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우리는 야구라는 게임을 고쳐 쓸 수 있을까?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로 불려왔다. 그러나 관중은 줄었고, 젊은이들은 등을 돌렸다. 2023년 미국 프로야구(MLB)는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고 액션을 늘리기 위해 룰을 과격하게 바꾸려들고 있다. 야구 전통주의자들은 이 변화에 과연 기뻐할 것인가 분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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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몇 년 전, 야구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타자를 고의사구로 출루시킬 때 투수가 공을 네 번 던질 필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기 진행 속도를 높여보겠다는 그들의 끝없는(그리고 이제까지는 효과가 없었던) 노력의 일환이었다. 야구가 시작된 이래, 타자를 거르려는 투수들은 포수에게 바깥쪽 공 네 개를 던졌다. 지루한 절차인 데다, 객석에서는 야유를 퍼부었다. 이제는 감독이 1루를 가리키기만 하면 자동 고의 사구로 처리된다. 이보다 사소한 변화가 있을까? 그러나 격분이 일었다. 뚜렷이 느껴질 정도의 격분이었다. 야구 팬들은 고의 사구가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을 만들어낸 사례를 찾으려고 야구 역사를 뒤졌다(솔직히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1972년 월드 시리즈에서 오클랜드의 롤리 핑거스가 일부러 볼을 던지는 척하며 신시내티의 조니 벤치를 속여 교활하게 삼진을 잡아냈던 순간은 어떤가? 영화 <배드 뉴스 베어즈>에서 잔뜩 미움받는 양키스가 베어즈의 스타 플레이어 켈리 리크를 고의 사구로 거르려고 하지만, 리크가 배트를 뻗어 볼 코스의 공을 야수들 틈으로 쳐내는 장면은 어떤가? 어떻게 이런 보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 룰을 경기에서 앗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얻는 것은 경기 시간을 몇 초 줄이는 것뿐인데? 어찌 감히! 고작 투수가 포수에게 던지는 무의미한 공 네 개에 대해 이런 격렬한 반응이 일었다는 걸 잊지 말자.
롭 맨프레드 MLB 총재는 “서로 다른 다이내믹스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역사와 전통의 문제다. ‘어이, 우린 이 경기를 사랑해. 왜 모든 걸 바꾸는 거야?’라는 생각. 선수들에게는 퍼포먼스가 이슈다. 변화는 선수들이 공포를 느끼게 한다. 필드에서 경기하는 방식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올해엔 얼마나 더 크게 분노할지 상상해보라.
2023년, MLB에는 변화가 찾아온다. 큰 변화다. 게임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변화다. 왜 지금인가? 야구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기로 마침내 결심했다. 야구가 직면하고 있는 이슈들은 오래전부터 뉴스에 오르내렸다. 최근 10년간 관중 수는 감소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구는 농구와 축구에 점점 밀려나고 있으며, 특히 젊은 팬층 사이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야구 텔레비전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을 크게 문제 삼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복잡한 문제다. 지역 텔레비전 시청률은 지금도 높다. 하지만 2022년 월드 시리즈 시청률이 처음 시청률 트래킹을 시작한 50년 전 이후 두 번째로 낮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최저는 2020년 ‘코비드’ 월드 시리즈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야구는 페이스가 원체 느린 데다, 삼진이 급격히 늘어나자 하드코어 팬들조차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LB가 실시한 모든 설문조사에서 그들은 단호했다. “액션을 더 많이 보여달라!” 그리고 이제 MLB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드디어, 마침내.
