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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뮤지컬'의 존재도 몰랐던 김히어라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범죄 조직 수장 용사장, 탈북자 계향심, 마약중독자 이사라, 절대악 겔리 버허드, 사랑을 추구하며 투쟁한 화가 프리다 칼로까지. 김히어라가 이렇게나 다양한 캐릭터를 다양한 모습으로 열심히 재현해내는 이유는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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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래 <더 글로리> 끝나고 보기로 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됐네요. 몸은 좀 괜찮아요?
살면서 가장 아파본 경험이었어요. 아직 다 낫진 않았지만,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반가워요. 아까 촬영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 열심히 먹어가면서 회복 중이에요.
원주 출신이더라고요. 저도 강원도 사람이라 꼭 만나고 싶었어요.
어머! 너무 좋다. 어디세요?
강릉이요.
강원도가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딴 거잖아요. 강원도, 특히 강릉 원주, 최고입니다.(웃음)
서울에서 만난 강릉이나 원주 출신들은 다 그 얘기를 해요.(웃음) 다들 강원도 출신이라고 하면 잘 안 믿죠?
이국적으로 생겨서 그런지, 다들 아닐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많이들 강원도 하면 감자, 옥수수 같은 구수하고 토속적인 것들을 떠올리시잖아요. 오늘 화보와 인터뷰를 통해서 강원도의 이미지가 바뀌길 바라봅니다.(웃음)
강원도 홍보대사 가봅시다.(웃음) 쇼트커트가 정말 잘 어울려요. 역할 때문에 하게 된 거죠?
맞아요. <경이로운 소문> 시즌2를 준비하면서 머리를 싹둑 잘랐어요.

옐로 롱 원피스 가브리엘라 허스트. 이어링, 브레이슬릿 모두 케이비케이.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경이로운 소문>의 겔리 버허드는 ‘절대악’이라는 설정이에요. 그런데 사실 <더 글로리>의 이사라도 절대악까지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아주 나쁜 인물이었잖아요. 연달아 악역을 맡게 된 건데, 이사라와 겔리 버허드 사이 가장 차이를 두려고 한 부분은 어떤 거였나요?
<경이로운 소문>을 찍을 때에는 판타지라는 점에 의미를 좀 더 뒀어요. 사라는 진짜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나쁜 사람인 데 반해, 겔리의 경우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빌런’이라는 점에 집중했죠. 처음부터 그런 차이에 집중한 건 아니었어요. 겔리를 비롯한 악당 친구들이 하는 행동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보니,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굉장히 고민했죠. 대본으로 봐서는 납득이 잘 안 갔거든요.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조카가 웹툰 <경이로운 소문>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거예요. 조카랑 같이 <경이로운 소문>을 읽는데 ‘아,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어떤 ‘감’이 오더라고요. 겔리를 연기할 때는 사람이 아닌, 초현실적인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을 살리고자 했어요.
겔리는 외국인이에요. 아까도 말했듯 이국적인 외모라 극 중 외국인이라는 설정이 크게 이상해 보이진 않는데, 배우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면서는 여러 에피소드를 겪었을 것 같아요. 이름도 특이하잖아요.
이름은 순우리말인데, 초등학생 때는 외국 이름이냐, 혼혈이냐 등등 놀림을 많이 당했어요. 지금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랐잖아요. 그런데 엄마랑 이모들, 언니까지 다 이렇게 생겼거든요. 집에 와서 속상했다고 하면 엄마도 언니도 위로는커녕 ‘나 때는 튀기라고 했는데 많이 순화됐다~’라는 반응을…(웃음)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유쾌한데요.(웃음)
화목했어요. 저랑 언니가 다섯 살 차이, 남동생이랑 제가 네 살 차이라 터울이 큰 영향이 좀 있었고요. 혈액형별로 성격이 다르다는 게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혈액형도 다르고 성격도 다 차이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화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죠. 지금도 다 같이 집에서 저녁밥 먹으면 3시간씩 수다 떨다가 대강 치워놓고 같이 거실에 자리 깔고 누워서 계속 깔깔대고 그래요.
히어라 씨가 이름을 알린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공개된 바가 없던데, 어땠어요?
