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EQE SUV와 마이바흐 전기차가 보여준 벤츠의 미래
135년간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켜온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뛰어난 승차감과 멋진 디자인은 기본이다. 이제 그들은 지속가능성과 효율까지 갖춰야 진정한 럭셔리라고 말한다. EQE SUV와 마이바흐 EQS SUV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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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은 오래된 도시다.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긴 강인 티구스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며 지중해에서 빠져나와 북해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다. 리스본에서 바라본 티구스강은 폭이 10km가 넘어 언뜻 보기엔 바다처럼 보인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덕에 리스본은 로마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BC 200년 무렵부터 무역도시로 성장했으며 13세기 중엽, 수도로 지정된 후 약 800년간 포르투갈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려한 타일로 장식한 알록달록한 집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노란색 트램이 리스본의 상징이다.
트램과 사람, 자동차가 함께 지나다니는 좁은 골목을 마주했을 때 옆자리에 앉은 기자에게 “지나갈 수 있겠죠?”라고 물었고 그는 “글쎄요. 내려서 한번 봐야겠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어느새 EQE SUV의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리스본의 시가지 도로 대부분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다. 그나마도 아스팔트가 아니라 편평한 돌이나 벽돌을 깔아 만든 길이 많아 승차감도 고르지 않다. 곧고 넓게 뻗은 광화문 앞 왕복 8차선 도로가 그리웠지만, 도리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EQE SUV는 염려와 달리 리스본의 좁고 복잡한 구시가지 길을 보기 좋게 빠져나갔다. 비결은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에어매틱’이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차가 저속으로 달릴 때 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최대 10도까지 뒷바퀴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차의 휠베이스가 짧아져 보다 민첩하게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다. EQE SUV의 경우 리어 액슬 스티어링 덕에 회전반경이 12.3m에서 10.5m로 줄었는데 이는 소형 해치백인 A클래스의 회전반경과 비슷한 수치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차체를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에 도움을 줬다면, 에어매틱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충격을 최대한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자식 가변 댐핑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을 결합한 하체 세팅을 에어매틱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자갈밭을 지나갈 때 에어 서스펜션을 이용해 차체를 살짝 높이거나 댐퍼의 감쇄력을 덜 단단하게 바꾸어 자잘한 충격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는 식이다.
고속도로에 올라섰을 땐 놀랍도록 정숙하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으니 조용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오르면 내연기관 차에선 엔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바람 소리나 타이어 마찰음이 운전자의 귀를 괴롭힌다. 몇몇 보급형 전기차는 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낼 정도다. EQE SUV는 다르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막기 위해 휠 하우스 안쪽을 꼼꼼하게 틀어막았다. 또한 내연기관에 익숙한 사람이 처음 전기차를 타더라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린 브리즈(Serene Breeze)’라는 새로운 전기차 전용 사운드를 탑재했다. UFO에서 날 것만 같은 인위적인 기계음이 아니라 묵직한 소리를 낸다.
개인적으로 EQE SUV를 운전하며 감탄한던 대목은 회생제동이 무척 자연스럽게 작동했다는 점이다. 여태껏 경험해본 전기차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QE SUV는 회생제동을 4단계(D+, D, D-, D오토)로 구분한다. D-로 설정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일상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생제동이 강하게 개입한다. 반대로 D+는 회생제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인텔리전트 회생제동이라고도 불리는 D오토는 내비게이션과 카메라를 이용해 도로 전방 상황을 확인해 회생제동 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어두운 밤, 운전자 시야에는 코너가 보이지 않더라도 EQE SUV는 미리 회생제동 정도를 높여 감속에 유리하도록 유도한다는 이야기다.
“운전자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길 꺼리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회생제동이 만드는 이질적인 승차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티모 하트스톡(Timo Hartstock) EV 아키텍처 디렉터가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회생제동이 가장 센 D-로 달렸을 때 회생제동으로 얻는 에너지가 가장 높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주행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자체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D오토로 달렸을 때 오히려 효율이 더 좋았습니다.”