야구 특히 MLB는 변화에 대한 대중의 혐오에 변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규칙은 그대로 두고 야구가 스스로 제 길을 찾기를 바라는 게 더 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야구의 영원함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믿음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야구가 스스로를 새롭게 한다는 믿음, 1927년에 베이브 루스가, 1941년에 테드 윌리엄스가, 1954년에 윌리 메이스가, 1968년에 밥 깁슨이, 1980년에 조지 브렛이, 1995년에 그레그 매덕스가, 2008년에 알베르토 푸홀스가, 지금 마이크 트라우트가 하고 있는 스포츠가 중요한 면에서는 똑같은 스포츠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모든 것은 근거 없는 신화다. 그들이 한 스포츠는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는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1961년을 예로 들어보자. 당신이 야구 팬이라면, 작년에 애런 저지가 로저 매리스의 아메리칸 리그 홈런 기록을 추격해가는 걸 보면서 아마 1961년 생각을 꽤 많이 했을 것이다. 매리스는 1961년에 61개의 홈런을 때렸다. 저지는 2022년에 62개를 기록했다. 팬들은 이 두 기록을 나란히 두고 비교한다. 하지만 1961년의 야구와 2022년의 야구는 완전히 다른 스포츠다. 당시에는 18개 팀이 있었고, 지금은 30개 팀이 있다. 당시엔 선발투수들이 선발 출장한 경기의 4분의 1 이상을 완투했다. 지금 선발투수가 완투하는 경기는 출장 경기의 1%도 되지 않는다. 1961년에는 양 팀을 합쳐 한 경기당 대략 10개 정도의 삼진, 17~18개의 안타가 나왔다. 지금은 삼진 17개, 안타 16개 정도다. 1961년의 경기 시간은 두 시간 반을 조금 넘겼다. 2022년 MLB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7분이었다.

MLB는 피치 클락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경기 진행이 빨라져 1970~1980년대의 페이스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중 요즘에도 통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3루타 수는 계속 줄어들었다. 2루 쪽 타구는 아웃된다. 팀들은 투수를 13명씩 두지만, 룰이 허락한다면 아마 더 데리고 다닐 것이다. 거의 매 경기에서 100마일짜리 속구를 볼 수 있다. 선수들은 운동에 집착한다. 희생 번트를 대는 선수는 드물고, 감독들이 귀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는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건 MLB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다. 룰을 그대로 둔다고 야구가 빠른 속도로 크게 달라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변화가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MLB의 발언권을 줄이는 효과만 낳았을 뿐이었다.
여기서 테오 엡스타인이 등장한다. 2017년 <포춘>은 당시 시카고 컵스 사장이었던 엡스타인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리스트에 올렸다. 교황, 제프 베이조스, 앙겔라 메르켈, 일론 머스크보다도 높은 순위였다. 엡스타인이 시카고 컵스를 108년 만에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이끌고 간 직후였다. 그는 보스턴 레드 삭스 단장이던 2004년에는 레드 삭스가 86년 만에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기여했다.
현재 MLB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엡스타인은 무엇보다도 큰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야구를 스포츠로 되돌려놓으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기대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 룰 변경은 50년 전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필드 위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일 거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가벼운 반론만을 던진다(그리고 팬들은 아직도 지명타자 제도를 놓고 입씨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변화는 모든 피치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야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변화일 수도 있다.” 그의 말이다. 그가 야구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그래서 2023년에는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일까? 피치 타이머! 더 큰 베이스! 시프트 금지! 야구계 사람들조차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첫 번째 변화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RULE CHANGE 1 -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안에,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공을 플레이트로 던져야 한다.
“야구는 기분 좋고 페이스가 느긋해야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야구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준 데는 이게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야구의 페이스가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 그게 차이점이다.” – 밥 코스타스(명예의 전당에 오른 야구 캐스터)
롭 맨프레드가 총재가 된 다음 해인 2015년쯤에는 누가 보기에도 야구 경기가 너무 더디게 흘러갔다. 선수들 스스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명확했다. 그래서 MLB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피치 타이머였다. 투수는 포수에게 공을 받고 나서 20초 안에 와인드업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자동으로 볼이 선언된다.