좀… 산만한 아이.(웃음) 초등학생 때 일기 써 가면 선생님들이 코멘트를 남겨주시잖아요. ‘너는 다 좋은데, 하나에 집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단다’라는 내용이 가장 많았어요. 그 와중에 할 말은 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산만한데 말은 많았으니, 선생님들이 꽤 애먹으셨을 거예요. 그래도 미워하진 않으셨던 것 같아요. 혼내시고 나서는 “아휴, 쟤는 정말 잘될 거다” 이러면서 웃어넘기시곤 했으니까요. 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웃음)
산만한데 당돌한 아이였군요.
부모님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왜?’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렸죠. 중학생 때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셨는데 제가 이렇게 따졌어요. 중고등학생 때 계속 공부하라고 하는데, 대학생 때도 학점 때문에 공부하고 취업 준비도 해야 한다더라. 또 취업하면 엄마 아빠만 봐도 회사가 바빠서 못 노는데, 그럼 난 언제 노느냐고요. 엄마가 정말 당황해하셨어요. 그러면서 “하긴, 회사 다니면 정말 놀 시간 없어. 지금 놀긴 놀아야겠다”라면서 제 여가를 보장해주셨죠.(웃음) 그런데 이것도 부모님이 제 이야기를 다 잘 들어주시고,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같이 대화를 하는 과정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이름의 뜻을 묻는 질문을 380만 번 받았다고 해서 그건 안 묻고, 대신 별명 얘기를 해볼게요. 이름에서 비롯된 1차원적 별명이 많았죠?
엄청 많았죠. 제일 많이 들은 건 ‘히드라’였고요. 제가 초등학생 때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생겨서 남자애들이 맨날 “히드라, 침 뱉어봐”라고 놀리곤 했어요. 또 몇몇 좋은 선생님들은 ‘히어로’라고 불러주셨고요. 저희 아빠 친구분들이 되게 유치한데, 지금도 저더러 ‘까매라’라고 불러요. ‘어이 김까매라’ 이렇게요.(웃음) 이름 말고 외적인 모습 때문에 붙은 별명은 유령 신부. 눈이 큰데 퀭해서 그랬나 봐요.

블라우스, 스커트 모두 자크뮈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타사키.
독특한 이름을 가진 게 배우로서는 큰 장점일 텐데, 배우가 되라고 지어준 이름은 아닐 거잖아요. 나름 고충도 있었을 텐데요.
어릴 땐 놀림도 많이 당했고, 커서는 어딜 가도 튀는 게 너무 싫었어요. 사생활 보호도 잘 안 되거든요. 제가 오디션을 봤다는 사실을 말도 안 했는데 주변 모두가 알고 있는 거예요. 맨날 명단에 ‘김X어라’라고 혼자 한 글자 삐져나와서 적혀 있으니까요. “걔 그 오디션 봤던데? 안 하는 거 보니 떨어졌나 보네” 이런 뒷이야기도 많이 나오고요.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잘 풀리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 한 번만 봤는데도 감독님들이 저를 기억해주시더라고요. 또 ‘그 이름 특이한 애가 잘하더라’며 좋은 소문도 금방 나고요. 피곤하다고 느낀 일상들이 지금의 순간을 위한 단련이었나 싶으면서 감사하더라고요. 아빠도 요즘에는 “내가 너 배우 될 줄 알고 지어줬나 보다”라고 말씀하세요.(웃음)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한 거예요?
고등학생 때까진 세상에 뮤지컬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 와중에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인문계지만 예체능 쪽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에게 클럽활동 시간에 관련 수업을 듣게 해준 거예요. 미술 아니면 연기 두 가지가 있어서 처음에는 미술 수업을 들으려 했어요. 그런데 미술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데, 연기는 너무 생소하잖아요. 기왕 시간을 보내는 거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싶었죠.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나에게 이렇게 많은 감정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연기의 세계에서는 계급장 떼고 딱 감정만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복싱 링 안에서는 주먹질이 용인되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동안은 정해진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기억나는 게 선생님을 상대로 ‘화’를 표현해보라는 거였어요. 다른 애들은 ‘그래도 선생님인데…’ 하는 반응이었는데, 저는 진짜 엄청나게 쏟아냈거든요. 선생님도 순간적으로 ‘이 놈 뭐지?’ 하는 반응이었죠.(웃음) 그날 수업 끝나고 선생님이 연기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셨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저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산만했던 사람이라 쉽게 질리고 쉽게 빠지는데, 연기는 처음 배운 그날 이후로 질린 적이 없어요.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채대한
- STYLIST 허선영
- HAIR 도희
- MAKEUP 권호숙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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