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다. 그녀가 마음만 먹고 사랑스러운 척을 해버린다면 우리는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질 것이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2.08.19
 
핑크 재킷 H&M. 핑크 트위드 셋업 투피스 쟈니헤잇재즈. 블랙 부츠 렉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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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티지한 로맨틱 톤이랑 어쩜 이렇게 잘 어울려요? 포즈를 정말 잘 취하던데요?
너무 새로운 콘셉트라 시안 보고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찍힌 걸 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포즈는…많이 늘었나 봐요.(웃음)
이제 곧 <말아>가 개봉하죠.(이후 8월 25일 개봉이 확정되었다.)
무척 기대돼요.
첫 개봉 장편 영화 원톱 주연작이잖아요. 포스터에 홀로 서 있죠.
맞아요.(웃음)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다른 영화를 찍고 나서는 ‘이건 내 거다’라는 느낌보다는 우리의 것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건 ‘내 거’예요. 아마도 아직까지는 유일한 작품 같아요. 제가 좋아하고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보여주고 싶어서 시사회에도 정말 많은 사람을 불렀어요. 역대급으로요.
저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도 심달기의 작품이라고 느끼긴 했는데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죠. 다만 <최선의 삶>은 아무래도 강이(방민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필 그 작품이 개봉할 시기에 굉장히 바빠서 (작품 개봉 시기를) 충분히 만끽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개봉 시기의 특별한 기분을 좀 만끽하고 있답니다.
<말아>의 주리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보다 살짝 많은 나이죠?
제일 많은 나이죠.
또 심달기의 실제 나이와 가까워지기도 했고요.
그 작품 찍을 당시에는 좀 더 어렸어요. 2020년에 찍었으니 전 아직 스물둘이었거든요. 지금 스물네 살이니까, 20대 초반에 찍은 영화가 20대 중반에 개봉하는 게 되어버렸네요. 하하하.
<말아> 주인공이 팬데믹 시대의 백수니까 지금 달기 씨 나이랑 딱 맞네요.
그런데 <말아>의 주리(심달기 분)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무직으로 보낸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지금의 제 나이보다 조금 더 많은 20대 중후반일 겁니다.
동시대를 사는 동년배의 인생은 어떻든가요? 배우 심달기의 삶과는 많이 다를 텐데요.
제가 워낙 학생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고등학생 역할을 주로 맡다 보니 ‘내가 그 나이대로 보일까?’라는 생각에 행동에도 제한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저를 아직 어리게 봐주긴 하지만, 더 어리게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죠. 더구나 그 역할들이 아픔을 크게 품고 있는 인물들이라 그로 인한 습관도 몸에 익혀야 했고요. 그 배역들을 연기하면서는 그런 여러 가지 제약들을 몸에 지니고 사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제 나이대를 연기하니, 그런 제약들이 없어서 아주 자유로웠고 재밌었어요.
무지개색 아우터 잉크. 글리터 원피스 플랜씨.

무지개색 아우터 잉크. 글리터 원피스 플랜씨.

