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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안재현이 데뷔 후 첫 공백기에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
안재현은 좋은 사람이다. 펜으로 꾹꾹 눌러 진심 어린 글을 쓰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고 싶다는 그에게는 순수한 선의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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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연속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를 촬영하고, 오늘 겨우 쉬는 날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얼른 퇴근시켜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사실 스케줄이 안 나올 줄 알고 걱정했어요. 3월 들어 드라마 촬영이 늘어나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딱히 피곤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오늘 이렇게 봄비 내리는 날씨와 화보 촬영 현장 분위기가 무척 잘 어우러져 좋은 무드를 이뤘거든요. 이제 퇴근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기분이 더 좋네요.(웃음)
바쁜 와중에 <에스콰이어>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드라마밖에 없었어요. 그냥 드라마뿐이었고, 사실 첫 등장 신부터 노출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본을 보면서 운동을 병행했어요. 따로 개인적인 시간은 전혀 없었고요. 촬영하고, 쉬는 날은 운동하고, 그러기를 반복했죠.
화보 촬영도 오랜만이죠. 원래 재현 씨는 ‘유리몸, 몸치’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화보를 찍을 때는 확실히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더라고요.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처음 데뷔했을 때, 외모가 중요한 직업을 택했으니 몸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몸을 더 아끼게 돼서 과할 정도가 된 거예요.(웃음) 두 번째로는 10대 때 한 망막 수술 때문이에요. 조그만 충격에도 재발해서 실명이 될 수도 있어 두렵더라고요. 이후로 거친 활동은 피하게 됐어요. 두 가지 이유로 몸을 사리다 보니, 아무래도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은 ‘유리몸’이나 ‘몸치’처럼 보였겠죠. 그래도 웹 예능 <운동천재 안재현> 덕분에 여러 운동에 도전하고 난 뒤로는 두려움이 약간 사라졌어요. 아껴서 될 게 아니니까,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과감하게 몸을 사용하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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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와 인터뷰 준비하면서 재현 씨에 대해 찾아보다가, <운동천재 안재현>을 보고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요. 다들 외모만 보고 운동 잘하는 줄 아는 거라든가.
맞아요. 학창 시절부터 그랬어요. 아무래도 키도 크고, 몸만 봐서는 운동을 잘할 것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굉장히 정적인 사람이에요. 처음 연기를 했을 때는 저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서 힘들기도 했고요. 오토바이 타고, 싸움도 잘하는 그런 캐릭터들.(웃음)
‘체육 시간에는 일부러 주번을 했다’거나 ‘어차피 질 것을 알기 때문에 승부욕이 1g도 없었다’ 같은 내용은 박수를 치며 봤어요. 예능적 과장이 아닌, 정말 체육 못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진짜로, 일상이었어요. 승부욕도 그런데, 저는 누군가 경기에 졌다는 이유로 분해서 얼굴을 찡그린 모습을 보는 게 불편했거든요. 그냥 ‘그래, 네가 이겨… 난 괜찮아…’ 하는 마음이었죠.(웃음) 그래서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에게 웃음을 많이 주는 아이였어요. 다들 첫인상만 봐서는 ‘체육을 정말 잘하겠다’고 경계했는데, 오히려 승부욕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 큰 반전으로 돌아오니까요. <운동천재 안재현>도 그런 면에서 재미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운동천재 안재현> 이후로 승부욕이 좀 생긴 것 같아요?
타인과 경쟁하는 것에 대한 승부욕은 여전히 없어요. 대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부욕은 조금 생겼어요. 특히 볼링이 재미있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혼자 볼링 치러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섯 게임을 연달아 쳤어요. 손가락이 아파서 지쳤지만….(웃음)
체육 활동에서 승부욕 말고, 나의 일에 대한 승부욕은 어때요? 이것도 어찌 보면 나 자신과 하는 경쟁일 수 있잖아요.
그건 확실하게 있어요. 가끔씩은 과해져요. 거의 자책하는 식으로 세게 올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노력인지 무리인지, 따져보려고 해요. 노력과 무리는 그 의미부터 전혀 다르더라고요. 노력이라는 게 말 그대로 한 계단 한 계단 더 나아가는 거라면, 무리라는 건 열차가 탈선해서 달린다는 의미라고 해요. 그래서 지칠 때면 내가 노력과 무리를 혼돈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하려 해요.
