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하러 인천공항 갈 사람 여기 모여라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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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하러 인천공항 갈 사람 여기 모여라

라이엇 게임즈가 인천국제공항에 문화복합공간을 열었다.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즐길 만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3.01.11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League of Legends〉(이하 롤)를 즐겨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성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펴지기 마련이다. 2009년 출시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인기를 얻은 롤은 2019년 전 세계 일일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514만 명이라는 역대 결승전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롤의 사그라지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제작사인 라이엇 게임즈(이하 라이엇)는 그들의 첫 작품인 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덕에 게임업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라이엇은 단지 게임을 잘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 속 세계관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잇는 작업을 해왔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에 문을 연 ‘라이엇 아케이드 ICN(이하 라이엇 아케이드)’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초로 면세 공간에 마련된 라이엇 아케이드는 ‘여행과 만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게이머는 물론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을 지향한다. 라이엇의 대표 게임인 롤 외에도 1인칭 슈팅 게임(FPS)인 〈발로란트〉와 〈전략적 팀 전투(TFT)〉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라이엇 아케이드는 총 5개의 존으로 구분되어 있다. ‘게이머 라운지’에 들어서면 ‘고정관념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지닌 라이엇의 주먹 로고를 형상화한 게이트가 눈에 띈다. 방문객은 빨간 기둥처럼 생긴 키오스크에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비행기 티켓과 비슷하게 생긴 미션 ‘보딩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라이엇의 세계관과 게임을 소개하는 시네마틱 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어지는 ‘리그 존’과 ‘발로란트 존’은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공간이다. 게임을 즐길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타로카드를 골라 여행의 운세를 점치고 준비된 소품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코너를 체험하는 것도 방법이다. 네 번째 존인 ‘모바일 존’은 〈와일드 리프트〉 〈레전드 오브 룬테라〉 〈전략적 팀 전투(TFT)〉와 같이 롤과 IP를 공유하는 라이엇의 모바일 게임을 테마로 한다. 장소를 안내하던 라이엇 홍보 담당자는 ‘모바일 존’이 향후 소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 공간인 ‘아트&나우’는 그라플렉스(grafflex)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신동진 작가의 아트로 꾸며졌다.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쳐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던 그는 나이키, 몽블랑, BMW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던 인물로 이번엔 롤에 등장하는 여러 챔피언들을 요소로 차용해 벽화와 의자 등을 디자인했다.
입장할 때 발급받은 보딩 패스에 도장을 모으면 기념품을 증정하는 것 외에도 리그 존과 발로란트 존, 모바일 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게임 플레이 미션도 있다. 미션 난도는 비기너, 굿 플레이어, 베스트 플레이어로 나뉘어 있는데 일단 게임을 진행한 후 달성한 업적에 따라 기념품을 받는 식이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미션 내용은 때에 따라 달라지는데, 롤에 접속해 ‘CS(게임 내 몬스터)’를 5분 내 42개 잡고 발로란트의 사격장 모드에서 30개의 봇 중 22개 이상 처치했다면 중간 난도인 굿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사실 라이엇은 예전부터 ‘게임 회사가 왜?’라는 의문이 들 법한 일들을 자주 벌여왔다. 문화재 환수에 힘쓴다거나 KBS 교향악단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롤에 쓰인 음악을 가지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여는 식이다. 2014년 ‘석가삼존도’로 시작해 지난 7월에는 조선 왕실의 인장인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를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별나다’라고 했던 사람들도 이젠 ‘라이엇 게임즈는 뭔가 다르다’는 말을 합니다. 저희는 항상 게임은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게이머들이 모니터 밖에서도 ‘최고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기향 홍보 총괄의 말이다.
2023년 9월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 종목이 신설됐는데 그중 롤도 포함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공항을 단순히 이동을 위해 거쳐가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과 기술, 문화가 만나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라이엇 아케이드 역시 공항공사에서 먼저 라이엇에 제안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그러니 앞으론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연착됐을 때 분노하는 대신 라이엇 아케이드로 가면 된다. 소환사의 협곡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INTERVIEW 
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홍보 총괄
그동안 공항 면세 지역에 이런 문화복합공간이 없었어요. 방문객들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문을 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평가를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어요. 여행객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자주 들르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입장하기 전 보딩 타임을 반드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지인들에게 ‘비행기 타러 가기 전에 잠깐 들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라는 연락을 받을 때 개인적으로 뿌듯했어요.  
넓은 공간을 이용해 식음료를 판매하거나 IP를 이용한 상품 판매도 가능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요.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수익 창출보단 ‘여행과 게임의 만남’이라는 경험에 초점을 두고 싶었어요. 라이엇의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편하게 들어와 비행기를 기다리며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랐죠. 향후 수년간 운영할 공간인 만큼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2019년에 이어 이번에도 신동진 작가와 협업을 했죠?
〈League of Legends〉 10주년 기념 전시 〈LoL INVADE ART〉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샘바이펜, 08AM 등 국내 유명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10팀과 힘을 모았는데 약 한 달 만에 1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전시관을 다녀갔죠. 이번 라이엇 아케이드 공간에서도 신동진 작가만의 해석이 담긴 롤 챔피언 디자인의 의자와 벽화,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어요. 이러한 아트 협업 역시 라이엇이 지향하는 ‘경험’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고요.
라이엇 아케이드를 찾는 방문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준비된 선물이 많습니다.(웃음) 다섯 개로 나뉜 공간을 탐험하며 게임을 즐기고 스탬프를 모으면 여권 지갑, 러기지 태그, 스티커 등 여러 아이템을 챙기시길 바라요. 라이엇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포토 부스나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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