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다섯 가지 행복 가이드를 직접 시도해 봤다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 난제가 아니다. 삶의 만족도가 계량할 수 있는 수치로 간주되는 세상이다. 당신의 ‘행복 수치’를 올려줄 수 있다고 장담하는 책, 앱, 팟캐스트가 쏟아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행복을 돕는 수단이 늘어난 시대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직도 행복하지 못하다. 그래서 직접 실험해봤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프로필 by 김현유 2023.09.10
 
 
‘행복 가이드’는 정말로 유효할까?
혹시 당신은 ‘행복 U-커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연령에 따른 인간 삶의 행복도를 추적한 차트인데, ‘U-커브’라는 이름 그대로다. 1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행복도가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다시 올라가긴 하지만, 어쨌든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당신 인생의 매해는 그 전해보다 조금 덜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글을 시작하자마자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삶은 힘들다. 팍팍하다. 일과 돈, 배우자와 자식, 건강과 여가,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부양 문제 등 세상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겪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 방법을 알기는 쉽지 않다.
동시에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른바 ‘행복 가이드’는 물밀듯이 쏟아진다. 그중에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좀비처럼 보내는 시간을 줄이라는 충고처럼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내용도 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하는 등 미라클 모닝을 실현해보라는 조언들. 행동에 옮기기도 쉽지 않고,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살면 행복은커녕 성격 파탄자가 될 것만 같다. 한 시간 더 자는 게 육체 건강에도,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온갖 연구실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는 ‘행복 가이드’가 쏟아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 모든 충고를 실천해보고 그 결과를 비교해볼 수 있는 사람이다. 굿 뉴스! 초고물가 시대를 살며 사양산업이라 여겨지는 언론계에 몸담은 채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 나는 현재 U-커브의 하강 곡선을 타고 있는 위기의 중년이다. ‘행복 가이드’ 실험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지 않은가? 동시에 나는 진심으로 행복해지고 싶었다. 내 일상을 개선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 달 동안, 과학적인 뒷받침이 가능한 전략들을 최대한 많이 실천해보기로 했다.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지 비교하면서 말이다. 실험은 다섯 가지로 진행했다.
 
 
Experiment. 01  /  게임화
대부분의 학자는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대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일대학교 300년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인 ‘심리학과 행복한 삶’을 담당하고 있는 로리 산토스 교수나, 최근 행복에 대한 책 <더 굿 라이프>를 펴낸 하버드대학 정신의학과 로버트 월딩어 교수 등 행복학의 전문가들은 모두 건강한 인맥을 쌓고 유지하는 것이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물론 좋은 얘기긴 하다. 하지만 수고가 많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는 내향형 인간이지 않은가. 지난해 나는 다이어트 앱을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바 있다. 행복도 다이어트처럼 앱으로 실현 가능할까? 나는 앱을 통한 행복 실험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대상이 된 앱은 ‘해피파이(Happify)’다.
해피파이는 7년 전 뉴욕에서 탄생했다. 앱 소개에 따르면, ‘인지 행동 테라피’의 원리를 바탕으로 행복을 찾는 법을 게임화함으로써 수백만 명에게 도움을 줬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 교수부터 요가 강사에 이르는 28명의 전문가가 이 앱의 효능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설명은 덤이다.
앱을 맨 처음 실행하면, 유저에게 ‘트랙’을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유저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매일 몇 분 정도 걸리는 숙제가 제공된다. 물론 조건이 있다. 해피파이 풀 버전을 쓰고 싶으면 프리미엄 구독을 해야 한다. 1년 구독료는 125파운드(한화 약 20만원)다.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실험의 일환이었으므로, 나는 풀 버전 대신 간략한 무료 버전을 쓰기로 했다.
다양한 트랙 중 현재 나의 정신적 웰빙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아이 돌봄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설계된 트랙을 골랐다. 과제로는 짧은 감사 목록 쓰기 같은 것들이 주어졌다. 위에서 ‘게임화’를 언급한 대로, 이 앱에는 여러 게임도 들어 있었다. 문제는 이 게임들이 하나같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앵그리 버드’를 염치없이 베낀 게임도 있었다. 돼지 대신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들을 없애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게 행복한 삶을 찾는 방법인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중 감량이나 영양 섭취 등 숫자만으로 측정이 가능한 일에는 앱이 도움이 되지만, 행복처럼 주관적인 감정은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해피파이는 격주마다 유저의 상태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는데, 각 항목에 대해서는 ‘강력히 동의’부터 ‘강력히 반대’까지 응답할 수 있다. 중간값은 100점 만점에 45.8점인데, 맨 처음 앱을 깔고 설문에 답했을 때는 46점이라는 괜찮은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내 점수는 40점으로 떨어졌다. 해피파이가 시키는 무의미한 짓들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일 것이다. 떨어진 점수에 앱은 재빨리 메시지를 띄웠다. ‘당신에겐 행복 부스트가 필요합니다! 프리미엄 구독을 설정하여…’ 나는 앱을 지워버렸다.
 