그래서 마이너리그에 피치 타이머를 도입했다. 물론 ‘이건 야구란 말이야’라는 식의 반발이 있었다. 팬들은 시계가 필요 없는 스포츠라는 점이 야구의 영원한 매력 중 하나라고 비판했고, 선수들은 피치 타이머가 경기 전체의 리듬을 방해해 경기의 질이 낮아질 거라고 불평했다. MLB 온필드 오퍼레이션 임원을 맡고 있는 올스타 출신 라울 이바네즈는 “나는 처음에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야구계는 피치 타이머를 시험해보았다. MLB는 오래전부터 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상적인 평균 경기 시간이 두 시간 반임을 알고 있었다. 두 시간 반은 1970년대까지의 대략적인 야구 경기 시간이었다. 그때는 그런 식으로 야구를 했다. MLB 간부들은 시험 삼아 피치 타이머를 켜놓고 1986년 메츠-애스트로스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다가 아연실색했다. 투수들은 계속해서 제한 시간 내에 공을 던졌다. 몇 초나 더 빨리 던지는 경우도 많았다.
“만약 1970년대나 1980년대에 피치 타이머를 썼다면,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아무도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엡스타인의 말이다.

“게임은 진화했다. 자연스레 리듬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계획으로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투수들, 특히 구원투수들은 25초, 30초씩 쓰는 데 익숙해졌다. 육체적으로 회복하고, 멘털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여러 번 사인을 주고받으며 결정을 내린다. 게다가 타자는 타석에서 벗어나 장비를 조절한다. 마치 브로드웨이 공연 같았다.”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브로드웨이 공연 같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바로 그해, 즉 2015년에 MLB는 기대감을 잔뜩 품고 마이너리그에 피치 타이머를 도입했다.
그리고… 그건 대실패였다.
“첫 달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예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더 길어졌다. 세 시간을 훌쩍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프로젝트를 아예 접었다. 효과가 없었다.” 모건 소드 MLB의 야구 운영 부회장의 말이다.
왜 효과가 없었을까? 좋은 질문이다. MLB가 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룰에 허점이 너무 많았다. 선수들이 페널티를 받지 않고 시간 제한을 피해갈 방법이 너무 많았다. 투수들은 1루에 던지거나 마운드의 투수판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고, 타자들은 타임아웃을 요청하거나 부상 핑계를 대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이 좀 지나자 심판들은 자동 볼과 스트라이크 선언에 점점 더 느슨해졌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가능한 한 시간을 끌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NFL에서 선수들에게 플레이 사이에 15초를 여분으로 준다면 안 쓸 것 같은가? 나는 경쟁하는 선수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더 쓸 수 있다면 쓰는 것이다.” 이바네즈의 말이다.
야구계 안에서는 타이머를 그냥 포기하자는 유혹도 있었다. 그러나 MLB는 타이머 도입을 다시 추진했고,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 레스터 뱅스가 했던 ‘정직하고 무자비하게’ 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시간은 더 짧아졌다. 투수에게는 주자가 없을 때는 14초, 있을 때는 18초만 주어졌다. 타자는 시간이 9초 남았는데 타석에 들어서서 타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자동 스트라이크를 받게 되었다. 허점은 제거되었다. 투수는 견제구를 원하는 만큼 던질 수 없게 되었다. 플레이트에 올랐다가 투수판에서 내려서는 것은 두 번씩만 허용된다.
예를 들어, 투수는 두 번까지는 페널티 없이 1루로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로 견제구를 던졌는데 견제사를 잡지 못하면 자동 보크가 선언된다. 이 부분은 잠시 후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허점이 있다면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 이건 적응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에 더 가깝다. 우리는 강제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심판들이 따라줘야 한다. 투명하고 가차 없는 강제가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엡스타인의 말이다.
앞서 말한 더욱 가차 없는 새 피치 클락이 2022년 마이너리그에 도입되었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마이너리그 경기는 직전 시즌에 비해 26분 짧아졌다. 야구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남는 팬들도 늘어났다. 핫도그와 맥주는 오히려 더 많이 팔렸다. 야구계 고위 인사들도 경기가 더 짧아질 경우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규 팬들과 오래된 팬들 모두 이런 야구를 무조건적으로 반겼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와 같은 새로운 페이스가 ‘딱 적절하다’는 응답이 85%였다. 피치 타이머가 도입된 경기를 본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야구 팬들의 선호도도 같이 올라갔다.