MERCEDES-BENZ EQE 500 SUV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405마력
최대 토크 87.4kg·m
가속력(0→100km/h) 4.9초
주행 가능 거리 552km(WLPT 기준)
가격(VAT 포함) TBA

올라운더를 표방하는 EQE SUV는 오프로드도 문제없다.
EFFICIENCY, EFFICIENCY, EFFICIENCY
전기차와 효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여전히 많은 운전는 새로운 전기차가 출시됐을 때 “그래서 한 번 충전하면 얼마나 달릴 수 있는데요?”라고 물으니 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EQE SUV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시승을 하고 질문을 주고받는 내내 ‘효율’이라는 단어를 적어도 100번쯤 들었다. EQE SUV가 EU에서 사용하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WLPT) 기준 최대 596km의 긴 주행거리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DCU’와 ‘히트펌프’ 그리고 개선된 ‘에어로다이내믹’에 있다.
EQE SUV AWD(All Whell Drive) 모델은 2개의 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각각 장착되어 있는데 DCU(Disconnect Unit)는 그중 전륜 모터에 결합되어 있는 장치다. “성인 남성 주먹 크기만 한 조그만 장치가 EQE SUV의 주행거리를 약 6% 향상시켰습니다. 많은 제조사가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놀라운 기술이 아닐 수 없죠.” EQ 플랫폼의 기술 매니저 미하엘 바이스(Michael Weiss)의 말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네 바퀴로 달릴 때보다 두 바퀴로 달릴 때 에너지가 덜 든다는 점을 이용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전륜의 개입을 차단하고 후륜으로만 주행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고작 0.2초 만에 작동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DCU가 작동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한다. 흥미로운 건, 전자신호만으로도 앞뒤 전기모터를 제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장치를 장착했다는 점이다. 이에 미하엘은 “(전자제어만으로 제어하는 것)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는 물성을 지닌 기계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동력을 붙였다가 떼었다가 하는 DCU 방식의 기술적 완성도가 더 높다는 게 우리의 결론입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히트펌프(Heat Pump)다. 히트펌프란 전기차의 배터리와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자동차 실내를 따뜻하게 데우는 기능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EVA2 플랫폼 전기차 중 처음으로 EQE SUV에 히트펌프 장치를 적용했다. 히트펌프가 없는 전기차의 경우 추운 겨울 히터를 작동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EQE SUV는 그럴 염려가 없다는 뜻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히트펌프를 적용해 최대 10%의 주행거리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히트펌프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아니다. 현대기아, 폴스타 등 이미 여러 전기차 모델이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비교적 뒤늦게 메르세데스-벤츠가 히트펌프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된 브랜드 철학이죠. 지금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기술적 수치를 전부 나열할 순 없지만, EQE SUV에 적용된 히트펌프는 그 어떤 히트펌프보다 뛰어나다는 걸 자부합니다. 덕분에 10%의 배터리 효율 향상을 실현했고요.” EQE SUV 제품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로라 세머(Laura Semer)의 말이다.
