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2년 차 구단 대표 이영표가 바라는 강원FC의 미래
축구선수 이영표가 아닌, 구단 대표 2년 차 이영표를 만났다. 그라운드의 경기 결과를 넘어, 경기장 밖의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눈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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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강원FC의 K리그 상위 스플릿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대로 가면 취임 2년 만에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할 것 같다.
역대 최고 성적을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우리 구단이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지, 또 신규 팬이 유입할 만큼 매력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지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빠른 속도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취임 첫해는 힘든 일이 많았다. 몇 년에 한 번도 벌어지기 힘든 악재가 여러 건 겹쳤다. 코로나19 감염과 주요 선수들의 교통사고 외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어쩔 수 없다. 당시에는 ‘이 다음에 우리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많이 생각했다.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대처하는 게 맞다고 봤다. 전화위복이 된 게, 나중에 우리의 투명한 일 처리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팬들이나 도 차원에서 우리 구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좋은 일만 일어날 순 없으니까,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2차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지난 시즌 말에 도의회에서 예산 삭감이 논의됐다고 들었다. 강등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도의회에 참석해 “팀이 어떻게 망하는지 알고 있다, 염치없지만 좋은 선수를 유치해 팀을 유지할 수 있게 예산을 달라”고 도의원들을 설득하던 모습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그때는 원래 편성되어 있던 예산도 못 받게 생긴 상황이었다. 시즌을 마무리하기 위해 예산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말할 명분이 없었다.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도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니까, 대표로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 다행히 의원님들이 내 이야기에 동의해주셨고, 또 극적으로 그 이후에 우리가 1부 잔류에 성공했다.
망가질 뻔한 팀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덕분에 올해는 팀이 상위 스플릿에 올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아챔) 진출도 노리고 있다.
올해 이런 결과를 낸 것은 내 덕이 아니다.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보는데, 우선 최용수 감독님과 선수들의 노력이다. 다음으로는 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팬들이 보내준 열렬한 응원의 결과다. 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너무 겸손하다.(웃음)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세 요소가 시너지를 내 만든 결과를 가로채면 나쁜 대표다.(웃음) 대표라는 자리가 그렇다.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도와 결과물을 낼 수는 없는데, 문제 상황에선 책임을 져야 한다.
강원FC는 2008년에 출범한 비교적 신생 구단이다.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축구 외적으로도 문제가 꽤 있었다. 그런 강원FC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여러 클럽에서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준비가 안 됐다고 느껴서 거절했다.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있던 시간 동안 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공부했지만, 한 클럽의 최종 결정권자가 되는 데에는 부담이 있었다. 강원FC를 맡기 직전 사회적 기업 ‘삭스업’을 만들고 2년여 동안 운영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작은 기업의 CEO였지만 그 경험을 통해 수익 구조 파악이나 재무제표 보는 법, 세금 문제와 물류 관리 등 경영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자신감이 생겼을 때 마침 강원FC에서 제안을 했다. 다만 자신감 하나로 승낙한 것은 아니었다. 강한 팀으로 만들 수 있어야 했다.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지, 그리고 재정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팀인지를 살펴봤다. 강원FC는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독립적 운영과 재정적 성장 가능성 모두와 관련된 부분 같은데, 대표로 부임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신규 스폰서 유치였다. K리그는 구단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가는 등 지역색이 굉장히 짙다. 강원도는 농업이나 관광업이 중심인 만큼, 스폰서를 유치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취임 후 큰 충격을 받은 사건 중 하나였다. 지난해 누구나 알 법한 기업에 가서 “돈을 안 받고 그냥 광고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전 경기가 한국뿐만 아니라 43개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OTT 플랫폼을 통해서는 150개국에 중계가 된다. 노출 효과가 꽤 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거기서 현실을 자각했다. 우리는 매력적인 광고 수단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신규 스폰서를 늘렸다.
마케팅 인원을 배로 늘렸다. 팀도 1, 2팀으로 나누고 업무도 세분화했다. 직원들과 함께 많이 뛰어다녔다. 소득이 있었다. 대표적인 게 FILA와의 스폰서십이다. 이전 계약의 3배가량 되는 금액으로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FILA와의 스폰서십 체결 후엔 MD 판매량도 급증했다. 관중 수도 늘어 K리그 구단 운영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각 구단이 시도나 기업에서 받는 지원금을 제외하고 스폰서십과 MD 판매, 유료 관중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 시즌 강원FC가 K리그 구단 운영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는 유니폼이 두 차례 품절될 정도로 MD 판매가 늘었는데 여기에는 양현준, 김대원 등 뛰어난 선수들의 인기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
구단 운영 수익률이 1위인데도 도의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전용구장이 있으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늘 얘기해왔다.
도에서 받는 돈을 점차 줄여 자립해야 한다. 구단 운영에 필요한 지출의 45%는 우리의 수익으로 충당이 된다. 나머지 55%를 도에 의존하고 있다.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하다. 전용구장에 대해 단순히 경기장만 짓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 각종 편의시설이나 수영장 같은 체육시설 또는 의료센터가 들어올 수 있다. 거기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구단 운영비로 사용하면 도의 지원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서서히 자립하는 게 지금의 계획이다.

‘5일장’ 같은 구장 분위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지금 구상하는 전용구장도 그런 느낌인가.
