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와 리스 예보아가 증명한 협업의 의미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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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와 리스 예보아가 증명한 협업의 의미

디자이너 최초로 코스와 협업한 리스 예보아를 만났다. 그가 말하는 변화와 탈피 그리고 도전에 대하여.

ESQUIRE BY ESQUIRE 2023.02.08
리스 예보아

리스 예보아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와보니 어떤가? 한국 패션은 어떤 느낌인가?
한국 사람은 세계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다. 평소 SNS에서 한국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들에게서 무한한 영감을 얻는다. 아직 한국을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높은 빌딩과 넓은 도로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어떤 브랜드를 팔로우하고 있나?
@vivastudio_official, @we11done, @grailz_official 이 세 브랜드를 눈여겨본다.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yeboah_official도 한국 계정에서 영감 받았다. 계정 마지막에 ‘official’을 붙이는 거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자신감과 어떠한 결의가 느껴진다. ‘예보아(YEBOAH)’는 어떤 브랜드고 어떤 옷을 만드나?
예보아 청키 후디

예보아 청키 후디

코스와 함께한 이번 컬렉션이 첫 협업일 뿐 아니라 예보아의 첫 컬렉션이다. 내가 어떤 옷을 만드는지는 이번 협업에서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다. 어떤 브랜드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늘 어렵지만, 내 작업물로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무엇을 하든 다음 세대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것이 기부 형태일 수도 있고 자선단체와의 일일 수 있다. 가나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옷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다.
 
이번 작업의 디자인 힌트를 어디서 얻었나?
나의 어린 시절, 과거 트라우마, 어머니, 어려운 환경 등에서 90% 정도 영감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인 교훈으로 바꾸고 이를 컬렉션에 적용하려 했다. 마치 이번 협업의 주제인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의 뜻처럼.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프라다, 모스키노, 나이키의 옷과 액세서리를 사줬다고 들었다. 유년 시절과 가정환경은 당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 같다.
어머니는 내가 봐도 패셔니스타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자랑하라고 이런 옷을 입히는 게 아니라 네가 왕처럼 옷을 입고 이런 옷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서”라고 말하곤 했다. 나에게 하이패션을 소개해주었고 여러 스타일과 다양한 브랜드를 믹스매치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어머니가 나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의 가치관에는 영향을 주었다.
 
가나와 영국, 두 나라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나는 영국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다. 특권을 누리고 사는 삶의 단편을 보고 자랐던 거다. 하지만 11세에 가나에 가서 현실에 눈을 떴다. 그동안 모르거나 외면한 채로 살았던 현실과 마주한 거다. 영국에서는 누릴 것이 많지만 아프리카는 그러기 쉽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고난을 겪고 있었다. 두 나라는 너무나도 반대되는 세상이었고 이 사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해외 〈데이즈드〉를 비롯해 여러 미디어에서 당신을 ‘다음 세대 패션을 이끌어갈 인물’로 주목했다. 이러한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나?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코스 x 예보아 런웨이
그렇지 않다. 나는 나만의 페이스가 있기에 세간의 평가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것이 설령 혹평이라고 해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트렌드도 따르지 않고, 흔히 말하는 패션 캘린더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정해진 대로 사는 삶은 지루하니까. 나는 한계를 뛰어넘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코스와의 협업도 의미가 있다.
 
당신을 세상에 알린 ‘세인트 런던’과 ‘NFL’ 사이의 저작권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그 위기는 당신에게 어떻게 작용했나?
내가 만든 브랜드 ‘세인트 런던’의 브랜드명과 로고가 NFL의 세인트 팀과 유사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 결과 브랜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고, 사건 후 6개월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슬퍼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고,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7년 동안 일하면서 고객과 네트워크를 쌓았던 것이 재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된 거다. 그 덕분에 내가 언제라도 브랜드를 만들면 믿고 따라줄 사람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힘든 시기를 겪고 첫 행보로 코스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코스 x 예보아 캠페인 이미지코스 x 예보아 캠페인 이미지
원하는 대답이 아닐 수 있지만 (웃음)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2019년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코스 브랜드 협업 담당자인 헬렌이 내 브랜드는 눈여겨봤다. 그 후 사석에서 만나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공식적으로 연락이 왔을 땐 '그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거고, 그들은 내 작품을 좋아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과 함께 결과물을 발전시키며 내가 상상한 대로 될 거야'라고 다짐했었다. 이후 헬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이번 협업을 통해 예보아가 코스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하더라.
 
