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UA MAGNOLIANA
몇 주 전 카타르를 떠나오는 길에 우연히 이 향수를 만났다. 하얀 꽃이 만개한 여름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낭만의 향기. 아구아 매그놀리아나에서는 카타르의 훗훗한 밤공기를 닮은 목련 향이 났다. 그 기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좀처럼 사지 않던 향수를 샀다. 한국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꼭 안았을 때 코트 자락 아래로 이런 꽃 내음이 번지면 좋겠다 싶어서. 나와, 또 당신에게서. 아구아 매그놀리아나 100mL/가격 미정 푸에기아 1833. 굼허 디자이너 허금연

BERGAMOTTO DI CALABRIA-LA SPUGNATURA
나와 남자친구는 둘 다 여름에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가장 행복하게 웃었던 순간은 전부 뜨거운 여름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늘 달콤한 초콜릿보다 상쾌한 시트러스였다. 지난여름, 둘의 생일을 기념하며 이 향수를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다. 한정판이라는 말에 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우리를 닮은 향에 더 마음이 갔다.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청량한 자몽 향. 이제는 애인보다 내가 이 향수를 더 자주 쓴다. 베르가모토 디 칼라브리아-라 스푸냐뚜라 100mL/21만원 아쿠아 디 파르마. 피노크 갤러리 대표 김고은

PERFUME CHAMO
사랑은 편안한 관계 속에서 더 깊어진다. 하고 싶은 말을 언제든 할 수 있고, 바보 같은 이야기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 탬버린즈의 이 향수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향기와 가장 닮았다. 캐머마일 티처럼 온화하고 차분한, 물을 잔뜩 머금은 허브 향이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킨다. 이런 향은 애인과 함께 나눈다.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으니까.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하고 싶으니까. 퍼퓸 카모 50mL/3만9000원 탬버린즈. 젠틀몬스터 디자이너 신정인

CARNAL FLOWER
이 향수를 쓴 지도 거의 10년이 됐다. 꿉꿉한 여름에도, 시린 겨울에도, 돌이켜보면 카날 플라워의 꽃향기는 언제나 특별했다. 사랑의 말씨처럼 투명하지만 억센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이 오랜 취향을 남자 친구와 함께 나눈다. 튜베로즈와 부드러운 코코넛, 그리고 쨍한 유칼립투스. 모든 남자에게 어울릴 법한 향은 아니지만 애인에겐 꽤나 잘 어울린다. 원래는 꽃향기를 싫어했는데 나를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고.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다. 서로의 취향으로 세계를 넓혀가는 것. 카날 플라워 100mL/50만3000원 에디션 드 프레데릭 말. 지예신 디자이너 신재은

BLEU DE CHANEL
찬 바람이 매섭게 불던 며칠 전, 돌연 결심했다. 이 겨울을 아주 뜨거운 곳에서 보내야겠다고. 그래서 덜컥 발리행 티켓을 끊고 새하얗게 정돈된 리조트도 예약했다. 챙겨 갈 향수도 미리 정해뒀다. 바로 블루 드 샤넬. 쾌청한 나무 향이 시원하게 펼쳐진 해변과 무척 잘 어울릴 테니까. 향수는 둘이서 한 병으로 충분하다. 애인과 함께할 침대에 잔뜩 뿌려두어야지. 블루 드 샤넬 100mL/22만원 샤넬. 빅터쇼룸 대표 이민혁

ANGELS’ SHARE
이 향수의 이름은 엔젤스 쉐어, 천사의 몫. 코냑이 오크 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증발된 분량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향을 맡아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코냑처럼 농밀하고 꿀처럼 달콤한 향기. 연인의 낭만을, 오롯한 둘의 시간을, 내밀한 순간을 연상케 하는 섹시한 향이다. 뜨거워지고 싶은 날이면 으레 이 향수를 집어 든다. 긴 말은 필요 없어진다. 엔젤스 쉐어 50mL/29만5000원 킬리안. 더오픈프로덕트 디렉터 정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