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FFANY LANDMARK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오드리 헵번이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으며 티파니 매장을 들여다보던 영화의 오프닝. 티파니 5번가 매장은 이미 그 이전에도 뉴욕을 상징하는 부티크였으나, 영화 흥행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얼리 매장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28일, 티파니의 뉴욕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롭게 태어났다. 장장 4년간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1980년에 3개 층을 증축하는 리뉴얼을 한 차례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토록 전면적인 개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매장의 이름은 랜드마크. 이름처럼 상징적인 입지와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티파니의 포부를 드러낸다. 이번 리노베이션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와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이끄는 실내 건축사무소 OMA가 참여했다. 회전문 위의 아틀라스 조각상과 대형 시계, 오드리 헵번이 들여다보던 쇼윈도 등 역사적인 외관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내부는 티파니의 과거와 미래, 클래식한 디자인과 현대적인 주얼리 등 상반되는 요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슬럼프 유리와 곡선이 돋보이는 벽으로 1980년에 증축한 공간을 탈바꿈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육중한 회전문을 밀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창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주얼리 쇼케이스와 정교한 LED 디스플레이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중앙에 자리 잡은 천창은 영국의 건축가 휴 뒤턴(Hugh Dutton)의 작품 다이아몬드 스카이라이트(Diamond Skylight). 22피트에 달하는 이 조명은 보석 세팅처럼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티파니의 유산을 상징한다. 또 눈길을 사로잡은 건 양쪽 벽을 채운 거대한 아치형 거울. 총 3300여 개 픽셀의 LED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센트럴 파크와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전경을 투영하는 이 거울은 방문객을 순식간에 뉴욕의 경관 속으로 몰입시켰다. 초창기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상케 하는 1940년대 디자인의 쪽마루 나무 바닥, 아틀라스 상과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티파니 시계 역시 메인 플로어에서 놓칠 수 없는 세부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층으로 올라오니 본격적인 티파니 컬렉션이 펼쳐졌다. 각 층마다 다른 제품군을 진열해 티파니의 방대한 컬렉션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이 층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 건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이 만든 아를의 비너스(Bronze Eroded Venus of Arles)다. 12피트 높이의 이 거대한 브론즈 조각상을 중심으로 나선형 계단이 뻗어 올라가는데, 엘사 페레티(Elsa Peretti)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털 장식 계단은 8층까지 길게 이어지며 각 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3층의 테마는 러브 앤 인게이지먼트 (Love & Engagement). 웨딩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실크, 새틴 소재와 곡선으로 이루어진 패널 벽이 다양한 인게이지먼트 링과 조화를 이루며 우아함을 강조했다. 티파니의 아이코닉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4층 중앙에는 장 슐륑베르제(Jean Schlumberger)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샹들리에가, 티파니 T, 하드웨어, 락 컬렉션은 엘사 페레티 팔로마 피카소 디자이너 갤러리 공간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실버 컬렉션과 새로운 가죽 및 액세서리 아이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5층을 지나 6층에 올라서면 라이프스타일과 카페 존이 나타났다. 홈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렌 산토 도밍고(Lauren Santo Domingo)가 선보이는 새로운 홈&액세서리 컬렉션과 베이비 컬렉션은 티파니의 디자인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뉴욕의 미쉐린 스타 셰프 다니엘 불뤼(Daniel Boulud)가 운영하는 블루박스 카페는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7층은 진귀한 하이 주얼리와 시계를 위한 공간. 주얼리 피스를 돋보이게 하는 유리관 형식의 디스플레이가 배치되었고, 한켠에는 파텍 필립과의 오랜 파트너십을 기리는 파텍 필립 살롱까지 마련해놓았다. 티파니의 특별한 고객들을 맞이할 수 있도록 8층과 9층은 갤러리와 테라스 공간으로, 10층은 프라이빗 클럽으로 준비한 점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었다. 결국 1층부터 10층까지, 티파니 랜드마크를 둘러보는 데 만도 한참이 걸렸다. 스토어의 방대한 규모 때문이기도 했지만, 희귀한 피스들과 곳곳에 배치된 예술 작품, 매장의 정교한 디스플레이와 마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랜드마크’라는 이름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티파니 랜드마크는 단순한 건물이나 매장이 아니라 어떤 이정표에 가까웠다. 뉴욕에서 이들이 갖고 있는 입지를, 티파니라는 이름의 가치를,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보여주는 명백한 이정표.