“우리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꽤나 시간이 짧아진 반면 그 안에는 정확히 똑같은 분량의 액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팀들이 올린 점수, 기록한 안타 수가 같았다. 삼진이 조금 줄긴 했으니, 인플레이가 된 타구가 조금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 모든 일이 삼십 분 줄어든 경기 시간 안에 벌어졌다.” 소드의 말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간만큼 중요했다. 게임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팬들, 선수들, 야구계 인사들조차 이런 경기가 주는 느낌이 마음에 든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모든 게 더 산뜻하고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피치 타이머가 도입된 경기를 처음 봤을 때 이바네즈도 그런 인상을 받았다.
“난 정말 놀랐다. 나는 선수의 관점에서 경기를 본다. 선수로서 변화란 힘들다. 무엇이든 달라지는 게 생기면 우리로선 달갑지 않다.”
“하지만 딱 오 분 지켜보고 나자 ‘이건 새로운 게 아니야! 이건 옛날 식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브렛이 로열스에서, 레지 잭슨이 양키스에서 뛰던 때의 경기 페이스가 떠올랐다. 로베르토 알로마르와 폴 몰리터가 블루 제이스 선수였던 1990년대 초반이 생각났다. 경기가 예전처럼 막 움직였다.” 이바네즈의 말이다.
한편 MLB가 2023년에 사용할 피치 타이머는 조금 덜 엄격하다. 투수에겐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있을 때는 20초가 허용된다. 타자는 타석마다 타임아웃을 한 번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룰이 적용된 야구는 최근 10여 년간의 야구와는 극적으로 다른 모습이 될 것이 분명하다. MLB 임원들은 경기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거라고 확신한다. 오프시즌 동안 심판, 선수들과 대화하며 스프링 트레이닝 첫날부터 피치 클락이 전면 도입된다는 걸 모두 이해하도록 분명히 해뒀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경기 시간은 점수가 얼마나 나느냐, 안타가 몇 개나 연속해서 나오느냐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피치 클락이 경기 페이스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리라고 난 굳게 믿는다. 데드타임을 없애줄 것이다.” 맨프레드 총재의 말이다.
야구계 임원들은 러닝 커브(learning curve, 새로운 룰을 학습하는 데 드는 비용)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새 페이스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마이너리그에서 한 경험에 따르면 그랬다. 피치 타이머를 도입하고 나서 두 번째 주에는 경기당 평균 1.73회의 위반이 나왔는데 이건 너무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5주 차에는 절반으로 줄었다. 21주 차에는 평균 0.5회 미만으로 떨어졌다. NFL에서 나오는 경기 지연 페널티 횟수와 비슷했다.
“선수들은 적응할 것이다. 우린 운동선수다. 우리는 적응력을 타고났다. 우린 적응할 것이다. 사실 별로 오래 걸리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신시내티 레즈의 스타 플레이어 조이 보토의 말이다.
피치 클락에 반대하는 중요한 의견이 하나 더 있었다. 몇 년 동안 돌아다니는 연구 몇 개에 따르면 피치 클락은 투수의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소드에 따르면 MLB는 물론 이를 주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데이터에 따르면 오히려 부상이 조금이나마 감소했다고 한다. “피치 클락이 경기 시간을 꽤 단축시킬 거라는 데에 우린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다른 점들은 두고 봐야 한다.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환기에 말이 많을 텐데, 우리는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필요한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우린 성공을 자신한다. 모두 피치 클락을 좋아하고 사랑했다.”
RULE CHANGE 2 - 루의 베이스가 15인치 정사각형에서 18인치 정사각형으로 커진다.
“홈 플레이트와 1루 사이의 거리 90피트(약 27.432m)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완벽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레드 스미스(퓰리처상 수상 스포츠 작가)

아무도 이걸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시카고 컵스 사장 시절 테오 엡스타인을 매혹시켰던 퍼즐의 일부였다. 그건 야구계의 모든 사람이 계속 던지는 질문이었다. 타자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더 많이 만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MLB가 시행하는 모든 설문조사에 돌아오는 답은 다 똑같다. 팬들은 더 많은 액션을 원한다. 3루타, 2루타, 멋진 수비 플레이를 더 많이 보고 싶어 한다.
