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제이비가 1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로 남기고 싶은 말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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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제이비가 1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로 남기고 싶은 말

제이비는 연구하고 싶은 장르의 비트를 열심히 찍어보고,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의 제이비도 너의 제이비도 모두 지켜내기 위해.

박세회 BY 박세회 2022.12.23
 
 후디, 팬츠 모두 디올 맨.

후디, 팬츠 모두 디올 맨.

 후디, 팬츠 모두 디올 맨.

후디, 팬츠 모두 디올 맨.

사랑하는 상태에 있거나 사랑에게 버려진 상태에 있거나.
맞아요. 그 콘셉트로 두 개의 앨범을 같이 작업했으니까요.
전 그사이에 무슨 가슴 아픈 일이라도 있었나 싶었어요.(웃음)
(웃음) 전혀 아니고요. 앨범을 만들 때 하나의 소설이나 시를 쓴다고 생각하고 콘셉트를 잡고 시작하거든요. 제가 인생을 살면서 받은 영감이나 감정이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사실 그대로 다 반영되지는 않아요. 철저하게 픽션적인 작업이죠.
소설 쓰는 것과 비슷하네요.
맞아요. 그런 식으로 만들고 싶어요. 경험을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경험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래퍼들은 자신이 겪은 일이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정말 직설적으로 얘기하잖아요. 너무 멋있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겠더라고요. 돌려 말하는 걸 잘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차라리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픽션으로 푸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가능한 걸까요? 작업량이 어마어마해요.
사실 〈Love〉나 〈Abandoned Love〉는 꽤 오래전부터 꾸준히 조금씩 작업해온 것들을 발전시켜 발매한 곡들이 많아요. 물론 꾸준하게 작업을 하고 그 양이 많기는 하죠. 나름 허슬한다고 허슬하긴 해요. 그런데 어디 가서 허슬러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제 친구 식케이만 봐도 매일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내고 있어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 사람들의 허슬을 보며 자극을 받아요.
제이비 씨가 어느 정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협업에 들어가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앨범이나 곡의 큰 틀을 정해요. 사운드스케이프와 리듬을 정하고 어느 정도 비트를 찍어 놓지요. 어느 정도 프로듀싱의 영역까지 제가 해놓는 경우도 많고 어떤 곡들은 제가 디렉팅을 하기도 해요. 그러나 제가 제 작업에 디렉션을 다 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표현을 열어두려는 거죠. 내가 놓치고 있는 감이 있을 수 있잖아요.
요즘은 진짜로 재능만큼 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여러 가지 가상 악기들이 다루기 쉽게 나와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진짜 악기들을 많이 연습하고 있기는 해요. 가상 악기나 샘플을 쓰는 것도 좋지만, 어쿠스틱 악기를 연주할 때의 그 오리지낼리티도 너무 좋거든요.
어떤 쪽인가요?
건반과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천천히요. 지금은 투어 중이라 완전히 집중해서 배우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익히고 있어요.
 후드 집업 쿠시코크 by 아데쿠베. 링 스쿠도. 티셔츠, 선글라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후드 집업 쿠시코크 by 아데쿠베. 링 스쿠도. 티셔츠, 선글라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건반을 다루기 시작하면, 건반을 다루기 전에 프로듀싱하던 것과 전혀 달라지고 기타 역시 마찬가지죠.
지금도 음악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음악을 듣던 포인트와 지금 듣는 포인트가 달라요.
아는 프로듀서가 ‘프로듀싱을 하면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하기가 힘들어서 싫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너무 분석적으로 듣다 보니 즐길 수가 없다는 의미였죠.
분석적으로 듣게 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듣는 게 재밌더라고요. ‘어? 신기한 소리가 나네? 이거 사운드를 어떻게 잡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듣는 거죠. 그러고는 집에 가서 그 소리를 만들어봐요. 막 고민하고 쥐어짜내서 만들어낼 때 그 쾌감이 또 있어요.
악기를 배우는 과정과 똑같네요. 악기도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그대로 카피해보면서 늘지요.
그럼요. 어딘가에서 들은 드럼 사운드와 리듬이 너무 좋으면 집에 가서 그걸 그대로 찍어서 재현해보는 거예요. 저도 꽤 많은 노래의 드럼 비트를 찍어봤어요. 그 과정이 장르 공부가 되기도 해요. 트랩 소울에 한창 관심이 많아 브라이슨 틸러의 노래들을 찍어보기도 했죠.
찍어놓으면 장르가 보여요?
비트를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어야 하잖아요. 이게 맞나? 하면서 돌려서 다시 듣고, 되감아서 또 듣고. 그렇게 아주 디테일하게 듣다 보면 그 장르의 특징이 보이죠. 그런데 아마 조금이라도 프로듀싱 영역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이거든요.
악기와 같으면서도 다르군요. 악기는 같은 프레이즈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결국 프로듀싱은 제가 생각할 땐 아이디어 싸움인 것 같아요.
이번 데프의 앨범에서 가장 번뜩였던 아이디어는 뭔가요?
‘My Abandoned Love’의 도입부에 기타 소리가 나와요. 자세히 들어보면 그 기타 소리가 전작인 〈LOVE〉 앨범의 타이틀곡인 ‘Sunset with You’의 기타 파트를 ‘찹’(자르고 재조합해서)해서 만든 거거든요.
두 앨범의 테마가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직관적인 장치군요. 이번 투어의 제목 ‘테이프 : 프레스 포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전 공연이 재생 시간이 끝날 때까지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테이프 같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잠시 활동을 못 하는 동안 일시 정지를 눌러달라는 의미를 담았죠.
 데님 셔츠 와이프로젝트.