본인 브랜드를 만들 때와 협업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브랜드와 함께 일할 때는 그 브랜드의 구조와 전통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규칙을 알아야 하고 가치, 미적 감성, 생산 과정, 지속 가능성 등의 여러 조건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 브랜드를 만든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꾸린 팀은 어느 정도 서로 추구하는 바가 같기에 디자인으로나, 브랜드 방향으로나 의견을 좁힐 일이 크게 없다. 하지만 협업 때는 입장이 다를 수 있기에 타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떤 이를 상상하며 옷을 디자인했나?
어떤 이를 상상했다기보다 인구통계와 지역에 신경을 썼다. 특히 한국과 미국을 가장 크게 염두에 뒀고. 이전에 미국에서 일했기에 미국 시장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영국 출신이라 그런지 영국 시장도 고려한다. 나는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옷을 스타일링하길 바란다. 매장에 전시한 대로 입지 않아도 되고 상의와 하의를 세트로 맞춰 입을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가 원하는 대로 입으면 된다. 그리고 이번 협업은 성별의 경계도 없다.
 
한국을 염두에 뒀다고 했는데 정확히 무엇을 고려했나?
스트리트 패션 요소를 넣은 것이다. 나의 무드 보드에는 항상 한국에 관한 것이 포함돼 있다. 나는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이 정말 좋다. 스트리트 웨어와 럭셔리 제품을 자유자재로 섞어 스타일링하는 걸 보면 감탄이 나온다. 이번 협업도 그렇게 활용해줄 거라 믿는다.
 
이번 협업의 주제 ‘메타모포시스(탈바꿈, 변형, 변태)’를 선택한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가?
나비 패턴이 돋보이는 슈트

나비 패턴이 돋보이는 슈트

이 단어는 어머니가 나를 가나로 보낸 이야기와 과정이 담겨 있다. 가나를 방문하며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하게 된 터닝 포인트,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 등 내가 배운 교훈을 의미한다. 마치 애벌레의 제한된 움직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나비가 된 것처럼.
 
코스는 정적이고 미니멀한 이미지가 강하다. 메타모포시스라는 단어 뜻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작업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코스의 이전 작업물의 전통을 부수고 싶었다. 특히 코스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이 처음이기에 안전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브랜딩 측면에서 아주 새로운 시도를 했고 로고를 드러낸 것이 그 예다.
 
로고를 드러내는 건 당신의 의견이었나?
애초에 계획한 건 아니었다. 로고를 만든 후 옷에 넣어보니 모든 사람이 “그래 이거야”라고 이야기했다. 'YEBOAH' 로고를 비롯해 몇 가지를 만들었는데 모두 찰떡같이 어울렸다.
 
로고 디테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로고 디테일로고 디테일
로고의 전체적인 틀은 코쿤, 누에고치를 상징한다. 세 개의 별은 어머니의 세 자녀를 나타내며, 외향적인 모습이나 잠재력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빛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밑에 적혀 있는 'HELPING OTHERS'는 나의 이름 '예보아'를 영어로 번역한 거다.  
 
나비, 별, 섬광 프린트가 많이 보인다. 각 패턴에도 의미가 있나?
라이징 스타 스웻셔츠플라워 스타 더블 스트라이프 비니
별은 가나의 국기에서 가져왔다. 누에고치와 나비 패턴은 ‘메타모포시스’를 표현했으며, 섬광은 언제든지 밝게 빛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컬렉션은 물론 이전부터 블랙과 옐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노란색 또한 가나 국기에서 가져왔다. 나는 가나의 국기에 담긴 빨강, 노랑, 초록, 검정을 주요 컬러로 사용한다.
 
이번 컬렉션은 스트리트 패션, 정교한 테일러링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믹스돼 있다. 스타일 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과 무엇이 브랜드를 대표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일러링은 코스 디자이너의 전문 분야이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픽과 프린트는 내 전문 분야라 다루기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분야를 융합했고 이처럼 만족스러운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은 의류뿐 아니라 선글라스, 슈즈, 가방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디자인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라이징 스타 실크 스카프선글라스패딩 슬라이드
쉬웠다(웃음). 나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그 틀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을 위한 아이템도 만들고 싶고, 이번에 그랬듯이 그저 내가 기성복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성복과 액세서리 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정말 많다. 건축, 가구, 향수, 스킨케어 제품에 전부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남성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고 보여줄 게 많다.
 
41개의 협업 아이템 중 몇 제품만 추천해준다면?
콘트라스트 스티치 재킷콘트라스트 스티치 팬츠타이다이 스웨터예보아 청키 후디
스타일리시한 날염 스웨터, 컬러 스티치가 돋보이는 셋업, 그리고 이 노란색 니트 후디. 니트 아이템은 코스가 만든 지속 가능한 소재로 완성한 거라 더욱 의미 있다.
 
앞으로 ‘예보아’에 대해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성장을 기대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보여줄 게 많고, 자신 있기에 많은 기대를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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