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Q 시리즈는 라이카 M 시리즈의 왕위를 물려받고 있는 중인 걸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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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Q 시리즈는 라이카 M 시리즈의 왕위를 물려받고 있는 중인 걸까?

라이카 M은 대체 어떤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라이카 Q는 결국 M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 ‘촬영’이라는 행위를 영원히 바꿔버린 카메라, 우르-라이카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시선들.

오성윤 BY 오성윤 2022.12.27
 
위부터 아래로 2022년에 새롭게 출시된 라이카 M6, 라이카 M 시리즈의 최전선인 라이카 M11, 28mm/f1.7 주미룩스 렌즈와 4700만 화소 풀 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렌즈 고정식 카메라 라이카 Q2.

위부터 아래로 2022년에 새롭게 출시된 라이카 M6, 라이카 M 시리즈의 최전선인 라이카 M11, 28mm/f1.7 주미룩스 렌즈와 4700만 화소 풀 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렌즈 고정식 카메라 라이카 Q2.

어느 노인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라이카 M 시리즈 카메라를 올렸다. 한 사진학도가 그 매물에 관심을 표했고, 마음이 맞은 둘은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물건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M 시리즈를 손에 쥐게 된 사진학도는 묵직하고 차가운 감촉에 문득 궁금해져 노인에게 물었다. “이제 어떤 카메라 사실 거예요?” 노인은 입을 오물거리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큐…!” 재채기처럼 나온 한 음절의 답이었지만 사진학도는 단박에 그것이 라이카 Q 시리즈를 말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에스콰이어〉의 스튜디오 포토그래퍼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본인 친구가 겪은 해당 일화가 웃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큐”라는 외마디 탄식 같은 말이. 물론 내게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이 어쩐지 시트콤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젊은 사진학도가 오래된 라이카 M 시리즈를 구입하고 M의 오랜 유저인 노인이 Q 시리즈를 산다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 M과 Q는 각각 완고함과 편리함을 대변하는, 같은 줄기에서 나왔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존재들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라이카 M 시리즈는 그야말로 사진의 역사라고 할 만한 카메라다. 1914년, 라이카의 전신인 라이츠 베츨라의 직원 오스카 바르낙은 영화용 35mm 필름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최초의 휴대용 카메라 ‘우르-라이카’를 발명했다. 그전까지 카메라란 오직 중형 및 대형 필름에 맞춰진 거대 기계였다. 라이카는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우르-라이카를 개선해나갔고, 결국 라이카 M 시리즈라는 희대의 카메라가 세상에 나왔다. 라이카 M3가 출시된 것이 1954년이고 라이카 M11이 출시된 게 2022년이니 그 자체로 사진의 역사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 역사 동안 라이카 M 시리즈가 동일한 입지를 유지해온 건 아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를 비롯해 보도 사진의 전설적 대가들이 M 시리즈를 애용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만 해도 그게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작고, 튼튼하며, 피사체를 긴장하게 하지 않는 외양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그 결과물은 놀라울 만큼 빼어났기 때문에. 하지만 오늘날 라이카가 그렇게 효율적인 카메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작고 편리한 카메라가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온 탓이기도 하지만, 결정적 요인은 라이카의 완고함이었다. “오토 포커스가 되지 않는 1만 달러짜리 카메라(A $10k camera with no Autofocus).” 2022년에 출시된 라이카 M의 최신 버전, M11을 소개하는 한 유튜브 영상의 제목이다.
 
국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라이카 동호회인 라이카클럽의 설립 멤버 오동식 회원은 그 표현을 전해 들으면서도 슬쩍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표현이기는 했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없다는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게 고맙다면 모를까. 다만 라이카 M에 대한 또 다른 인터넷 게시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오늘날 사진을 찍었다면 라이카 M을 썼을까?”에 대해 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 글의 결론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리코 GR3를 썼을 것’이라는 주장이었고, 마침 그의 점퍼 속에는 리코 GR3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GR3가 나쁜 카메라라는 게 아니에요. 정말 좋은 카메라죠. 저도 서브 카메라로 오래 써왔는데, 아직도 그 결과물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지금 사진을 찍어도 분명 M 시리즈를 쓸 거라고 생각해요. 카메라를 쓴다는 건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는 라이카 M의 장점을 열거하는 대신, 라이카 M 시스템으로 사진을 찍는 감흥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필름 ISO나 감도 설정을 기억한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설 때, 건물에서 빠져나올 때, 눈을 찌푸리거나 크게 뜨듯 거의 반사적으로 조리개 다이얼을 돌린다. ‘뇌출계(머릿속에서 노출값을 계산하는 것을 말하는 은어)’에 맞춰서. 좋은 장면이 스치면 들어 올리면서 동시에 바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른다. 어쩌면 흔들렸거나 초점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M이 만드는 사진 세계에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라이카 M 시리즈를 쓰는 사람에게는 라이카 M이 제일 편해요. 다른 카메라를 써보면 오히려 ‘정확한 노출’이라는 게 얼마나 마음의 족쇄가 되는 일인지, 렌즈가 움찔거리는 AF 특유의 느낌이 얼마나 불편한지 느끼게 되죠.”
 