그렇게 되려면 타자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타자들은 야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적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삼진 수가 급증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조 시언 같은 이들은 이건 타자와는 별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들이 워낙 세게, 워낙 높은 회전수로 공을 뿌리니 타자로서는 반응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MLB가 찾아봐야 하는 것은 바로 투수를 제한할 방법이다.
그러나 엡스타인은 최근 몇 년 동안 타자들이 공을 그저 인플레이로 만들기보다는 홈런을 노리고 스윙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봤다. 홈런을 노린 스윙을 선택할 유인이 있었느냐는 것이고 나는 그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삼진이 더 많아진 이유일 수 있다.

롭 맨프레드 MLB 총재(좌)와 컨설턴트 테오 엡스타인이 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루 간의 거리가 좀 더 가깝다면 액션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내야 땅볼이 안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타자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더 많이 만들지 않을까? 성공 확률이 높아지니 도루 시도도 늘어날 것이다. 한 루 더 가려고 욕심내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루 간의 거리를 바꿀 수 없다는 건 엡스타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냥 베이스 크기를 좀 키워보면 어떻게 돼?” 한 친구가 엡스타인에게 물었다.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2023년에는 그게 현실이 된다. MLB 사람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봤던 경험을 토대로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플레이 타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다. 솔직히 실제로 도입된다고 해도 그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안전율이었다. 부상이 10~15%가량 줄었다. 선수들에게 공간을 좀 더 확보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난 좋다고 생각한다. 15인치 베이스는 이제 우리의 야구에서는 너무 작은 듯하다. 하지만 이게 경기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드의 말이다.
“이게 가장 작은 변화임은 분명하다.” 맨프레드의 말이다.
그러나 엡스타인은 희망적이다. 루 간의 거리가 4.5인치(약 11.4cm) 줄어들게 된다. 그게 대단치 않은 듯 보일지 몰라도, 당신은 그보다 더 짧은 거리 차로 주자가 아웃된 플레이를 여럿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맨프레드도 이 점은 인정한다. “야구는 몇 인치에 좌우되는 게임이라고 했다가, 몇 인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을 바꿀 수는 없다. 이 두 주장이 양립할 수는 없다.”
게다가 더 커진 베이스에 새로 도입된 견제구 제한을 합치면 2023년에는 베이스 훔치기가 화려하게 컴백할 거란 느낌이 강렬하게 든다. 소드는 이 조합으로 야구가 1980년대 중반처럼 모두들 죽어라 달리는 경기로 바뀌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루를 잘하는 선수들은 분명 새 룰을 잘 활용할 거라고 예상한다.
소드는 “대니얼 보겔백이 도루를 20개, 30개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보겔백은 메이저리그에서 도루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도루 1, 2위를 다투는 선수들은 다시 50, 60개의 도루를 기록할 것이다. 그런 기록이 나왔던 건 오래전이지만, 난 이게 야구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소드가 옳다. 한 시즌에 70개의 도루를 기록한 건 2009년의 저코비 엘즈버리가 마지막이었다. 2022년에는 존 버티가 41개로 메이저리그 도루왕이 되었고, 호르헤 마테오는 고작 35도루로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다. 리키 헨더슨이 부상을 입고 해럴드 레이놀즈가 60도루로 시즌을 마쳤던 1987년이 떠오른다. 레이놀즈는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였다. 다음날 핸더슨이 레이놀즈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이놀즈는 축하 인사를 예상했다.

