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여름 스웨덴 쿵스레덴 트레킹 풍경.
오충석
가장 최근에 벌인 모험은? 작년 여름에 다녀온 스웨덴 쿵스레덴 트레킹.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에서 주최한 행사로 나흘간 스웨덴 북부 라플란드 산악지대의 120km 구간을 걷고 캠핑했는데, 휴대전화도 먹통이 되는 벽지에서 자연을 온전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모험이 있다면? 시간과 마음이 준비되는 대로 PCT(Pacific Crest Trail)의 일부 구간을 걸어보려고 계획 중이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길로, 총 4300km나 되는 어마어마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일부 구간들을 조금씩 도전해 전체 길을 이어보고 싶다. 지금껏 가장 모험 같았던 여행을 꼽는다면? 몇 해 전 자전거를 타고 7일을 달려 체코부터 영국까지 횡단하려는 사람들의 여정에 동행한 적이 있다. 나는 그들의 도전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간 것이었고 비록 취재차량에 탑승한 채였지만, 일정 내내 캠핑을 하고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자전거만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를 타고 유럽을 횡단했던 기억이 지금도 손에 꼽는 모험이다. 당신이 여행 가방에 꼭 챙기는 것은? 러닝화와 쇼츠. 출장이든 여행이든 새로운 도시에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 러닝을 한다. 보통 차량이나 열차로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머물고 있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고 느끼기는 힘든데, 발로 뛰면 그런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러너가 많은 도시에서 뛰다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활력 같은 게 다르기도 하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맛있는 음식, 또는 환상적인 풍경.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풍경에 아무 특색이 없어도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장엄한 풍경이 있다면 매끼 건조식만 먹어도 상관없다.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이면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 내륙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보는 일출은 ‘달에서 보는 지구만큼이나 특별하다’고 지인들에게 입이 닳도록 추천하고 있다. 반대로 누가 간다고 하든 뜯어말리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시드니 하버 브리지 등정. 아주 익사이팅한 경험을 상상하며 도전하는 것일 텐데, 실상은 줄 서서 다리를 건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비용은 한국 돈으로 30만원이 넘는다. 모험을 의도치 않았는데 모험이 된 여행이 있다면?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패키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행 중 한 명이 현지 가이드에게 ‘진짜 현지 음식을 체험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가 아는 유목민에게 전화를 걸어 실제 대가족이 생활하는 게르(몽골 유목민 거주 양식인 천막)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섭외해준 것이다. 즉석에서 잡은 염소로 만든 허르헉, 바로 짠 양젖을 대접받은 후 게르 앞을 산책하는데, 끝없이 펼쳐진 초원 저쪽 끝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하교하고 있었다. ‘진짜 몽골’에 비로소 들어온 느낌이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순간을 하나 꼽는다면? 10년 전쯤 아내와 오키나와 야가지섬의 캠프사이트에서 캠핑했을 때의 일이다. 3월 비수기의 해변에 캠퍼는 딱 우리밖에 없었는데, 저녁이 되고 간조가 되자 바다에 길이 생기며 해변 앞 50m쯤 떨어진 무인도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노을과 신비한 경험은 고스란히 아내와 나 둘만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영하 50℃에 달하는 겨울 아침의 몽골 홉스골 풍경과 추위를 달래기 위해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몽골인 친구 자화.
