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캡틴 로켓'의 장대한 역사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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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몰랐던 '캡틴 로켓'의 장대한 역사

최지훈 BY 최지훈 2023.05.31
 

CAPTAIN ROCKET 

로켓 라쿤이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정의 일단락을 완성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어엿한 브레인 로켓이 처음 마블 코믹스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6년 여름이다. 〈마블 프리뷰 #7〉에 실린 한 만화에서 로켓은 ‘록키’라는 별명으로 등장해 주인공과 함께 ‘위치월드’라는 미스터리어스한 행성의 거대한 괴물 나무를 파괴하는 데 일조한다. 물론 단역이다. 마블 코믹스를 사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페이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리 많은 컷에 등장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도 로켓은 여러 번 등장하긴 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더 인크레더블 헐크 #271〉을 포함해 10여 권의 책에 등장했다. 1985년에는 4편짜리 시리즈의 단독 주인공을 맡기는 했다. 이 단독 시리즈에서 로켓 라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개조당한 동물 친구들을 이끌고 머나먼 우주로 탈출하는 영웅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의 방대하고, 복잡하고, 연속성 없는 서사의 혼돈 속에서 로켓 라쿤은 그저 너구리일 뿐이었고 그렇게 잊혔다. 마블의 유니버스가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정돈되어 21세기 성서의 형태로 스크린 위에 고정될 때, 그가 하나의 큰 축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1〉에서 로켓은 스타 로드의 오른팔로 부활했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세상 모든 걸 증오하거나 증오하는 척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삐딱한 적개심을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고는 참지 못하는 로켓은 우리 모두가 가슴 한편에 숨겨두고 사는 사춘기 때쟁이의 가장 귀엽고 멋진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로켓을 생각하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욘두가 떠오른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2〉에서 라바저스 테이저페이스 파의 반란으로 욘두와 감옥에 갇힌 로켓은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던 중 웃고 있는 욘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누런 이빨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졌어”라고. 욘두의 반응도 기가 막히다. “너 프로페셔널 애스홀이냐?” 욘두만큼 로켓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너에 대해서 난 다 알아. 넌 인정머리 없고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겁쟁이지. 누구든 잘 해주면 자꾸 밀어내. 사랑받으면 허무함을 느끼니까. 널 만든 과학자들은 너한테는 아무 관심이 없었어. 어린 나를 팔아치운 내 부모와 똑같았지. 난 널 알아. 넌 나니까.”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은 왼쪽 가슴을 주먹으로 두 번 쳐보자.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3〉에서 우리는 “날 절대 너구리라고 부르지 마”라고 외치던 로켓의 정체를 알게 됐고, 그가 캡틴의 자리에 서는 걸 목격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당신이 늦지 않게 극장에서 봐야 할 것은 약 50년 전에 태어난,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성격 고약하고 하찮은 너구리가 사랑을 받아들일 줄 아는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격정의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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