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재킷, 팬츠 모두 H&M. 링 레인디어 by 아몬즈.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아직 솔로 첫 EP도 안 나왔을 때죠. 음악 얘기를 많이 못 해 아쉬웠어요. 이번 두 번째 EP의 ‘go UP’이 마크 론슨의 ‘Uptown Funk!’가 떠오를 만큼 좋아요.
원래 비보잉을 할 때 들었던 음악들이 펑크와 소울 쪽이라 그쪽 장르를 워낙 좋아해요.
목소리가 트레몰로 걸린 것처럼 살짝 떨릴 때가 소울풀하고 좋더라고요.
이런 리드미컬한 노래가 정말 부르기 힘들죠. 춤을 춰서 이렇게 그루브를 잘 타나 싶었어요.
노래방 가서 혼자 ‘Uptown Funk!’ 불러본 적 있죠?
(웃음) 맞아요. 코노 가요. 혼자 가니까요.
아뇨, 아뇨. 지금은 일산 살고 있지 않아서요. 지금 사는 동네 근처 코노를 찾아서 혼자 완전 막 지르는 노래, 아까 말한 것처럼 신나는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동네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어요. 동네 코인 노래방에서 제이비가 노래하고 있으면요.
잘 몰라요. 제가 아주 특출 난 버릇이나 특이한 음색을 가진 건 아니니까요.
푸퍼 재킷, 팬츠, 슈즈 모두 2 몽클레르 1952.
전 알겠던데요. 특정 구간에서 오토튠을 건 것도 아닌데 살짝 목소리가 떨리는 느낌이 인장처럼 있어요.
뭔지 알겠어요. 컴프레서 걸린 소리랑 살짝 비슷한 소리가 나요. 근데 전 사실 이번 ‘go UP’ 때 불렀던 목소리 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꾸려고 노력 중이에요. 더 다양한 톤을 내보려고 노력 중이죠. 너무 한 가지 색만 보여주는 느낌이 있어서 그걸 조금 깨부수고 싶어요.
Def.(이하 ‘데프’)에서 많이 보여주고 있잖아요.
네,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있긴 하죠. 제이비의 앨범에서는 펑크나 디스코 등 팝 장르에 완전히 포섭되는 것들을 기반으로 한다면, 제가 정말 좋아하고 내 음악적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건 리듬 앤 블루스거든요. 알앤비를 조금 더 알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요즘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연구할 시간도 없이 정말 바쁘잖아요. 지금 하고 있는 투어 스케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동, 리허설, 수면, 공연, 이동. 딱 이 스케줄로 9월부터 두 달 동안 필리핀,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벌써 10개국을 돌았어요. 그게 가능해요?
아직까지는 가능하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하려면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하더라고요. 사실 처음에 이번 〈Tape: Press Pause〉 투어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번 투어도 무난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체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요즘은 집에 오면 놀지도 못해요.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맞아요. 얼마 전에 안정환 씨가 그랬잖아요. 월드컵 전에는 훈련이 중요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휴식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한국 들어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요. 작업하는 것만 빼고요.
작업과 공연, 그 와중에 데프와 제이비의 두 정체성 사이를 오가는 게 좀 힘들진 않나요?
힘든데요, 힘든 만큼 재밌어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긴 해요. 비관적이거나 한탄하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상태를 더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자전적인 성찰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음악을 왜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도 되고요. 데프로 무엇을 할지 제이비로 무엇을 할지를 나누는 과정이 그에 포함되죠.
‘제이비는 팬들이 나에게 원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데프는 자신이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든다’라는 식의 대답을 한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어요.
청자들에게 제가 뭔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정체성이 데프라면, 제이비는 청자들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좀 더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죠. 데프는 회사와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하는 거라 외줄을 타는 느낌이 있죠. 대신 제가 도와달라고 손을 뻗지 않는 이상 아무도 터치를 안 하니 완벽한 자유를 누려요. 반면 제이비는 회사를 등에 업고 가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좀 든든하죠.
데프는 정말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많이 쓰죠. 저도 알거든요. 그냥 쓰다 보면 계속 ‘나스러운 것’만 나온다는걸요. 그걸 피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해요. 새로운 표현, 새로운 단어,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자기반복, 동어반복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되, 동어반복은 피한다. 새로운 단어로 말한다. 멋진 말이네요.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마음이죠. 데프로 낸 두 개의 EP가 모두 사랑 노래였어요.
후드 집업 쿠시코크 by 아데쿠베. 볼 캡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x 오프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