표현준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모험이 있다면? 한 해에도 몇 번씩 몽골로 향한다. 올해 여름에는 항가이산맥 해발 2000~3000m의 고원지대에 화산폭발로 생긴 8개의 호수 나이망을 여행할 예정이다. 고비나 초원에서 보기 힘든 시베리아 검은 나무와 편백나무 숲, 초원, 화산지형이 공존하는 나이망호수 주변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야영을 하며 카약, 트레킹 등 다양한 마이크로트립을 즐길 계획이다.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나는 도시 여행을 사랑했다. 낯선 여행지를 찾을 때마다 그들의 역사와 다른 생활 방식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고, 자연히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메가시티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호텔이 제공하는 편리성과 안락함을 좋아했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호텔 조식이었다. 그런데 2011년 몽골 여행 이후 도시 여행이 끝났다. 여행에서 돌아와 캠핑 문화를 접한 후, 어느새 도시 밖 풍경을 찾아 여행하게 된 것이다. 이제 호텔의 편리함보다 내 텐트, 침낭, 매트, 작은 의자와 테이블이 더 좋다. 그것만 있으면 어떤 풍경이든 나만의 거실로 만들 수 있으니까. 지금껏 가장 모험 같았던 여행을 꼽는다면? 2018년 어느 밤 몽골 오양가 초원 위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 적이 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는데, 문득 깨어보니 마치 기찻길 옆 방 안에 누워 있는 것처럼 무거운 흔들림이 등으로 전해졌다. 진동의 박자로 보건대 분명 커다란 짐승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두려웠지만 동시에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도 억누르기 힘들었다. 결국 1초에 0.5cm씩, 조심히 지퍼를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 야크 떼가 보였다. 내 텐트가 야크 무리의 행렬 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해변으로 몰려온 파도가 바위의 양쪽으로 갈라지듯 텐트 코앞에서 갈라져 지나쳐갔고, 나는 달빛이 야크의 부드러운 등허리 곡선 위에서 물결처럼 흔들리며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두근거림이 사실 같은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그때 깨달은 것 같다. 지금껏 가장 아찔했던 여행의 순간을 하나 꼽는다면? 지난가을 몽골 고비 여행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실종됐었다. 새벽 5시 반쯤 외투도 입지 않고 북쪽으로 걸어가는 걸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서둘러 드론 4대를 사방으로 보냈고 푸르공(몽골 특유의 운송수단인 오프로드 자동차) 4대가 주변을 헤집었다. 이흐가즈린출루는 일반적 몽골 초원과 달리 3~7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암벽이 솟아 있는 독특한 지형을 갖고 있다. 결국 실종 6시간 만에 일행을 찾긴 했는데, 그 1시간 동안 정말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기분이었다. 그는 새벽녘 자연 화장실을 찾아 일을 보다가 푸른 새벽 말들이 풀 뜯는 모습에 이끌려 걷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에 반해 방향을 옮겼고, 그렇게 계속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에 반해 넋 놓고 한참 걷다가 방향을 잃은 것이다. 결국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유목민 하나가 그를 구조했다. 유목민이 발견했을 때 그는 목이 말라 고드름을 떼어 씹어 먹고 있었다고 한다. 당신만의 절대적 안전수칙이 있다면? 주로 자연 여행을 즐기기 때문에, 늘 최악의 날씨 조건을 상정하고 준비를 한다. 매트와 침낭은 예상 기온보다도 5℃도 정도는 더 떨어트린 기준으로 챙긴다. 당신의 여행관을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해본다면? ‘아름다운 풍경은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뭐든 좀 더 쉽고 편리한 방안이 존재하게 된 시대지만 쉽지 않은 여정 뒤에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이 더욱 가치 있다는 뜻인데, 사실 이것도 몽골 속담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어떤 곳을 여행하든 꼭 하려고 하는 행위가 있다면? 자연 속에서 손발톱을 깎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여행 전에는 손발톱을 깎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하와이. 휴양, 쇼핑, 도심 여행, 자연 여행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 오하우도 좋지만 주변 섬도 꼭 가보시라 권한다. 가장 추천하는 곳은 빅아일랜드. 그곳에서 절대로 하지 말았으면 하는 종류의 여행은? 해 질 녘에는 식사도 공연도 무엇도 예정하지 말 것. 그냥 건물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볼 것.




베트남 해안도로 바이크 여행 중 마주친 무이네의 아침 바다.
조서형
가장 최근에 벌인 모험은? 이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 방콕까지 1700km가량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중이었다. 동남아시아의 더위가 절정이라는 3월이었고, 자전거로 한 첫 해외여행이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유형의 여행이었으니 내겐 그야말로 모험이었던 셈이다.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20대 때는 여행에 대한 무모한 도전, 낯선 제안이라면 무작정 받아들였다. 익숙하고 알려진 모든 것에 질색하고 피했으며, 어디를 가든 돈을 악착같이 아껴 썼다. 그게 진정한 모험가의 면모라고 여겼던 것 같다. 30대가 된 나는 이제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흔쾌히 돈을 쓴다. 그리고 어떤 제안이나 도전이든 철저한 고민을 거친다. 일도 해야 하고, 계획도 지켜야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이제 모든 제안과 도전에 뛰어들 만한 체력이 안 된다. 지금껏 가장 모험 같았던 여행을 꼽는다면? 친구와 함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오토바이로 여행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여행 직전에 친구가 버스 사고를 당했고, 결국 혼자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무이네 근처 사막에서는 기름이 떨어져 오토바이를 끌고 15km를 걸었고, 달랏 근처에서는 사고가 나서 동네 경찰서에서 찢어진 인중을 꿰매기도 했다. (경황이 없어 병원에 데려다달라는 말도 못 했다.) 남은 일정은 얼굴에 커다란 밴드를 붙이고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마무리해야 했다. 당신의 여행관을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해본다면? ‘일단 해보고.’ 어떤 곳을 여행하든 꼭 하려고 하는 행위가 있다면? 현지어를 배운다. 아무리 잠깐 머무르는 곳이라도 ‘안녕’ ‘고마워’ ‘미안해’ ‘맛있다’ ‘즐거워’ ‘하나, 둘, 셋’ ‘얼마야?’ 