★☆☆☆☆
시간을 절약한 만큼, 살고자 하는 의지가 줄어들 것.
 
 
 
Experiment. 02  /  마음의 양식
영양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이라는 학문이 있다. 음식이 기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분야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고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성격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지만, 사실 이 학문은 그 너머의 복잡한 현상을 연구한다. 학계에 따르면 인간의 장 속에 있는 미생물들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은 뇌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특정 음식을 섭취할 경우 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이론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한 연구는 호주 디킨대학에서 나왔다. 연구자들은 영양분이 적은 가공식품만 먹는 중증 우울증 환자 그룹에게 12주 동안 과일, 채소, 통곡식, 견과류, 콩과 식물을 먹게 했다. 이들이 즐겨 먹던 단맛 시리얼 대신 죽을 제공했고, 가공육은 해산물과 기름기 없는 붉은 고기로 대체했다. 실험이 끝날 무렵 피실험자들의 우울증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해피니스 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스코틀랜드의 라이프 코치 고든 맥크로리도 이 연구에 동의했다. 나는 그에게 행복을 찾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즉 ‘해피니스 가이’가 된 연유를 물었다. 그는 매우 솔직하게 답했다.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참했습니다. 삶의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그 대가로 엄청나게 살이 쪘죠.”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과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고, 맥크로리는 건강과 행복을 모두 찾고자 노력했다.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식단이었다. “식단을 바꾸면 확실히 건강해집니다. 몸의 건강만이 아니에요. 기분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지죠.” 그는 단순히 메뉴를 바꾸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처럼 나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는 거죠. 자존감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월초에 나는 식단의 함정에 빠졌다. 간식을 지나치게 먹은 것이다. 주로 슈퍼마켓 빵 코너에 있는 싸구려 빵과 쿠키였다. 또 가족들과 함께 먹을 식사를 준비할 때에도 아이들이 가장 불평을 덜 할 만한, 영양소보다는 맛에 중점을 둔 메뉴를 선택하곤 했다. 실험을 시작하기로 한 날, 나는 지방과 탄수화물 범벅의 맥 앤 치즈 대신 채소볶음을 만들어 식탁에 올렸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폭력적인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반발했다. 파스타가 주는 신속한 탄수화물 공급에 익숙해져 있던 나 역시 기력이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국제 영양정신의학 연구회를 창립한 펠리스 재카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이론의 지지자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책 <브레인 체인저>를 통해 식단과 기분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재카는 여러 식단 중에서도 ‘지중해식’의 효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연구된 식단이자, 건강에 좋다는 증거가 그 어떤 식단보다도 많죠.” <언프로세스드>를 쓴 심리학자 킴벌리 윌슨 역시 지중해식을 극찬했다. “심장, 나아가 뇌의 건강까지 증진할 수 있는 최적의 식단입니다.”
이를 참고해 오믈렛, 참치 샐러드, 닭고기 구이를 준비하는 날이 거의 한 달간 이어졌다. 처음 며칠은 차라리 햄버거를 시켜달라고 투쟁하던 아이들도 점차 건강한 메뉴에 익숙해져갔다. 그 결과는 썩 괜찮았다. 건강한 메뉴를 유지하던 한 달이 끝나갈 무렵 내 자존감은 많이 높아졌다.
문제는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내 대장 속 미생물이 보내는 신경전달물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살이 좀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니 외모가 나아져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학적 연구가 없이는 둘 중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
건강한 음식을 통해 행복해졌을 수도 있지만, 내가 허영심이 엄청난 사람이라 그랬을 수도….
 
