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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안유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프로필 by 박세회 2023.08.23
레더 쇼트 드레스 600만원대, 니트 폴로셔츠 200만원대, 컷아웃 디테일 부츠 600만원대, 미디엄 커’몬 백 300만원대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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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앨범과 다음 앨범 발매 예정 시기의 텀이 그리 길지 않은데, 그사이에 아이브의 인기는 수직 상승했죠. 안유진은 예능으로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고요. 다음 앨범이 기다려지겠어요.
요즘에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저를 알아보세요. 최근에 특히 많이 체감했는데 아마도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 때문인 듯해요. 예능을 통해서 저를 아시는 분들이 많겠고, 그 이미지가 클 거라고 생각해요. 옆집에 사는 동생 같은 편안한 느낌이요. 물론 그런 이미지로 생각해주시는 게 참 좋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가수 활동을 하는 저를 보셨을 때는 전혀 다르게 봐주시면 좋겠거든요. ‘와 무대 위의 유진이는 정말 다르구나.’ 예능으로 저를 알게 되신 분들로부터 이런 반응이 나오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완벽하게 다른 페르소나를 갖는다는 건….
욕심인 거 같아요. 저도 알아요.(웃음)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요?
이게 참 어려운데, 예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너무 과하게 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이게 함정이에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보여주고 싶으니까 오버페이스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최근에는 정말 미친 듯이 준비하고 나서 과한 부분들을 적당히 덜어내는 사람들이 멋져 보인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건 정말 완벽을 넘어서도록 준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 아닌가요?
그렇죠. 110%를 연습하고 90%만 보여준다든지. 150%를 연습하고 그 절반만 보여준다든지, 뭐 그런 거죠.
너무 어려운 걸 좋아하는군요. 보통은 ‘최선’에 만족할 텐데.
언젠가 되지 않을까요?
 
비대칭 프런트 롱 드레스 600만원대, 레더 하이힐 부츠 300만원대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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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락실> 언니들이랑도 이런 얘기를 종종 해요?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실제로 그런 장면들이 방송에 일부분 나오기도 하고요. 이상하게 <지락실> 촬영 시기가 컴백 시기랑 항상 겹쳤어요.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이런 얘기들을 많이 털어놓게 됐죠. 예능과 가수 사이의 고민에 대해서도 언니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나 컴백했는데 사람들이 지락실 안유진 떠올리고 웃으면 어떻게 하지’ 뭐 이런 질문이었어요. 다른 것도 자주 물어봐요. 예능이 사실 정말 어렵거든요. 촬영하다 말고 어떻게 웃겨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전문가인 은지 언니한테 ‘어떻게 웃겨야 하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못 웃기는 부채감을 은지 언니한테 털어놓은 적도 있고요.
웃기려고 계획해서 웃기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웃음) 그런데 저도 주위의 반응에 신경을 되게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요.
(웃음) 신경 안 쓰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 스스로는 나름 눈치도 보는 편이거든요. 좀 못 웃겼나 싶으면 언니들한테 ‘나 못한 것 같아요?’라며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언니들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곤 해요.
맞아요. 전 그 마음 알아요. 유진 씨는 그냥 눈만 뜨고 있어도 재밌어요.
아, 그래요?
그래서 별명도 있잖아요. ‘맑눈광’.
저 그 별명 좋아해요.
김아영 씨랑 한번 만나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진짜 그분 보고 감탄했어요. ‘오, 진짜 맑은 눈의 광인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 정도는 비할 바가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필터인 줄 알았어요. 눈이 너무 맑으셔서 후보정이나 효과 쓴 줄 알았어요.
 