노력과 무리라, 어떤 기준으로 그 둘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요?
어느 순간,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바로 앞에 있는 것도 놓칠 때가 있어요. 그리고 긴장하고 예민해져서 내가 해야 할 것조차 못 해낼 때가 있는 거죠. 예전에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에 출연했을 때 (이)수근 형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재현아, 그 어떤 장구라도 너무 세게 맞으면 찢어진다.’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신 건데, 크게 와닿았어요. 집중할 땐 집중하고 놀 때는 놀아야겠다, 놓아야 할 것은 놓아줘야 더 많은 것을 잡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그런데 사람인지라, 사실 온·오프가 확실히 되지는 않아요.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죠.
확실히 마냥 쉬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게, <운동천재 안재현> 이후 책을 썼잖아요. 새로운 도전이었을 텐데,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음…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공백기였잖아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진 공백기였죠. 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안재현이 그래도 이런 노력은 하고 지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게 책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그 시간을 보냈죠.
개인적으로 책을, 특히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미 저로 태어났고, 어제도 과거였고, 오늘은 흘러가는 중이고, 미래는 오늘의 연장선이잖아요. 보여줘도, 안 보여줘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용기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가 나 자신이 한 발자국 나아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고요. 인생을 조금 더 진취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쓰면서 스스로 뿌듯했고요.(웃음)
책을 쓸 때 펜으로 직접 종이에 썼다고 들었어요. 사진도 휴대폰이 아닌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고요.
맞아요. 직접 쓰고 찍었죠.
키보드로 타자를 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훨씬 편할 텐데도 그런 불편을 감수한 이유는 뭔가요?
정성이 더해져요. 그게 가장 커요. 사실 제 기준에서, 사진은 휴대폰이 더 잘 나와요. 하지만 휴대폰은 사진만을 찍기 위한 물건은 아니죠.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용도로 만들어진 거고요. 정확히 ‘찍는다’는 포인트가 있고, 그 점이 좋아서 카메라를 선택했어요. 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 쓴 글은 다시 키보드로 쳐서 컴퓨터에 옮겨야 해요. 번거로운 과정이죠. 그런데 뭔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담아 쓰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더욱 뚜렷해져요. 가벼운 마음이 줄어들더라고요. 타자로 썼더라면 휘날리고 말았을 문장들이 마음에 하나하나 새겨지는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골반도 틀어지고, 자세가 정말 안 좋아졌거든요. 아직도 약간 뻐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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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천재 안재현>에 나왔던 것처럼, 다시 필라테스 받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아, 시간 여유가 없다고 하면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로 대본 볼 시간이 더 간절해서, 일단은 보류하겠습니다.(웃음)
실물로 나온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는, 책을 준비할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기억이 안 나요. 책을 준비하던 모든 과정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나거든요. 그런데 막상 받았을 때는 큰 감흥을 못 느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마 후회 없이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창피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1년 정도 돼가는데, 가끔씩 책을 다시 펼쳐 볼 때가 있나요?
일주일 전에 한 번 다시 봤어요. 정말 힘든 시간에 쓴 책이라, 뭔가 나태해진 것 같을 때 한 번씩 다시 펼쳐보려고 해요. 그러면 자극이 많이 되죠. 책보다는 사실 그 책을 준비하면서 썼던 노트를 자주 봐요. 책에는 싣지 못한 깊은 이야기가 그 노트에 더 많기도 하거든요.
재현 씨가 보기에, ‘내가 썼지만 이건 정말 잘 썼다’ 하는 글귀가 있나요?
음… 지금 생각나는 거 하나만 말씀드리면, ‘중요한 한 단어’라는 제목의 에세이였어요.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은 모두 한 글자더라고요. 꿈도 그렇고, 달, 해, 물, 물론 돈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중에 정작 ‘나’는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걸 다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중요한 한 단어들을 따라가면서 정작 ‘나’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지냈던 건 아닐까, 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어요. 내가 있어야,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물이나 모든 필요한 것을 챙길 수 있는 거니까요.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송시영
- STYLIST 윤현지
- HAIR 이정현
- MAKEUP 이유라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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