 
 
 
Experiment. 03  /  금욕주의
여러 해 전부터 나는 금욕주의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금욕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으로,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래한 ‘덕 윤리학’의 근본 이념 중 하나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이 처음 시행됐을 때, 나는 존 셀라스의 책 <금욕주의의 교훈>을 샀다. 휘몰아치는 불확실성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록다운이 지속되는 동안 나는 몸이 좋지 않은 아내를 돌보며 두 아이의 육아도 해내는 동시에 풀타임 직업도 유지해야 했다. 2000년 전의 철학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단 소리다.
하지만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팬데믹 시기, 금욕주의 관련 서적은 눈에 띄게 판매량이 늘었다. 비슷한 내용의 팟캐스트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행복 가이드’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금욕주의를 시도하기 딱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었다. 금욕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조절과 자기인식이 필수다. 그게 과연 행복일까?
셀라스는 이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금욕주의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좀 더 본질적인 것입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폭신하고 따뜻한 기분과는 거리가 있죠.”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게 될 좌절과 부정적 감정이 줄어들죠. 그런 의미에서 삶이 더 행복해진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기쁨’ ‘쾌감’과 ‘행복’을 혼동하곤 하는데, 금욕주의에서 말하는 행복은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셀레스는 금욕주의를 주창한 스토아학파의 정신을 느끼는 행사, ‘스토이콘(Stoicon)’의 운영을 매년 돕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금욕주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참석 전후에 심리 상태에 대한 설문을 작성한다. 행사 직후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행사가 종료되고 6개월이 지나서는 팔로우업 서베이가 진행된다. 셀레스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금욕주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도, 금욕주의는 내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 금욕주의의 핵심은, 내 손을 벗어난 일에 대해 포기하는 법이다. 이는 굉장히 유용했다. 한 달간의 실험 도중 해외 출장이 잡혔다. 준비를 하던 와중에 비자 문제가 생겨 해당 국가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 금욕주의를 실천하기 전이었다면 나는 대사관에 욕을 퍼붓다가 혼자 기력을 뺐을 것이다. 그러나 셀라스의 책 덕분에, 나는 관료제의 장벽에 대고 소리를 질러봤자 비자가 빨리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난리를 쳐봤자 에너지 낭비였을 터였다. 나는 이 출장은 원래 못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과잉 대응을 최소화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는 법을 익히고 나니 혼탁했던 정신이 맑아졌다. 명확하게 생각하고, 군더더기 없이 세상 속에서 나의 자리를 볼 수 있게 됐다. 금욕주의가 가져다준 느낌을 표현하는 데 ‘행복’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분이 확실히 가벼워지긴 했다. 나는 더 차분하고 느긋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완벽한 금욕주의자는 못 되지만, 이 습관은 반드시 유지하고자 한다.
 