그의 설명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규철이 들려준 ‘질문’이라는 표현과도 연결이 되는 듯했다. 그는 라이카 M의 형태, 그리고 행보가 사진 애호가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어떤 일인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라이카가 기술이 부족해 M 시리즈에 AF 기능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을 넣지 못하는 게 아니다. 다만 카메라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며 우리가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사라져버린 사진의 본질,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라이카 M 시리즈는 그걸 쓰는 사람에게 계속 철학적 명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요. 그래서 이 문화의 바깥에서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제품들이 계속 나오는 거죠. 그건 다른 어떤 브랜드도 아닌 라이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고, 대단한 일이에요. 많이 파는 것이 주안점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죠. 그래서 라이카 M 시리즈를 사는 것에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내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라이카의 문화를 만드는 후원자가 된다는 느낌. ‘나도 그 질문에 동의한다’는 유대의 느낌이요.” 라이카가 후면 액정이 없는 디지털 M인 라이카 M-D나, 흑백만 촬영할 수 있는 라이카 M 모노크롬 같은 모델을 출시하는 것도 그 ‘질문’의 일환으로 이해 가능하다. 최근에는 대뜸 필름 M을 다시 내놓기도 했는데, 그것이 조리개 우선 촬영도 지원하는 M7이 아니라 오직 매뉴얼 촬영만 지원하는 M6였던 이유도 말이다. 그리고 이규철 작가의 말이 한층 신빙성을 더했던 건, 그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도 오직 흑백사진만 촬영되는 카메라, 라이카 M 모노크롬이었기 때문이다.
라이카 M 시스템과 Q 시스템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우르-라이카. 1914년, 라이카의 전신인 라이츠 베츨라의 오스카 바르낙이 개발한 카메라로 사상 최초의 35mm 필름 카메라였다.

라이카 M 시스템과 Q 시스템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우르-라이카. 1914년, 라이카의 전신인 라이츠 베츨라의 오스카 바르낙이 개발한 카메라로 사상 최초의 35mm 필름 카메라였다.

그 역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지금 사진을 촬영해도 라이카 M 시리즈를 쓸 거라고 했다. 손에 익은 사람에게는 라이카 M이 어떤 카메라보다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는 ‘M 쓰는 사람은 M을 떠나지 못하는’ 법이라고. 다만 그런 표현이 그의 입에서 나온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에게 취재를 요청한 건 그가 라이카 M 모노크롬 유저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라이카 Q 유저이기도 하다. 우르-라이카의 또 다른 적자(嫡子). 이 기사의 화보에서 볼 수 있듯이 라이카 Q 시리즈는 라이카 M 시리즈를 쏙 뺀 모델이지만 라이카 홈페이지의 제품 소개 페이지를 나란히 열어놓고 보면 영 딴판이다. 라이카 Q2는 ‘놀라운 속도의 AF’와 ‘주미룩스 렌즈로 찍는 동영상’을 자랑한다. 디지털 크롭도 신선한 요소다. 4700만 화소의 풀 프레임 센서를 넣고 사진을 크롭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붙박이 28mm 주미룩스 렌즈로 마치 28mm, 35mm, 50mm, 75mm 렌즈를 두루 쓰는 듯한 사용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과연 이규철 작가의 표현대로, ‘M을 계승하면서도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라이카’다.
 
“라이카 M 유저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쿨한 것 같아요.”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의 마케팅 매니저인 이지희 과장은 Q에 대한 반응을 ‘쿨’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호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출시 전에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카메라가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뜻이다. M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카메라가 될 거라고는. 물론 라이카에게 그런 의도와 노력이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Q는 M과) 전반적인 느낌이나 그립감도 비슷하고, 특히 유저 인터페이스는 완전히 동일해요. 무엇보다 촬영 결과물이 M으로 찍은 것과 정말 비슷하죠.” 라이카 Q에 쏟아진 열광적인 반응의 핵심은 아마도 마지막 요인에 달렸을 터였다.
 