EVENTS FOR REOPENING 랜드마크의 성대한 리오프닝을 위한 여러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 시작은 리본 커팅식. CEO 안토니 레드로(Anthony Ledro)와 프로덕트&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알렉상드르 아르노(Alexandre Arnault), 하우스 앰배서더 갤 가돗(Gal Gadot)이 함께 티파니 블루 리본을 자르며 랜드마크의 공식적인 리오프닝을 선언했다. 당연히 밤에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티파니 랜드마크가 위치한 피프스 애비뉴와 이스트 57번가 교차로에는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하우스 앰배서더인 BTS 지민, 지코, 갤 가돗, 헤일리 비버, 퍼렐 윌리엄스, 안야 테일러 조이, 플로렌스 퓨를 비롯해 티파니 프렌즈인 이정재, 제이콥 엘로디, 마이클 B. 조던 등 내로라하는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라디오 시티 로켓(Radio City Rockettes)의 무대로 후끈 달아오른 파티는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공연과 함께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뒤이어 그녀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크 론슨(Mark Ronson)의 DJ도 이어졌다. 넘치는 술과 흥겨운 음악,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이것이 세기의 이벤트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 밤 뉴욕의 주인공은 여지없이 티파니였다. →
INTERVIEW 티파니 제품&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 알렉상드르 아르노(Alexandre Arnault)와 나눈 짧은 인터뷰.
82년 만에 뉴욕 5번가 매장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티파니 랜드마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선사하고 싶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전통, 예술성과 장인정신,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아우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길 원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4년이라는 시간을 들였고 설계부터 디자인,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매장에 들어서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랜드마크는 티파니가 표방하는 모든 것의 종착지다.
이 매장은 이름처럼 ‘랜드마크’다운 위상을 보여준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티파니 5번가 매장은 리노베이션 전에도 이미 뉴욕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그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랜드마크는 티파니의 방대한 헤리티지를 기리는 동시에 브랜드의 미래까지 보여주는 곳이어야 했다. 과거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역사적인 파사드는 그대로 보존했고, 내부는 피터 마리노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되었다.
다른 티파니 매장의 콘셉트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도 있는가?
물론이다. 티파니는 현존하는 브랜드 가운데 가장 정교하고 독창적인 피스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랜드마크 역시 최고 수준의 디테일과 정교한 장인정신을 구현한다. 랜드마크는 앞으로 티파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청사진 역할을 할 것이다.
1층을 둘러보다 보니 매장 안쪽에 유난히 돋보이는 두 점의 주얼리 피스가 있었다.
커다란 다이아몬드 네크리스는 티파니 106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100캐럿 넘는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하이 주얼리 피스로 전설적인 티파니 다이아몬드의 비율을 반영한다. 또 다른 작품은 2021년 티파니 아카이브로 포함된 메두사 펜던트다. 루이 컴포트 티파니의 창의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피스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루이 컴포트 티파니의 디자인이기도 하다. 오팔, 데만토이트 가넷, 사파이어, 루비 같은 다양한 원석을 사용해 매혹적인 컬러를 자랑한다.
랜드마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있나?
맞다. 랜드마크 리오프닝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일단 티파니 57 컬렉션으로 선보이는 다이아몬드 워치가 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원형과 티파니 아카이브 포켓 워치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계는 총 27캐럿 이상의 혼합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두 종류의 유니언 스퀘어 워치도 있다. 모두 케이스백에 랜드마크 매장이 인그레이빙되어 있으며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과 일반 버전으로 각 100점씩 한정 생산했다. 이 밖에 라지 사이즈와 화이트 피니시로 새롭게 선보이는 엘사 페레티의 본 커프, 뒷면에 ‘Please Return to 727 Fifth Avenue’ 문구를 인그레이빙한 리턴 투 티파니 브레이슬릿, 스털링 실버 아이템을 담은 다니엘 아샴 툴 박스 등 다양한 랜드마크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마련했다.
매장을 둘러보니 곳곳에 설치된 예술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나?
우리는 피터 마리노와 함께 40개의 독특한 작품을 랜드마크 안에서 선보였다. 다니엘 아샴의 조각상과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의 페인팅,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벽지 등을 비롯해 제니 홀저(Jenny Holzer),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 애나 웨이언트(Anna Weyant)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티파니가 의뢰한 오리지널 작품 또한 포함되어 있다.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티파니는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어떤 점을 차별화하고 있나?
최근에는 영향력 있는 캠페인과 예상을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에 힘을 쏟고 있다. 덕분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면서, 브랜드를 좀 더 확장할 수 있었다.
확실히 요즘 슈프림, 나이키, 다니엘 아샴과의 협업 등 신선한 행보도 눈에 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티파니를 흥미롭고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 최근의 협업 프로젝트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도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티파니는 창립 이래 럭셔리 주얼리 비즈니스의 선구자였다. 오늘날 진정한 아메리칸 럭셔리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브랜드는 티파니가 유일하다. 티파니는 항상 혁신적인 디자인과 장인정신 그리고 탁월한 창의성을 선보여왔다. 그렇기 때문에 티파니 블루는 단순히 컬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
랜드마크 리오프닝 리미티드 에디션 1 100피스 한정 생산하는 유니언 스퀘어 워치.
2 리턴 투 티파니 실버 브레이슬릿.
3 티파니 57 다이아몬드 워치.
4 자, 줄자, 펜, 카라비너 등으로 구성한 다니엘 아샴 툴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