★★★★☆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금욕주의적으로 실망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periment. 04  /  편안한 숨
이 글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행복 가이드’를 조사하던 중, 2020년에 나온 놀라운 연구를 발견했다. 예일대학교 연구자들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트레이닝 몇 가지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임의로 배정했다. 어떤 것이 가장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 한 것이다. 결과는? 다른 트레이닝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한 트레이닝의 효과가 우수했다. 스트레스 레벨을 낮춰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짜 행복까지도 가져다주는 듯 보였다.
놀라운 효과를 가진 이 트레이닝의 정체는 ‘스카이(sky) 호흡 명상’이다. 집중해서 호흡하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 최적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여기저기서 종종 들었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도록 돕는, 애니메이션이 붙은 이른바 ‘마음챙김’ 류의 앱 역시 수없이 많다. 호흡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이나 수업도 다양하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장점을 꼽자면 20분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쓸 수 있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스카이 호흡 명상에는 실증적인 증거가 있으니, 실험을 위해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원칙적으로 스카이 호흡 명상은 자격이 있는 강사에게 며칠에 걸쳐 배워야 하지만, 유튜브에는 관련 영상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해피파이 무료 버전을 알차게 쓴 짠돌이인 나는 이번에도 유튜브 선생님의 무료 수업을 택했다. 사실 스카이 호흡은 한 가지 방법을 반복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강도와 길이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1분에 두세 번만 호흡하는 법, 빠르게 들이쉬고 내쉬는 방법 등도 있다. 이 때문에 설명을 자세히 들어야 하는데, 바쁜 사람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내 경험상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과학적으로 따져보자면, 스카이 호흡을 통해 호흡의 리듬을 바꾸는 동안 심박은 느려지고 부교감 신경계에서 중요한 부분인 미주신경이 활성화된다. 동시에 뇌에는 긴장을 풀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실제로 해보니, 할 때마다 온몸과 정신이 이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호흡을 천천히 할 때 효과가 컸다. 생각이 또렷해졌고,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실험을 진행했던 한 달 내내 이 호흡법을 사용했고,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 허풍이 아니었다.
 
 
 
Experiment. 05  /  사회적 동물
드디어 가장 중요한 실험 이야기를 할 차례다. 제일 힘들 것 같았고, 내 성격에도 반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꾹 참고 사회적 동물로서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맨 첫 번째 실험을 소개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인간관계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자명하다. 월딩어 교수는 하버드대학의 행복 관련 장기 연구 책임자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무려 85년 동안 2000여 명의 삶을 트래킹하며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해왔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단연코 가장 큰 요소는 ‘인간관계’였다. 학력, 재산, 사회적 계층, 유전자 등 그 모든 것보다도 인간관계가 중요했다.
월딩어 박사는 자신의 저서 <더 굿 라이프>에서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했다. 나는 실험 기간 동안, 책에 나오는 두 가지 방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기’와 ‘하루 종일 작은 연결을 만들기’가 그것이다. 특히 두 번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낯선 사람과의 스몰토크가 필수였다. 내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보통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갈 때면 운동장 한편에 부루퉁한 표정으로 서서 스마트폰만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실험 기간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른 부모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물론 굉장히 괴로웠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아빠들 몇 명과는 애초에 목례 정도는 나누는 사이였기에, 명상하듯 심호흡을 하고 용감하게 말을 붙여보았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들은 모두 흥미로운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막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참이었고, 펍을 운영 중인 사람도 있었다. 또 한 사람은 어디로든 아주 빨리 걸어가는 걸 좋아한다며 웃었다. 말 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화를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성인이 되어 새 친구를 사귀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나는 아버지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나만큼이나 아버지에게도 이런 실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래로 아버지는 혼자 살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외로울까 봐 종종 걱정했지만, 바쁜 일상에는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수습하고 나면 멀리 있는 아버지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아버지를 만나러 가긴 했으나, 만남은 항상 몇 시간 만에 끝났다. 게다가 우리는 함께 있을 때도 각자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아버지를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며칠에 한 번씩 아버지를 찾아갔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 가족 대화의 중심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떠난 뒤로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려 해도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어색함은 사라졌다. ‘작은 연결’이라고 할 만한 시시껄렁한 주제의 대화도 늘었다. 우리는 에어프라이어에 대한 깊이 없는 대화를 몇 번이나 나눴다.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점차 마음이 열렸다. 드디어 내 안에서 진정으로 손에 잡힐 정도의 행복이 자라났다. 이젠 아버지를 찾아갈 때마다 가슴속에서 진심 어린 온기가 피어나는 게 느껴진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최고다. 심지어 아주 내향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한 이들에게도. 아니, 그런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방법일지도?

Credit

  • WRITER STUART HERITAGE
  • ARTWORK PETER CROWDER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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