“가격도 무시할 수 없죠.” 작년 충무로에 라이카 카메라 전문 편집숍 ‘사진집’을 오픈한 이종진 대표는 라이카 Q의 매력 포인트에 한 항목을 덧붙였다. 사진집 이전에 그는 라이카 공식 수입사인 반도카메라에서 오래도록 일했다. “누구나 꼭 사진을 열심히 찍으려고 카메라를 사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한 대쯤 구비해놓자는 마음으로 사기도 하는데, 거기에 Q가 좋은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진에 대해 잘 몰라도 라이카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있잖아요. 사용하기도 편하고 ‘빨간 딱지’가 달려 있는데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래서 사는 분들이 많죠. 정말 엄청 팔렸으니까요.” Q의 가격적 매력은 M 유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시쳇말로 ‘렌즈를 사면 바디가 딸려오는’ 정도의 가격이었으니 M용 28mm 렌즈를 사는 대신 그냥 Q 시리즈를 사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일이 센서에 끼칠 악영향이나 위험 부담을 생각하면 그냥 따로 운용하는 게 낫기 때문에. 그건 누구의 견해랄 것도 없이,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했던 모두가 입을 모아 들려준 얘기였다. 그리고 이규철 작가가 내놓은 Q의 인기 이유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라이카 M 유저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탓.’ 눈이 침침해지면 이중상합치식(뷰파인더 가운데 포인트에 두 개의 상이 하나로 겹쳐지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초점을 맞추는 매뉴얼 포커스 방식)이 어려워지기에 그와 사용감이 비슷하지만 AF가 지원되는 Q 시리즈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반농담이라는 것을 주지하듯 웃음 섞어 한 말이었지만, 이지희 과장은 그 추측에 진지하게 동의하기도 했다. “좀 더 편하게 찍고자 Q로 넘어가는 분들이 많죠. M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유저들도 Q를 한 번쯤은 다 써보는 것 같고요. 오직 M만 고집하는 사람을 아직 한 번도 못 봤어요.”
 
이 기사의 출발점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라이카 M은 자꾸만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괴리는 기술이 가속도를 띠고 발달하는 시대 안에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라이카 Q는 라이카 M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하면서도 편의성까지 잡아내 사진 초심자부터 오랜 애호가의 마음까지 두루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라이카 Q가 M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 M은 Q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중인 걸까? 라이카클럽의 오동익 회원 역시 M과 Q의 닮은 점이나 Q의 매력에 대해 긴 설명을 들려준 사람 중 하나였으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답했다. 비슷한 점이 많지만 결국 둘은 다른 매력을 지닌 카메라며, Q로 입문해 M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많기 때문이다. “Q를 구매한 사람들은 결국 M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종의 완충 효과가 있다고 볼 수도 있죠. 사실 M은 오늘날 카메라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낯선 카메라거든요. 몸에 익기도 전에 힘들어서 포기할 확률도 크다고 봐요. 그걸 Q가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측면이 있는 거예요.” 라이카 Q에 대한 폭발적 인기가, 결국 더 많은 사람이 M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는 얘기였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이해하는 단초 말이다.
 
어쩌면 Q가 있기 때문에 M은 더 마음 놓고 외골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일 수도 있는 건 아닐까? 이지희 과장은 일리가 있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라이카 M-D나 M 모노크롬, 라이카 Q 카메라 모두 2010년대, 근 10년 안에 출시되었으니까요.” 이지희 과장 역시 Q가 M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M은 라이카가 절대 놓을 리 없는, 라이카라는 브랜드의 ‘심장 같은’ 모델이며 Q는 그 ‘가장 친한 동생’이기 때문이다. 오동익 회원은 M의 행보가 Q와는 딱히 상관없을 것 같다고 답했지만, 두 라인업이 나란히 각자의 길을 가며 주고받는 시너지가 있다는 관점에는 동의했다. “오토매틱도 안 되는 슈퍼카를 몇 억씩 주고 구매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실제로 짐을 많이 싣고 이동해야 하는 일이 잦은 사람은 그런 차를 사면 안 될 테고요. 넓고 승차감이 쾌적한 차를 사야죠.” Q가 바로 그런 카메라라는 뜻이었다. 넓고 쾌적한 차. 하지만 동시에 주행의 재미를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은 차. “그런 차를 몰다 보면 어느 순간 궁금해질 수도 있겠죠. ‘기어가 6단, 10단까지 된다는 스틱 자동차를 모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하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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