그렇다. 경기장에서는 오감이 만족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감상할 수 있어야 하고, 입도 즐겁고, 편리하고, 행복해야 한다. 유럽 리그와 MLS에 있을 때 경험했다. 특히 MLS가 그렇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그날 하루를 경기장 안에서 온전히 즐긴다. 그게 문화가 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강원FC의 특징 중 하나가 넓은 지역을 연고로 한다는 것이다. 영동, 영서 지역 간 갈등도 심하고, 전용구장 입지를 놓고서도 강릉과 춘천, 원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강원도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강원FC 팬이 되는 건 아니다. 접촉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접촉은 어릴 때 경험할수록 좋다. 지금 계획으로는 강원도를 이루는 18개 시군 모두에 축구아카데미를 만들고자 한다.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아이라면, 언젠가 어른이 되어 축구에 흥미를 느낄 때 무조건 강원FC의 팬이 된다.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아카데미는 올해 6월, 춘천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는데 벌써 300여 명이 모였다. 어린아이들에게 투자를 하고, 계속 접촉하다 보면 그들이 성장한 후에 고향 팀을 응원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나이 들면 고향이 그리워지니까. 나도 그렇듯.(웃음) 강원FC의 캐치프레이즈가 ‘그레이트 유니온’이다. 다양한 시군의 아이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추억을 공유한 채 성장해 같은 구단을 응원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그레이트 유니온’이 될 것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 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충분하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생각해보라. 당시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갈등 중이었다. 그때는 4강 진출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보다 더 놀라운 게 있었다. 축구라는 매개체가 거대한 정치적 대립을 무력화한 것이다. 축구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것이 스포츠의 가치다. 영동과 영서 역시 강원FC의 이름 안에 다 모일 수 있다.
시와 도 차원에서 시도민구단에 지원하는 것을 ‘혈세 낭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포츠의 어원은 라틴어의 ‘디스포타레(disportare)’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하며 만족한다는 의미다. 강원FC의 존재 이유는 팬들과 강원도민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 사명은 비용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미국에서 본 연구 결과인데, 스포츠팀이 있는 도시와 없는 도시의 이혼율을 비교했더니 25% 차이가 났다. 특히 마이애미의 경우는 30%까지도 벌어졌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와 소통이 지속되며 관계가 돈독해지고, 결국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대한 지원은 비용이라기보다 선제적 복지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
현재 세계 축구에서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실리적인 면에서 가장 앞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스포츠 비즈니스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MLS를 모두 경험한 이 대표가 보기에 한국 축구 시장의 특징은 뭔가?
시장이 작고, 축구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화가 정착되면 엄청난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축구를 즐기는 문화라면 어떤 것인가?
유럽과 미국이 조금 다른데, 유럽 리그는 ‘본질’ 자체로 충분하다. 축구라는 스포츠와 나의 팀이 너무 소중하기에 경기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가고, 아버지가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경기에 열광하는 걸 보며 축구와 팀에 빠져든다. 그렇게 세대가 변해도 애정이 지속된다. 미국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면 본질도 변한다. 재미를 위해서는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놀아야 한다는 게 미국 스포츠 시장의 분위기다. 나는 어느 쪽이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질도 중요하고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타협도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그 문화가 정착될 것 같나?
한국인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실감할 수 있다. 대표팀과 K리그의 인기 사이 간극이 크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문제는 약 15년 전부터 여러 구단에서 시작한 ‘축구교실’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준비 중인 축구 아카데미와 비슷한 맥락인데, 축구교실에 다니며 추억을 쌓은 아이들이 경기를 소비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쯤이면 서서히 K리그의 팬들도 늘어날 거라고 본다. 강원FC 역시 승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의 본질을 지키며 동시에 경기장에 온 팬들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이번 시즌이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나.
사실 우리는 프로팀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 전용구장도 없고, 선수들이 훈련에만 100% 집중할 수 있는 트레이닝 센터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두 시즌을 지나온 동안 대표로서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50점.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기긴 했으나 아직 결과를 보지 못한 게 많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에 5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역시 겸손하다.(웃음)
지금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을 기록할 것 같다고는 하지만, 프로팀은 우승을 목표로 해야지 5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웃음) 그런 점에서도 50점이다.
어떻게 해야 100점이 될 것 같나?
리그, FA컵, 아챔에서 모두 우승해 3관왕이 된다면 그날 100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100점이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다.(웃음)
전용구장과 트레이닝 센터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웃음)

2022 월드컵은…
이영표 대표는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중 하나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목전에 둔 지금, 한국 대표팀과 이번 월드컵에 대해 그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맞히는 건 쉽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에스콰이어>의 질문을 피하진 않았다.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할까?
험난하다.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 모두 우리 대표팀보다 강하다. 그러나 2002년, 2010년 월드컵에도 우리보다 강한 팀과 같은 조에 있었지만 우리는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강한 팀과 붙어서 16강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두 번의 경험을 잘 복기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쉽지 않다. 다만 우리가 종종 한계를 넘어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은?
아마도 김민재. 세트피스 상황에서 경합하다가 헤딩 골을 넣을 것 같다.
2022년의 대표팀, 그리고 2002년의 대표팀이 맞붙는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
축구는 항상 발전한다.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20년 전의 대표팀보다 지금 대표팀의 경기력이 훨씬 높을 것이라 본다. 다만 2002 대표팀은 조금 특별했던 게, 상대가 누구든 압도할 수가 있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우리의 기세에 놀랐다. 개인적인 능력은 2022년의 선수들이 훨씬 뛰어날 텐데, 상대를 압박하는 기동력에서는 2002년의 선수들이 앞설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2002 대표팀이 2:0 정도로 이길 것 같다.(웃음)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조혜진
- HAIR & MAKEUP 권호숙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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