마지막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랑하는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다. 1930년대부터 거대한 프로펠러를 이용해 차에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테스트를 거듭해온 그들은 매번 자신들이 세운 양산차 최저 ‘항력계수(Coefficient Drag)’를 갱신해왔다. 2021년 등장한 EQS가 ‘0.20cd’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통 항력계수가 10% 낮아지면 연료효율이 3~5% 늘어난다. EQE SUV의 항력계수는 0.25cd다. 2016년 출시된 E클래스 쿠페와 2018년의 A클래스 해치백이 0.25cd였으니 SUV치고 훌륭한 수치라 할 수 있다. 항력계수를 낮춘 공신들을 찾기 위해선 EQE SUV의 차체를 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향상된 공기역학적 성능의 비결로 10여 개의 부품을 소개했지만, 대부분은 차를 들어 올리기 전엔 보기 어려운 차체 하부에 집중되어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 몇 개만 소개하면 이렇다. EQE SUV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면 리어램프 윗부분이 2cm 정도 볼록 튀어나와 있다. 루프라인도 트렁크 창문과 맞닿는 부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5cm가량 더 이어진다. 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와류가 차체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장치다. 10가지나 되는 다양한 디자인의 ‘에어로다이내믹 휠’과 사이드미러에 가로로 길게 파인 홈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메르세데스-벤츠만의 소소한 디테일이다. DCU, 히트펌프 그리고 각종 에어로다이내믹 부품들은 추후 출시될 EQ 라인업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핀스트라이프 슈트에서 영감을 받은 프런트 그릴 안에는 카메라 같은 각종 안전 편의장치가 숨어 있다.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653마력
최대 토크 96.8kg·m
가속력(0→100km/h) 4.4초
주행 가능 거리 600km(자사 기준)
가격(VAT 포함) TBA
WELCOME TO BEYOND
“귀찮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철저한 보안을 위해서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이 차를 만든 저도 예외는 아니죠.” 마이바흐의 첫 번째 전기차를 공개하는 자리에 앞서 입장객이 가진 모든 전자기기를 확인한 후 렌즈마다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직원을 가리키며 EV 아키텍처 디렉터인 티모 하트스톡(Timo Hartstock)이 건넨 말이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 차는 분명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요. 장담컨대, 놀라게 될 겁니다.”
마이바흐라는 브랜드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 마이바흐는 1919년 카를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 차체를 이용해 고급차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 카를 마이바흐는 카를 벤츠, 고틀리프 다임러와 함께 초창기 메르세데스-벤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빌헬름 마이바흐의 아들이다. 1930년대, 마이바흐는 고급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3대 명차로 꼽혔으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경영 부진의 이유로 1941년 생산을 중단했다. 잊히는 듯했던 마이바흐를 부활시킨 게 지금의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다. 현재 마이바흐는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의 꼭대기를 맡고 있는 S클래스와 GLS 중에서도 제일 비싼 트림에만 그 이름이 쓰인다.
마이바흐 EQS SUV는 EQS SUV를 기반으로 했지만, 한결 고급스럽다. 여기서 고급스럽다는 말의 의미는 비싼 가죽이나 크리스털을 차에 둘렀다는 뜻이 아니다. 마이바흐 오너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게 핵심이다. 마이바흐 주행 프로그램이 그 예다. 속도를 높이고 방지턱을 넘고 코너를 돌아 나가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은 수많은 주행 상황에서 마이바흐 모드는 뒷자리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은 소음조차 틀어막기 위해 개발팀은 뒷좌석 등받이 상단부터 트렁크를 지나 차체 하부까지 ‘ARTICO’라는 인조가죽을 씌웠으며 차음에 유리한 이중 접합유리와 단열재를 추가로 보충했다.
“마이바흐를 구매하는 고객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글로벌 총괄 다니엘 레스코우(Daniel Lescow)의 말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과거와 달리 요즘 오너들은 자신들이 타는 차가 마이바흐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이바흐 EQS SUV 차체 곳곳에 마이바흐 엠블럼이 가득하다. 프런트 그릴 옆 에어 인테이크를 수십 개의 엠블럼으로 장식한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참고로 알파벳 M을 겹쳐놓은 마이바흐의 엠블럼은 ‘마이바흐 매뉴팩처(Maybach Manufacture)’를 의미한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최초로 인테리어에 ‘베지터블 탠 가죽’을 사용했는데 이것 역시 마이바흐가 지향하는 새로운 럭셔리다. “마이바흐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기후환경에 대해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식물성 원료를 활용했죠. 부드러운 질감과 내구성이 뛰어난 건 물론입니다.” 브랜드 인식 및 지속가능성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율리아 라이츠너(Julia Raizner)의 설명이다. 마이바흐 EQS SUV는 올 3/4분기 북미 시장에서 첫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는 2024년 1분기로 예상된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 메르세데스-벤츠
- ART DESIGNER 최지훈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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