홀터넥 롱 드레스 400만원대, 자카르 하이힐 부츠 300만원대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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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 멤버들이랑은 깊은 얘기할 때 무슨 얘기해요?
멤버들이랑은 아무래도 저희 활동 얘기를 많이 해요. 뭘 좀 못했던 것 같고, 끝나고 보니 뭐가 좀 아쉬웠다. 뭐 이런 류의 이야기죠.
부럽기도 해요. 계속 붙어 있는 단짝 또래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요. 그런 대화는 하기만 해도 위안이 되죠?
그럼요.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고 맨날 붙어 있잖아요. 다 같이 똑같은 상황을 겪다 보니 감정 상태도 비슷하고, 하는 얘기도 비슷해지고 소중해요. 힘들 때는 특히 그래요. 마음이 힘들 때도 있고, 몸이 힘들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가을이가, 레이가 원영이가, 리즈가, 이서가 참 소중하다고 느껴요.
단단한 리더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멤버들에게 기대는 면도 있군요.
활동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면 좋겠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쭉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진짜 건강하다는 건 힘들어도 남들에게 말하지 않고 견뎌내는 게 아니라, 힘들면 힘들다고 편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기대야 할 때는 기대는 사람, 나눠야 할 때는 나누는 사람이 정말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인 거죠.
그 생각 자체가 너무 건강한데요?
실은 주변에 고민을 얘기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그거예요. ‘고민하는 방식마저도 건강하다.’ 방금 기자님이 비슷하게 말해주셔서 소름 돋았어요.
안유진의 사춘기가 너무 궁금해요. 사춘기가 없었을 것 같아요.
아녜요. 있었어요. 방금 한 말이랑 연관이 되는데요. 힘든 게 있는데 말을 못 했던 때가 있는데, 그때가 제 사춘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열여섯 살에 데뷔했거든요. 그때는 제가 방송에 나온 모습을 다른 사람과 같이 못 봤어요. 예를 들면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 나온 제 모습을 보면 너무 싫었어요. ‘나는 왜 저렇게 웃지?’ ‘나는 왜 저렇게 말하지?’ 이런 식으로 제 모든 게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내가 상상한 나의 모습이랑 방송에 나오는 나의 모습이 너무 다를 때도 있고, 후회도 돼서 못 보겠더라고요. 녹화할 때도 나중에 방송에서 어떻게 보일지가 신경 쓰여서 말을 쉽게 못 하겠더라고요. 제가 딱 사춘기일 때 연습생 생활을 한 터라 부모님과의 트러블은 거의 없었어요. 소통이 잘 안 돼서 조금 답답해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요.
축복받으신 부모님이시네요. 보통의 아빠들은 방문을 별생각 없이 열었다가 따님의 불호령을 듣고 울곤 한다지요.
아, 아이고. 보통 고3 때가 제일 예민하다고 하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수험생 시기를 지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는 하세요.(웃음)
사춘기 때도 자기가 사춘기인 줄 알았어요?
아니요. 몰랐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나 사춘기 아닌데?’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홀터넥 롱 드레스 400만원대, 체인 네크리스 90만원대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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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 그런 자기 혐오의 정서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유진 씨는 지금 보면 자기애가 빛나요.
(웃음) 좀 그런 것 같죠? 한동안 제가 되게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아닌 것 같아요.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심지어 내가 나를 보기 싫어했을 때조차도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요.
내가 사랑하는 내가,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잠깐 미워한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건강미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해요?
웃음? 저도 궁금하긴 한데, 진짜 호탕하게 잘 웃어서 그렇게들 생각해주는 거 아닐까요?
하긴 안유진의 웃음도 분노도 정말 리얼하죠. 진짜니까요. 그전까지 게임에 아무 관심 없다가 먹고 싶던 삼겹살이 상품으로 나오니까 갑자기 진심으로 바뀌는 그 진실의 눈빛.
전에는 ‘척’을 못하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난 왜 기쁜 척, 화난 척, 예쁜 척, 귀여운 척, 재밌는 척, 슬픈 척을 못할까’라는 생각을 했단 말이죠. 전 그게 정말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락실> 이후 그런 생각이 좀 사라졌어요. 그걸 못해서 건강해 보인다고들 해주시니까요.
 
비대칭 롱 슬리브 카디건 200만원대, 레이스 탱크톱 가격 미정, 미니스커트가 달린 플란넬 팬츠 가격 미정, 쁘띠 피카부 아이씨유 백 600만원대 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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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척’하지 않는 게 몸에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인터뷰를 할 때도 수사에 딱딱 들어맞는 정형화된 멋진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은 그냥 정말 편하게 인터뷰하고 있어요. 다른 선배님들 인터뷰를 보면 멋진 말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나도 그런 걸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아마 저도 기자님도 그래서 편한 게 아닐까요? 지금.
이영지 씨 채널에 나와서 그런 얘기도 했어요. ‘나는 뭘 위해서 열심히 할까?’라는 고민을 한다고요. 아직도 같은 고민을 해요?
그런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해요.
아까랑 비슷한 얘기인데요, 그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거 같아요.
아, 그래요? 솔직히 왜 열심히 하는지는 그냥 생각할 수 있거든요. 팬들이 제 다양한 모습을 찾아서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전 이미 큰 동기를 부여받아요.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내적인 동기는 없는지 그걸 늘 찾고 있어요. 근데 ‘왜’라는 질문이 오히려 나를 열심히 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왜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여행을 가봤어요. 가서는 이런 생각을 했죠. ‘이렇게 스케줄 없을 때 여행 다니려고 일 열심히 하나 보다’라고요.
아 정말 대단해요. 이미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군요.
그런가 봐요. 그것조차….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됐군요.
그런 거 같아요.(웃음) →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 가격 미정, 라운드 토슈즈 100만원대, FF 모티브 이어링 100만원대모두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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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윤지용
  • STYLIST 서가영
  • HAIR 꽃비
  • MAKEUP 서옥
  • ASSISTANT 김성재/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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