데님 셔츠 와이프로젝트.

19개국에서 20회가 훌쩍 넘는 공연을 계획해 벌써 절반을 성공적으로 마쳤죠. 그런데 더 깜짝 놀란 게 있어요. 세트 리스트를 봤는데 30곡을 했어요.(웃음) 아니, 무슨 5집 가수인가요?
(웃음) 그렇게 오래 하려고 그런 건 아닌데요. 사실 그룹 활동할 때 몇 곡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또 다른 분들이 무대에서 몇 곡쯤 하는지 몰라서 찾아봤더니 보통 스물한두 곡쯤 하더라고요. 원래는 그렇게 세트 리스트를 만들어놨는데, ‘앗, 그 노래 듣고 싶어요?’라면서 관객들이 외치는 노래를 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분위기에 취했던 거죠.
요새 비행기를 많이 타잖아요. 워낙 노트에 적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비행기에서 참 많은 걸 적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메모하는 거 좋아하는 건 맞아요. 혼자 시를 써보기도 하고 잡담을 혼자 끄적거리기도 하고요. 일기 쓰는 거 좋아해서 일기도 꾸준히 쓰지요.
최근에 쓴 노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최근에는 없어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제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봉투에 날짜를 써두고 1년 동안 모은 다음 연도를 적어 보관하거든요. 그러고는 나중에 꺼내서 봐요.
미래의 제이비에게 남기는 말인가요?
그렇죠.
지금 쓴다면 뭐라고 쓸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네가 있는 곳에서는 좀 더 안정적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불안을 느끼는군요.
자주 느끼죠.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니까요.
사실 아까 제이비와 데프의 정체성 차이에 대해 한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데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제이비’라는 말이요. 그럴 때 회사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강요하죠.
전 그 안에서도 제 자신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남들한테 보여지는 나도,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나도 모두 제 모습이니까요.
 데님 셔츠, 데님 팬츠 모두 와이프로젝트. 슈즈 디젤.

데님 셔츠, 데님 팬츠 모두 와이프로젝트. 슈즈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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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김유진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강혜원
    STYLIST 현국선
    HAIR 김민경
    MAKEUP 임정현
    ASSISTANT 이유나/송채연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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