정도의 말은 배워둔다. 기왕이면 글로 쓰는 법까지. 물론 그런 걸로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내게는 그게 여행자로서 보일 수 있는 작은 예의 같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만날 사람이 있는 곳을 택한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딱히 만날 사람이 없다면 만들어낸다.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도 카우치서핑, 웜샤워, 인스타그램을 뒤져서 만나고 싶은 현지인을 찾았다.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여행을 자랑하거나 강요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여행지 추천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한 곳만 꼽는다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내 삶과 가장 동떨어진 느낌을 받은, 그래서 모든 날이 모험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모험을 의도치 않았는데 모험이 됐던 여행이 있다면? 핀란드 탐페레 여행. 대학교 졸업 무렵에 오토바이를 팔고 전세금까지 몽땅 유로로 환전해 유럽 여행을 떠났다. 헬싱키에 도착해 탐페레행 버스를 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해 전 재산이 든 돈봉투를 꺼내고는 그걸 화장실 안에 남겨둔 채 버스에 올라타버렸다. 그러니 탐페레에 머무는 내내 남겨진 두 달간의 북유럽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짜내야 했던 것이다. 결국 여행은 카우치서핑을 활용해 어찌어찌 마칠 수 있었다. 남들 다 우아하게 하는 유럽 여행을 복잡하고 심각하고 궁색하게 했지만, 그래도 그 경험을 계기로 현재 서울에서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고 있다. 멋진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도 만날 예정이라 그때 잃어버린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순간을 하나 꼽는다면? 아까 말한 베트남 여행에서 있었던 일. 사고가 나서 얼굴이 크게 붓고 밴드에 붕대까지 감고 다니니 사람들이 내 존재를 꺼림칙해하고 불편해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바나나와 우유 같은 것만 사 먹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며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얼굴이 왜 그러냐고. 이야기를 듣더니 그는 내 일기장을 줘보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돌려받은 일기장에는 행복한 표정을 한, 아주 작은 상처가 났을 뿐인 내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망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아주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스웨덴 칼스타드에서 야영한 후 맞은 아침.
김경국
가장 최근에 벌인 모험은? 나는 주로 부시크래프트(최소한의 장비로 최대한의 자연을 누린다는 기치의 캠핑 장르)라는 형태의 캠핑을 즐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하는 캠핑을 기획했는데, 작년에 스웨덴과 일본에서 현지 친구들과 자연을 만끽했던 경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스웨덴에서 카누를 타고 인적이 없는 곳까지 들어가 야영을 했던 기억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모험이 있다면? 주로 혼자 다양한 장소를 떠돌며 다양한 형태의 모험을 하는 것을 즐겼는데, 최근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올해 목표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캐러밴을 끌고 전국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현재도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캐러밴 여행을 하고 있다. 좀 더 먼 목표, 버킷리스트에 대해 얘기하자면 아이들이 컸을 때 함께 전 세계를 요트로 여행해보는 게 1번이다. 작년에 요트 면허를 따서 이제 요트를 장만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옛날에는 히말라야, 킬리만자로 같은 명소를 주로 찾았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야영하는 형태로 즐겼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물고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조용히 자연을 즐기고 나온다. 지금껏 가장 모험 같았던 여행을 꼽는다면? 북유럽은 노지 야영에 관대한 편이다. 그곳의 자연과 기후는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노르웨이로 백패킹을 갔는데, 분명 날씨를 비롯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했건만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 고생한 적이 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나무 한 점 없어 야영지를 찾는 데에만 몇 시간을 헤매고… 결국 그 험준한 돌산에서의 야영을 포기하고 복귀해 밤 늦게야 돌아왔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만의 절대적 안전수칙이 있다면? 어두워지면 무조건 이동을 멈추는 것. 그리고 음식 종류는 모두 꼼꼼히 래핑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굶주린 야생동물의 관심은 매우 불편하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당신의 여행관을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해본다면? ‘Go light, get more.’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를 얻는 것. 당신이 여행 가방에 꼭 챙기는 것은? 무조건 나이프. 심지어 업무 출장에도 나이프가 포함된 멀티툴은 꼭 챙긴다. 어디서나 유용하게 잘 쓰인다. 야영 여행에 꼭 챙기는 건 파라코드 같은 끈들. 활용 방식만 터득하면 어디서나 간단하게 야영지를 만들 수 있다.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노르웨이. 비록 날씨는 고약하지만 물과 산, 바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대자연 앞에 절로 두려움과 겸손한 마음이 생긴다. 그곳에서 절대로 하지 말았으면 하는 종류의 여행은? 자연에서 채집해 먹는 것. 정체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무엇도 먹지 말아야 하며 무엇이든 무조건 익혀 먹어야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당신만의 모험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일본 나가노 지역. 일본은 한국과 붙어 있지만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바로 옆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울창하다. 나무에 가려 한낮에도 밤인지 낮인지 헷갈리는 곳들도 있다. 그리고 그 아득한 숲속에서 혼자 모험을 하다 보면 이상한 자신감이 샘솟곤 한다. 두려움 끝에서 삶을 대하는 용기 같은 것이.