이번 작품에도 우는 장면이 나오나요. 필모그래피를 쭉 보다 보니 거의 모든 작품에서 울었더라고요.(웃음)
엇! 우는 장면이 없었는데, 생겼어요. 분명히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까 생겼어요. 원래 눈물이 없는 신이었는데, 눈물이 나와서 눈물 신이 됐죠. 생각해보니 그동안 정말 너무 많이 울었네요.
안 운 작품이 있나 싶더라고요. 제 기억에 <키스가 죄>에서는 안 울었어요.
맞아요. <키스가 죄>에서 안 울었어요. <최선의 삶>에서도 울었고, <버스트 맨>에서도 울었죠.
심지어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울었잖아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안 울었어요. 제가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 찍을 때 굉장히, 정말 굉장히 행복했어요. 정은희(이정은 분)의 아역이다 보니, 행복한 회상 신에만 나오면 됐던 거죠. 정말 즐거웠어요.
예전에는 한 인터뷰에서 ‘밝기만 한 인물은 연기하는 것도 힘들고 감상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죠. 그런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 얘기를 괜히 했나 봐요.(웃음) 그 이후에 극단적으로 울기만 하는 인물들을 계속 맡았거든요. 이제는 행복하기만 한 인물을 하고 싶어요.(웃음)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예상되는 감정에 반하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을 맡고 싶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의 완수 같은 역할 말인가요? 솔직히 완수가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지요. 알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가요? 흠…그렇네요. 완수 같은 경우에는 자기 감정에 타격을 받을 만한 그런 사건 자체를 겪지 않지요. 적어도 직접적으로는요.
그렇다면 아예 장르 작품을 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아직 완벽한 장르 작품은 안 해보셨죠?
네. 그런 것 같아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의 감정을 아람이의 감정만큼 복잡하고 섬세하게 읽어내며 감상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음,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 액션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운동신경이 되게 좋은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밖에 나가지 않으면 몸이 막 근질근질할 만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요. 어딘가에 틀어박혀 운동을 배우고 싶어요.
운동을 막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운동신경은 좋다는 거죠?
맞아요. 근데 또 막상 시키면 잘해요. 제가 다닌 대안 학교에선 체력장이 아닌 그와 비슷한 걸 했는데, 여자 중 1등을 했어요. 그래 봤자 몇 명 안 다니는 학교였지만요.
상상이 잘 안 되네요. 빠르게 움직이는 걸 봐야 그 사람이 운동신경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아는 건데, 달기 씨는 뛰는 장면도 드문 배우라서요.
그런 거 좀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기회가 없네요. 제가 몸을 못 쓰게 생겼나요?(웃음)
감독님들이 이 인터뷰를 보고 연락하겠죠. 그나저나 얼마 전에는 <사람 냄새 이효리>를 벌써 5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봤더라고요.
와! 그렇게나 많이 보셨구나.
‘이엑구’(이옥섭과 구교환의 프로젝트 ‘2x9HD’의 별칭)랑은 익숙하시죠?
맞아요. <세 마리>에 이어 두 번째 촬영이에요. <사람 냄새 이효리>를 촬영할 때 정말 행복했어요. 촬영을 이틀밖에 안 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올해는 그 작품을 촬영한 게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요. 그게 5월이었으니 벌써 석 달 전이네요.
이옥섭 감독 영화들이 연기하기 힘들지는 않아요? 뭐랄까, 장면은 리얼한데 스토리나 감정은 설득력 있게 만들어두지 않은 세계잖아요.
그게 포인트예요. 그래서 뻔뻔함이 있어야 해요.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당연하다는 듯한 뻔뻔함이 있어야 돼요. 뻔뻔하면 뻔뻔할수록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작업을 하다 보면 계속 새로운 것, 다른 버전을 요구하셔요.
시안이 없는 촬영인 거죠. <사람 냄새 이효리>에서 또 재밌는 건 영화 안에서 이효리를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달기 역을 맡은 배우 심달기 역시 현실에서는 이효리를 처음 본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긴 한데, 엄청나게 대단한 분을 마주쳤는데도, 저는 이미 TV에서 어릴 때부터 이효리 언니를 계속 봐왔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 나더라고요.
옐로 톱, 부츠 모두 H&M. 블루 베스트 플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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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처럼 익숙했군요.
그런데 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 느낌을 실감하게 해준 장면이 있어요. 영화 중간에 한창때의 이효리가 <소원을 말해봐>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어린 시절 달기의 집을 찾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제 어릴 적 사진이 카메라에 잡히거든요. 그게 제 진짜 유치원 졸업 사진이에요. 그런데 제가 유치원에 다닐 때, 이미 효리 언니는 ‘텐미닛’ 발표 이후로 승승장구할 때였어요. 유치원 때 엄마가 이효리 콘셉트로 저를 꾸미고 사진을 찍어준 일도 있단 말이죠. ‘유 고 걸’ 때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까요.
슈퍼스타 느낌이 확 들었겠어요.
그런 분이 저를 안다고 하니 그게 더 신기했죠.
어릴 때 얘기를 하니까 다른 질문이 생각났어요. 저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열일곱 살 열여덟 살 때의 나랑 지금의 내가 과연 같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종종 해요. 중간에 존재의 연속성이 한 번 끊어진 느낌이 들어요.
저는 네 살 때부터의 기억이 아직은 쭉 이어져와서, 그런 괴리감은 없어요. 계속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요. 새로운 고뇌가 생겼다가도 결국에는 어린 시절부터 하던 고뇌로 돌아가요.
어릴 때부터의 고뇌라면 어떤 건가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뭐 그런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어요.
네 살 때부터요?
네 살 때부터는 아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으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어떤 사람으로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 섞인 질문도 했었고요.
전 태어나서 그런 생각은 정말 단 한 번도 안 해본 것 같은데요.
정말요? MZ세대의 ‘특’이 아닐까요?
저도 밀레니얼 세대거든요?
으하하하하.
너무 크게 웃으시네요.(웃음) 저도 알아요. MZ라는 단어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1981년생부터 2000년대생까지를 한 세대로 묶어버리는 단어니까요.
작업을 하다 보면 감독님이든 배우 선배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비슷한 생각이나 감성을 공유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보다 열 살 많은 분, 스무 살 많은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MZ가 공유하는 어떤 비슷한 정서가 있다고 믿어요.
비슷하면 큰일인데요.(웃음) 달기 씨가 나이에 비해 성숙한 게 아닐까요?
그런가요? 근데 또 제 주변에는 저랑 비슷하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게 MZ세대 ‘특’이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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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시내
  • STYLIST 이필성
  • HAIR 조미연
  • MAKEUP 서아름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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