ㄴ
“더 커진 베이스에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좀 더 열광하고 있는 듯하다. 그건 인정한다.” 엡스타인의 말이다. 그는 베이스가 커졌다고 당장 극적인 영향이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가 액션이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나가게 해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만약 루 간의 거리가 지금보다 5피트 더 줄어든다면, 삼진 당하는 데에는 엄청난 스티그마가 따를 것이고, 팀들은 인플레이 볼을 만들 수 있는 선수를 구할 것이다. 루 간의 거리가 5피트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몇 인치 가까워졌고, 언젠가 베이스 크기가 18인치에서 21인치로 늘어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는 이게 야구가 앞으로 나아갈 흥미로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RULE CHANGE 3 - 피치를 던졌을 때 내야수 네 명은 모두 내야 흙에 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며 2루 양쪽에 내야수가 두 명씩 있어야 한다.
“팀들이 나한테 저런 시프트를 쓴다면 난 우타를 할지도 모르겠다.” – 테드 윌리엄스(명예의 전당 헌액 타자)
문제는 ‘시프트 금지’다. 2023년의 룰 변화 세 가지 중 MLB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수비 시프트 금지다. 피치 타이머와 더 큰 베이스는 믿을 만한 마이너리그 데이터가 충분히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시프트를 많이 쓰지 않다 보니 이 데이터로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즉 어떻게 될지 그들도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진 못한다는 뜻이다. 모두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난 어떻게 흘러갈지 큰 흥미를 갖고 지켜볼 것이다. 마이너리그 코치와 타자들은 ‘우릴 믿어, 시프트가 없어지면 더 나은 타격 어프로치가 나올 거고, 공격이 많아질 거고, 투수들의 피칭도 달라질 거야’라고 말한다. 그들은 선순환을 예상했다.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기대는 품고 있다.” 소드의 말이다.
한편 액션에 전혀 영향이 없을 거라는 예측도 있고, 당겨 치는 타자들이 스윙을 더 크게 해서 삼진이 오히려 늘어날 거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구단들은 19세기부터 선수에 따라 수비 시프트를 써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클리블랜드의 감독 겸 유격수였던 루 부드로가 테드 윌리엄스를 상대로 내야수 네 명 전원을 포함한 야수 여섯 명을 오른쪽에 배치한 1946년부터였다. 이 시프트는 나중에 부드로 시프트로 알려지게 되는데, 윌리엄스는 처음 이 모습을 보았을 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촘촘한 시프트 쪽으로 공을 보내 아웃됐다. 다른 팀들도 윌리엄스를 상대로 수비 시프트를 펼쳤고, 존 업다이크가 뉴요커에 기고한 에세이의 고전 ‘보스턴 팬들이 테드 윌리엄스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다(Hub Fans Bid Kid Adieu)’에 썼듯, 이는 ‘그의 통산 타율을 1푼 5리 정도’ 깎아먹었다.

신시내티 레즈 1루수 조이 보토는 피치 클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린 운동선수다. 우리는 적응력을 타고났다.”
하지만 이건 공상 속의 야구 이야기에 가까웠다. 물론 커루, 그윈, 보그스 등이 필드 어디로든 라인드라이브와 뜬공을 쳐낼 수 있는 기술자였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치지 않았던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시프트가 걸렸을 때 필요한 타구, 즉 필드 왼쪽으로 가는 ‘땅볼’이었다.
“물론 난 물리학자는 아니다. 하지만 몸으로 바로 오는 공, 몸 쪽 공, 스트라이크 존 안 높은 공, 존 안쪽 공, 커터, 슬라이더 등 어떤 공이라도 다른 쪽으로 쳐내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건 피치에 대응하는 타격이 아니다.” 보토의 말이다.
“애초에 타격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위대한 타자들은 공을 마음먹은 방향으로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던져진 대로 쳤다.”
엡스타인도 동의한다. “반대 방향으로 땅볼을 치는 건 정말 어렵다. 특히 투수의 공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 요즘엔 더욱 어렵다. (수비를 하는) 타자들이 스스로 시프트를 없애지 않은 이유가 그거라고 난 생각한다.”