미국 오리건 스미스 록 전경.
조보현
가장 최근에 벌인 모험은? 지인들과 포천에서 철원을 넘는 각흘명성 종주를 했다. 길지 않은 산행이지만 백패킹 종주는 오랜만인 데다 근 몇 달 출장과 일로 바빠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좀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누구도 낙오하거나 다치지 않고 즐겁게 완주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모험이 있다면? 올해로 불혹을 맞아 친구와 함께 장기 백패킹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뉴질랜드, 스위스, 일본, 몽골 등 여러 지역을 고민하던 중 지금은 HBC 커피의 바리스타인 준엽 님이 최근 다녀왔다는 스웨덴 쿵스레덴으로 마음이 기운 상황이다. 당신의 여행 스타일은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반려견 아인이와 함께하게 되며 ‘반려견과의 여행’에 대해 좀 더 많이 고민해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사랑하는 자연을 즐기는 게 최우선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짧은 견생인 아인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1순위로 두고 계획을 짠달까. 자연히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매너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나와 아인이만의 규칙도 하나둘 생기고 있다. 지금껏 가장 모험 같았던 여행을 꼽는다면? 15년 전쯤 한동안 뉴질랜드에 살았는데, 그때의 모험들이 가장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체코인 친구와 함께했던 뉴질랜드 남섬 아벨 태즈먼의 카야킹 여행. 무턱대고 따라 나선 여행은 카약 하나를 빌려 6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노 하나에 의지해 나아가는 대모험이었고, 중간중간 작은 섬들에서 펭귄, 바다사자, 물개 같은 동물들도 마주치며 캠핑을 즐겼다. 당신의 여행관을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해본다면? ‘Pack your bags and leash up your best friend, life is not long enough as you think(가방을 싸고 베스트 프렌드의 목줄을 채워라, 삶은 생각만큼 길지 않으니까).’ 어떤 곳을 여행하든 꼭 하려고 하는 행위가 있다면? 첫 백패킹에서 일출을 보며 커피를 마신 경험이 내게는 정말 특별하게 남았다. 기가 막힌 운해(雲海) 풍경에 방금 내린 커피 맛이 겹쳐지는 순간은 잊을 수가 없는 법이니까. 이후로 어디를 가든 꼭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와 함께 일출을 보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모험을 의도치 않았는데 모험이 됐던 여행이 있다면? 미국 오리건주를 자동차로 여행하던 중 예정 밖의 숙박을 위해 들렀던 조그만 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침 산책 중에 우연히 만난 현지인 친구가 근처에 가볍게 오를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 여정이 오리건주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친구의 말과는 달리 종주에 6시간이나 걸리는 꽤 긴 코스였지만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장관이 계속 펼쳐졌으니까. 누군가 포틀랜드나 오리건주를 여행한다고 하면 내가 만사 제치고 스미스 록에 들를 것을 추천하는 이유다. 당신의 여행 스타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까 말한 체코인 친구 다니엘 프라다. 자연에 아무 관심도 없는 나를 데리고 다니며 자연의 경이를 알려줬고, 특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태도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 지금껏 본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스웨덴 키루나에서 봤던 오로라. 아무래도 평소 볼 수 없는 가장 이국적인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노르웨이에서도 오로라를 본 적이 있지만 키루나 쪽이 훨씬 선명했고, 그리고 오로라는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게 좋더라. 가장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순간을 하나 꼽는다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백패킹을 하면 늘 힘든 산행으로 지쳐 텐트 안에 쓰러져 잠들기 마련인데, 아침에 일어나면 아인이는 항상 먼저 일어나 나를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무엇도 필요 없을 정도로 행복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