시프트 금지의 영향이 어떨지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새로운 셋업으로 야구 경기가 달라 보이긴 할 것이라고 모두 동의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10년 전, 20년 전, 50년 전의 야구와 아주 가까운 모습이 될 것이다. 유격수는 유격수 수비를 하고, 2루수는 2루수 수비를 하고, 쉽게 아웃이 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오른쪽 외야로 날리는 선수들은 없던 시절의 야구 말이다.
이 중 외야에서 아웃되는 라인드라이브가 줄어든다는 게 MLB로선 가장 기쁘다. 2018년부터 외야에 네 명을 두는 시프트(보통 2루수가 물러서서 우익수 앞을 보강한다)가 거의 600% 증가했다. 그리고 솔직히 외야수 네 명은 볼썽사납다. “물론 1루수 머리 위로 타구를 날렸는데 2루타는커녕 1루 진루도 못 하면 재미없다. 난 (시프트 금지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멘털이 달라질 것 같다. 이런 시프트로 큰 좌절을 겪는 선수들이 있고, 이들은 자기한테 세 명이 달라붙어 수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룰 변화가 타자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
MLB는 시프트 금지로 뛰어난 야수들이 멋진 수비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특히 2루수로선 좌타자가 타석에 섰을 때 커버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난 단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공격에 영향을 줄까? 난 그럴 거라고 믿지만,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봐야 사람들이 필드를 봤을 때 선수들의 위치가 자기가 어렸을 때 봐온 위치와 같은 것 아닌가. 그건 파울도 아니고, 해가 되지도 않는다.” 맨프레드의 말이다.

그건 해결하기 더욱 힘든 문제다. 지금은 구단들이 투수를 정말 많이 쓰고, 투수 모두가 언제나 전력을 다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은 모 아니면 도라는 접근 방식을 강제한다고 느낀다. 홈런과 삼진이 늘고, 인플레이되는 타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야구 경기에서 삼진보다 안타가 더 많이 나온다는 건 진리였다. 안타가 삼진의 두 배 이상 나오는 경기도 흔했다. 그러나 최근 너덧 해 동안에는 안타보다 삼진이 더 많았다. MLB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린 피치 클락이 플레이 페이스를 개선할 거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삼진에 대해서는 이와 비슷한 해결책이 없다. 단 한 가지 조치만으로 균형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여러 작은 변화들의 영향이 합쳐져서 이뤄질 거라 믿는다.” 소드의 말이다.
이 변화들이 이제 찾아올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엔 선수들을 포함한 노동조합이 있다. 맨프레드에 따르면 2022년 노사 갈등 기간 동안 내려진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선수와 경영진이 합동 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룰 변화를 고려하고, 대화를 나누고 실제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까지 야구에는 이와 비슷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어떤 모습의 변화일까? 아직 확언하기엔 이르지만, MLB는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 로진 백이 필요 없는 끈적임이 있는 새로운 공을 도입하는 것부터 심 색깔이 다른 공, 구원투수에 대한 제한, 스트라이크 존 자동화, 로스터에 넣을 수 있는 투수 수 제한까지, 모든 게 다 고려 대상이다.
이 중 마지막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도 있다. 2022년 6월에 MLB는 팀이 투수 13명 이상을 둘 수 없다는 룰을 만들었다. 선수협회가 허락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숫자는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투수가 줄어들면 구원투수도 적어지고 경기의 밸런스가 더 잘 맞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분명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MLB가 이제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야구가 저절로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난 지금이 야구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난 언제나 개막일을 기다린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올해만큼 개막전이 기다려진 해는 없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얼른 보고 싶다.”
어떤 변화가 생기든, 싫어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처음엔 싫어할 것이다. 이건 야구니까.

WHO’S THE WRITER?
조 포스난스키는 스포츠 미디어 명예의 전당을 포함한 총 다섯 기관에서 미국 최고의 스포츠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의 책 중 여섯 권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TV 작가이자 크리에이터인 마이클 슈어와 함께 ‘The PosCast’를 진행한다.
Credit
- WRITER JOE POSNANSKI
- PHOTOGRAPHER BEN ALSOP
- ART DESIGNER 주정화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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